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21) – <원리 20> 학습은 도전(challenge)과 기대에 의해 강화되고 위협(threat), 학습된 무력감,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된다.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에 관한 칼럼은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리의 이해와 적용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때 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원리 20> 학습은 도전(challenge)과 기대에 의해 강화되고 위협(threat),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된다.’를 소개하고 이 원리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목차
1. 최적화된 학습(수업) 환경
2. 학습자의 마음 상태와 행동 특성
3. 생존 모드, 편도체 하이제킹
4. 학습된 무력감과 스트레스의 대응
1) 학습된 무력감의 극복
2) 스트레스의 완화
5. 도전적 목표와 기대가 학업 성취에 미치는 영향
1) 도전적 목표의 중요성
2) 놀라운 기대효과
♣ 수업 적용
1.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상태’를 위한 수업 전략
2. 교사의 행동변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TESA
3. 학습자의 마음 상태 변경 절차
4.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 활동(ordered sharing)
| <원리 20> 학습은 도전(challenge)과 기대에 의해 강화되고 위협(threat),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스트레스에 의해 억제된다. |
이번의 <원리 20>은 수업 환경의 최적화에 관한 것이다. 최적화된 수업 환경이 어떤 것을 말하는지, 학습자의 마음 상태(감정 상태)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각 상태에서는 어떤 학습과 사고가 가능하며 또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또 최적의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최적화된 학습(수업) 환경은 어떤 상태일까? 이를 좋은 음식 섭취에 비유하면 ‘영양이 풍부하고 식욕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과 반찬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적절한 식욕이 발동되어야 하며, 섭취한 음식을 잘 소화·흡수할 수 있는 위장 기능을 갖춘 상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영양이 풍부하고 식욕을 돋우는 다양한 음식과 반찬’은 ‘풍부하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수업 내용’에 해당되고, ‘적절한 식욕’은 학습자의 ‘편안하고(relaxed), 주의 깊은(attentive) 마음 상태(감정 상태)’에 해당되며, ‘섭취한 음식을 잘 소화·흡수할 수 있는 위장 기능’은 ‘수업 내용의 이해와 이해한 내용을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정보처리(information processing)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뇌가 학습하는 원리 12가지를 최초로 연구해 발표한 케인 & 케인(Caine & Caine)은 자신의 책 「12 Brain/Mind Learning Principles in Action: Teach for the Development of Higher-Order Thinking and Executive Function」(2016)에서 이러한 최적의 학습(수업) 환경은 아래 도표처럼 3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도표 1> 최적화된 학습 환경(Caine & Caine, 2015 수정)

이번 칼럼에서는 이 3가지 요소 중 학습을 위한 최적의 감정 상태(emotional state)인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 상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케인 & 케인은 이런 마음 상태를 ‘relaxed alertness’로 표현하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주의를 기울여 상황을 잘 인식하고 경청할 준비가 된 상태이며, 위협은 낮고 도전 의욕이 높은 상태(low threat and high challenge)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태는 학습자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흥미, 내적 동기 등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며, 무력감(helplessness)과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위협(threat)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최적화된 수업은 학습자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다. 교사는 학습자의 마음 상태 관리자(mind state manager)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사가 수업하기 전과 후에 학습자의 마음 상태를 잘 관리하는 것은 최적의 학습(수업)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원리 20>의 ‘도전’, ‘기대’, ‘위협’, ‘무력감’, ‘스트레스’는 모두 수업에 임하는 학습자의 마음 상태(감정 상태)에 관련된 것들이다.
부르스 페리(Bruce Perry, 2003)는 학습자의 마음 상태를 ‘차분히 흥미를 보이는 상태(calm, engaged), 각성(arousal), 불안(alarm), 두려움(fear), 공포(terror)’처럼 5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는 뇌의 어떤 부위가 관여하고 또 어떤 학습이 가능한지를 발표했는데 이는 교육자들에게는 학습자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고, 관찰하고, 바르게 대응하는 데 있어 매우 유익한 자료다.
<도표 2> 학습자 마음 상태와 학습/사고에 미치는 영향

1) 차분히 흥미를 보이는 상태(calm and engaged)
차분히 흥미를 보이는 상태란 너무 긴장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흥미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욕이 있는 상태를 말하며 이때는 추상적 사고(abstract thinking)와 추상적 내용의 학습이 가능하다. 이렇게 차분함과 참여 의욕이 돋는 학습에 최적화된 마음 상태가 ‘relaxed alertness’인 것이다. 학습자는 이런 상태에서만 학습을 담당하는 신피질(neocortex)1의 접근이 가능하다.
2) 경계 상태(arousal)
경계 상태는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아동이나 성인들이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으로서 다소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경계심이 높아진(vigilant)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며 많은 것을 경계해야 하다 보니 주로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무엇이 몇 개나 필요한지 등 구체적인 정보만 생각할 수 있으며 이를 넘어 추상적인 내용의 학습이나 고차원적 사고는 어렵다. 또한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마음 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분위기가 존재하기 어렵다. 창피 당할까봐 질문도 꺼리게 된다.
3) 불안 상태(alarm)
불안 상태는 비상 경보음을 들을 때의 마음 상태다. 놀람으로 인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 마음 상태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저항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추상적 사고가 어려운 것은 물론 사고가 경직되며 수동적, 반사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차분히 생각하며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생각만 가능하며 내일, 다음 주를 고려하지 못한다.
