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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역량교육 바루기(2) – 역량기반교육의 바른 이해(1)

#50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9.11.21

목차

Q1. 역량(competencies), 기능(skills), 지식(knowledge)은 어떻게 다른가?
Q2. 2015개정 교육과정에 핵심역량 6가지를 도입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Q3. 역량교육에 대한 비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Q4.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은 어떤 관계인가?
Q5. 2015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인가?

 


 

지난 칼럼 ‘역량교육 바루기(1) – 역량기반교육의 성찰과 지식기반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이어 이번 칼럼 ‘역량교육 바루기(2)에서는 Q&A 형식으로 역량과 기능의 차이,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 6가지를 도입한 의미, 역량교육에 대한 비판,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 간의 관계, 2015개정 교육과정이 역량교육과정인지 아닌지에 대해 알아본다.

 

 

Q1. 역량(competencies), 기능(skills), 지식(knowledge)은 어떻게 다른가?

 

역량(competencies)은 원래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이라는 의미로 직업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던 용어였다(백남진·온정덕, 2016). 하지만, 최근 역량은 직업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삶의 상황과 관련된 능력이라는 의미로 확장되어 학교 교육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윤종혁 외, 2016).

 

OECD의 DeSeCo 역량 연구는 역량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역량(competence)’이란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지식과 인지적·실천적 기술(skills)뿐만 아니라 태도·감정·가치·동기 등과 같은 사회적·행동적 요소를 가동시킴으로써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을 의미한다”(Rychen, 2003. 소경희, 2007 재인용).

 

현재 OECD가 추진 중인 Education 2030 프로젝트에서는 역량(competency)을 “복합적인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지식, 기능(skills), 태도 및 가치의 동원(mobilization) 능력”(OECD, 2018)으로 종전보다 좀 더 간결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상의 OECD의 역량 정의를 따르면 ‘지식’과 ‘기능(skills)’은 ‘역량’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지식’에는 한국에서 통념화된 낮은 수준의 단편적 사실적 지식도 있고 높은 수준의 개념적 지식도 있다. 최근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에서는 지식을 <학문적 지식, 간학문적 지식, 인식론적 지식, 절차적 지식>으로 분류했다. 여기서 간학문적 지식은 ‘개념적 지식’에, 절차적 지식은 ‘기능’에 가깝다. 이렇게 지식은 ‘기능’을 포함한다. ‘지식’에 대한 사전의 정의도 ‘기능’을 포함한다. ‘기능(skills)’에 대한 정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수행을 위해 지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능력(Merriam-Webster)’처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역량’에 대한 정의와 상당 부분 겹친다. 일반적으로 ‘기능(skills)’은 수행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과업을 비교적 손쉽게 수행하기 위한 능력을 말한다는 점에서 2015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한 ‘역량’과는 차이가 있다. ‘기능’은 역량 발휘를 위한 필요조건(prerequisite)의 하나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맥락에 따라 skills는 ‘기능’과 ‘역량’을 다 아우른다. OECD의 Education 2030 프로젝트에서 ‘OECD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 2030’이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의 ‘Skills’는 ‘역량’과 동의어로 쓰인 예이다. 미국의 ‘21세기 학습의 틀(Framework for 21st Century Learning)’에서는 ‘Learning and Innovation Skills – 4Cs(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ollaboration, Creativity)’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의 ‘Skills’ 역시 4Cs라는 역량을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UNESCO(2016) 역량평가 연구처럼 역량을 노하우 역량, 일반적 역량, 상황적 역량으로 나눌 경우 Skills를 아래 [그림 1]의 ‘Skills zone’처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 UNESCO IBE 역량 모델링(2016)

 

이상과 같이 ‘역량, 기능, 지식’의 영역은 원론 수준에서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들 어휘들은 그 의미역(意味域)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며 각 맥락 속에서 의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Education 2030 문서는 ‘역량’과 ‘지식’은 서로 상충하는(competing) 관계도 아니고 서로 분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핵심 지식은 깊은 이해를 위한 기본 바탕이 되고 역량은 지식을 기반으로 발휘되며 향상된 역량은 다시 지식을 업데이트하고 적용에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OECD가 이번에 ‘2030 역량’을 재개념화 하였는데 아래 [그림 2]는 Skills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림 2] 재개념화 한 2030 역량의 개념 틀(OECD, 2016)

 

위 [그림 2]를 보면 한국에서는 ‘역량’으로 부르는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사회적·정의적 능력, 상위인지 능력, 협업능력, 공감능력, 자기통제력, 손재주> 등을 ‘Skills’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competencies를 ‘역량’이라 부르고 skills를 ‘기능’으로 부르는 것이 엄밀한 규칙은 아니다. 역량이란 어휘의 의미역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맥락에 맞게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역량의 개념은 이렇게 정의와 실체, 경계 모두가 혼란스럽다.

