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감성 교육》 이야기 (7) – 새 학기 준비와 교사의 정서적 웰빙
2022년 2월이 시작되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한 학년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해의 시작도 코로나 상황으로 여전히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안고 출발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의 학사 일정과 교육 과정을 위한 연간 계획을 세워야 하는 교사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팬데믹 이후 불확실하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 속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교사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소진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쉽게 간과되어 왔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하는 준비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사 일정이나 교육과정 계획, 교재 준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바로 ‘교사의 정서적 웰빙(well-being)’ 상태로의 회복일 것입니다.
교사의 소진과 예방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스트레스가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소진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 왔고,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 문제이기도 합니다. 먼저 소진(burn-out)의 정의를 살펴보면, 이는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서 나타나는 정서적, 신체적, 태도적 탈진을 보이는 증상’을 말합니다. 즉,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반응(정서적인 고갈이나 교직에 대한 만족감 결여, 무기력 현상, 우울 등)의 상태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와 소진의 원인에는 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각자의 상황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이 모두 다르겠지만, 필자가 공교육 현장의 선생님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과다한 업무량, 관료적인 학교 문화, 학생·학부모·동료 등과의 관계에서 오는 갈등, 교사를 위한 제도적 지원 부족 등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감과 더불어, 동영상 수업 제작 및 온라인 수업의 방식을 배우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더 추가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많은 국내외의 연구들은 교사의 소진이 교사 개인은 물론, 학생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교사가 소진되면, 가르치려는 노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기피하게 되고, 결국 무기력, 우울증 등 정신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교직을 떠나는 결과까지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대부분의 교사연수기관이 제공하는 교육 내용이나 교사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에는 교사의 정서적인 역량 강화나 소진 예방을 위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교사가 먼저 회복되어야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잘 돌보고 가르칠 힘과 여유가 생길 것이기에, 이제는 더 이상 교사의 웰빙과 회복을 위한 정서적인 돌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교사의 소진 예방과 돌봄을 위한 프로그램
사회성·감성교육에 있어서 앞서 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교사들의 소진 예방과 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을 깨닫고 교사의 사회성·감성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CARE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감정에 대한 문해력을 키우고,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회복탄력성을 키워,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 스트레스가 많은 학교 현장에서 소진을 예방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Cultivating Awareness and Resilience for Educators(교사를 위한 알아차림과 회복력 강화)’의 첫 자를 따서 붙여진 것으로, ‘CARE’라는 단어의 뜻인 ‘돌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greatergood.berkeley.edu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CARE 프로그램 외에도, 크리스틴 네프 박사가 개발한 ‘자기 연민(Self-compassio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교사뿐 아니라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자기 치유’의 방법으로 자기 연민의 태도를 가지도록 훈련하는데, 이를 위한 세 가지 핵심 방법으로 ‘자신에게 친절하기, 인간의 보편성 받아들이기, 그리고 마음챙김’을 강조합니다.
첫째, 자신에게 친절하기(Self-kindness)란, 고통이나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 다른 사람에게 하듯 자기 자신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행동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혹독하게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교사들 중에는 자신에게 매우 엄격한 기준을 가진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힘들고 지쳐 있는 상황에서 ‘나 자신은 왜 이것밖에 안될까?’라며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타인에게 하듯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에 대해 비난이나 비판하지 않고 자상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자신의 고통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 연민의 두 번째 요소인 ‘인간의 보편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경험을 나만 느끼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경험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자기 혼자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함께 겪고 있다는 것을 듣게 되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통해 위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있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의 고통을 줄이고 자신을 돌보는 연민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연민 프로그램의 세 번째 요소인 ‘마음챙김’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하며 비판 없이 감각에 집중하며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어려움을 겪으며 고통을 느낄 때 우리 자신을 해치는 대신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숨 쉬는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패를 하거나 고통을 느끼게 되는 상황에 닥치면, 쉽게 자신을 비난하거나 곧바로 문제 해결 모드로 들어갑니다. 이때, 자기를 비난하는 말은 우리의 동기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여 감정이나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그 대신, 잠시 한발 뒤로 물러나서 우리의 스트레스와 감정을 판단 없이 오롯이 느끼며 ‘지금 내가 많이 혼란스럽구나. 