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변화에 성공하는 20가지 핵심원리 (Rewritten)
지금 한국 학교들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교실 풍경이 비정상을 넘어 교사가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수업 중 1/3~1/2 이상이 엎드려 잠자는 아이들, 수업 중 떠들며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나 함부로 말하고 행동하는 아이들, 학교에 나오는 주된 이유가 친구와 놀고 급식 먹고 졸업장 따는 것인 아이들. 이런 것이 오늘날 흔한 학교 교실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개혁을 반복했지만 변한 것은 겉모습의 일부일 뿐이고 위에 나열한 증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바람직한 교육의 모습은 여전히 상상으로만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은 병든 한국의 학교교육의 치료에 대해 자기 나름의 진단과 처방을 내놓는다. 아래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Fullan,2016)에 나오는 내용처럼 처방은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은 학교가 변화의 무차별적인 폭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교사들이 변화에 저항한다고 불만스러워하고, 교사들은 정책입안자들이야말로 교실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외면한 채 자리보전을 위한 정책변경만 일삼는다고 비난한다. 학부모들은 새로운 학습방식 또는 현재의 교육이 자녀의 미래를 대비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 불안해한다. 학교의 재구조화(restructuring school)만이 답이라고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재구조화는 핵심을 벗어난 몽상일 뿐 당장 변경해야 할 것은 교육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성취기준을 강화하고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는 데 반해,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의 자율권 확대가 답이라고 주장한다. 학교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일 뿐 그 자체가 변화의 주체는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는 반면, 또 다른 학자는 교육의 리더인 교육감과 교장이 원대한 비전을 갖고 교사가 신규 교육과정을 학습할 열정과 의지를 갖추기만 한다면 학교도 성공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누구의 진단을 따라야 할지 몰라 환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국의 병든 교육의 처방전을 내놓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의 면허가 없다. 그러니 이들이 내놓는 진단도 처방도 모두 과학적으로 즉, 연구를 통해 증명된 것들이 아니다. 병든 학교를 고치는 21세기 가장 탁월한 의사의 한 분으로 교육변화 분야의 세계적 컨설턴트인 마이클 풀란을 꼽을 수 있다. 이번 칼럼은 학교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그의 종합 처방전인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Fullan,2016)의 내용을 ‘학교변화에 성공하는 20가지 핵심원리’란 이름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학교들이 앓고 있는 중증의 병을 고치는 치료약들은 주로 대증요법이었다. 이제 학교변화의 진단과 처방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교육개혁’이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 결과 겉모습은 일부 바뀌었지만 실제 학생들의 삶의 질, 성취도, 수업의 질, 신체적·정의적·사회적 건강 등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대증요법보다는 근본적인 치료를 지향할 때다. 병든 학교를 고치는 풀란의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Fullan,2016)에는 아래 <표 1>처럼 20가지의 약들이 들어 있다. 하나씩 그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표 1> 학교변화에 성공하는 20가지 핵심원리

1. 변화의 (의미) 이해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학교변화에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변화의 현상학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진단하다. 변화란 무엇을 의미하며 변화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지식의 부족을 문제로 본다. 그는 학교변화에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변화에 대한 의미’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래 내용을 보면 그가 왜 자신의 책의 제목을 『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2016)로 하였는지 이해가 간다.
“교육변화의 성패는 교육자와 학생, 기타 학습자들이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과 학습방식에서 얼마나 개인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 의미뿐만 아니라 집단적 의미까지도 찾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의미이며, 집단의 구성원들 간에 공유될 수 있는 의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 책을 쓴 목적은 끊임없이 변하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개인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특히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동시에 다른 이들의 관점에서 의미란 어떤 모습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이다.”
출처: 『학교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학교변화의 새로운 의미와 성공원리』(Fullan,2016) 23쪽
그의 책 1부 2장에 나오는 ‘교육변화의 의미’를 간략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필자 시각의 주관적 정리임).
