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새로운 대학입시전형, 추첨제로의 과감한 전환을 상상한다.
현재의 점수제 경쟁은 상위 10%의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머지 90% 학생들에게 변별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1점이라는 점수가 상위권에서는 매우 민감한 점수이지만 중하위권으로 내려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즉 변별은 상위권에서 요구되지만 그 대상은 온나라 학생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그 경쟁 시스템은 모든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와 심지어 교육과정 전체를 온통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선발제도가 정상적인 교육을 망치는 가장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평가는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타인과의 변별의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평가와 선발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데 그것을 밀접하게 연관지어놔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평가는 교육행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교사의 의무입니다. 그런 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선발의 근거로 내놔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평가의 결과를 입시에 반영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그 과정과 절차가 복잡할수록 교육은 본질에서 벗어나 산으로 갑니다. 학교 내에서의 학생평가를 대학입시와 긴밀하게 연결시켜서는 안됩니다. 그렇게 할수록 학교현장이 피폐해지는 것을 지금껏 목도해 왔습니다. 학종이 입시와 연결되는 순간 공정성의 문제가 야기되었고, 편법이 동원되었으며, 매학기 중간·기말고사 성적으로 산출되는 내신은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며 학교교육을 암기교육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그야말로 선발기능이 교육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는 것입니다. 경쟁을 전제로 하는 선발제도는 어떤 긍정적 교육효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채 불신과 과다경쟁을 일으켜 교육의 순기능을 마비시켜 왔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가 아니라면 이제 점수제 경쟁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1. 점수제 경쟁은 정말 공정한가요?
한국교육을 평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인생이 중고등학교 성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학교 교과목 성적으로 한 인간을 비교평가하고 그 점수로 줄을 세워 평생의 굴레를 씌우는 것이 정당한가? 현재의 내신과 학종 같은 점수제 경쟁은 정말 공정한 경쟁인가? 점수제 경쟁을 통해서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가? 이 중 처음 두가지 질문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남겨놓기로 하고, 마지막 두 질문에 대해 답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 현재의 내신과 학종 같은 점수제 경쟁은 정말 공정한가?
지방 학교의 내신 1등급과 서울 강남 학교의 내신 1등급의 실력을 같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같은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내신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다고 그 둘을 구분할 어떤 객관적인 기준도 만들 수 없습니다. 점수경쟁을 벌이면 무조건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모든 교육논문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강남권 학생들의 SKY대학 입학생 비율이 그걸 말해줍니다. 점수제 경쟁은 전혀 공정하지 않습니다.
학력고사 한번 가지고 불공정하다며 중간, 기말고사 점수를 가지고 내신점수를 산출하자고 한 것이 내신의 도입 이유이고, 교과 공부만으로는 학생들을 평가할 수 없으니, 수업을 포함한 일상의 모든 교육행위에 대해 평가를 하자고 도입한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입니다. 내신의 반영 비중이 높아지자 학생들은 매일 학원으로 향했습니다.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갔고 교육사업은 최고의 사업이 되었고, 유능한 인재들이 사대로 몰려오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학원차가 교문 앞에 대기합니다. 이제 이런 현상은 한국 교육을 특징짓는 하나의 교육문화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내신을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돈있는 사람들이 훨씬 유리합니다. 조금만 하면 굉장히 잘할 것 같으니 너도 나도 다 학원에 보내는데 아쉽게도 모두 다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상위 1%는 정해져 있고 대학 정원은 정해져 있습니다. 결국 학원장사만 시켜주는 꼴입니다. 이전에 비해 학원이 얼마나 더 늘었는지 즉, 사교육비가 어떻게 증가해 왔는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이게 대한민국의 공정 시스템이 유발하는 학원 성장 효과입니다.
둘째, 학종은 학생선발의 객관적 기준으로서 공정하지 않습니다.