4) 두려움 상태(fear)
두려움에 떠는 상태는 공포(terror)의 직전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는 생존 시스템(survival system)2의 작동과 함께 직관적인 사고와 충동적, 반응적(reactive) 행동만 가능하다. 반응하기 전에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사고의 여유가 없으며 초나 분 단위 사고만 가능하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나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또한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5) 공포 상태(terror)
공포감에 사로잡히면 모든 행동은 자동적(automatic)이고 반사적(reflexive)이 된다. 자신의 통제가 전혀 불가능하고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간 감각이 전혀 없고 오직 그 순간에 맞춰 생각하고 행동한다. 다음에 일어날 일 같은 것을 생각할 겨를은 전혀 없다. 뇌에서는 생존의 뇌라고 부르는 뇌간(strain stem)과 자율신경시스템이 활성화된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는 흔히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인다.
<도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추상적인 학습이나 고차원적인 사고는 차분하고, 주의 깊으며, 흥미를 보이는(calm and engaged) 마음 상태에서 가능하며 경계, 불안, 두려움, 공포와 같은 부정적 마음 상태에서는 뇌가 생존 모드(survival mode)3로 전환되기 때문에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학습이 일어나기 어렵다. 따라서 수업을 시작하기 전과 후에 최적화된 수업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교사의 노력과 기술(skills)은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두려움과 공포 상태에서 흔히 나타나는 학생의 충동적이고 반사적인 문제행동을 예방하는 스킬을 알고 적용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21세기 아동·청소년들은 잠자는 시간만 제외하면 자극적인 경험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는 늘 과활성화되어 있어 충동적이 되기 쉽다. 충동적인 문제행동은 이성의 뇌가 기능을 멈추고 생존의 뇌가 지배하는 생존 모드로 전환되면서 일어나기 때문에 생활지도 시에 특별히 이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학습을 억제하는 심리적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부정적 감정인 위협(threat) 및 스트레스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원리 20>에서 ‘학습은 위협에 의해 억제된다’라고 할 때의 위협(threat)은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인지신경과학적 관점에서는 위 <도표 2>의 ‘경계심, 불안, 두려움, 공포’의 상황을 포함해 난처함, 창피함, 곤혹스러움, 망신을 당하는 상황 등을 모두 아우른다. 예를 들면 ‘틀리면 어쩌지’, ‘질문했다가 급우들로부터 창피를 당하면 어쩌지’, ‘준비가 안 되었는데 급우들 앞에서 나보고 발표하라고 하면 어쩌지’, ‘시험 성적이 낮게 나오면 어쩌지’ 등과 같은 부정적 마음 상태를 비롯하여, ‘수업 중 휴대폰을 사용하다가 들켜 선생님이 휴대폰을 압수하겠다고 하는 순간에 학생이 느끼는 감정 상태’ 등도 모두 뇌에게는 ‘위협’에 해당된다. 이외에도 학생의 뇌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도 위협을 느낀다.
•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발표를 해야 할 때
• 싸운 후 억울함을 토로해도 인정받지 못할 때
• 숙제의 마감 기일이 일방적으로 정해질 때
• 잦은 변경에 대응해야 할 때
• 사적인 자유와 사생활(privacy)이 침범 당했을 때
• 비교, 무시, 차별 등을 당할 때
• 자존심이 상할 때
• 마주한 갈등과 도전적 과제를 처리하기 어려울 때
• 얼굴 생김을 포함해 신체의 특성에 대해 놀림을 받을 때
•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신념에 대한 공격을 받았을 때
• 자신이 살아온 문화나 지켜왔던 관행을 타인이 모독하거나 비하할 때
학습자가 위협과 같은 부정적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뇌는 방어기제를 작동해 생존 모드(survival mode)로 전환된다. 입력되는 정보를 분석해 위협이 감지되면(예: 잘 할 자신이 전혀 없는데도 수업 중 갑작스럽게 교실 앞에 나와 발표를 하도록 지시를 받았을 때, 길을 걷다가 바로 발 앞에 뱀을 발견했거나 운전을 하다가 충돌 직전에 급정거를 하는 상황을 맞았을 때) 편도체(amygdala)4는 우리 몸의 생존 시스템인 시상하부(thalamus)5와 뇌간(brain stem)6에 지금 위급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에피네프린,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맥박수를 올리고 팔다리에 에너지를 보내며,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일으켜 비상사태에 대비시킨다. 편도체는 이렇게 공포 탐지기나 화제경보기의 역할을 한다. 이런 순간에는 이성의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데, 이런 현상을 편도체 하이제킹(amygdala hijacking)7이라고 부른다. 편도체 부위의 과대한 대사(代謝) 작용 때문에 이성의 뇌로 정보를 보내는 통로가 순간적으로 좁아지거나 차단되는 현상이다. 순간적으로 특정 영역으로 과전류가 흘렀을 때 두꺼비집 스위치가 내려가 다른 곳으로 향하던 정상적인 전류의 흐름이 중단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편도체 하이제킹이 일어나면 이성의 뇌가 일시적으로 작동하지(disabled) 않기 때문에 참을성이 줄어들고 반사적, 공격적 언행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얼어붙은 듯이 경직적 반응을 보이거나 침잠하는(freezed) 유형의 학생들도 있다.
편도체 하이제킹이 우리 몸의 자연스런 위기 대응 방법이기는 하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 이성을 잃고 감정이 폭발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서지능의 발휘가 필요하고 정서지능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정의적 학습(SEL)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표 3> 감정 수준에 따른 상위 피질(뇌)의 접근 가능성(Steven Fies, 2016)

위 <도표 3>의 좌측 그림은 낮은 수준의 감정 상태에서 학습을 담당하는 상위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나타내며, 우측 그림은 높은 수준의 감정 상태에서 학습을 담당하는 상위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편도체 하이제킹이 일어난) 상황을 나타낸다.