1. 일반적 의미 – 상실, 불안, 저항, 투쟁을 동반, 양면성, 불확실성
2. 주관적 의미 – 치를 대가, 혼란, 부담, 냉소, 불신, 두려움
3. 객관적 의미(객관적 현실)
‘학습자료(교육과정)·교수법·신념(예: 학생중심)’의 개선
개인화 학습, 학습자 중심 교육, 인지과학의 활용, 역량의 강조
4. 공유된 의미(shared meaning)
5. 새로운 의미(의미의 초점이동)
‘제도/형식의 변화’에서 ‘내용/질의 변화’로!
‘지식의 습득’에서 ‘지식의 습득과 활용’으로!
‘정책의 도입’에서 ‘역량 개발’로!
‘정책 바꾸기’에서 ‘학교문화 바꾸기’로!
‘인지적 성장 위주 교육’에서 ‘전인적 성장 교육’으로!
‘피상적 학습’에서 ‘깊은 학습(deep learning)’으로!
‘Teaching’에서 ‘Learning’으로!(학습의 책임 이동)
‘How to teach’에서 ‘How sts learn’으로!(연수의 초점 이동)
‘대학진학 준비 교육’에서 ‘잠재력을 실현하는 교육’으로!
어떤 정책이든 (사회적) 합의에 이르러야 하는데 이를 풀란은 합의란 용어 대신에 ‘의미의 공유(shared meaning)’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다. “‘의미의 공유’란 각자의 견해를 이해했다는 것이지 상대의 의견에 반드시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의 공유’란 바람직한 미래를 탐구하고 실현하려는 맥락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타당하다고 수용할 때 일어난다.” 이것이 의미의 공유에 대한 그의 인식이다.
2. 통제 대신 유도
풀란은 ‘변화는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솔선수범을 통해 유도할(lead) 수 있고 이해될(understood) 수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변화를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는 매일 마주하는 교직원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environment)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한국은 그동안 변화는 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래서 통제 중심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는 오늘날의 학교 현실처럼 참담했다. 한국이 학교교육 변화에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통제를 통해 변화를 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교육부, 교육청에서부터 활발히 일어나야 한다.
3. 초점이 있는 혁신
풀란은 초점이 있는 혁신을 강조한다. 한국은 어떤가? 교육청의 연간 계획서를 보면 동시에 추진되는 사업이 굵직한 것만 해도 수십 종은 족히 될 것이다. 이들은 땅콩 줄기처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본줄기를 찾아 이를 뽑아 올리면 나머지도 따라 올라온다. 이는 맥점이나 급소에 해당된다. 이 맥점이나 급소를 잘 다루면 전체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런 내용을 포함해 풀란은 아래와 같은 학교개혁 성공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1. 소수의 높은 목표에 집중한다.
2. 교사의 지도 및 학생의 성취도 향상에 초점을 둔다.
3. 시스템 전반의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 변화를 시도한 첫날부터 시스템 전체(100%)가 참여하도록 한다.
4. 개인 및 집단의 역량을 함께 구축한다. 사회적 자본을 확대하여 보다 광범위하고 깊이 있는 개혁의 가속페달로 삼는다.
5. 결과와 실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을 일반화하고 강압적인 책무성 관리를 지양한다.
이상은 오랜 세월 동안 각국, 여러 주의 교육컨설팅과 리서치를 한 경험을 통해서 나온 것들이다. 협력의 경우를 보자. 학교개혁의 핵심이 협력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협력 자체만으로는 교수법이 개선되지 않는다. 협력에는 초점과 지속성이 있어야만 한다(코헨과 힐, 2001).
4. 문화 바꾸기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교육개혁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개혁이란 단지 최신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교실과 학교, 학구, 대학 등의 문화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다. 교육개혁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제 풀란의 연구기반 주장처럼 ‘교육개혁이란 학교문화를 바꾸는 일’이란 쪽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학교문화를 바꾸는 핵심은 구성원들 간에 신뢰(trust)를 구축하고 관계(relation)를 형성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협업 문화, 집단적 책임감(collective responsibility)과 집단 유능감(collective efficacy)을 형성하는 것이다. 학력 증진에 어떤 요인/요소가 가장 효과가 큰지에 대한 John Hattie의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집단적 유능감(자신감)이 효과 사이즈(effect size)(1.57) 1위임을 밝히고 있다.
