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25) – <원리 24>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Meaning makes Memory).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에 관한 칼럼은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리의 이해와 적용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때 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원리 24>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Meaning makes Memory).’를 소개하고 이 원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원리 24>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Meaning makes Memory). |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라는 말이 약간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이는 ‘학습할 내용이 얼마나 의미 있느냐가 얼마나 잘 기억되는가를 결정한다.’와 같은 뜻이다.
인간의 뇌는 시시각각 접하게 되는 정보를 의미 유무에 따라 저장하거나(save) 삭제한다(delete). 즉 뇌는 기억할 필요나 가치가 있는 정보는 저장하고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은 삭제한다. 이는 생존을 위해서다. 자신의 모든 경험이나 주변의 모든 자극을 다 기억하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고 저장도 어려우며 나중에 필요할 때 찾기도(회상하기도) 효율적이지 못해서 인간은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여 기억하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교사는 학생 각자에게 의미 있는(기억할 가치가 있는) 수업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그런데 의미가 있고 없고는 교사의 입장에서 결정되는 요소가 아니다. 배우는 내용에 대한 가치 판단은 학습자에 의해, 더 정확히는 학습자의 자기 시스템(self-system)1의 작동에 의해 결정된다.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라고 할 때의 ‘의미(meaning)’가 어떤 뜻인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국어사전에서는 의미를 ‘① 말이나 글의 뜻, ② 행위나 현상이 지닌 뜻, ③ 사물이나 현상의 가치’처럼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의미’의 뜻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고 할 때의 ‘의미’는 사전의 3가지 뜻을 다 내포하고 있지만 이번 칼럼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②③의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뇌는 의미 있는 정보만 기억하는데 이때 ‘의미 있는’이란 학습자에게 ‘중요하고 가치 있는’이란 뜻이다.
예를 통해 ‘의미’의 유무를 판단해보자. 고3 교실에서 실수를 않기 위해 수능 예상 문제를 반복해서 푸는 일은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은 이런 교육은 가치가 낮다고, 즉 의미가 없거나 부족하다고(의미의 정의 ③에 해당) 말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대학에 진학하지 않을 학생들에게는 수능 예상 문제 풀이가 ‘의미’ 없겠지만 대학에 정시로 진학할 학생들에게 문제 풀이 수업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또 다른 예로, 뜻을 알지도 못하는 시를 암송하라는 과제는 학생에게 ‘의미’가 있을까 없을까라고 묻는다면 이런 암송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음날 수업 시간에 모든 학생들이 이를 발표해야 한다면 이를 발표하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를 암송하지 못하면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의미’란 어떤 정보 자체가 가진 뜻보다는 학습자 자신이나 자신의 삶과의 관련성(relevance)을 통해 드러나는 속성을 갖고 있다.
결국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는 ‘의미가 없는 정보는 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혹은 ‘뇌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만 기억한다’와 거의 같은 뜻이 된다. 이는 의미와 기억에 관한 다음의 두 가지 빅 아이디어(big idea)로 정리될 수 있겠다.
“내용이 유의미할수록 그만큼 더 잘 기억된다(The more meaningful the content, the better it is remembered).”
“정보처리 과정에 의미가 개입되면 될수록 회상도 그만큼 더 용이해진다(The greater the meaningfulness of processing, the greater the recall).”
따라서 이번 칼럼의 최종적인 목표는 효과적인 학습과 기억을 위해 의미 있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있다 하겠다.
먼저 앞서 언급한 의미와 기억에 관한 두 가지 빅 아이디어에 관련된 실증적 연구가 있어서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은 ‘정보를 처리할 때 의미가 어떤 수준으로 개입되느냐에 따라 기억률이 달라지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이러한 연구 내용은 효과적인 수업 설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해 준다.
◉ 의미의 수준에 따른 기억률 비교
• 연구1 (Craik and Tulving, 1975)
대학생들에게 어떤 단어에 대해 아래 <도표 1>처럼 4가지 질문을 낮은 의미(처리) 수준부터 높은 의미(처리)수준2까지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예” 혹은 “아니오”로 답하게 한 후 나중에 예고 없이 그 단어의 회상률을 조사했다.
<도표 1> 의미의 개입 수준에 따른 어휘 회상률 비교
| 의미(처리) 수준 | 질문 | 회상률 |
| 매우 낮음 | 그 단어는 대문자 혹은 소문자로 되어 있는가요? | 16% |
| 낮음 | 그 단어의 운(rhyme)이 단어 ‘~’와 같은가요? | 57% |
| 높음 | 그 단어는 ‘~’라는 범주(category)에 속하는가요? | 78% |
| 매우 높음 | 그 단어는 다음 빈칸에 알맞은 말인가요? | 90% |
위 도표를 보면 의미의 개입 수준이(정보처리의 수준이) 낮을수록 회상률이 낮고 의미의 개입 수준이 높을수록 회상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때 그 원인이 단순히 통념처럼 학생의 집중력과 기억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수업 방식에 있어서 의미의 개입 수준, 즉 정보처리의 깊이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효과적인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소중한 시사점을 준다.
