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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잠자는 교실과 떠드는 교실, 어떻게 할 것인가?

#409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18.12.05

며칠 전 교원 정치기본권 확보를 위한 교사모임 후 뒤풀이를 할 때였다. 고등학교선생님 한 분이 다소 도발적인 얘기를 꺼냈다. 요지인즉, 얼마 전까지는 잠자는 교실이 문제였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떠드는 교실이 더 문제라는 것. 중학교 선생님 한 분이 바로 맞장구를 쳤다. 수업 벨이 울려도 아이들이 제자리에 앉지 않고 떠들어대는 통에 착석시키는 데만 5분 넘게 소요된다는 얘기였다. 간신히 수업을 시작해도 교과서조차 펴지 않는 아이가 절반에 가까운 데다 수시로 아이들이 떠드는 바람에 매 수업시간이 전투라고 거들었다. 고등학교 선생님 얘기로는 지금은 오히려 예전의 잠자는 교실이 그리울 지경이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요즘 아이들은 욕설과 비속어, 공격적인 언어를 입에 달고 살아 수업시간에도 툭하면 튀어나오는데 도무지 들을 수가 없다는 중학교 선생님의 증언에 이르러서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해하지 마시라. 내 앞에서 자신의 수업상황을 용감하게 고백한 두 분 선생님들은 실력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휘둘리지 않을만한 연륜과 내공은 물론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의식을 겸비한 훌륭한 교사들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기회만 있으면 떠들어대는 시끄럽고 산만한 교실분위기 속에서 간신히 전투 치르듯 매시간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듣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아팠다. 버릇없이 구는 아이들이 야속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교사들이 딱했다. 무엇보다도 나라의 앞날이 걱정됐다. 교사들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바, 기본 질서와 기초예절이 다 깨진 중고교 교실공동체에서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울 것이며 교사들은 자존감과 자부심에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을 것인가. 거기에 투입되는 국민세금은 무슨 낭비인가.

 

마음 속에서 공분이 끓어올랐다. 떠드는 교실현장에서 누구보다도 큰 고통을 당하는 교사들과 이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교장들은 학교 차원에서 어떤 자구노력을 해왔는지 궁금해졌다. 학교교육을 바로 세울 책임을 가진 교육감들과 교육장들은 정상적으로 수업하는 게 불가능할 만큼 기본 질서가 사라진 교실 풍경을 놔둔 채 창의성교육과 미래교육, 시민성교육을 들먹여도 되는 것인가. 과연 진보교육감시대의 학교혁신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반학교의 교육 상황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는 것인가. 깊은 회의가 몰려왔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구조가 만들어냈건, 가정교육이 만들어냈건, 학교교육이 만들어냈건 우리아이들이 일반적으로 중학생이 되면 학교 수업시간에 마구 떠들어대고 비속어를 입에 달고 산다는 사실이다. 또한 아무리 빼어난 역량이 있어도 교사 개인의 힘으로는 지금의 떠드는 교실문화를 바꿔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 내게 ‘떠드는 교실’을 생생하게 묘사해준 두 분 선생님은 일반학교 교사였다. 그렇다. 나는 혁신중고교 선생님들한테서는 교직이 싫어질 만큼 학생들이 무질서하거나 무례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잠자는 교실과 떠드는 교실에 대한 해법은 이미 진보교육감시대의 혁신학교 실험 사례를 통해 나와 있는 셈이다. 성공한 혁신학교는 예외 없이 학년별, 교과별 교사들의 협력문화를 자랑한다. 교사 1인의 힘으로는 안 되지만 교사들이 협력해서 집단지성과 집단효능감을 높이면 교육과정, 특히 수업방식을 학생 중심, 배움 중심으로 혁신할 수 있다. 아이들한테 자유와 참여를 보장하되 방종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생활교육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잠자는 교실과 떠드는 교실을 극복하는 묘책은 학교단위 학년별, 교과별 교사들의 집단학습과 경험 공유, 집단지성 발휘다. 학교마다 교사들이 이런 교육문제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력하는 전문적인 교사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교육과정과 생활교육의 운영과정에서 당면하는 공통의 문제와 과업을 교사들이 앞장서서 집단지성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과 생활교육에 집중하고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은 이를 위해 잡다한 정책사업을 대폭 감축하고 교무행정 전담팀 설치를 독려하며 교사들을 교무행정과 정책사업에서 해방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지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학교가 교육과정과 생활교육을 책임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행정체제를 학교 중심, 지원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장에게 요구되는 교육전문성과 경영전문성, 민주적 리더십의 함양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현행 교장승진제도를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런 제도개혁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라도 잠자고 떠드는 교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당장 대처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사 개개인의 책임으로 맡겨놓으면 교사들의 내상과 좌절만 깊어질 뿐 떠드는 교실문화를 극복할 길이 없다. 혁신학교가 그렇듯이 학교단위 선생님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스스로 돕지 않으면 하늘도 돕지 못한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해진 각자도생 관행과 결별하고 혁신해야 하는 고통이 따르겠지만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하게 당하는 고통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혁신의 고통은 무엇보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전환비용에 지나지 않는다.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혁신학교를 선택한 교사들은 자기혁신에 따르는 모든 수고는 교사의 기쁨과 보람, 역량이 늘어난 것으로 이미 톡톡히 보상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의 사명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과는 양립할 수 없다. 잠자는 교실과 떠드는 교실은 교사의 실패이고 교장의 실패이며 교육청의 실패이고 교육감의 실패다. 이것을 바꾸는 것이 교육개혁과 학교혁신의 첫 번째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본예절과 기본 질서는 좌우, 진보보수를 떠나서 학교교육과 학교공동체의 기본 토대다. 자유, 평등, 연대 등 민주주의와 진보의 어떤 가치도 수업시간에 제멋대로 장난치고 떠들어대는 학생 행태와는 양립할 수 없다.