학교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 한 예로 아래와 같은 절차로 문화 바꾸기를 시도할 수 있다.
① 긍정적 학교문화는 관계(relationships) 향상을 바탕으로 형성된다.
② 관계 향상은 신뢰(trust)구축에 달렸다.
③ 신뢰의 구축은 비전(vision)의 공유로부터 시작한다.
④ 비전의 공유를 통해 공동체(community) 정신이 함양된다.
⑤ 공동체는 습관(habits)으로 정착될 때 유지된다.
한편 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 타인에게 개선을 요구할 때는 먼저 관계의 개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 관계 구축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서지능과 공감능력이다.
• 공감을 위해서는 상대방의 서로 다른 주관적 의미(subject meaning)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사람들과도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학교장이 교사들과 혹은 교사들 간에 관계구축을 시도하려면 아래와 같은 설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Q1. 우리학교에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Q2. 학교 리더가 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Q3. 학교 리더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Q4. 전문학습공동체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까?
5. (내적) 동기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동기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책 100권을 보면 한 권도 빠짐없이 핵심은 단 한 단어 ‘동기’로 요약된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어떤 조건 하에서 변화에 대한 동기가 생기는 지를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변화가 성공하는 경우는, ‘수많은 변화의 주체들’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집단의 실천적 행동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적 동기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풀란은 가장 기본적으로 교직에 있는 사람들이 교직에 몸담을 때 가졌던 초심, ‘아동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더 훌륭한 사회를 만든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교원들의 동기는 도덕적 큰 목적(사명감)(moral purpose)에서 나온다고 보고 있고 이것이 학교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덕적 목적/사명(moral purpose)’이란 “타인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헌신적 자세와 강렬한 동기”를 말하며 구체적으로는 다음 3가지의 실천하는 것이다.
• 모든 아동은 배울 수 있다(높은 기대).
• 격차를 줄인다.
• 타 학교와 학군을 돕는다.
6. 바른 가설/행동이론
풀란은 교육개혁이나 학교변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정책결정자의 잘못된 가설 때문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잘못된 가설일 가능성이 높은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 수능 100% 전형의 비중을 높이면 공정한 대입전형이 될 것이다.
• 수능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경쟁이 줄어들어 학교교육 내실화가 가능할 것이다.
• 국공립대학 공동입학제를 실시하면 경쟁이 줄어들고 학교에서 본질에 충실한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 고교학점제를 실시하면 개인의 만족도와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교육부의 주요 권한을 교육청에 위임하면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 교육자치 강화를 통해 학교에 자율성을 더 많이 주면 학교교육의 질이 개선될 것이다.
<그림 1> 행동이론(theories of action)

이런 가설을 행동이론(theories of action)이라고 부른다. 행동이론은 ‘왜 특정 조치나 전략이 추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지에 대해 명확히 서술한 변화 원리’를 말한다.
앞에서 예로 제시한 6개의 가설들은 대부분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위와 같은 가설에 근거를 두고 개혁을 해도 학교교육은 실제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이런 가설의 근거는 무엇인가? 리서치를 통해 검증된 것인가? 다수의 성공사례를 통해 확인된 것인가? 아닐 것이다. 대부분 직관에 근거하고 있고 그 아래에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것도 다수 있다. 아래의 4가지 척도로 평가해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다.