한 학급의 학생 두 명을 담임교사가 보고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을 각각의 학교에서 서로 다른 교사들이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점수를 주고 비교평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뛰어난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에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모든 점에서 뛰어나면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범주에 있는 학생들을 학생부로 가려내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신실한 교사들은 학생부를 열심히 써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담임을 만나면 학생부는 빈 공란일 수 있습니다. 온 나라의 교사들이 다 같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종을 가지고 전형을 하라는 얘기는 그 학교가 속한 지역을 보겠다는 말 밖에 안됩니다
2. 치열한 경쟁을 통해 얻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수제 경쟁은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변별을 위한 경쟁입니다. 이 경쟁은 누구를 서울대에 보내고 누구를 연고대에 보내고 누구를 성대, 중앙대에 보낼 것이냐에 대한 것입니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경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가 어느 대학을 가든 중요한 것은 그 경쟁을 통해서 개인과 미래 사회에 유익한 것을 얻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학생이 어느 대학으로 가든 잘 배우는 것이 국가적으로 유익한 것입니다. 점수제 경쟁을 통하여 체력이 좋아지나요? 문학적 소양이 풍부해지나요? 미적 감수성이 키워지나요? 춤을 잘 추게 되나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나요? 과학적 사고능력이 더 향상되나요? 이 경쟁을 통하여 어떤 유의미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까?
수학교육을 가지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사실 점수제 경쟁이 심화될수록 변별이 쉬운 수학과목의 비중은 높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상가 빌딩에 흔히 보이는 수학학원 간판은 경쟁이 정점에 다다랐음을 말해줍니다. 수학은 다른 과목과 달리 더욱 세밀한 줄세우기를 위해 상대평가를 실시해 왔습니다. 변별을 위한 상대평가가 진행되다 보니 수능시험에는 교수도 풀기 어려운 수학문제가 출제되는 기현상이 발생합니다. 상대평가를 통해 변별하려다 보니 내신에서는 교과내용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가 아닌 비비꼬인 문제, 중요하게 다룰 필요가 없는 문제들이 속출합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학생들은 필요 이상의 학습을 하게 됩니다. 약 5%에 해당되는 학생들의 변별을 위해 전체 학생들을 그 변별의 대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작금의 입시제도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공정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공정이 야기하는 엄청난 비효율에 대한 문제입니다. 변별이 필요한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런 문제가 출제되는 것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소수의 학생들을 타겟으로 한 시험문제들을 모든 학생들이 다 준비해야 합니다. 그것도 유아기때부터 계산문제 위주의 학습지를 풀며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한 수학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는가를 생각해보면 기가 막힙니다. 이 수학을 이용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0.1% 정도일 것인데.. 이것이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런 낭비가 없습니다. 또한 시험문제가 어려워지다 보니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고교 교육과정을 손보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미분방정식, 일차변환 등은 공대 몇 개 학과에서나 많이 사용하는데 이걸 고교 교육과정에 넣지 않는다고 아우성입니다. 교육과정에 넣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문제가 한없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학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지만 교육과정 조차도 교육의 목적에 맞게 손보기 힘들다는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입시제도로 인해 우리의 교육 구조와 내용이 얼마나 왜곡되었는 지를 볼 수 있기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희생을 당하는 것은 대다수의 학생들입니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그렇다 쳐도 그 나머지 학생들도 이 경쟁의 최종승자가 되기 위해 초등학교부터 학원에 가야 하고 각종 학습지를 풀어야 합니다. 그야말로 이런 들러리가 없습니다. 유아기부터 고교까지 이 전과정을 복기해보면 그야말로 매년 수십조 원의 돈이 그냥 증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깐 수학에 대한 얘기를 해보았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남는 것은 그야말로 경쟁이란 단어밖에 없습니다. 매년 이런 경쟁을 치러내야 하는 젊은날의 학교생활이 개인의 인격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3. 점수제 경쟁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한국교육의 모순
학생들을 점수로 변별하다 보니 무수히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폐해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이 시대의 교육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선발이 교육을 압도하는 시대입니다. 선발은 교육의 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데, 오히려 주종이 바뀐 상황입니다. 이런 시대에 어떤 교육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1) 스스로 포기한 배움
학교성적이 입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됩니다. 고1 중간고사부터 시작하여 내신 성적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들은 일찍부터 자신들의 미래를 포기하며 스스로를 아예 인생 낙오자로 규정해 버립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2위입니다. 개성이 사라진 교육제도에서는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 체육, 음악, 미술 등과 같은 과목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사라집니다. 이렇게 시험이 끝난 고3 교실은 교육이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2) 엄격한 시험과 성적관리로 인한 교사들의 막중한 업무부담과 희망퇴직
대입에 관련된 시험과 성적 및 각종 평가관리는 엄격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교사들의 업무량은 늘어만 갑니다. 과정평가, 수행평가 등 그 결과가 대입시에 반영되는 평가를 하느라 정작 집중해야 할 학생상담과 수업연구는 순위에서 밀립니다. 한편으로 정시가 확대되면서 학교 교사의 가르침보다는 교육방송 강사의 실력을 신뢰하게 되면서 전인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의 학문적 권위는 점차 사라졌고 교사들의 희망퇴직자 수는 급속도로 늘어갑니다.
