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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바라보는 지혜

#846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2.12.15

한 해가 가고 있다. 묵은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쁨보다는 최소한의 일들을 잘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긴장감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나날이다. 어느 조직이나 해를 넘기기 전에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특히 법령이나 정부의 지침 사항으로 관리·감독의 대상이 되는 일들이라면 특히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런 걱정과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코로나 감염도 거뜬히 이겨냈는데, 이번 독감에 맥없이 져버려 가느다랗게 숨만 쌕쌕거리고 있다.

 

올해 우리 시설은 3년 만에 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서비스 평가를 받았다.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두 가지 영역에서 감점을 당했다. 특히 종사자들이 3년간 각각 채워야 하는 교육시간과 내용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아예 0점을 받았다. 다른 종사자의 교육시간이 조금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시설장인 내 교육시간이 부족했던 까닭이 크다. 약간의 사정은 있었지만 어쨌든 결과는 변할 수 없는 것이라 평가위원들도 안타까워하면서도 0점 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전국의 모든 사업장들은 관련 법령이나 지침에 따라 종사자들의 법정 의무교육 같은 것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정신없이 연말을 보내다 보면 이런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파랑새도 법정 의무교육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종사자 교육시간이 모자라 혼쭐이 난 경험이 있었기에, 올해는 12월 초에 종사자 교육 현황을 점검해 보기로 하였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다른 선생님들의 교육시간이 조금씩 부족한 걸 알게 되었다. 복지부에서 발간한 사업안내지침을 보여주며 언제까지 교육 이수가 가능할지를 알려주고 꼭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당부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를 할 수 있었다. 필요한 것들을 잘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놓지 않으면 때를 놓치고 후회를 하게 되는데, 혹시 우리에게 그런 점검 체계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염려를 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어른들만 교육을 챙긴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연간 꼭 챙겨야 하는 교육이 있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므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의무가 발생한다. 물론 학교에서 이미 교육을 받은 것을 확인해 줄 수 있다면 지역아동센터는 별도로 교육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동 개개인이 이런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학교가 인정해주는 방법을 아직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교육을 내용과 형식이 조금 다르게 지역아동센터에서 되풀이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가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똑같은 교육을 비효율적으로 받아야 하는 수고는 덜어줄 수 있을 텐데 아직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시설 운영과 관련해서도 할 일은 많다. 우선 운영위원회를 연 4회 이상은 개최해야 한다. 관공서나 법정 시설들은 운영위원 등을 비롯한 각종 외부 위원들에게 소정의 회의비를 집행하거나 식사와 다과를 대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역아동센터는 지침상으로 매 분기당 운영위원회를 열도록 규정은 두고 있으면서도 보조금으로 회의비 지급은 물론이고 식사제공도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4번 이상의 회의는 꼭 챙기도록 하고 있는 민망한 상황이다.

 

내년도 사업계획과 올해 사업을 마감해야 하는 연말 운영위원회는 더욱 그 준비가 버겁다. 12월이면 각종 행사도 많아지고 모든 사업비를 정산하고 보고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11월부터 사업계획과 평가를 위해 조금씩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운영위원회 전날까지 허겁지겁 마무리를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사업계획 수립을 위해 3명의 종사자가 하루라도 따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구조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계획과 평가는 몇 번의 조각 회의와 누군가의 열정적 행정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파랑새도 사무실이 있지만 아이들의 환담 장소나 숨바꼭질 장소로도 자주 애용되는 곳이어서 아이들이 있을 때는 행정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사위가 조용해야 비로소 집중해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조용히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과 대략 오후 7시30분부터 10시까지 뿐이다(10시에 집주인 어르신이 반드시 건물을 떠나라 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전에는 구청에서 갑자기 요청사항이 들어오거나 회의나 교육 등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오전 시간이 그것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올해는 특히 그동안 복지부가 구축·운영해왔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라는 행정회계보고 관련 시스템이 여러 가지 이유로 ‘희망이음’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경되면서 현장에 더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 한 해였다. 기존의 시스템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환경체계에서만 구동이 되는 것이라, 크롬이나 엣지 등에서 작동이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 개발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빈약한 뼈대만 겨우 갖추어 놓은 새로운 시스템이 문을 열었을 때 현장은 ‘희망이음’이 아니라 ‘절망이음’이라고 아우성을 치게 되었다.

 

새로운 시스템의 문제점을 말해주면 개선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기록 해서 이야기를 할 정신도 없이 불편을 감수하며 쓰고 있다. 매일 써야 하는 운영일지에 왜 매일 ‘모월 모일 운영일지’라고 제목을 별도로 쓰게 하냐고 불평불만을 하면서도 그걸 또 매 순간 잊어가며 그렇게 지내고 있다. 3차 운영위원회에서 2차 추경을 한 다음에는 추경 보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난리를 치다 결국은 비정형 업무 보고로 끝을 냈는데, 이삼일 전 예산보고 탭이 비로소 생성되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하다가 낼모레 3차 추경을 할 생각을 하니 갑자기 2차 추경 보고가 승인되어야 3차 추경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퍼득 들었다. 그래서 운영위원회 준비를 하다 말고 구청에 연락하여 부랴부랴 뒤늦게 다시 2차 추경을 재보고 하였다. 운영위원회 준비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같은 보고를 두 번이나 하고 있으려니 속이 쓰리다.

 

그런 와중에 센터 아이들 십여 명이 참여하는 구로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 소속 구구단합창단(구로의 오늘이 구로의 내일을 노래하는 소년소녀합창단)의 제5차 정기 합창회가 열렸다. 아침에는 구청 요청사항을 처리하고 사업정산 하나를 급히 마무리하느라 남은 일을 마무리하자면 시간이 너무나 필요했다. 하지만 그동안 애써온 아이들의 공연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 주말에라도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금요일 밤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던 것이 토요일 근무를 끝낸 밤부터 극심한 독감 증상이 몰려오더니 월요일 밤까지 숨도 잘 못 쉴 정도로 아팠다. 그렇게 이틀을 아무것도 못하고 귀한 시간을 보내 버린 데다 아픈 후 집중력이 떨어지고 나니 감당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니 덜컥 겁이 날 지경이다.

 

공연을 하는 아이들 모습은 너무 예뼜지만 몸은 기운이 없고 마음은 두려움이 가득해서 좀처럼 흥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마뜩지 않았는지 뒤에 앉아서 노래에 맞춰 흥겹게 박수를 치던 아이 하나가 “태샘 박수 좀 잘 치세요,”라고 핀잔을 준다. 센터에서 만난 동생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힘껏 응원해주지 않는 것이 불만스러운 6학년 형의 소리다. 그 소리에 스르륵 잠이 들었던 내 몸도 마음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집으로 돌아와 밤늦게 더운 밥 한 술을 뜨고 한 웅큼의 약을 먹었다.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다 까무룩 잠시 잠을 잤다. 기침을 연신 한다. 아직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훨씬 낫다. 새벽 일찍 일어나 노트북을 열고 타닥타닥 글을 쓴다. 하나씩 말씀드릴 것,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 내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써본다. 남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들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찾고 내 일로 만들 것을 다짐해본다. 형식은 간결하고 단정하고 일목요연하게, 내용은 마음을 담아 가능하면 아이들과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며 할 것을 다짐해 본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소한 것을 사소하게 볼 줄 아는 안목이 생길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내년에는 그런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도 더 많이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주어야겠다고 다짐도 해 본다. 내년에는 특히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는 삶을 살겠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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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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