• 타당성 5-4-3-2-1
• 의미성 5-4-3-2-1
• 실현가능성 5-4-3-2-1
• 검증가능성 5-4-3-2-1
정책결정자나 기획자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는 다른 도구도 있다. 아래 양식의 내용을 따라 점검하면 자신이 가설이 얼마나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7. 올바른 동인 (動因)선택
어떤 개혁정책이든 이를 추진할 때 추진 주체는 가장 먼저 아래와 같은 추진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마음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표 2> 개혁추진을 위한 핵심 3요소 프레임

먼저, ‘사명/비전’은 ‘왜 개혁하려는가?’, ‘이 정책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고, ‘바른 동인(動因)’은 ‘어떤 전략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마지막 요소인 ‘기본 원칙’은 ‘목표, 전략, 사업의 유형, 리더 등에 변화가 있더라도 일관되게 지켜나가야 할 원칙·원리·신조·신념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는 개혁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제반 복잡한 사항을 단순화하는 일이고 이는 사업의 과정에 누구나 지켜야 할 이정표이며 정북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이는 의사결정의 주요 기준이 된다.
학교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동인으로 풀란은 아래와 같은 것을 예로 제시하고 있다.
<표 3> 바른 동인과 잘못된 동인

한국은 지금까지 교육개혁을 위해 어떤 동인을 적용했는가? 역량을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강력한 외부 책무성이란 칼을 들이대는 식이었다. 협업을 통해 집단 전체가 변하고 집단 전체가 공동의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갖추기보다는 교사와 리더의 개인적 역량이나 헌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교수학습법 개선이 교육의 질 개선의 핵심인데 교수법은 20-3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학교교육이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것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한편, 개혁에서 시스템적 접근은 찾기 어렵고 개혁 의제는 대부분이 분절적인 것들이었다. 이러니 개혁은 기대하는 효과를 낼 리가 없다. 개혁은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바른 동인을 찾아 이를 적용하는 일(Fullan, 2016)이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8. 역량 구축
풀란은 변화에 성공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역량 구축을 가장 중요시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변화를 위해 초기 개선 노력을 할 때 역량 구축에 먼저 힘써라. 다시 말해 어떤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그 이유는 사람들이 개선 방법을 모르거나 또는 개선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아서라고 가정하라.”
개혁이란 ‘시스템 전반에 걸친 역량 구축에 관한 것이다’란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교사가 수업에 대해 역량이 뛰어나고 자신감이 충천하면 왜 수업을 공개하기를 꺼리겠는가? 학교장이 리더십 역량, 수업지도 리더십, 관계리더십, 갈등관리와 문제해결 등에 뛰어나다면 왜 교감을 방패막이로 삼고 뒤로 숨으려 하겠는가?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 힘써야 할 부분은 개혁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그래서 학교변화에 성공하려면 교장학습공동체, 교사학습공동체 등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감, 교육부장관도 마찬가지다. 어떤 리더든 개혁에 성공하려면 공부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관에 근거한 잘못된 가설만 남발할 가능성이 높다.
9. 임파워링
임파워링(empowering)이란 학생들(교사들)이 자기 통제 속에 원칙을 지키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또한 학생들에게 임파워링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자신들의 열정, 흥미, 미래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 기능,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위임과 다르다. 위임은 1회성 이벤트의 성격을 갖는다. 넘겨주는 행위는 하나의 일회적 현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임파워링은 일상의 프로세스 즉 매일 지속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이는 단연 임파워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 내용은 존 스펜서의 임파워링이란 저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 학습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임파워링(empowering) 해서 모두를 자주적 평생학습자로 키울 수 있다.”
“교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든 아이들은 누군가의 전 세계이다. 학생들에게 임파워링 (empowering) 하면(자주적 학습자로 커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면) 사회적/인간적 연결관계가 완전히 바뀐다.”
“교사로서 우리는 우리 학생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임파워링(empowering) 하면 그 영향을 더 키울 수 있다.”
<표 4> 교사 임파워링을 위한 아이디어 8
① 학교의 정책 결정에 참여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좋은 제안을 적극 지원한다.
② 수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가 특정 연수를 원하면 적극 지원한다.
③ 효과가 좋은 수업 방식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고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격려한다.
④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어 개인적 성장과 혁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매일 교사의 활동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
⑤ 위험 부담을 안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실패에 관용적인 문화를 구축한다.