• 연구2 (Anderson & Hidde, 1971)
24명의 대학생들에게 30개의 문장(주어가 명사이고 동사와 목적어가 있는)을 주고 발음이 얼마나 가능한지 등급을 매기게 하거나 각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imagery)의 강도에 등급을 매기게 한 다음, 예고 없는 테스트를 통해 주어진 주어(subject)를 단서로 삼아 그 문장의 동사(verb)와 목적어(object)를 회상하게 했다. 그 결과 문장의 이미지 강도에 등급을 매긴 집단은 65%를 바르게 회상했고, 발음 가능성에 등급을 매긴 집단은 25%를 바르게 회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를 통해서도 ‘형태’에 주의를 집중시킨 정보처리보다 ‘의미’에 주의를 집중시킨 경우의 기억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구3 (Anderson et al., 1971)
서로 다른 두 집단에게 다음 두 개의 문장을 주고 한 집단에게는 문장(a)의 빈칸을 채우게 했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문장(b)을 단순히 읽게만 했다.
a. Elevators stop at every .
b. Elevators stop at every floor.
그 결과 빈칸 채우기를 했던 집단이 단순히 읽기만 했던 집단에 비해 회상률이 10%나 더 높게 나타났다. 전자의 경우가 의미 수준(정보처리 수준)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 연구4 (Howe, 1970)
서로 다른 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집단에게는 하나의 산문 단락(prose passage)을 읽어주면서 의미 있는 요소(meaningful elements)를 메모하게 했고, 다른 한 집단에게는 동일한 산문 단락을 읽어주며 듣게만 했다. 1주일 후 의미 있는 요소의 기억률을 조사했더니 전자는 34%였고, 후자는 5%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읽으면서 주요 사항을 메모하는 경우는 의미의 크기 정도를 끊임없이 평가하면서 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경우보다 정보의 의미 파악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 수업 적용
학교수업에서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라는 학습과학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학교수업에서 가르친 것이 기억으로 남지(학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차적으로 이는 학교수업 내용의 의미 부족(lack of meaning)과 관련이 깊다고 봐야 한다. 몇 년 전 핀란드 학생의 절반 이상이 학교교육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업을 거부하는 것도,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학교 다니는 것의 ‘의미’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마주한 도전적 과제는 표준화된 교육과정 테두리 속에서 어떻게 매 시간 수업을 학생들 입장에서 의미 있게(meaningful) 구성할 것인가일 것이다.
1. 학습을 의미 있게 만드는 전략
글의 앞부분에서 ‘의미’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연구 사례를 통해 의미의 수준에 따라 기억률이 달라진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학습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아마도 짐작이 갔을 것이다. 학습을 학습자에게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한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학습자의 선택권과 결정권 강화하기
어떤 과제가 주어졌을 때 이에 적극 참가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뇌의 자기 시스템(self-system)이 결정을 하는데 이를 구성하는 첫 번째 요소가 ‘내게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가?’이다. 이렇게 뇌는 과제를 마주하면 가장 먼저 ‘내게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학습에서 의미야말로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첫 번째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의미 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배울까에 대해 학습자의 의견을 들으며 함께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습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강화할 때 배우는 내용과 방법이 학습자 입장에서 더 의미 있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학생중심교육(student-centered education)을 지향하는 것이며 이는 ‘교사중심(teacher-centered) → 학습자중심(learner-centered) → 학습자주도(learner-driven)’처럼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습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학습자를 참여시키고 수업혁신에 학습자를 파트너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개별화 지도 역시 학습자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존중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수업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2) 사전지식과 연결시키기
새로운 정보와 이와 관련된 사전지식(prior knowledge)과의 연결은 의미를 부여하고 기억을 용이하게 해준다. 이렇게 의미의 이해(학습)(meaning-making)는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의 연결을 통해서 일어난다. 따라서 효과적인 수업은 연결이 활발한 수업이다. 의미의 이해가 연결을 통해 일어나는 것을 예를 통해 살펴보자.
(1) 전화번호 416-8282, 518-8585의 기억
예를 들어 416-8282, 518-8585라는 전화번호가 있다면 이를 읽는 순간 416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짜와, 또 8282는 ‘빨리 빨리’와, 518은 광주민주화운동과, 또 8585는 ‘바로 바로’와 연결되면서 각 숫자는 의미를 갖게 되고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
(2) 단어의 철자 순서가 뒤섞인 문장의 이해
다음 문장을 읽어보자.