많이 힘들구나’와 같은 독백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읽어주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때, 자신을 스스로 따뜻하게 껴안아 주는 행동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신체적 접촉이 우리 몸에서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하고 안정감을 주며 고통스러운 감정을 달래주고 심혈관계 스트레스를 진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고통 중에 있을 때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 안아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신 스스로를 다독여 주는 신체적 행동을 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아이가 두렵거나 아플 때 엄마에게 안기면 진정되는 효과와 같은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친절하게 바라보며, 누구든지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보편적 인간경험의 시각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면, 고통 받고 있지만, 자신이 고통 중에서도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이제, 여러분도, 학교에서 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자책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그 순간에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객관적으로 느끼려는 노력을 하면서, 친절한 태도로 자신에게 말을 건네고 행동하는 자기 연민을 실천하는 연습을 매일 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먼저 친절하게 대하고, 자신의 감정을 잘 보살펴 주는 것이, 교사로서 학생들을 보살피는 첫 걸음이 될 것이고, 또한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전문학습공동체를 통한 정서적 지원
앞서 소개한 교사의 소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 외에, 교사전문학습공동체를 통한 돌봄과 회복의 방안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배움과 정서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학교와 학급이라는 공동체가 필요하듯, 교사들에게도 배움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공동체는 단위학교 내에 형성된 것일 수도 있고, 학교 밖의 전문학습공동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배움과 정서적인 돌봄을 균형 있게 제공하는 이러한 공동체의 한 사례로, 필자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원해 오고 있는 ‘초등 사회성·감성교육 연구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연구회는 포항 지역의 공립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매월 1회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며, 온라인 플랫폼인 밴드를 활용해 수시로 수업 나눔 및 소통을 합니다. 정기 모임에서는 먼저 절반의 시간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학교 생활이나 개인적인 ‘근황 토크’를 나누고 ‘마음 열기’라는 교사 성찰 활동을 하는 시간으로 할애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사회성·감성 교육 관련 강의와 교사들이 교실에서 적용해 본 사회성·감성 수업 나눔을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보통의 연구 모임에서는 학습공동체가 다루는 연구 주제에 중점을 두느라 교사 개인의 고민이나 개인의 근황을 나누는 사적인 이야기 시간이 생략되기 쉬운 데에 반해, 이 연구회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가장 처음인 시작 시간에 가진다는 것이 특별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사회성·감성 교육에서 흔히 사용하는 체크-인(check-in) 방법이기도 한데, 가장 처음에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가며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공동체 구성원 개인의 정서적인 돌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이 연구회에 참여한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연구회 참여를 통해 좋았던 점에 대해 들어보았을 때, 대부분의 교사들은 개인적인 이야기와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성찰 활동이 특별히 좋았고, 이 시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위로와 힐링을 얻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교사들의 피드백에서 필자는 교사학습전문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교사들이 동료 교사들과 자신의 이야기와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연대의 힘이 교사의 소진 예방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사들에게 정서적인 돌봄과 지원의 역할을 하는 학습전문공동체는 한두 해를 지나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더욱 교사들에게 힘이 되며, 해를 거듭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2022년 새 학기를 준비하며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는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결손을 해소하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한 노력에 많은 시간과 예산을 할애하며 새로운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교사 개인의 차원뿐 아니라 학교와 제도적 차원에서도 교사의 정서적 회복과 소진 예방에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제공되기를 바랍니다. 교사들의 소진 예방과 정서적 돌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개발되어 많은 교사들이 이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배움과 정서적 돌봄의 균형이 있는 전문학습공동체에 참여하며 위로와 공감을 얻을 뿐 아니라, 성장을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행복한 교사 없이는 행복한 학교와 학생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Maslach, C., & Jackson, E. S. (1981). The measurement of experienced burnout. Journal of Occupational Behavior, 2, 99-113.
• Neff, K (2015). Self-compassion: The proven power of being kind to yourself. New York: William Morrow.
현재 사회성·감성교육연구소 소장이자 한동대학교 교육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 년간 미국의 시애틀과 뉴욕 지역의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교사로 일하고, 뉴욕 공립초등학교의 사회성·감성 교육(Social-Emotional Learning) 실행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3년부터 한국의 학교 현장에 맞는 사회성·감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 교육을 실천하려는 교사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다. 그 외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사회성·감성 향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메일 js2481@gmail.com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학교에 더 많은 방역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교사분들의 소진에 더 큰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전반적인 대책 마련도 있어야 하며, 학교 내 구성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조직이나 비슷하겠지만 학교 안에서도 일을 하는 사람만 한다는 생각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일을 나누고, 협력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