⑥ 형평성, 다양성 등에 관한 교육기회를 확충해서 포용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
⑦ 협업과 팀 빌딩을 지원하는 환경 조성을 돕는다.
⑧ 교사들의 긍정적 소통 기회를 확충한다.
한편 학생에게 임파워링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들이 자신의 성공적인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역량, 그리고 인격을 가꾸어 주는 일이다. 불확실한 것에 도전하게 하고 실수나 실패로부터 배우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교육을 학생들과 함께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을 위한 변화’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과 함께 의논하고 결정하는 변화’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에게 자기책임의식, 자기결정권(ownership)을 돌려주어야 한다. 오늘날 잠자는 교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이 많은 교실은 학생들의 이런 권리를 어른들이 빼앗기 때문에 치르는 대가라 생각해야 한다.
10. 성장관점/높은 기대
뇌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변한다. 이를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학습경험, 반복적 운동 등과 같이 새로운 자극과 활동이 주어지면, 근육이 강화되듯이 뇌의 신경회로망도 강화된다. 학습의 종류에 따라 뇌는 그에 맞는 특정 구조적 변화를 겪는다. 이는 뇌과학의 위대한 발견이다. 이는 학습자에 대해 성장관점(growth mindset)을 갖게 한다.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소개한다.
“실패를 거듭하는 학교나 학구에 대해 리더가 성장관점을 기반으로 역량구축에 초점을 맞춘다면, 단순히 무능력한 교사들을 해고하는 접근방식보다 성공률이 월등히 높다. 개인의 가설(전제)이라는 것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종종 행동의 무의식적 근원이 된다.”
학교장이 ‘저 교사는 어떻게 해도 안 돼.’, 교사가 ‘저 학생은 어떤 방법을 써도 안 돼.’라는 말을 한다면 이는 뇌과학에 대한 무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교육자는 어떤 경우에도 인간 성장에 대한 아래와 같은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굳은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학생은(나는) 성공할 수 있다!’
‘학생(나)에게는 성공으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많다.’
‘학생(나)의 가능성은 무한대이다!’
‘학생(나)은 도전적 과제를 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또, 교사들은 아래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지적 능력, 재능, 인성에 대해 생각해보아라. 그것들은 고정된 것인가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인가?”
11. 정책 간 긴밀한 연계
정책 추진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정책들 간의 긴밀한 연계성을 갖추어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부분의 교육정책은 분절적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교육부, 교육청 조직 구조가 분절적으로 일하게 되어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조직개편과 평가지표 관리 등을 통해서 서로 협력하게 해야 한다.
풀란이 자신의 책에서 소개하는 아래 내용은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특히 교육부 장관, 교육감들이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이다.
“학교의 진짜 문제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혁신이란 이름으로 서로 연관성 없고 피상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12. 3수준 동시개혁
풀란의 책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어떤 규모의 변화든 변화가 일어나지 않거나 일어난다 하더라도 지속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인프라가 취약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거나 서로 충돌하는 목적을 지녔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프라는 변화의 초점이 되고 있는 단위가 무엇이든 그 상위단계를 말한다.
그래서 학생, 교사, 교장(교사, 교장, 교육청) 3수준의 동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교육개혁은 주로 학고만을 변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풀란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방법으로는 기대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도 없으며, 일어난다 해도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학교 수준에서는 교장, 교사, 학생이 동시에 변화해야 하고 조직 단위에서는 학교, 교육청, 교육부가 동시에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13. 21C 변화 리더십
21세기 사회는 변화가 빠르고 다양성이 날로 급증하고 있다. 각 지역 특성이 다르고 학교 안 학생 구성이 그렇다. 따라서 상부층(교육부, 교육청)가 중심이 되어 학교 시스템을 이끌기에는 부적합하다. 새로운 거버넌스와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새롭게 탄생하고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 시스템리더십과 중간리더십(leadership from the middle: LftM)이다.