| Aoccdrnig to a rseearch at Cmabrigde Uinervtisy, it deosn’t mttaer in what oredr the ltteers in a word are, the olny iprmoetnt tihng is that the frist and lsat ltteer be at the rghit pclae. The rset can be a total mses and you can still raed it wouthit porbelm. |
첫 단어 Aoccdrnig to를 눈으로 보는 순간 뇌는 이와 가장 유사한 것을 장기기억 속의 사전지식(일종의 패턴)을 뒤져 찾는다. 그 결과 이는 According to와 가장 유사한 지식(정보)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Cmabrigde Uinervtisy의 경우는 Cambridge라는 고유명사와 university라는 단어를 사전에 알고 있지 못하다면 이를 해독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급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위 네모 칸 안 단어들의 철자 순서가 대부분 틀리지만 의외로 문제없이 읽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테면 mttaer는 matter로, in what oredr를 in what order로, iprmoetnt tihng은 important thing으로, rghit pclae는 right place로, rset는 rest로, total mses는 total mess로, wouthit porbelm은 without problem으로 바른 철자를 확인하고 의미를 이해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읽는 사람이 주어진 새로운 정보(네모 칸 안의 내용)를 구성하는 각 단어와 유사한(혹은 동일한) 단어들을 사전지식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에 의하면’, ‘중요한 것’, ‘제자리’와 같은 우리말 사전지식도 있기 때문에 뇌는 어렵지 않게 바른 철자의 단어들로 바꾸어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의미의 파악)는 새로운 정보와 이와 유사하거나 관련된 사전지식의 연결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따라서 사전지식이 풍부한 사람은 이해가 빠르고 기억도 잘하게 된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배경지식(사전지식)을 구축하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3) 이전에 배운 내용의 회상을 촉진하는 질문
질문의 목적 중 중요한 것 하나가 새롭게 배우는 내용과 사전지식과의 연결을 돕고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정보의 의미 파악을 돕기 위해서는 학습자로 하여금 새로운 정보와 관련 사전지식이나 경험과 연결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수단의 하나가 질문이다. 아래와 같은 성격의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 이전의 경험에 관한 질문을 한다(예: 이런 내용 전에 들어본 적 있나요?).
• 이전에 배운 개념의 이해에 관한 질문을 한다(예: 어떤 것이 성공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 다른 과목이나 이전 단원에서 배운 것을 지금 배우는 내용과 연결시키는 질문을 한다(예: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서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요?).
• 흥미로운 것보다는 중요한 것(what’s important, not what’s interesting)에 초점을 두는 질문을 한다.
• 깊은 학습, 깊은 이해, 깊은 의미에 이르기 위해서는 고차원적 열린 질문을 던진다(예: essential questions).
• 학습자가 답하기 전에 기다리는 시간(wait time)을 충분히 제공한다.
또한 사전지식과의 연결을 위해서는 사전지식의 활성화(activating)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관련된 과거 경험을 불러낼 필요가 있다. 예로, 초등 수학 수업에서 분수의 개념을 도입할 때 학생들로 하여금 피자를 동일한 크기의 여러 조각으로 잘랐던 경험, 혹은 여러 조각으로 잘려진 피자를 떠올리게(기억에서 불러오게) 할 수 있다. 각 조각을 분자로 하고 조각의 전체수를 분모로 할 경우 분수의 개념은 학생의 과거 삶의 경험과 연결되면서 의미를 갖게 되고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또 지구촌의 서로 다른 지역 간의 시간대(time zone)의 개념을 배울 때는 해외에 사는 친척이 있다면 해외 그 지역의 표준시와 한국의 표준시 간의 차이에 대한 산출 경험이 있었을 것이기에 이런 경험을 활용하는 것도 시간대에 대한 의미를 깊게 부여하는 방법이 된다.
한편 사전지식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는 KWL 차트 작성케 하기, 주제 관련 그림·사진·어휘 등을 교실의 4개 모퉁이에 게시하고 돌면서 자신이 아는 것을 쓰게 하기,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을 직접 방문하는 체험학습(field trip)하기, 사이버 상의 가상 체험학습하기,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s)3 제공하기 등이 있으며, 이 모두가 사전지식과의 연결을 중시하는 수업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사전지식의 활성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면 ‘<원리 1> 새로운 지식의 이해는 사전지식의 참조를 통해 일어난다’를 참조하시기 바란다(http://21erick.org/column/5633/).
새로운 정보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metaphor)를 사용하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다. 가령 ‘의미가 있는 정보는 뇌가 기억하고 의미가 없는 정보는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뇌는 의미가 있는 정보는 저장 버튼(save button)을 눌러 저장하고, 의미가 없는 정보는 삭제 버튼(delete button)을 눌러 삭제한다’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이는 컴퓨터의 저장 및 삭제 기능과 이에 대한 학습자의 과거 경험을 연결시킨 경우라 할 수 있다. 또 “삶은 한편의 연극과 같다. 세상은 무대며 모든 남녀는 연기를 하며 삶의 각 단계를 살아내는 배우다(윌리엄 섹스피어)”, “오늘 서울의 날씨는 마치 사우나 같다.”라는 표현들도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사전지식에 연결시켜 의미를 더 명료하게 한 경우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비유는 어려운 화제를 친숙하고 흥미로운 것으로 바꾸어 주기 때문에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해준다.