 

역량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역량의 특성도 알아야 하고 역량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는 물론 각 역량이 어떻게 길러지는지 또 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역량의 개념을 안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역량이란 무엇인가?”, “지식과 기능, 역량의 관계는 무엇인가?”, “역량은 지식의 활용과 어떻게 다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에 대해서도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명쾌한 대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전 세계는 OECD를 포함해 아직 역량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Q2. 2015개정 교육과정에 핵심역량 6가지를 도입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2015개정 교육과정에 핵심역량 6가지를 도입한 것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는 이번의 역량 도입을 두고 ‘학교교육의 목표 = 핵심역량의 함양’처럼 교육목표의 전면 전환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2015개정 교육과정을 주도했던 학자들의 해석은 이와 매우 다르다. 연구자들의 해석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가령 “학교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의 대답으로 6가지 역량을 규정한 것이라면 2015개정 교육과정을 역량중심교육과정이라고 할만하다. 이 경우는 곧 기존의 ‘교과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을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것은 2015개정 교육과정 연구진들의 의도가 아니었다고 한다(황규호, 2016).

 

6가지 핵심역량을 규정한 것에 대해 또 다른 해석이 있다. “교육과정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서는 교육의 최종 결과물로서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목표를 평가 및 측정 가능한 구체적인 수행능력으로 명료화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역량의 성취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가급적 구체적이고 세분화된 역량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는 행동주의적 접근이고 환원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며(박민정, 2009, 이원희 2015), 2015개정 교육과정 연구진이었던 황규호(2016)는 이런 비판이 타당성을 갖는다고 보았다.

 

역량의 개념을 2015개정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방안으로 이상의 두 가지 해석에 대서 연구진들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황규호, 2016). 황규호는 세 번째 해석으로 ‘창의융합형 인재가 갖추어야 할 능력’이나 ‘학습경험의 질이 개선된 상태의 특징’을 구체화해주는 방안의 하나로 역량의 개념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요컨대 세 번째 해석은 역량 논의를 교과교육을 통해 기대하는 ‘학습자의 능력과 자질의 변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초점을 명료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연수 자료에서는 ‘학교교육의 목표 = 핵심역량의 함양’을 천명하고 있다. 역량교육에 대해 OECD를 포함해 아직 세계적으로 연구도 제대로 안 된 상황을 고려할 때 평가원은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 학교교육의 목표를 핵심역량으로 규정하는 데는 타당한 절차를 밟는 신중함이 필요했다. 아직 역량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개발되는 과정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 역량이 어떤 방법으로 가장 잘 길러지는지, 지도를 통해 역량을 향상시키거나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핵심역량이 학생의 수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등 아직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많으며, 이에 대한 더 많은 연구와 지식이 필요한 상황이다(Measuring 21st Century Competencies: Guidance for Educators, RAND Corporation, 2013). 학교교육이라는 제약과 교실 수업과 평가의 맥락을 고려할 때 핵심역량 그 자체를 그대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핀란드는 7가지 범교과 역량을 기술하면서 이 중에서 ‘competence’라는 단어를 붙인 것은 Cultural competence, Digital competence, Working life competence 세 가지뿐이다. 이 세 가지는 일종의 기능으로서 평가 가능한 역량으로 여겨진다.

 

역량교육의 실체도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교과별 도입 적합성의 검토도 없이 전과목을 대상으로 역량교육을 도입한 것은 문제다. 이것이 역량교육을 실제 실천해 보려는 교사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런 혼란을 주시하고 조기에 수습해야 할 것이다.