 

마침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닷새 내내 하루에 8시간씩 서울의 인문계 혁신고등학교에서 현장교사 체험을 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조교육감은 직접 사회교과수업을 담당하며 “교사의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교실붕괴를 현실로 고민하게 됐다”고 털어놓으며 “수업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엎드려 잤다. 수업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사가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지점도 있다는 걸 느꼈다”는 소감을 남겼다. 나아가서 “그동안 주창해온 학생인권과 학교민주주의, 학교자율신장이라는 가치만으로는 학습공간으로 학교가 충분히 서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만약 조 교육감이 혁신고교가 아닌 일반고교에서 현장교사 체험을 했더라면 낭패감이 훨씬 더 컸을 게 틀림없다. 아무튼 조 교육감이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금에라도 본격적으로 갖게 돼 아주 다행스럽다. 어떤 정책패키지를 내놓든 준비과정에서 최소한 3,4회씩 학급회의를 열도록 해서 학생 본인들의 진단과 처방을 최대한 모아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학생들을 이 문제에 관한 인식과 행동 변화의 주체로 세워낼 수 있다.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 욕하는 교실 외에도 조희연 교육감을 포함한 진보교육감들의 각별한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학생 행태가 하나 더 있다. 금년 들어 몇 배나 급증한 학생들의 자해행위가 그것이다. 이 분야 전문가인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박사에 의하면 손목 등을 칼로 긋는 자해행위가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 여학생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자학적 자해행위의 이해와 예방, 대처 요령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지침이나 안내문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새로운 병리적 현상의 확산을 막고 예방 및 치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청이 자해학생 본인, 급우, 교사, 학부모 각각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부터 최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 자해하는 교실은 기본적으로는 입시경쟁교육이라는 동일한 뿌리를 갖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끊임없이 공부를 강요받고 성적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내면에 쌓인 억압과 불안, 무기력이 병리적으로 표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을 아이들의 탓으로 돌려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 진보교육감의 학생인권정책 탓을 해서도 곤란하다. 교육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부터는 학생들에게 인권의식 못지않게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일깨워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책임의식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타인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자세와 타인과 공동체가 기대하는 역할 수행으로 일차적으로 드러난다. 공동체의 주인의식으로 인권의식과 책임의식을 결합한 것이 민주시민의식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인권의식을 넘어 민주시민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교육감시대의 향후 지속가능성은 진보교육감들이 잠자는 교실, 떠드는 교실, 자해하는 교실이라는 3중 병리현상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학생, 교사, 학부모의 집단지성과 집단의지를 조직하고 지원할 역량이 있는지에 달려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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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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