(4) 기억술(mnemonics)의 활용
기억술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기억할 단어의 두문자만 따서 의미 있는 두문자어(acronym)를 만들어 기억과 회상이 용이하게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효과적인 학습에 필요한 5가지 요소: <States(마음상태), 학습의 의미성(Meaningfulness), 주의 집중하기(Attention), 기억과 회상(Retention and Recall), 전이(Transfer)>의 두문자를 따서 SMART라는 두문자어를 만들면 smart(현명한)라는 사전지식과 연결되면서 의미가 부여되고 기억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 피드백을 위한 RISE 모델: 피드백을 할 때 고려해야 할 4가지 요소인 <숙고하다(Reflect), 질문하다(Inquire), 제안하다(Suggest), 수준을 높이다(Elevate)>의 두문자를 따서 RISE라는 두문자어(acronym)를 만들면 rise(오르다, 증가하다)라는 사전지식과 연결되면서 의미가 부여되고 기억도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숙고하다(Reflect)’는 교사가 피드백을 주기전에 어떤 내용을 어떻게 줄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을, ‘수준을 높이다(Elevate)’는 학습자가 다음에 과제를 수행할 때는 더 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5) 단서정보 제공으로 맥락을 부여하기
그 자체만으로는 정보의 의미 파악이 어려운 경우 단서정보(prompts)를 제공하면 이것이 어떤 맥락에서 쓰인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어 의미 파악이 한결 쉬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다음 두 문장을 읽고 기억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회상하게 할 경우 두 문장을 정확히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 각 문장의 내용이 무슨 뜻인지 또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기 때문이다.
① The notes were sour because the seams split.
② The haystack was important because the cloth ripped.
그러나 문장 ①에 대해서는 ‘백파이프’4를, 문장 ②에 대해서는 ‘낙하산’을 단서정보로 제공하는 순간 두 문장의 의미는 분명해지고 기억(retention)도 용이하며 회상(recall)의 정확성도 증가한다. 참고로 두 문장의 의미는 각각 ‘① (백파이프의) 솔기가 터져서 소리가 듣기에 거북하다 ’, ‘② (낙하산의) 천이 찢어져서 건초더미가 중요했다’이다.
3) 정보의 패턴 파악하기
패턴(pattern)은 일정한 형태나 유형을 말하고, 패턴화(patterning)는 정보를 연결하고 조직·분류하여 의미가 드러나게 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렇게 의미는 패턴의 탐색(seeking, detecting)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뇌는 생존을 위해 주위 환경으로부터 패턴을 탐색하고 식별하는데 매우 능숙하다. 그래서 뇌를 패턴 탐색기(pattern-seeking device)라고 부른다. 새로운 정보가 뇌로 들어오면 뇌는 이와 잘 들어맞는)(fit, matching) 사전지식(prior knowledge–facts, patterns, schema)을 찾게 된다. <도표 2>가 이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것을 찾지 못하면 뇌는 범주화, 분류 등을 통해 계속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패턴을 파악하는데 실패하면 새로운 정보는 소실되고(버려지고) 만다. 이렇게 패턴의 파악은 탐색(detection), 확인(identification), 이해(understanding)로 구성되는 ‘의미 부여’의 과정을 말하며 이는 곧 ‘학습’의 핵심 과정이기도 하다. 교육도 결국은 학생들에게 행동 패턴, 인지 패턴, 의사소통 패턴을 늘려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패턴 인식 능력은 전통적인 IQ검사의 주요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도표 2> 새로운 정보과 관련 사전지식(패턴)의 연결

http://www.senseandsensation.com/2013/03/encoding-how-to-make-memories-stick.html
위 도표의 부호화(encoding)5는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지식 패턴과의 연결(연합)(linking, association)을 통해 의미가 형성되고 드러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학습자가 학습하다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한다면 이는 ‘연결시킬 지식 패턴을 찾을 수 없다’ 혹은 ‘이와 비교해서 패턴을 파악할 배경지식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영어를 공부할 때 어휘, 문법, 구문, 단락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 또 수학 문제를 푸느냐, 못 푸느냐도 이 문제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보를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리하고 분석할 때 정보의 패턴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이 효과적인 수업으로 이어진다.
<도표 3> 정보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의 정리(구조화)
그렇다면 학습자가 정보의 패턴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교사가 돕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학생들이 정보 간의 관계를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시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앞에서 학습을 의미 있게 만드는 전략으로 소개한 ‘2) 사전지식과 연결시키기’, ‘3) 사실적 지식보다 개념(concepts)을 가르치기’, ‘4) 새로운 정보를 큰 그림(big picture)에 연결시키기’ 등이 있다. 또 적절한 질문을 통해 패턴의 발견을 도울 수 있다. 과학 과목이라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고 세상을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 새들은 하루의 다른 시각에 먹이를 먹는가?
• 벌들은 어떤 꽃을 좋아하는가?
• 모든 사과는 씨앗수가 같은가?
• 모든 사람들의 양손은 크기가 같은가?
• 우리 운동장에는 어떤 곳에 풀이 자라는가?