 

 

Q3. 역량교육에 대한 비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역량교육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행동주의적 접근이고 환원주의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박민정, 2009, 이원희 2015) 외에 역량은 맥락 의존적이기 때문에 전이가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그리고 역량중심교육의 위험성을 가장 상세히 지적하고 있는 책들이 있다.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세계적 추세를 소개하고 있는 책 『Reinventing the Curriculum(2013)』은 그 위험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첫째, 역량기반교육은 분절적 교육과정?: 모든 교육행위가 미래사회에 필요한 수행능력을 기르는데 맞춰진다면 교사의 주된 역할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학생의 수행능력의 도달 수준이나 여부의 확인에 초점을 두게 된다. 아마 교사 연수도 이를 중심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는 좋은 교육이란 무엇이고 좋은 교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는 교육과정 운영을 통합적이기보다는 분절적으로 운영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둘째, 역량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지 않은가?: 역량의 습득은 훌륭한 수행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며 충분조건은 아니다. 주요 역량을 다 습득했다고 해서 특정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추가적 조건이 필요하다. 역량(competence)이 수행(performance)으로 전이되기 위해서는 ‘판단력(judgement)’과 같은 능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역량은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고 판단력은 언제,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나 학생들이 역량을 갖추더라도 그들이 마주하는 과제는 늘 새롭고 특수하기 때문이다.

 

셋째 역량교육의 강화는 새로운 행동주의?: 역량중심 교육은 외부로 드러나는 수행과 행동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출 위험성이 있다. 그 결과, 사고(思考), 이해, 성찰, 판단 등과 같은 내적인 것을 소홀히 할 수 있고, 수행의 ‘why’, ‘how’에 관련된 지식의 비판적 이해에도 소홀해지고 학습자의 행동 수정에 몰두할 우려가 있다. 평가(assessment)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동과 수행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하면 이런 수행에 수반되는 지식, 이해, 판단 등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한 상황들의 발생은 교육을 지나치게 실제적인 삶의 상황(real life)과 연결시키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과거 논쟁을 다시 불러올 것이다.

 

넷째, 학생은 적응의 존재인가 능동적 수행자인가?: 역량의 설정이 기존의 관행과 상황이 요구하는 것에 바탕을 둔다면 이런 역량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향한 것이 된다. 그러나 학습자들이 마주하게 될 미래의 도전적 현실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수반하게 된다. 역량 설정의 또 다른 문제점은 이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 성공적인 삶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개인들이 원하는 삶, 성공적인 삶은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역량에 대한 규범적 설정은 교육을 적응의 도구(instrument of adaptation)로 전락시키고 학생들이 민주적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될 것이다.

 

다섯째, 규범적 접근인가 가치적 접근인가?: 역량의 설정은 미래 상황을 예상하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 교육이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문제라기보다 가치와 규범적인 판단의 문제를 포함하게 된다. 역량이 작동하는 프로세스는 늘 무엇이 가장 훌륭한 수행인가란 가치 판단에서 시작한다. 역량이 과제 수행의 범위를 넘어 가장 바람직한 삶은 무엇인가의 문제로 확장될 경우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진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들마다 그리는 바람직한 삶의 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역량의 설정과 이에 대한 강조는 늘 정당성 문제를 수반한다. 어떤 특정 관점이 정당화될 수 있고, 이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누가 참여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이 학생을 지도 및 개입의 대상으로 보느냐 학생을 자신의 행동과 책임을 주체적으로 지는 존재로 보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1

 

교육을 역량중심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한 또 다른 경고를 보자. ‘학교교육 제4의 길’이란 책의 저자이기도 한 Andy Hargreeves는 21세기 역량을 다룬 책 『21st Century Skills(James Bellanca & Ron Brandt, 2010)』에서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에 대한 위험성을 아래와 같이 경고하고 있다.

 

첫째, 신경제가 요구하는 고도의 역량에 대한 필요성이 과장되어 있을 수 있다. 21세기 역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둘째, 역량을 강조하는 교육에서는 사회정의와 불평등의 완화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직업세계에서 요구하는 역량에 비해 도덕성, 윤리성, 격차의 완화,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다문화 사회 구축, 환경 문제, 빈곤 문제, 삶의 질 등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룬다.

 

셋째, ‘21세기 역량’의 교육은 좋은 취지와는 달리 정치가들이 임기 내 업적을 내려는 욕심에 학교를 닦달하고 끊임없이 개입하게 한다. 여전히 표준화 시험 성적을 중시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개혁과 개입은 오히려 학교교육을 후퇴시킨다.

 

넷째, 역량교육이란 의제는 속도와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피상적 참여와 피상적인 상호작용이란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이는 가슴 뛰게 하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의 이념과 목표, 교수학습의 질을 혁신하기 위한 진정한 전문가 공동체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고, 장기적 목표보다 늘 단기적 목표에 초점을 두게 한다.2

 

아울러 최근에는 역량은 영역 의존적이어서 전이가 어렵고 실제 전이가능한 지식은  개념적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를 바탕으로 하는 심층적 지식(deep knowledge)이란 주장이 인지과학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힘을 얻고 있다. 관련 책들이 세계의 권위 있는 출판사에서 속속 발행되고 있다. 한국도 2015개정 교육과정이 역량을 도입한 것의 의미를 재점검하고 핀란드처럼 현실성 있는 역량교육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Q4.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은 어떤 관계인가?