3) 천문학적인 사교육비와 가정불화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사교육비는 매년 30조를 넘어갑니다. 각 가정당 경기도 권역은 학생 한 명당 백만 원을 지출합니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들이 겪는 고통과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듣는 끊임없는 잔소리들이 모두 입시와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교육비를 지출하는 것도 일종의 투자입니다. 그 투자에 대한 결과를 원하는 부모들이 잔소리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왜 게임을 하냐? 공부를 왜 안하냐? 왜 그렇게 잠이 많으냐? 부모와 학생의 갈등, 그리고 부부 간의 불화, 조기 유학, 이런 모든 것이 점수제에 의한 대학입시와 관련되어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면서 사회와 교육을 망가뜨리는 교육현장입니다.
4) 암기 위주의 죽은 교육
수학에서 좋은 점수를 얻으려면 유형별 반복학습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이른바 교육의 목표라고 하는 창의성 교육과는 거리가 먼 암기교육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수학이 그렇다면 주요 과목으로 분류되는 국영수는 모두 암기과목이라고 봐야 합니다. 아이들을 점수의 노예로 만들고 가장 두되활동이 활발한 18-21세의 젊은 시절을 암기 위주의 국영수에 파묻혀 보내게 해서는 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없습니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미래 세대에 맞는 교육을 유연하게 펼칠 수도 없습니다. 학생들은 주체적 인간이 아닌 각종 평가의 대상이 되었고, 모든 학습동기를 외적 강제에 연결시킨다면 이는 교육이 아닌 훈련입니다. 학교에서는 교과 외 학생활동이 자취를 감춰 버린 지 오래입니다. 교과 외 활동이 활발한 교육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5) 전인교육, 창의성교육의 부재
각종 시험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삶이 건강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에서의 특별활동도 더 이상 활발하지 않습니다. 교과교육에 매몰되는 한 전인교육은 불가능합니다. 수학적 재능이 미적, 음악적 재능을 가진 학생에 비해 4배나 나은 인간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절름발이 인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장 시급한 환경교육, IT교육,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노동법, 민주시민교육 등과 같은 교육이나 지역별 특성에 따른 교육은 더욱 불가능합니다.
6)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옮기고 싶은 대학
그렇다면 이런 고교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온 대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에 대해 만족해 할까요? 대학 선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전공에 관심이 있거나 능력이 있는 학생이 그 전공을 택하여 미래를 준비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야 열심히 공부할 것이고 미래에도 관련 업종을 찾아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제도 하에서는 전공을 바꾸고 싶다는 학생들이 40%에 이릅니다.(https://news.joins.com/article/22861676) 국가적으로 굉장한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향후 진로는 뻔합니다. 대학에서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나타나거나 대학중퇴, 혹은 졸업 후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중고교 시절을 거의 대학입학을 위해 매달려 왔고 그 제도 속에서 희생된 측면이 강한데 정작 흥미 없는 전공을 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한국교육의 엄청난 실패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이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국가적 낭비입니다.