편도체 하이제킹이란 생리적 현상을 이해하면 학생이 교사에게 대드는 문제행동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21세기 아동은 성찰적 뇌에 비해 반사적 반응을 하는 감정의 뇌가 고도로 발달된 세대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교사의 대응방식이 중요하다. 학생의 격한 문제행동은 스트레스 발작에 가깝기 때문에 뇌의 이런 생리적 특성을 고려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
위협이나 스트레스 같은 생존 정보가 정보처리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 이는 매슬로우의 인간 욕구 5단계(Maslow’s hierarchy of needs) 중 안전 욕구와 사랑·소속 욕구가 가장 먼저 충족될 필요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뇌의 정보처리 우선순위는 교사가 생활지도와 수업지도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또한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마련이란 차원에서 편도체의 역할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화재경보기가 작동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떠한 인지적 학습도 제대로 일어나기 어렵다. 이를 스티븐 크라센(Stephen Krashen)은 감정여과장치가설(Affective Filter Hypothesis)8로 설명한다. 부정적 감정이 뇌를 지배할 때는 상위 뇌로 올라가는 통로가 막히는 것을 감정과 정서를 처리하는 편도체가 정보를 거르는 여과장치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 감정의 뇌와 이성의 뇌가 균형을 이루도록 학생의 마음 상태를 학습에 유리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 수업 적용에서 다루겠다.
1) 학습된 무력감의 극복
학습된 무력감은 영어의 ‘learned helplessness’를 번역한 것인데 ‘helplessness’는 ‘스스로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learned’는 이런 부정적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이를 극복하려는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다고 ‘느끼는 상태가 된(학습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은 통제할 수 없고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실제 극복이 가능한 경우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시도나 노력도 효과가 없다고 느끼고, 그러한 무력감으로 인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용어는 1967년 셀리그만과 메이어(Seligman and Maier) 교수가 동물(개) 실험을 통해 발표한 이론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그로부터 30년 후 메이어 교수는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해 개가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방법을 학습하지 못한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는 학습된 무력감 해결에 새로운 시사점을 준다.
일상생활에서도 학습된 무력감은 쉽게 관찰되는데, 아동의 경우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부모나 양육자가 적절히 대응을 해주지 못할 때 아이는 이런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학습된 무력감이 자리 잡고 성인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학대와 방치(neglect)를 반복적으로 겪게 되어도 아동은 학습된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나름 공부를 해도 번번이 성적이 오르지 않을 때 역시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게 되면 낮은 자존감, 낮은 동기, 성공에 대한 낮은 기대, 끈기 부족, 의욕상실, 도움 청하지 않기, 실패를 노력 부족이 아니라 능력 부족으로 돌리기, 열등감, 우울 등의 경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학습된 무력감은 특수교육 대상자나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 중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관심과 전문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들 학생들은 학교나 가정에서 학습이나 적응 행동에서의 실패 경험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학습된 무기력으로 인해 연습에 의해서 향상될 수 있음에도 어떠한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적절한 과제를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특별한 안내와 지원을 통해 성공 경험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습된 무력감에 대한 치료 방법으로는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는 사람의 생각, 신념 그리고 태도가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두는 심리치료의 한 형태이다(Kathleen Davis, 2018). 인지행동치료는 행동치료에서 발전한 것으로 인간의 심리적·정신적 문제에 왜곡된 인지적 정보처리방법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대두되면서 등장하였다. 그 후 사회학습이론을 받아들여서 기대, 자신감(efficacy) 같은 인지적 요인을 행동변화의 한 요소로 인정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이러한 인지적 요인을 고려하게 되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인지적 결정론의 입장에서 인간의 여러 측면 중 감정이나 행동도 중요하지만 인지, 즉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 치료에서는 ‘우리 인간은 자신의 인지, 정서,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사람들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그동안의 행동패턴과 다르게 반응하고 인지를 변화시킴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자신과 대화할 수 있고, 자신을 평가할 수 있으며,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존재다.’와 같은 것을 기본적인 가정으로 삼고 있다(김춘경 외, 상담학사전, 2016).
인지행동치료는 다음과 같은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Kathleen Davis, 2018; Jayne Leonard, 2019).
•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히 확인한다
• 학습된 무력감의 원인을 분석한다
• 학습된 무력감에 기여하는 부정적 생각을 확인한다
• 학습된 무력감을 강화하는 행동을 확인한다
• 가설이 잘못되었을 수 있다는 의심을 품어본다
• 사실과 비이성적 생각을 구분한다
•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기분과 신념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한다
• 최악의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중단한다
• 무력감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찾는다
• 지원과 격려를 받는다
• 기존의 생각과 행동을 더 긍정적이고 도움이 되는 것으로 대체한다
• 자존감을 향상시킨다
•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다
• 긍정적 사고방식을 개발하고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보도록 한다
• 자신의 기분과 정서를 더 잘 인식한다
• 견디기 힘든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다
• 무기력 해결을 위한 달성 가능한 목표와 과제를 설정한다
• 과도한 일반화나 모 아니면 도라는 극단적 생각을 삼간다
• 모든 것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떠안으려는 자세를 지양한다
• 현재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개선책을 생각한다
• 두려움을 피하려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선다
•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환경의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쉽게 포기하지 말고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통제하는 방법을 배운다.
2) 스트레스의 완화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기억, 학습, 건강에 해롭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 급성이고 일시적인 스트레스(acute stress)는 오히려 득이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도 우리의 신체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지만 운동장을 떠날 때쯤이면 벌써 정상으로 돌아온다.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는 집중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Sapolsky, 2015). 예고 없이 치는 쪽지 시험이나 몇 초안에 답해야 하는 퀴즈 게임 등을 할 때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일시적이고 강도가 높지 않아 ‘좋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정 폭력, 회복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충격(trauma), 집단적 따돌림(왕따), 빈곤, 불안 등으로부터 오는 만성 스트레스(chronic stress)다(Raffington et al., 2018).