시스템리더십이란 자신이 속한 (학교) 조직 내에서 조직을 넘어 일하는 시스템 리더들(system leaders)의 일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자신의 소속 학교와 타 학교 개선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최선의 자원을 나누고 활용한다. 또 모든 아동·청소년들의 성장과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한 생각, 정책, 실행 등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노력한다. 한편 중간리더십은 풀란은 아래와 같이 정의한다.
“중간의 역량을 키우고 내적 연계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조직의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매우 신중히 고안된 전략으로서 위로는 주정부 아래로는 학교와 지역사회 간에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것”
중간리더십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하향식, 상향식 모두 한계가 있다.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중간리더십의 탄생 배경이다. 풀란은 이에 대해 자신의 책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위와 아래를 이어주고 연계성/일관성(coherence)을 유지시키는 중간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에 중간층은 학구가 된다(학구 안에서라면 학교가 중간층).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학구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1) 내부 역량을 키워야 한다. (2) 학구는 초점과 목표가 뚜렷한(focused, purposeful) 네트워크의 형태로 다른 학구들과 수평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중간리더십은 중간집단을 이용하여 집단 전체를 바꾸는 훌륭한 사례이다. 중간리더십의 본질은 학구가 함께 뭉쳐 집단적 리더십을 확립하고, 특정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파악 및 이행하는 것이다.”
중간리더십은 온타리오주, 퀘벡주, 캘리포니아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여러 곳에서 실험하고 있으며 대부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중간리더십은 아래와 같이 진화하고 있다.
<표 5> 중간리더십(LftM)의 진화(온타리오 주)

온타리오주는 중앙집권적 요소가 강한 주이기 때문에 중간이 교육감위원회(CODE)가 되고 분권화가 잘 된 뉴질랜드의 경우는 중간을 교감·중견교사로 잡고 학교개혁의 새로운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학교교육이 개선되려면 가장 먼저 교사에에 임파워링하고 교사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 21세기 사회는 조직의 각 수준에서 모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리더십의 필요성은 “학생 성공을 위해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교사가 통제나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면 교사는 학생 성공에 대한 책무성을 수용할 것이다(Kolderie, 2014).”라는 말에 잘 담겨 있다.
교사에게 자율과 책임을 주고 학교 운영의 주인으로 세워야 한다. 미국에는 교장이 없는 학교가 약 50개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교장리더십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교장은 있되 교장 없는 학교처럼 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금 시대변화를 역행해 교육부 위에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옥탑방을 하나 더 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런 발상은 이해할 수 없으며 한국 교육거버넌스의 퇴행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학교교육 문제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지금 각 교육청들이 외쳐대고 있는 ‘학교자율성 강화’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되는 점이 있다.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개인의 자율성 확대에 대해 아래와 같이 경고하고 있다.
“시스템의 성공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개인의 자율을 확대하는 것은 개인이나 집단에게 좋지 않다. 교육시스템 작동을 설명하는 데 필자가 사용하는 개념은 ‘연대 속의 자율성(connected autonomy)’이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자율을 누려야 하지만, 적어도 3가지의 연대관계가 필요하다. 학교 내 협업, 관계망을 통한 타 학교/교육자들과의 협력, 그리고 주정부의 우선순위 높은 정책과의 연계이다.”
“많은 개혁가들은 좋은 교사를 채용하고 보상하며 유지하면, 또한 관료주의의 질곡으로부터 이들을 해방시켜 이들이 할 줄 아는 것들을 하도록 자율성을 주면, 대규모의 학교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도는 좋지만 이런 관점이 놓치고 있는 것은, 개선이란 ‘각자가 근무하는 환경에서 작동 가능한 올바른 동인들(right things)을 적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인식의 부족에 있다.”
