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 ‘다문화교육’ 실행하기

출처: https://www.i-nuri.go.kr/main/board/index.do?menu_idx=105&manage_idx=31
국가 간 개방과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제결혼과 노동 이민이 늘어나면서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와 더불어 BTS를 포함한 K-pop 시장의 확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등의 국제사회에서의 인정 등 한국의 문화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거주를 희망하는 외국인과 유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양부모 혹은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 국적이 아닌 가정이 증가하면서 이들 자녀의 적응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증대되었고, 20여 년 전부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포함한 국가 부서에서 일반유아와 다문화가정 영유아를 위한 다문화교육 및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급하였다.
기존의 영유아 다문화교육은 미술, 음악, 과학처럼 특정 주제와 목표가 포함된 교육계획안을 중심으로 한 일회성 활동으로 교육현장에서 이해되었다. 다문화교육의 구성요소는 다양성에 초점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활동이 의상, 음식과 날씨 등의 ‘차이점과 유사점’에 초점을 두거나 기본적인 인사말을 배우는 형태로 진행되어 피상적인 형태의 ‘여행자 교육과정(tourist curriculum)’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하였다(이연선, 2014). 혹은 ‘다문화가족의 날’이나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요리수업’과 같은 일회성의 행사 등으로 실행되는 경우가 많았다(이연선, 윤갑정, 견주연, 2012). 영유아 다문화교육은 이제 개정 누리과정의 유아중심·놀이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새롭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한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가 의도와는 달리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양산한다는 우려가 있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일반유아의 이해에 초점을 둔 다문화교육보다는 문화다양성 교육, 문화적 감수성, 인권감수성 교육 등으로 미래사회에 필요한 필수역량으로 다문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영유아 다문화교육에 대한 재개념화와 인식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간략하게 네 단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유아 교사가 갖고 있는 다문화적 역량과 이해방식에 따라 여러 다른 형태의 다문화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 1단계: 2019 개정 누리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의 핵심을 이해하기 |
| 다문화교육을 실행하기에 앞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이해한다. 개정된 누리과정은 영유아기에 있는 ‘아이들의 삶은 놀이이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성장한다’라는 철학과 아이상을 바탕으로 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과 4차 표준보육과정의 핵심인 영유아중심·놀이중심에 대한 개념이해가 우선되면 다문화교육을 일회성 수업이나 행사 형태가 아닌 일상 속에서 개별 영유아의 고유성과 교실의 다문화성을 발견하고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형태로 영유아 다문화교육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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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단계: 나의 다문화 관련 개념과 인식 점검하기 |
| 다문화 관련 개념에 대한 나의 생각과 인식을 점검해본다. ‘다문화교육’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려보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생각들을 자유롭게 써본다. 많이 생각나는 부분이 있고 그와 반대로 떠오르지 않는 개념들도 있을 수 있다.
<영유아 다문화교육 관련 여러 이미지>
출처: http://cafe.naver.com/primehanshin/4195 |
| 3단계: 유아 다문화교육에 대한 최근 철학과 접근방식 이해하기
– 문화다양성, 인권감수성, 다문화 감수성, 세계시민교육, 존재론적 관점 |
| 유아교사는 교실에서 문화지도를 제작하는 사람이다. 교실에서 다문화지도를 제작하라면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세계관과 철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론적, 인식론적, 존재론적 전환이 필요하므로 본질적인 도전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교실을 다문화적으로 운영했다 하더라도 나의 이념적 근거가 동화주의, 다문화주의, 국수주의, 전통주의, 세계주의 등 어디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오히려 동화주의 혹은 한국 자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지나치게 강한 전통주의 형태로 운영을 해왔을 수도 있다.
동화주의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혀서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문화다원주의는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모국어와 자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지킬 수 있도록 장려한다. 나는 어느 방향으로 향해 있을까? 두 접근에 따라 교실에서 다문화교육의 실천이 어떻게 다를까?
존재론적 관점에서 볼 때 개인 고유의 존재방식이 있는 그대로 수용되는 것이 다문화성의 실현이다. 「제 4차 어린이집 표준보육과정」에서도 영유아 기본 권리의 개별 보장을 중시하며 영유아는 개별적인 특성을 지닌 고유한 존재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4차 표준보육과정, p.10).
문화다양성이란 국적, 성, 인종, 종교, 지역, 성별, 세대, 장애, 성적 지향, 이데올로기 등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는 편견, 차별, 존중과 배려와 같은 다문화적 요소를 포함시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다문화감수성과 더불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개념은 인권감수성이다. 세계인권선언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인간은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은 저마다의 사회문화적 특성에 기인한다. 다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인권은 문화성과 뿌리 깊이 연결된다. 그런데 아이들의 놀이와 일상 속에 다문화성이 녹아있기 때문에 다양성이 공존하는 다(多)문화적 교실이야 말로 문화적 다양성과 인권감수성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된다. |
| 4단계: 영유아교사의 역할은 문화전도사! |
| 영유아교사는 아이들이 가정으로부터 가지고 오는 문화성을 알아채고 다른 아이들과 문화성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켜보는 문화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다문화성이 교실에서 작동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교실에서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균형 잡힌 결정을 하도록 도우며 아이들과 다양한 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다. 문화적 민감성(cultural sensitivity), 인권감수성, 다문화적 경험 정도에 따라 교사의 다문화적 역량이 결정되는데, 교사는 다문화성을 차단시키기도 하고, 이를 품을 수도 있다. 각국의 인사말을 가르치거나 음식의 유사성과 차이점 등 피상적 문화에 초점을 맞춘 특정 형태의 다문화교육 수업을 준비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와 생활을 지켜보면서 문화전도사가 되어 다문화성이 풍부한 교실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
‘열린 인간(Homo Non-Clausus)’을 꿈꾸며
“변화하는 세계 속의 인간상”을 주제로 2018년 10월 한국에서 개최된 The 5th World Humanities Forum 2018: ‘The human image in a changing world’, 이 세계인문학포럼의 키워드는 ‘열린 인간’이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대 지구촌 사회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는 다문화감수성, 인권감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세계시민의식이 요구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에 대한 개념이자 지구촌 시대의 인간상은 ‘열린 인간(Homo Non-Clausus)’이 될 것이다. 미래사회와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립은 다문화성과 세계시민의식을 어렵지 않게 수용하게 해주고,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 우리 교실을 조금 더 문화적으로 민감하고 균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교사 스스로 미래사회에 대한 비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다문화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어린이들을 키워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삶을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규칙과 불평등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면 다문화교육에 대해 좀 더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이연선, 윤갑정, 견주연(2012). 유아다문화교육의 의미 탐색 및 실제적 제언: 석·박사학위논문을 중심으로, 유아교육연구 32(3), 117-140.
• 이연선(2014). 유아교사와 희망유아교육사의 다문화적 경험에 대한 다문화교육의 의미탐색. 유아교육학논집 18(2), 247-267.
• 이연선(2022). 영유아다문화보육 교사교육 자료집. 보육진흥원.
• 교육부(2020a). 놀이연계자료1- 우리는놀면서 배워요. 세종: 교육부.
• 교육부(2020b). 학부모 교육과정 이해 및 놀이연계자료 활용 안내서. 세종: 교육부.
• 교육부, 보건복지부(2019).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 세종: 교육부.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