스트레스에 관한 최근의 한 메타연구(Shields et al., 2017)를 통해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예를 들면 정보의 부호화 이전에 즉 기억의 형성 이전에 받는 스트레스는 기억 형성에 방해가 되지만 학습 내용 자체가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 경우는 오히려 기억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부정적 감정도 기억을 강화함). 더 놀라운 사실은 부호화 이후에 받는 스트레스 역시 기억 형성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한편 스트레스가 학습과 기억에 미치는 것과 관련한 연구에 따르면 낮거나 중간 수준의 코르티솔(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의 분비는 학습과 기억을 향상시키고 높은 수준의 코르티솔 분비는 학습과 기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Ainissa Ramirez, 2014). 또한 수많은 관련 연구들이 높은 수준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기억의 형성과 회상에 지장을 초래하며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활동을 억제한다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험에 따르면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실제로 기억중추인 해마를 수축시킬 뿐만 아니라 사건 기억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 그 순간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사람의 지각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일, 학교 수업의 진도가 너무 빠르고 수준이 너무 높아 따라갈 수 없는 상황, 원격수업으로 인한 사회적 관계의 부족, 상대평가로 인한 경쟁적 분위기,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교육 과정을 마주해야 하는 현실 등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를 안전한 장소로 만들고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학교문화, 학습문화의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기 이전에 먼저 안전한 곳이어야 하고, 각종 소외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우울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기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운동을 하거나 마음 수련을 겸한 요가 같은 것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운동은 만성적 스트레스로 훼손된 해마의 기능을 복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psychcentral.com).
<원리 20>의 내용처럼 학습은 도전과 기대에 의해 강화된다. 도전적 목표와 높은 기대가 학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보자.
1) 도전적 목표의 중요성
<원리 20>에서 말하는 ‘도전’은 ‘도전적 목표, 도전적 과제’를 의미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도전적 목표나 도전적 과제를 제공할 때 학습자의 동기가 향상되고 흥미가 유지되며 지루함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실현가능한(realistic, attainable) 도전적 목표여야 한다. 너무 높은 목표나 너무 어려운 과제는 오히려 도전의 의욕을 꺾고 위협(threat)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서양 국가들에서는 학습이 느리거나 부진한 학생들에게도 목표 즉 성취수준을 낮추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아동의 실제적 학습 잠재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데 근거한다. 이들은 학습이 느리거나 부진한 학생들에게도 이들에게 맞는 내용, 수준, 방식, 속도로 가르치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릴 뿐이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은 “모든 아동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투철한 교육 과정적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다. 이는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연령에 상관없이 아주 쉬운 과제나 목표를 주는 경향이 있는 한국적 문화와 대조적이다. 똑같은 취지의 법이지만 미국은 ‘모든 학생 성공법(Every Student Succeeds Act: ESSA)’이라고 명명하고, 한국은 ‘기초학습보장법’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에도 이런 인식의 차이가 드러난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일수록 감히 자신이 해낼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도전적인 과제’를 해냈을 때 자존감의 회복이라는 더 큰 선물을 얻을 수 있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라도 높은 기대를 가지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며 각종 지원(feedback, scaffolding)과 안내(guide)를 적시에 제공할 경우 생각보다 더 어려운 과제를 해내는 경우가 많다.
2018년 ‘공교육의 꿈, 가능성, 필요성(The Dreams, Possibilities, and Necessity of PUBLIC EDUCATION)’이라는 주제 아래 미국에서 열린 세계적 교육학회 AERA에 참가했을 때 매우 인상적인 발표를 들은 적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주류 사회에 끼지 못하는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어떻게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는지 그 비결을 소개하는 발표였다. 발표 제목은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은 역사적으로 늘 주변적 존재로만 취급받던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How Highly Effective Teachers Create Equitable Educational Opportunities for Historically Marginalized Youth)였다.
발표자들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그 비결을 다음과 같다.
① 비결1. 도전적인 목표의 제시(Academic Rigor)
학기 초 교사들은 학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여러분, 우리가 이것을 왜 배우죠? 나는 여러분들 모두가 과학자처럼 생각하도록 가르칠 거예요. 이번 학기 나의 최고 목표는 여러분 모두가 과학자처럼 사고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공부가 뒤처진 아이들에게는 도전적인 과제를 주면 못할 것이란 편견에서 벗어나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기대를 낮추지 않았다.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를 과학자처럼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은 분명히 도전적인 목표이다.
② 비결2. 관계의 형성(Relationships)
지난 수년간 효과가 있었던 것은 교사가 학생들과 형성한 관계이며, 학기는 항상 관계 형성으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생각하는 관계 형성은 학생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 형성은 학생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해란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배경에서 자랐으며 그들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거는 기대를 학생들이 반드시 책임 있게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holding them accountable to whatever expectations you are setting for them)!”
관계 형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또 교사가 거는 기대를 학생이 반드시 책임지고 충족하게 한다는 것은 놀라운 접근이고 목표며 결의이다. 이러한 접근은 학습자 자신만이 학습의 주체며 학습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수업 전략과 문화는 특히 한국의 학교교육에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내용이다.
③ 비결3. 친밀한 관계(Rapport)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학생들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된다.
“나는 학생들과 정말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요. 나는 진심으로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요. 나는 아이들을 ‘그들’로 보지 않아요. ‘우리’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내 이웃이고 그들은 나의 일상적인 삶의 한 부분입니다. 이들은 나의 아이들이죠. 이런 친밀함을 형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그들이 이를 알게 하죠.”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고, 가르치기 전에 어떤 관계 형성이 필요한지를 잘 말해준다. 주변적 삶을 살아온 아이들에게 이런 관계는 상처 난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④ 비결4. 높은 기대(High Expectations)
학생 성취에 대한 교사의 높은 기대란 각 학생이 어느 정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란 교사의 기대 수준을 말한다. 한 발표자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아이들에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능력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기대(성취수준)를 조정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이기도 합니다. 이들에게 요구하는 목표의 도전적인 정도(rigor)가 내년에 도달할 목표에 비하면 충분할까? 시계추처럼 저의 기준은 왔다 갔다 하지만 저는 전반적으로 높은 목표를 유지합니다.”