14. 학생의 의미 있는 참여
세계는 학교변화의 동력을 학생에게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핀란드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부 주들도 학생 대표를 교육개혁 의사결정에 참가시킨다. 학생을 학교개혁의 파트너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 교수법의 변화 등에 학생의 참여를 통해 학생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우선 아래 4가지를 실천하고 그림의 내용처럼 학생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 학생에게 선택권을 준다(Let Students Choose)
• 학생을 평가에 참여시킨다(Engage Students in Evaluations)
• 학생에게 책임을 맡긴다(Put Students in Charge)
• 학생의 책임감 영역을 확대한다(Broaden Students’ Sense of Responsibility)
존 스펜서(John Spencer)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what they learn), 어떻게 배우고(how they learn), 언제 배우며(when they learn), 무엇을 위해 배우는가(why they learn)에 대해 그들이 선택하게 하는 일에 왜 그렇게 인색한가?”
배울 내용, 배우는 수준, 배우는 속도, 배운 내용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을 중고교 수준에서 국가가 통제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오늘날 수많은 아동으로 하여금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깨달아야 한다.
무너진 교실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학생회 혹은 학생목소리위원회 등을 조직하여 학생을 변화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그림 2> 학생 목소리 듣기와 역할 부여

15. 고유한 맥락 고려
풀란의 책에는 지역의 고유한 맥락에 대한 고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개혁가들은 냉철한 합리성 발휘를 통해서 변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옳은 것(더 정확히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변화의 전략을 삼을 수는 없다. 미클스웨이트와 울드리지(Micklethwait & Wooldridge)는 정책입안자들이 종종 지역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미봉책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센게 등(Senge et al.)도 유사한 지적을 한다. “혁신가들이 주장하는 대부분의 전략은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 시행하려는 혁신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그보다 큰 문화나 구조, 관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이해를 소홀히 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풀란은 자신의 책에서 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묘책을 바라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 문제해결이 급할 경우 기성의 해결책에 의존하기 쉽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들여온 해결책은 대부분 실패했다. 외부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적 소비자가 되는 것이 바로 해결책이다. 문제해결은 지역의 고유한 맥락을 이해하고 바꾸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여기가 아닌 저 다른 곳에’ 완전한 답이 있기를 기대하지 말라.”
각 지역과 지역 내 학교의 상황은 다 다르다. 따라서 중앙에서의 획일적인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분권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지역 ‘다양성’을 존중하는 접근은 옳다. 하지만 규모가 큰 국가나 도의 유지를 위해서는 ‘공통성’ 역시 동시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16. 전문성 향상
교사의 전문성 개발에 대해 풀란의 책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교사는(학교장은) 자신의 개인적인 역량을 개발하지 않을 때 자신감이 떨어지고 학부모와 거리를 둔다.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하게 되면 학부모를 문제의 일부가 아닌 해결책의 일부로 보기 시작한다.”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하그리브스와 풀란이 말하는 ‘전문성 자본(professional capital)’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교사가 갖출 전문성을 인적 자본(개인의 자질), 사회적 자본(집단의 자질), 결정 자본(증거기반 결정과 전문가 수준의 판단)이란 3가지 요소로 설명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우 인적 자본에만 초점을 맞추었으나 앞으로는 사회적 자본과 결정 자본이 더 중요함을 깨닫고 이를 보강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17. 수업의 질(효과성) 향상
학교변화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학생의 성취도 향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의 질 향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교사의 교수법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 풀란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업의 질 향상은 개인적인 과업이라기보다는 집단적인 과업이며 동료교사들과 분석·평가·실험을 협력해서 할 때 교사의 역량도 향상된다’. 그 결과 교사들은 학교 안팎에서 전문성을 나누고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주는 것을 신뢰하며 이를 가치 있고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게 된다. 이럴 때 교사들은 점점 더 직무를 잘 할 가능성이 커진다. 말하자면 ‘이런 과정을 통해 교수법을 더 쉽게 배울 수 있고, 더 잘 가르치는 법을 배우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가 극명하게 갈리게 되는 것이다.”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 교사들이 새롭게 학습하여야 할 부분이 학습과학의 중심에 있는 ‘뇌가 학습하는 대로 가르치기(뇌기반교수학습원리)’라고 생각된다. 교사가 뇌가 어떻게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는지 알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다.