4) 사실적 지식보다 개념(concepts)을 가르치기
분절된 낱개의 사실적 지식을 가르치는데 초점을 두기보다 이들의 연결을 통해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에 이르게 하는 것은 깊은 이해(의미)(deep understanding/meaning)를 수반하는 효과적인 수업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는 점들을 연결하여 더 큰 의미를 구성하는(construct) 것이라 할 수 있다. 예로, <소, 개, 테이블, 사과, 소파, 체리, 사자, 말, 컴퓨터, 복숭아>라는 단어의 나열만으로는 각 단어의 의미 이외의 더 큰 의미를 읽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들 각 요소를 공통의 특성에 따라 아래와 같이 분류하게 되면 더 큰 의미(개념)가 도출된다.
• 동물 – 소, 개, 사자, 말
• 물건 – 테이블, 소파, 컴퓨터
• 과일 – 사과, 체리, 복숭아
유사한 예로, 아래 도표처럼 점을 이어 다양한 의미를 구성할 수 있다.
<도표 4> 점을 이어 의미를 구성하기(Mark Gritter, 2015)
위 그림에서 좌측의 11개의 점만으로는 그것의 정체가, 즉 의미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 11개의 점을 어떻게 잇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구성될 수 있다. 우측의 예를 보면 중간의 것은 작은 성당 건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들고 우측의 것은 뿌리가 넓게 내린 어떤 나무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학습에 있어서도 단원 전체를 꿰뚫는 핵심 개념(big idea)이나 포괄적 목표(overarching goals) 같은 것을 먼저 제시할 때 이어지는 구체적인 내용의 의미가 더 잘 드러나게 된다.
개념중심 교수학습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사실적 지식 중심의 학습이 대세를 이루었으나 이런 지식은 전이가 되지 않고 금방 잊혀서 쓸모가 적다.
아래의 <도표 5>은 사실적 지식에서 특정 개념을 도출하고 도출된 복수의 개념을 결합하여 시간, 문화, 상황을 초월하여 전이 가능한 이해(일반론, 원리)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도표 5> 개념기반학습의 원리 – 사회과목(Julie Stern et al., 2017)

의미의 측면에서 보면 사실적 지식은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되고, 문장 형태의 개념(bigger ideas)이라 할 수 있는 일반론(일반화된 지식) 및 원리가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개념기반 교수·학습을 강조한다면 이는 깊은 이해(deep understanding)와 깊은 의미(deep meaning)를 가장 높은 학습의 목표로 삼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깊은 의미를 도출하는 수업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깊이 있는 질문을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 “캔자스 유혈사태는 ‘갈등’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개념에 대한 질문)”
• “캔자스 유혈사태는 ‘자유’와 ‘갈등’ 사이 관계를 이해하는데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개념 간의 관계에 대한 질문)”
또한 위 두 가지 질문 중 두 번째와 같은 것이 시간, 장소, 상황을 초월하여 전이 가능한 의미를 분명히 드러내는 질문이라 하겠다.
5) 새로운 정보를 큰 그림(big picture)에 연결시키기
정보에 있어서 대표적인 큰 그림(big picture)은 제목, 주제, 개념, 핵심개념(big idea),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 등과 같은 것들이고 작은 그림은 세부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분(part)과 전체(whole)에서는 전체가 큰 그림이고, 세부사항(details)과 중심개념(central idea)에서는 중심개념이 큰 그림에 해당된다.
교사가 수업할 때 학습자들이 정보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분’보다는 ‘전체’를 먼저 제시하고, 세부사항보다는 핵심개념이나 중심개념을 먼저 제시한 후 새로운 정보를 이와 연결시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신문기사의 제목을 주지 않고 기사를 읽게 해보라. 제목을 주고 읽게 하는 경우보다 내용 파악이 훨씬 더 어렵다. 글의 주제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글을 읽으려면 예측이 불가능해 글의 내용 파악이 매우 힘들어진다. 나무를 설명하기 전에 숲을 먼저 소개하고 나무와 숲을 끊임없이 연결시키며 하는 수업이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이다. 새로운 정보(부분)와 배경지식(전체)과의 연결, 또 낱개의 활동과 단원의 핵심개념(big idea)과의 연결은 정보를 이해하는 핵심 과정이다. 역순설계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단원 역순설계 방식에서 단원 맨 앞에서 본질적 질문(essential questions)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많은 활동들을 이와 연결시키면서 지도할 때 학생들은 깊은 이해(enduring understanding)에 이를 수 있다. 역순설계는 그 구조 자체가 ‘전체’와 ‘부분’이 잘 통합된 단원 설계 방식이다.