아이들 각자와 협의하여 도전적인 목표(기대 수준)를 정하는 과정을 ‘전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서 도달 가능하면서도 도전적인 목표를 주기 위해 얼마나 고심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내년의 목표까지 고려해 올해의 목표를 정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학생들에 대해 함부로 기대를 낮추지 않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학습효과 연구 분야의 세계적 학자인 존 해티(John Hattie)의 학습 전략별 효과크기(effect size)9 순위(visible-learning.org, 2018)에 따르면 학습 전략 중 ‘기대’와 관련된 효과크기가 가장 큰 것은 ‘학생 성취에 대한 학생의 기대(self-reported grades/student expectations)’(효과크기 1.33)이고, 그 다음으로 큰 것이 ‘학생 성취에 대한 교사의 기대(teacher estimates of achievement)’(효과 크기 1.29)이다. 참고로 효과크기가 0.4 이하이면 효과가 낮은 수준이고 0.4~0.6은 중간 수준이며 0.6 이상이면 높은 수준이다. 학생의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 학생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높은 기대가 학생의 성취도 향상에 이렇게 기여도가 높은 데도 불구하고 이에 소홀히 한 점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지점이라 생각된다.
⑤ 비결5. 가르치는 일 사랑하기(Love of the Work)
다음은 발표에서 한 여교사가 한 말이다.
“제가 성공하는 경우는 제가 하는 일을 좋아할 때라고 생각해요. 저는 가르치는 일을 무척 좋아해요.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저는 계획세우기, 교육과정 모두 좋아하죠. 모든 교사들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는 쉬운 일이 아니죠. 어떤 일이든 100% 마음을 쏟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교사가 가르치는 일을 정말 좋아하면 이것이 아이들에게도 전달되죠.”
가르치는 내용이 비록 재미없고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여도 가르치는 교사가 매우 중요한 내용인 것처럼 열정적으로 가르치면 학생의 거울신경(mirror neurons)은 이에 속아 이것을 진짜 중요한 것처럼 믿고 수업에 빠져든다.
이상의 5가지 비결은 미국의 빈곤률이 높으면서도 학업성취도가 매우 높은 학교들( high-poverty, highest-performing schools)이 보이는 공통점이라고 한다.
2) 놀라운 기대효과
바로 앞에서 살펴본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들은 역사적으로 늘 주변적 존재로만 취급받던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는 교육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라는 발표 내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높은 목표, 높은 기대, 그리고 관계 형성은 특히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아동들의 지도에 더욱 필요한 요소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의 연구(Rosenthal and Jacobson, 1968)에 따르면 학생들은 교사의 기대를 내면화하고 이것이 자성예언(self-fulfilling prophecies)으로 작용해 학생의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들은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The Pygmalion Effect)10라고 불렀다. 또한 교사의 긍정적 기대는 학생의 성취도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부정적 기대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한다(Jussim & Harber, 2005). 교사가 학생에 대해 긍정적 기대를 갖게 되면 교사는 학생을 만날 때마다 미소를 짓고, 눈을 맞추며, 또 지지하고 격려하며 호의적이고 친근한 행동을 취하게 되어 이것이 늘 주변적 존재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소외받으며 살아온 학생에게는 큰 위안과 힘이 되어 자존감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된다. 학생의 잠재력에 대한 교사의 믿음은 특히 소수민족 출신이나 빈곤 소외 계층 아동들에게 더 강력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Ferguson, 2002).
로젠탈의 기대 효과에 대한 유명한 실험을 하나 소개하겠다. 1963년에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은 학년 초에 미국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했고, 그 뒤 지능검사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20퍼센트 정도 되는 학생들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그 명단을 교사들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이 학생들은 지능이 높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적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8개월 후 로젠탈은 이전과 똑같은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했다. 그런데 20%의 명단에 들어 있던 학생들의 지능지수가 지난번 검사 때보다 괄목할 정도로 더 높게 나왔다. 확인해 보니 학교 성적도 크게 향상되었다. 로젠탈의 말을 믿은 교사들이 이 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높은 기대를 갖고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학생들도 교사의 기대와 격려에 보답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 할 수 있다. 기대 효과의 정반대가 낙인효과(stigma effect)다. 한 번 나쁜 사람으로 찍히면 스스로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한편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기대효과(expectancy effects)를 다루기 위해서는 교사 기대의 부정확성, 편향성(bias), 불공평한 상호작용(→수업 적용 2.)에 대해서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나 빈곤층 또는 소수인종 출신의 아이들은 교사의 편향성이나 차별적 상호작용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주변적 존재로 살아온 아이들의 능력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높은 기대를 갖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아이들도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생에 대한 교사의 높은 기대(효과크기 1.29)와 학생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효과크기 1.33)는 어떤 다른 학습 전략보다도 효과적이다. 개인별 지도(효과크기 0.23), 학급당 학생 수 감축(효과크기 0.21), 1교실 2교사제(효과크기 0.19)의 도입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높은 기대를 가지려는 의지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다음과 같은 것의 일상적 실천이 중요하다.
•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차별하지 않는다.
• 모든 수업에서 모두의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한다.
• 공부 못하는 아이들에게 최하 수준의 성취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는다.
• 학생들과 가정에 학생에 대한 교사의 긍정적 기대를 전한다.
• 좀 어렵더라도 도전할 수 있도록 학습자에게 흥미와 의미가 있는 과제를 제공한다.
• 작은 진전을 이루었을 때 즉시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 성적표를 작성하거나 피드백을 제공할 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음을 전달한다.