 

지금까지 한국은 지식기반교육을 폄하하면서까지 역량기반교육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는 역량교육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된다. 역량기반교육의 실체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의 관계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일반 역량(적어도 정신능력과 관련된 일반 역량)의 교육에 있어서는 교과지식 교육과 일반 역량교육은 상호 경쟁적이라거나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수 있는 그러한 관계로 보아서는 안 된다. 올바른 지식교육은 정보의 기억을 넘어서는 많은 능력을 요구하며, 이러한 지식교육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정신역량의 교육은 형식으로서의 부소능력에 대한 도야와 훈련이 그러하였듯이 공허한 일이 될 것이다. 역량 없는 지식은 무기력하고, 지식 없는 역량은 공허하다”(황규호, 2018).

 

위의 인용 내용처럼 지식과 역량은 상하 관계가 아니며 서로 경쟁하는 관계도 아니며 분리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 두 가지 접근의 특성과 차이를 비교해 보고자 한다.

<표 1>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의 비교3

 

위의 표에서 보듯이 역량은 맥락 의존성이 높아 다른 상황에 전이가 어렵고,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며 평가의 결과는 신뢰성이 낮다. 따라서 대입시 등의 선발에 활용하기 어렵다. 아직 역량교육은 이론과 실천에 대한 연구가 많이 미흡하다. 게다가 역량교육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다(→ Q3. 역량교육에 대한 비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하지만 무기력한 지식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한 방편이나 지식기반교육의 보완재로서 역량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지식기반교육과 역량기반교육은 용어의 차이만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기반교육이 깊은 이해를 수반하는 개념적 지식의 수준에 이르면 이는 전이 가능한 역량의 영역과 맞닿게 된다. 그럼에서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지식교육을 폄하하고 역량교육에 대한 막연한 선호 분위기가 있다. 역량교육을 지식교육의 무기력함을 해결하는 하나의 해결책으로 본다면 이는 매우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분위기와 발상은 OECD를 포함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역량(competencies)을 “지식, 기능(skills), 태도와 가치를 포함하는 총체적인 개념”(OECD, 2018)처럼 그럴싸하게 정의함으로써 지식을 역량의 하위 요소로 인식하게 하는 데서 기인한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점을 경계해야 한다. 지식교육의 무기력함은 학교교육을 대입시의 종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깊은 이해와 지식의 활용 강화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지식교육의 무기력함을 실체도 불분명한 역량교육의 강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Q5. 2015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교육과정인가?

 

2015개정 교육과정은 단적으로 말해 역량중심교육과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 교육과정 총론에 핵심역량 6가지를 도입하고 각 교과별로 교과역량을 규정해 놓았을 뿐이다. 교육과정 내용체계는 핵심개념과 일반화된 지식,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어 핵심원리 중심의 심화된 지식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성취기준은 기존의 지식기반교육의 성취기준 끝에 ‘설명하다, 비교하다, 적용하다. 분석하다, 평가하다’ 등의 기능 중심의 용어를 붙여놓았을 뿐이다. 실제 예로 고등학교 사회과 ‘자연환경과 인간’ 단원의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살펴보자.

<표 2> 고등학교 사회과 성취기준·평가기준의 예

 

위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보면 교육과정 내용체계의 ‘일반화된 지식’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화된 지식’은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 역량교육 바루기(1))을 넘어 원리와 일반화의 단계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해중심교육과정 이론에 따르면 영속적 이해에 해당된다. 이런 지식은 ‘깊은 이해’에 해당되어 전이가 가능하다. 또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는 역량의 정의에 포함된 ‘가치와 태도’ 같은 것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성취기준은 여전히 지식중심교육과정을 따르고 있으며 역량중심교육과정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겠다.

 

<예고> 다음 칼럼 ‘역량교육 바루기(3)’에서는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역량기반교육에 대해 추가적으로 알아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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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1. 필자가 요약함
  2. 2. 필자가 요약함
  3. 3. 4Cs – 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ollaboration, Creativity(미국); 6Cs – Character, Citizenship, Collaboration, Communication, Creativity, Critical thinking(Fullan)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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