6) 실제적 체험(hands-on)을 통해 배우기
가령 과학시간에 ‘마찰(friction)’의 개념을 도입하고 학습할 경우 이를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정의를 하고 설명을 한다면 학생들은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런 경우 학습한 것의 기억도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경사로를 몇 개 만들고 바닥 재료를 모래, 카펫, 시멘트, 양철판 등으로 다양하게 한 후 모형 자동차를 이 위로 달리게 했을 때의 각각의 소요시간을 기록하고 비교한다면 보다 쉽게 마찰에 대해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실제적인 체험을 통해 학습할 경우 모든 과정이 사전지식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해도, 기억도 잘 된다. 즉 의미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7) 감정이 수반된 수업하기
인간의 뇌는 감정이 실리거나 감정이 연결된 사건이나 내용에 우선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한다. 생존을 위해서다. 부정적인 감정은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또 유쾌한 감정은 앞으로도 더 필요하기에 기억해 둔다. 기억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정서적으로 몰입도가 높았던 교과 내용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뇌는 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나 내용일수록 이것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강한 감정은 어떤 사건이나 내용에 중요하다는 부호를 붙이는(coding) 것과 같다(Donna Wilson and Marcus Conyers, 2011). 또한 감정은 자신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를 결정한다. 즉 부정적 감정은 부정적 의미를, 긍정적 감정은 긍정적 의미를 부여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학습 내용에 빠져들게 하는 수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또한 어떤 활동이나 행사를 마친 뒤에 칭찬 등으로 기분 좋은 감정을 경험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기억이 강화되기 때문이다(Kagan, 2014). 감정이 고조된 수업을 위해서는 아래와 같이 자기 주도적이고 학습자 중심의 능동적 학습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 학습자가 자신의 견해를 밝히거나 방어한다. 이때 감정이 고조된다.
• 인터뷰 질문을 주고받을 때 긍정적 감정이 고조된다.
• 플래시 카드를 하면서 정답을 맞추었을 때 역시 감정이 고조된다.
• 교사나 동료가 자신이 한 말을 바르게 되풀어 말했을 때 자신의 말이 이해되고 인정받은 느낌을 받아 감정이 고조된다.
• 동료에게 새로운 스킬을 설명해서 가르칠 수 있을 때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껴 감정이 고조된다.
•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어떤 일을 바르게 수행했을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이상과 같은 감정과 기억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의미가 기억을 만든다’는 원리는 ‘감정이 기억을 만든다’로 바꾸더라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감정이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의미가 기억을 돕기 때문이다.
8) 구체적인 예를 이용하기
뇌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시각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정보 처리 속도가 빠르고 기억도 훨씬 더 잘 된다. 그래서 4칙 연산을 가르칠 때 구체물이나 반구체물을 사용하면 추상적인 숫자를 통해 가르치는 경우에 비해 구체적인 의미가 부여되면서 기억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도표 6> ‘3 x 4 = 4 x 3’ 교환법칙

위 각 4각형을 과일 혹은 장난감 자동차 등의 실물로 대체할 수도 있으나 실물이나 실물 그림과 같은 반구체물이나 위 그림의 네모처럼 도형으로 대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체물이나 반구체물의 사용은 새로운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사전지식과 연결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념의 이해가 쉽고 기억도 용이해진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의미를 이해하고 이의 기억을 돕는 다른 경우를 보자. 다음의 두 가지 대화를 제시하고 어느 대화가 ‘우호적’인지를 질문함으로써 ‘우호적’이라는 단어를 사례를 통해 가르치려고 한다.
• 대화1
한 소년이 거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다른 소년이 그에게 다가가 “나랑 같이 놀자”라고 말하니까 이 제안을 받은 소년은 “(얼굴을 찡그리며) 싫어, 너랑 같이 놀지 않을 거야!”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거리를 계속 걸어갔다.
• 대화2
또 다른 한 소년이 거리에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는데 다른 소년이 그에게 다가가 “나랑 같이 놀자”라고 말하니까 이 제안을 받은 소년은 발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지으면서) 좋아, 같이 놀자!”라고 말했다.
• 질문: 위 두 대화 중 어떤 소년이 상대방에게 ‘우호적’이었는가? 얼굴을 찡그린 소년, 아니면 미소를 지은 소년?
‘우호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개인끼리나 나라끼리 서로 사이가 좋은’처럼 추상적인 정의를 했을 경우와 위와 같이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우호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소개할 때 어떤 쪽이 더 이해하고 기억하기 쉬웠겠는가? 당연히 위 대화처럼 구체적인 예를 통해 스스로 의미를 구성해보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9) 다수 예를 통해 귀납적으로 원리 발견하기
유사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학습자는 이를 통해 의미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 가령 아래 그림과 같이 ‘곱셈’이란 결국 ‘반복적 덧셈’이라는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에 이를 때 비로소 곱셈에 ‘의미’가 부여된다.