아울러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있는 아이들의 경우는 작은 강점이라도 찾아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고 이를 바탕으로 기대와 자존감을 높이는 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수업 적용
이번 칼럼에서의 핵심 사항은 최적화된 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 상태(relaxed alertness)’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협은 낮고 도전 의욕은 높은 마음상태(low threat and high challenge)를 만드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수업의 변화(교사 중심, 내용 습득 중심의 전통적인 수업 방식을 의미와 목적에 기반한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하기), 교사의 행동 변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TESA의 소개, 학습자의 마음상태 변경, 질서 있는 의견 나누기(ordered sharing), 이렇게 4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상태’를 위한 수업 전략
교사 중심으로 진행되는 내용 전달이나 습득 중심의 수업으로는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상태’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수업을 교사가 주도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학습 동기 유발이 어렵다. 수업은 시험 점수를 내기 위한 과정이고 맞거나 틀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수업은 중상위권 이상의 소수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일부 학생들에게 수업은 도전적인 수준(challenge)을 넘어 위협(threat)이 된다. 이는 특히 기초가 부족한 학습자들에게는 두려움(fear)과 무력감(helplessness)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수업에서 학습자는 수동적 존재가 되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개발할 여지가 거의 없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도 닫혀있다. 이런 수업은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 상태(relaxed alertness)’와는 거리가 멀어 학생에게 생존 모드(survival mode)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수업 최적화를 위한 마음 상태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Caine & Caine, 2016).
• 뇌친화적 교수학습 설계하기(brain-friendly teaching & learning)
• 학생과 함께 의사결정하기(shared decision making)(예: 숙제를 상의해 정하기)
• 학급회의 하기(classroom meetings)
• 사회적·정의적 학습(social and emotional learning: SEL)11 하기
• 실제 삶과 관련된 실질적인 질문(authentic questions) 하기
• 나 전달법(I-message)12 사용하기
• 적극적 경청하기(active listening)
•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ordered sharing)
• 성찰하고 통찰력 발휘하기(reflecting and having insight)
• 갈등 관리하기(managing conflict)
1970년대 미국의 LA 카운티 교육청에서 ‘교사 기대와 학생의 성취(Teacher Expectations and Student Achievement: TESA)’라는 교육자들의 행동변화(behavioral change)를 위한 연수프로그램이 만들어 졌다. 이는 학생의 행동 변화가 아니라 교사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이 연수 프로그램의 프레임은 3가지 영역을 담고 있었다. ‘질문에 대해 학생들의 응답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관리하는가’, ‘어떻게 피드백을 제공하는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존중의 마음을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가’가 바로 그것이다. 매달 한 가지 사항에 집중해서 수업을 관찰하면서(예: 성적 상위자 5명과 성적 하위자 5명에게 교사가 어떻게 다르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집중해서) 스킬을 배운다. 연수 결과는 놀라웠다고 한다. LA 카운티에서만 2005년 기준 20년간 10만 명이 넘는 교사들이 연수를 받았고 매년 80-100개의 학교가 연수를 신청했으며 연간 증가율은 20%나 되었다고 한다(Catherine Gewertz, 2005). 2005년 기준 이 프로그램이 30년 이상 지속되어 왔다는 것만으로도 이 연수의 효과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연수 프로그램은 학교생활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느냐가 학생들의 행동, 사고, 성취도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점에 착안하여 마련되었다. 예로 교사가 어떤 학생에 대해 잠재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이라고 낮은 기대를 갖게 되면 이 학생에게는 낮은 수준의 질문을 던지고 낮은 수준의 과제를 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학생은 성취도가 낮은 학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교사가 어떤 학생에 대해 공부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식하면 이런 학생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질문을 던져 높은 수준의 학습이 가능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게 교사가 범하는 이러한 편향된 상호작용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다양하다(effectiveteaching.com; Kathleen Cotton 1989).
•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복합적 사고를 자극하는(complex) 질문하기
• 질문한 후 공부 못하는 학생보다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더 오래 기다려주기(더 오래 기다려주면 더 좋은 답을 생각해낼 수 있음)
•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발언이나 대답의 기회를 더 많이 주기
•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더 도와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더 많이 도와주기(공부 잘하는 학생이 도움을 더 원하기 때문에)
• 공부 잘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더 오래 들어주기(공부 못하는 학생들에게 들어주는 시간은 잘하는 학생의 경우보다 약 25% 짧다고 함)
•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더 자주 미소 짓고, 몸을 기울이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기
• 공부 못하는 학생을 교실 맨 뒤에 앉히기
‘교사 기대와 학생의 성취(TESA)’ 연수 프로그램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긍정적이고 공정할 때 학업 성취도가 향상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울러 이 연수 프로그램(TESA)은 다음 3가지를 기본적인 신념으로 삼았다.
• 변화를 가장 확실히 일으키는 방법은 교사가 먼저 변하는 것이다.
•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에 대한 교사 인식이 학생들에 대한 기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교사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 학생들과 교사 간의 상호작용에 있어 양뿐만 아니라 질의 향상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인다.
또한 TESA 연수 프로그램은 ‘교사-학생 간의 공정한 상호작용을 위한 교사 행동 15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effectiveteaching.com).
① 대답 기회의 공정한 배분
교사는 수업 중 모든 학생들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② 맞은 것의 확인(affirmation)과 수정(correction)
교사는 학생이 수업 중 수행한 활동에 대해 맞은 답의 확인과 수정 등의 피드백을 어떻게 공정하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③ 근접성(proximity)
교사는 교수학습의 과정에서 각 학생에게 물리적 거리와 심리적 거리에 있어서 공평하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해 배운다.
④ 개별적 도움 제공
교사는 어떻게 하면 각 학생들에게 공정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⑤ 공평한 칭찬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 중 수행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하면 공평하게 칭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⑥ 정중한 표현의 사용
교사는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할 때 어떻게 정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⑦ 기다려주는 시간(wait time)
교사는 질문을 하고 학생이 이에 답하기 위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⑧ 칭찬의 이유
학생이 수행을 잘 했을 때 어떻게 칭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배운다(예: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노력을 열심히 해서).