학생들이 전공을 제대로 택하게 하려면 고등학교 때 자신을 이해하고 적성을 발견하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점수제 변별 경쟁에서는 학과목을 공부하는 것 외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그러나 추첨제에서는 이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고교 3년을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는 기간, 미래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설정하게 될 것입니다. 국가시험으로 치러지는 서술형 주관식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폭넓은 지식의 축적이 필요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를 발견할 가능성이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4. 대안 : 등급별 추첨제로의 과감한 전환
위와 같은 한국교육의 모순을 해소시키는 방법은 선발 방식을 점수별 선발에서 추첨제로 과감히 전환하는 것입니다. 추첨제는 학교평가를 입시에 최소한으로 반영하는 방식으로 학교교육을 온전히 보존하는 방식입니다. 추점제가 최고의 방안은 아닐지 몰라도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그것은 앞서 열거한 모든 교육모순을 대부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입니다.
1) 추첨제를 떠받치는 철학
점수 경쟁의 기본철학은 1, 2점으로 인간을 변별하여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 있습니다. 하지만 추첨제의 기본철학은 인간의 능력은 대동소이하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적성에 있어서 각자의 특기분야가 있겠지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사고과정과 능력은 거의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대략 5개의 등급으로 나눠 선발한다면 점수에 의한 선발의 결과와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2) 내용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신과 학종을 대학입시와 결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게 끊어내야 학교가 완벽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 공부의 결과가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수능이라는 국가고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경쟁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반영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국가고시의 시행
우선 수능과 같은 전국단위 국가고시의 시행입니다. (정시확대를 주장하는 자한당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때 시험의 형식은 객관식과 주관식 서술형을 적절히 혼합한 형태가 됩니다. 물론 그 비율에 따라 학교교육의 내용과 질이 결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되면 토론식 수업을 지향하는 혁신학교의 성공모델은 그대로 전국으로 확산되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으로 출제를 하면 됩니다. 문제은행을 만들 수 있으면 그 객관성과 항상성을 보장받을 수 있읍니다.
② 등급별 추첨 시행 (등급을 나누는 데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이 추첨제는 예전 고등학교 추첨제처럼 무작위식 추첨제가 아닌 등급별 추첨제입니다. 그 주관식 시험의 성적 결과에 따라, 5등급(아주 잘함, 잘함, 보통, 못함, 아주 못함)으로 나누게 됩니다. 이제 상위 20% (즉 아주 잘함의 평가를 받은 학생들)부터 원하는 대학에 동등한 자격으로 지원하면 됩니다. 이때, 학과별로 모집정원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추첨으로 선발하고 추첨에서 탈락한 학생은 그 다음 등급의 학생들과 같이 지원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학정원을 채워나가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원에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며, 그래서 지방의 대학이 살아날 가능성이 많아지고, 학교 이름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적성에 따라 지원할 가능성이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각 학교별 추첨은 지원자가 정원을 넘어서는 경우에 하게 됩니다. 이때, 모든 지원자에게 추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보내야 하고 추첨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어야 합니다.

* 여기서 수능 시험은 이전의 시험과 달리 난이도가 평이해야 하며, 객관식과 서술형 주관식을 혼합한 형태로서 고등학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으로 채워져야 합니다. 난이도의 적절성과 시험 내용의 타당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문제은행을 만들어서 운영해야 합니다.