<도표 7> 곱셈은 반복적 덧셈

또 다른 예로, 부사와 형용사의 차이를 이해시키는 경우를 보자. 부사와 형용사의 정의와 설명을 통해 이를 이해시키는(의미에 이르게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아래 <도표 8>처럼 부사와 형용사가 사용된 여러 개의 문장을 비교하면서 학습자 스스로 패턴을 파악하도록(즉 이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 둘의 개념적 차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도표 8> 예문을 통한 부사와 형용사의 비교
| 박스1 | 박스2 |
| Tom ran fast. | Tom drove a fast car. |
| Jane cut the grass quickly. | We have to make a quick decision. |
| John drove carefully. | Be careful of sharp edges. |
| Linda laughed loudly. | The TV’s too loud. |
10) 직접 실제처럼 연기 해보기
의미를 구성하는 방법의 하나로 시뮬레이션(simulation)이 있다. 가령 갑자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고열이 나며 심한 두통까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할 수 있다. 치료 적기를 놓치면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촌극6으로 꾸며 모의 훈련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대처 방법을 모의 체험을 통해 익히기 때문에 처리 과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사건처럼 기억되기 때문에 처리 과정을 잊지 않게 된다. 또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학습할 때 이를 읽게 하기보다는 주요 장면을 역할극을 통해 시연을 해보도록 하는 것도 의미를 깊게 느끼고 내용을 오래 기억할 수 있을 방법이 될 것이다.
2. 의미 있는 수업 설계의 원리와 예
아마 대부분의 교사들의 고민은 학생들이 가르치고 있는 교과 내용에 대해 흥미가 부족하고 가르치는 내용에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배우는 내용이 학생들의 삶에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재미있는’ 수업보다는 ‘의미 있는’ 수업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모두가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수업 방식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개별화 수업을 통해 모둠별로 수행하는 프로젝트를 달리할 필요가 있다. 수업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느끼는 중요성과 가치는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수업은 크게 두 가지 차원의 서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보의 ‘이해’ 차원에서의 의미 만들기(making sense)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의 ‘중요성, 가치’ 차원에서의 의미 만들기(making meaning)이다. 전자는 새로운 정보와 이와 관련된 사전지식과의 연결을 통해 이해(즉 의미 만들기)가 가능하고, 후자는 각 개인의 관심, 목표, 필요 등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배울 내용, 배우는 방법을 학습자와 상의하여 결정함으로써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선정할 수도 있고, 주어진 주제 내에서 학생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할까에 대해 브레인스토밍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제안하게 하는 것도 좋다.
의미 있는 수업은 수업 내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수업 방법 역시 의미를 만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해(의미의 구축)는 새로운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의 연결을 통해서 일어나므로 수업을 시작할 때 배경지식을 진단하고 배경지식을 활성화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배경지식의 활성화는 배경지식이 있을 때 가능한데 배경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는 수업 시작 전에 이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 가령 사막을 주제로 하는 수업을 하려는데 학생들이 사막과 오아시스 등을 본 적이 없다면 이에 대한 비디오 클립이나 사진 등을 보여줌으로써 배경지식을 먼저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정보는 금방 기억되기 때문에 이것이 배경지식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방금 기억해둔 배경지식과 새로 배울 내용을 연결지으면서 사막에 대해 학습할 수 있게 된다.
또 의미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감정(emotion)의 동원을 꼽을 수 있다. 감정이 실린 수업이란 새롭고 흥미로운 수업이며, 신체 움직임이나 활동이 있는 학생주도의 능동적 학습이다.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서기만 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마음의 상태가 달라진다. 특히 시뮬레이션, 역할극, 토론이나 논쟁을 벌이기 등의 활동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데 효과적이다. 아울러 시각, 청각, 운동감각 등을 모두 동원하는 방식의 수업 역시 효과적이다. 이런 수업이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이것이 학습을 이끌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모두 갖춘 수업의 예로 ‘스토리 스케이핑(Story Scap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글쓰기에 두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이를 통해 학습하면 마치 멋진 경치를 구경하고 나면 오래 기억에 남듯이 이야기의 구성 방법 등을 쉽게 익힐 수 있다. Scaping은 landscape(경치)라는 단어의 ‘-scape’라는 어원에서 만들어진 신조어이며 ‘~의 경치를 담은’ 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Story Scaping은 ‘멋진 경치를 구경하는 듯한 이야기 말하기’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Story Scaping은 보통 다음과 같이 7단계로 진행된다(Donna Wilson and Marcus Conyers, 2011).
• 1단계: 학생들에게 오늘 모두가 참여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만들겠다고 알린다.
• 2단계: 이야기에 포함시키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각자 큰 소리로 내용을(빈칸에 들어갈 내용 위주로) 말하도록 한다.
• 3단계: 빈칸이 있는 이야기 각본을 먼저 제시하고 학생들이 빈칸을 채우게 한다.
• 4단계: 이야기 만들기 활동이 끝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한다(학생들이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지에 놀랄 것이다).
• 5단계: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완성한 이야기를 실제 연기해 보이도록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이야기의 구조를 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 6단계: 이야기를 실제 연기해 보이도록 한 다음 이를 마인드맵(mind map)7으로 작성하게 한다.
• 7단계: 이 이야기를 응용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써보게 한다.
예:
| 옛날에 길고 갈색의 을 입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숲속에서 을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포효 소리가 들려서 주위를 살펴보았더니 커다란 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그 도 더 빨리 달려 따라왔다. 그는 계속 달렸고 갑자기 높은 지대에 이르렀다.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벼랑 끝에 선 자신을 발견했다. “이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제 어떡하지? 나는 더 나아갈 수 없는 벼랑 끝에 섰고 이 는 계속 나를 추격하고 있으니!” 갑자기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고 길고 가느다란 하나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위로 뛰어 내렸다. 그는 이 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그는 위를 쳐다보았다. 그는 을 보았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더니 그의 바로 아래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후략) |
끝으로 의미 있는 수업 설계를 위해 교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 두 가지다.