⑨ 학생의 개인적 흥미에 대한 관심의 표명과 칭찬
교사는 어떻게 질문을 하고 학생의 개인적 흥미와 경험과 관련해 어떻게 찬사(compliment)를 보낼지에 대해 배운다.
⑩ 깊이 파고들기(delving), 바꾸어 말하기(rephrasing), 단서 제공하기
교사는 학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돕기 위해 어떻게 추가적 정보를 제공할지에 대해 배운다.
⑪ 경청하기
교사는 학생들과 소통할 때 어떻게 능동적·공감적 청취를 할지에 대해 배운다.
⑫ 접촉하기(touching)
교사는 학생에게 친근감의 표시로 접촉할 때 어떻게 존중하는 마음으로 적절한 수준으로 친근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운다.
⑬ 고차원적 질문하기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의 회상을 요하는 것을 넘어 도전적인 질문을 할 때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배운다.
⑭ 학생의 기분 수용하기
교사는 학생의 기분이나 감정을 인지하고 평가하지 않으며 그대로 받아주고 공감하는 방식에 대해 배운다.
⑮ 문제의 언행 중지시키기
교사는 학생의 문제 언행을 차분히 점잖게 중단시키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이상의 ‘교사-학생 간의 공정한 상호작용을 위한 교사 행동 15가지’는 학생들로 하여금 차별 받지 않고 공평한 학습과 성장의 기회를 부여받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동기를 유발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고 불안과 두려움 없이 질문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며 학습된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것이 최적의 학습(수업)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다. 교사의 행동변화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 TESA가 학생이 아니라 교사의 변화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 매우 탁월한 접근이며 인상적이다.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 상태(relaxed alertness)’는 이런 노력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학교에서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종종 문제행동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친구와 다툰 후 분을 참지 못하고 억울해 하는 상황, 심하게는 교사의 훈육이나 징계 과정에 반발하여 학생이 교사에게 심한 욕설을 하면서 대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일 등이다. 청소년들은 아직 자신의 언행을 조절하는 이성의 뇌가 발달 중인 상태여서 충동적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반응적(reactive), 반사적(reflexive) 행동과 함께 생존 모드인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이기 일쑤다.
학생의 문제행동을 잘 처리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고려한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행동이 일어났을 때는 논리적인 좌뇌와 감성적인 우뇌가 균형을 잃고 우뇌가 지배하며, 또 상위 뇌(이성의 뇌)와 하위 뇌(감정과 생존을 담당한 뇌)가 균형을 잃고 감정의 뇌와 생존의 뇌가 지배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교사가 바로 논리적 좌뇌와 이성적인 상위 뇌를 사용하여 훈시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아동이 속이 상해 있을 때는 교사는 사회적 뇌(social brain)13를 작동시켜 경청과 공감을 통해 속상해 하는 아동의 마음(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감정이 상했는지 이야기하도록 하고 공감을 보내며 평상심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야 비로소 아동의 논리적 좌뇌와 이성적 상위 뇌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와의 이성적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네가 그런 말/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까 참기 어려운 상황인가 보구나. 화가 좀 가라앉고 나면 왜 화가 났는지 네 얘기를 들려주겠니? 지금은 좀 심호흡을 하고 감정을 가라앉혀봐.” 식의 대화를 나누어 학생의 뇌(이성의 뇌와 감정의 뇌)가 균형을 갖추어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학생이 하는 문제행동의 기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보이면 “감히 그런 행동을 선생님에게 해?”라고 생각하는 대신에 “그런 행동을 통해 무슨 소통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아동의 문제행동은 사회적 스킬이 부족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지만 아동의 입장에서는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는 신호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문제행동은 정서적, 행동적 장애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발달의 정도와 생존 모드의 이해를 바탕으로 바른 대처가 필요하다.
• 1단계: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을 발견하기
• 2단계: 현재 학생의 마음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기
• 3단계: 전략 세우기
• 4단계: 계획 짜기
• 5단계: 상태전환 유도하기
• 6단계: 상태 전환 확인하기
• 7단계: 학생의 상태가 전환된 후 문제를 해결하기
예: 신체적 활동을 유도 (심호흡, 스트레칭, 걷기 등)
“선생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어떻게 할지 선생님이 몇 가지 제안을 할게. 그 중에서 네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거야.”
4.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 활동(ordered sharing)
사회생활이나 학교에서 수업 중 활동을 할 때 필요한 주요 능력 중 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혹은 대결하는 말투가 아니게 말하고 적극적·공감적 경청(active listening)을 하는 것이다. ‘나 전달법(I-message)’도 이런 목적에 맞는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적용하면 ‘편안하고 주의 깊은 마음 상태(relaxed alertness)’에서 수업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수업 활동의 한 예로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ordered sharing)’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는 여럿이 둘러 앉아 이야기를 나눌 때 발언의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돌아가고 또 남이 말할 때 공감적 경청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은 두고 모든 참여자가 지키도록 한다.
• 모두가 발언한다
• 청자들은 발언자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는다
• 발언자의 말을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경청한다
위 규칙을 적용하면서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를 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모둠의 크기는 5-6명이 적당하다.
① 주제 소개하기
조용하게 한 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교사: “내가 토론할 주제를 하나 제안할 거예요. 각자 어떤 내용을 말할지 생각해 봐요. 이제 시작할 텐데 누가 먼저 얘기를 시작해도 좋아요.”