3) 보완해야 할 문제들
첫째는 상위 1%의 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들은 대단히 뛰어난 인재로서 국력을 키우는데 이바지할 학생들입니다. 이들이 자칫 추첨제 방식으로 인해 희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은 점수제 경쟁에서도 반드시 발굴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들을 선발할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이들에 대한 선발은 일차적으로 교사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봅니다.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집단이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3 1학기에 교사회의(예. 3학년 담임회의) 혹은 교과목 회의로부터 두 배 수에 해당되는 2%의 영재(수학, 과학, 사회과학, 인문과학, 예체능별 영역, 특성화고등)들을 추천받습니다. 그런 다음 국가 시험을 통해 그 객관성을 확보하고 그것을 통과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3학년 2학기 중에 과목별 특별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선발하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둘째는 동점자 처리의 문제입니다. 한 가지 방법은 3학년 1학기 내신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유급, 졸업자격시험과 더불어 학교공부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합니다. 물론 예체능 계열은 실기점수로 동점자 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정시 시험을 주관식과 객관식으로 나눠 보되 객관식 시험으로는 등급을 나누고 주관식 시험으로 동점자 처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제도를 통해 학교 평가시험도 주관식으로 변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고, 학교마다 토론팀이 만들어져 경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면 모두 상위등급으로 올리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나이 등과 같은 물리적 조건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양한 해법들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셋째는 2nd chance의 허용입니다. 추첨제로 인해 실력대로 대학을 잘 못갔다고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한 제도입니다.
미국대학에서는 이 방식을 이용하여 community college에서 일반 대학으로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community college 성적이 매우 좋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수들은 거의 달인 수준에 가까울 정도로 가르치는 수준이 훌륭합니다. 실기나 자격증 시험을 대비한다면 굳이 상위대학으로 진출하지 않아도 되도록 가르치는데 전문가들입니다. 이 제도는 2년 간의 대학별 공통과정을 만들고 이를 수료한 후에 대학 3학년 진학 시점에 다른 대학에 편입을 가능하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공용학점제 운용 등이 이에 부합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고등학교 까지의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대학에서의 경쟁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미 학점제로 운영하는 대학에서 정말 필요한 공부를 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고급인력인 대학강사의 보다 많은 활용을 위해서도 좋습니다(이렇게 되면 굳이 중고교를 학점제로 운영하지 않아도 됩니다.). 2년의 공통과정을 훌륭한 성적으로 마친 학생들이 다른 대학에 편입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로서 잘 정착된다면 재수생의 비율이 점점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재수생 제도는 없어져야 할 제도 중 하나입니다.).

넷째는 학교 내 평가에 대한 보완으로서의 유급과 졸업자격시험입니다. 내신과 학종을 근거로 유급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교사(혹은 교사회의)에게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신과 학종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으며 교사의 교육권이 살아납니다. 또한 교사별 평가가 가능해진다면 유급(일종의 징계) 등으로 인해 다양한 교육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또한,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을 두어, 학생들에게 일정한 긴장감을 갖도록 하여 공부에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교정상화를 위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5. 추첨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대입경쟁이 완화된다면 다음과 같은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등급별 추첨제를 몇 년 하다 보면 대학별 평준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평준화를 억지로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고교서열화는 대학서열화 때문에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대학이 평준화되는 순간 고교서열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그러듭니다.
2) 점수관리로 인한 교사의 업무량이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고 교사는 그야말로 행정보다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3) 내신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으므로 일년 40조에 육박하는 사교육비가 현저히 줄어들어 가정경제가 여유가 있게 되고, 그 돈이 의미 있는 일에 투자되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4) 대부분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제 2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고, 치열한 경쟁이 사라지므로 재수생 제도 역시 없어집니다.
5) 상위권 대학을 향한 치열한 점수 경쟁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의 각종 교내 활동이 활발해지며 수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다른 학생들과 상호 교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갈 수 있습니다.
6) 초중고에서의 정상적인 가정교육이 가능해지며 화목한 가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7) 학부모들의 교사의 교육권에 대한 과잉 간섭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정책결정은 그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비교하여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생각되면 결정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완전한 정책은 있을 수 없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운영위원
선생이란 직업은 학생들이 멍청해져야 편하다는 말이 사실인가보네요.. 애초에 학습의지를 꺾어버리면 불만도 없고 실적압박도 없는 교사천국이 되겠지만 교사들 행복하자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팔아먹자는 주장은 지양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다양한 논쟁 속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기를 바라기에 선생님의 비판이 반갑습니다. 다만, 위의 내용이 교사가 편하자는 생각에서 고민된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필자이신 윤만식 선생님께서 이제는 국내에 안계시는 것으로 알기에, 이러한 의견을 전달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