• 교사가 학습자를 수업에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방법을 안다.
• 교사가 가르친 것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게 하는 방법을 안다.
• 교사가 자신의 수업계획서나 교수법이 효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고 비효과적인 것을 효과적이게 개선할 수 있다.
• 교사의 학습부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이를 예방하는 수업을 할 수 있다.
• 교사는 뇌가 유의미한 학습경험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을 알게 되면서 교사는 학생에 대해 성장관점(growth mindset)을 가지게 된다.
• 뇌가 배우는 대로 가르침으로써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
• 뇌가 배우는 대로 교재를 재구성함으로써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
• 학생의 심리·행동 이해를 통해 학생과의 관계가 향상되고 문제행동이 줄어든다.
• 학생이 학습의 근본 원리를 이해함으로써 자기주도학습의 계기가 마련된다.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위긴스와 맥타이가 말하는 ‘교사가 수업 중 범하는 2가지 죄(twin sins)’인 목표와 긴밀히 연계되지 않은 ‘활동중심 수업(activity-focused teaching)’과 ‘진도 나가기에 초점을 두는 수업(coverage-focused teaching)’을 하지 않도록 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18. 학습자중심 수업
학습자중심 수업은 아래 도표의 내용으로 요약된다.
<표 6> 학습자 중심 수업

학습자 중심수업이 구현되는 상황은 아래 8가지 요소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학교수업이 나아갈 방향에 참고가 될 것이다.
<표 7> 학습자중심 교실수업의 8가지 특성

19. 격차/간극 줄이기
세계 주요국의 경우 격차 줄이기가 개혁의제의 최상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라는 공허하고 위선적인 구호만 존재하고 실질적으로는 격차 줄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이다. 학력 격차를 줄이려면 우선 교육자들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모든 아이들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도덕적 신념을 갖추어야 한다. 그 다음은 교사가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아동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과 실제 효과가 있는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그 도구 중 대표적인 것이 개별화 수업(DI)이 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보편적 학습 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 시스템이다. 한국의 학교교육도 더 늦기 전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출산률 저하만 걱정하고 이미 낳아 놓은 수많은 아동·청소년을 팽개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다음은 현재의 과정중심평가라는 용어를 없애고 다시 세계적으로 확립된 용어인 ‘형성평가(학습을 위한 평가)와 ’총괄평가‘를 사용하면서 이 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학생이 성취목표에 이르렀는지를 아는 도구가 총괄평가이다. 특히 형성평가에 대해 한국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형성평가의 핵심은 ’목표 제시, 현재의 위치 확인, 목표와 현재의 위치 간 간극을 줄이기‘라는 3요소이다. 현재의 과정중심평가는 이 세 가지 요소 중 ‘현재의 위치 확인’과 성적의 누적 평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정중심평가라는 용어 자체가 결과중심평가와 대척점에 있어 결과에 도달시키려는 윤리적·교육적 노력을 등한시하게 만드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표 8> 형성평가(학습을 위한 평가) 사이클

20. 변화관리 기술
변화관리 기술은 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이런 기술이 매우 미흡하다. 풀란은 자신의 책을 통해 아래와 같은 원칙을 소개하고 있다.
① 지나친 혁신 목표로 사기를 떨어드리지 않는다.
② 시행과정에 나타나는 침체나 지지부진함을 각오한다.
③ 반대의견이나 저항세력으로부터 배운다.
④ 구조개혁보다 문화의 변화가 우선이다.
⑤ 체크리스트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되는 선형적 변화는 없다. 항상 복잡성을 고려한다.
⑥ 좋은 아이디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코터(Kotter)의 변화를 이끄는 다음 8가지 절차도 참고할 만하다.
<표 9>변화를 이끄는 8가지 절차(Kotter)

이상의 ‘학교변화에 성공하는 20가지 핵심원리’가 한국 학교교육을 개혁할 때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