생각할 시간을 주고 질문 형태로 주제를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토론의 주제를 학생들이 제안하게 하거나 교사가 제안한 것을 학생들이 수정하게 하는 것도 좋다.
| · 나의 롤 모델은 어떤 사람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고 이를 위해 어떤 진로를 준비할 것인가? |
②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
• 교사: “일단 누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한 번에 한 사람씩 말하도록 해요.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발언 시간은 약 1분입니다.”
“누가 말하는 동안은 경청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반응을 하면 안 돼요. 듣기만 해야 합니다. 이렇게 중단 없이 돌아가면서 각자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③ 열린 토론
• 교사: “이렇게 돌아가며 모두가 한 번씩 얘기를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자유롭게 얘기하는 시간이에요. 이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되 타인을 비난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이러한 자유 토론 시간으로 각 모둠별로 2-3분 정도의 시간을 준다.
④ 모둠별 성찰
• 교사: “이 모둠에서의 토론은 어땠어요? 모두가 공평하게 이야기 기회를 갖고 타인이 말할 때 적극적으로 경청을 하였나요?”
이렇게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는 주제 정하기, 질서 있게 의견 나누기, 자유 토론, 성찰의 순으로 진행된다.
| [이전 칼럼]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19) – <원리 18> 뇌는 사회적이기 때문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더 잘 배운다[Revised].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20) – <원리 19> 뇌는 수면 중 기억할 내용을 분류하고 응고화하며 새로운 학습을 준비한다[Revised]. |
[참고 문헌]
• Ainissa Ramirez (2014). The Science of Fear.
https://www.edutopia.org/blog/the-science-of-fear-ainissa-ramirez
• Catherine Gewertz (2005). Training Focuses on Teachers’ Expec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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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tie Ranking: 252 Influences And Effect Sizes Related To Student Achievement
각주
- 신피질(neocortex) – 대뇌피질 중 발생적으로 가장 최근에 분화된 회색질(gray matter) 부위이며 사고 등 고도의 정신작용과 시각, 청각 등을 담당한다. 4개의 엽(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후두엽)으로 구성된다.
- 생존 시스템(survival system) – 큰 위험이나 극심한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우리 몸은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고 반사적으로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이는데 이러한 우리 몸의 방어 기제를 생존 시스템이라 부른다.
- 생존 모드(survival mode) – 위험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인체의 적응적 반응으로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 편도체(amygdala) – 변연계(limbic system)에 속하며 공포와 위협 같은 정보를 감지해 뇌의 다른 부분으로 전달하고(화재경보기 기능),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촉발해 신체적 각성 등의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는 아몬드처럼 생긴 핵심적인 뇌의 구조물이다. 또한 감정이 개입된 사건에 대한 기억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서적 정보를 평가해 성찰적인 상위 뇌(이성의 뇌)로 올려 보내느냐 아니면 반사적인 하위 뇌(reactive lower brain)로 보내느냐를 결정한다고 해서 정서필터(affective filter), 전환역(switching station) 등의 별칭을 가지고 있다.
- 시상하부(hypothalamus) – 시상(thalamus)의 아래쪽에 위치한 뇌 부위로 여러 개의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신경핵(nucleus)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것 외에 감정표출, 체온조절, 배고픔이나 목마름 등의 다양한 행동 조절을 담당하는 중추이다.
- 뇌간(brain stem) – 뇌줄기라고도 부르는 부위로 뇌의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으며 척수(spinal cord)로 이어진다. 중간뇌(midbrain), 다리뇌(교뇌, pons), 숨뇌(연수, medulla oblongata)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호흡·맥박·혈압 등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에 관여한다.
- 편도체 하이제킹(amygdala hijacking) – 공포와 같은 위협적 정보를 접하게 되었을 때 이성의 뇌의 판단을 기다릴 겨를도 없이 생존의 뇌에 투쟁·도피·경직 반응(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일으켜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시적으로 이성의 뇌로 가는 신호를 편도체가 납치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감정여과장치가설(Affective Filter Hypothesis) – 학습자의 불안, 낮은 자존감, 동기의 부족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여과장치(filter)가 작용해 외국어 습득을 방해한다고 보는 가설이다. 따라서 부정적 감정의 여과 장치를 제거해주어야 입력을 기반으로 한 외국어 습득이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 효과크기(effect size) – 각 개별 연구들에서 나온 결과들을 통계 절차를 통해 표준화 시킨 것으로, 교육 분야의 효과 크기는 해티(Hattie)의 기준에 따르면 효과 작음(d=0.2), 효과 중간(d=0.4), 효과 큼(0.6)으로 나뉜다.
-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 – 로젠탈효과, 자성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이다. 조각가였던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그 여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여신(女神) 아프로디테(로마신화의 비너스)는 그의 사랑에 감동하여 여인상에게 생명을 주었다. 이처럼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 사회적·정의적 학습(social & emotional learning: SEL) –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며,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며, 타인의 입장에 공감하고, 긍정적인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며,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과정.
- 나 전달법(I-message) – ‘나’를 주어로 하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으로, 아이 메시지(I-message)라고도 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그 행동에 대해 비난하고 평가하는 의사소통 방식인 ‘너 전달법’과 대조된다. 갈등 해결에는 나 전달법이 효과적이다. (예: 너 그런 행동 하지 마. → 너의 그런 행동은 나의 마음을 상하게 해.)
- 사회적 뇌(social brain) – 타인의 이해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으로서 사회적 자극의 정서적 중요성을 평가하고 대상의 보상적 특성(rewarding nature)을 부호화하는 기능을 한다. 편도체(amygdala)와 측좌핵(nucleus accumbens) 속에 위치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이번 내용은 교사가 아닌 부모에게도 상당 부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편도체 하이제킹이란 생리적 현상에 대한 이해, 자녀의 마음 상태 이해 등은 저같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는 부모에게 꼭 필요한 내용 같습니다. 자녀와 같이 화내는 것이 아니라 화난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 보다 이성적으로 훈육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 반성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