• 이 수업(상호작용, 과정)은 의미가 있는가?
• 이 수업 활동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이전 칼럼]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24) – <원리 23> 효과적인 학습은 ‘지식’과 3가지 ‘사고 시스템’, <자기 시스템, 상위인지 시스템, 인지 시스템>의 상호작용에 달렸다. |
[참고 문헌]
• 이찬승 (2021). 감정(emotion)은 학습을 위한 온·오프(on-off) 스위치다. 저널 「교육 제4의길」 #678.
• Anderson & Hidde, (1971). Imagery and sentence learning.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971, 62(6), 526-530.
• Anderson et al. (1971). Meaningful processing of sentences.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1971, 62(5), 395-399.
• Cash R.M. (2017, 2011). Advancing Differentiation: Thinking and Learning for the 21st Century. Revised & Updated Edition. free spirit PUBLISHING.
• Craik and Tulving (1975). Depth of Processing and the Retention of Words in Episodic Memory.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975, Vol. 104, No. 3, 268-294.
http://web.bvu.edu/faculty/ferguson/Course_Material/Lrn_Mem/Lab_Revision/Craik_and_Tulving.pdf
• Donna Wilson and Marcus Conyers (2011). BrainSmart: 60 Strategies for Increasing Student Learning, fourth edition. p.147, 283.
• Howe (1970). Using students’ notes the examine the role of the individual learning in acquiring meaningful subject matters. Journal of Educational Research, 1970, 64(2), 61-3.
• Julie Stern et al. (2017). Tools for Teaching Conceptual Understanding: Designing Lessons and Assessments for Deep Learning, 2017. Secondary edition. Corwin Press.
• Kagan (2014). Brain-Friendly Teaching Tools, Tips, & Structures. Kagan Publishing. 4.3-4.33.
• Mark Gritter (2015). Founding Engineer at Akita Software.
https://www.quora.com/Are-there-examples-of-connect-the-dots-puzzles-where-the-same-dots-i-e-dots-in-the-same-position-can-be-connected-in-two-or-more-sequences-revealing-a-different-image-depending-on-the-order-in-which-they-are-linked
각주
- 자기 시스템(self-system) – 세상을 이해하고 어떤 목적을 추구할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상호 연결된 개인의 신념 체계(interconnected network of beliefs)다. 자기 시스템은 다음 3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작동한다: ① 중요성(importance) – ‘내게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가?’, ② 자기 유능감(self-efficacy) – ‘내가 해낼 수 있는가?’, ③ 감정(emotion) – ‘수업에 참여할 기분인가?’
- 낮은 의미(처리) 수준부터 높은 의미(처리) 수준 – 일반적으로 ‘의미(meaning)’에 주의를 조금밖에 기울이지 않는 처리를 ‘얕은 처리(shallow processing)’라 하고, 많이 기울이는 처리를 ‘깊은 처리(deep processing)’라 한다. 얕은 처리의 예로는 의미의 개입 없이 단어의 철자나 발음만 듣는 것 등이 있고, 깊은 처리의 대표적인 예로는 기억하고자 하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하기, 정보 분류하기,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표현하기, 마음 속 이미지화, 연상, 분석, 비교 등이 있다. 이처럼 깊은 처리의 경우는 예에서 확인하듯이 의미가 강하게 개입된다.
-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 사전에 제시되는 주제 관련 개요 성격의 내용으로서 학습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새롭게 알아야 할 것 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수업지도 첫 부분에 제시된다. 특히 내용 정리가 어렵고 주의가 산만한 학습자들이 새로 배울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자주 활용되는 수단이다.
- 백파이프 – 공기의 진동을 통해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의 하나로, 가죽으로 만든 공기주머니와 몇 개의 리드가 달린 관으로 되어 있다.
- 부호화(encoding) – 외부 정보가 기억시스템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되고, 정보가 저장과 인출이 쉽도록 유의미하게 변환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 촌극 – 아주 짧은 단편적인 연극
- 마인드맵(mind map) –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필기하고, 개념과 생각을 발전시키고 정보를 기억하기 쉽도록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의 하나로서 대개 중심 생각(central thought)으로부터 하위 요소들이 가지를 치듯 뻗어나가는 형태를 취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크게 보면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을 설계하려면 이것이 가능한 교육환경 마련을 위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교과서 내의 모든 내용을 가르쳐야 하고 그 내용은 딱딱하고 재미 없게 구성되어 있는 상황일 뿐 아니라, 개별화 수업을 하기엔 학급당 학생 수도 많다고 합니다. 이렇게 좋은 학습과학의 내용이 교육 현장에 잘 전파되어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교육환경(제도 및 학교환경 등)에 고민과 함께 이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