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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만 18세 선거권 도입의 의미는 학생자치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700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1.11.17
본 글은 학생자치, 학생주권시대를 열다(2020, 테크빌)의 원고를 일부 수정한 내용임.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만 18세 선거권 도입

 

2020년 연 초부터 교육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사건이 있었다. 선거 연령을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되어 2019년 12월 말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법안 발의 자체도 다른 중요 안건으로 인해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실적용 발의라 통과도 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이 결과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난 약 14만 명(교육부 추산)의 학생이 2020년 4·15 총선에서 투표권을 갖게 되었다. 이로서 OECD 국가에서 유일하게 만 19세부터 선거권을 가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한 34개 회원국가 가운데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을 포함하여 32개 국가의 선거연령은 만 18세 이상이며, 오스트리아는 2007년 선거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16세 이상으로 더 낮췄다. 법과 제도에 있어 보수적이라 여겨지는 일본도 1945년에 재정한 선거법을 70년 동안 고수하며 만 20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다가, 2015년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췄다.

 

그동안 민감한 교육 관련 정책연구에 여러 번 참여하였지만, 학생 선거권이라는 첨예하게 대립되고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정책에 대해서는 섣불리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누군가는 냉정하게 현상을 분석하고 향후 파급력에 대한 예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이 법안 통과 직전 A교원단체는 반대의견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그 근거로 교실의 정치장화에 대한 우려, 학생들의 선거법 위반, 민법 및 청소년 보호법과의 충돌을 내세웠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보수·진보의 이념적 대립이 교실 안으로 침투해 학생을 선도하고 정치도구화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였다.’1 반면 B교원단체의 경우 현행법상 만 18세부터 납세·근로 의무가 부과되고,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운전면허도 취득 가능하다는 이유로 찬성의견을 내기도 하였다.

 

이 중 A교원단체가 주장한 내용들은 학교현장의 시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학부모, 교사 중 교사의 시각이 가장 보수적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정책연구2에서 만 18세 선거권에 대한 교원의 생각을 조사해보았더니 과반 수 이상이 도입에 반대한다고 하였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안들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지만, 학생을 바라보는 교원들의 보수적인 시각을 여지없이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면에는 여러 사안에 대한 책임문제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기도 하지만 A교원단체의 의견은 논리가 없는 변명에 가깝다. 보완책을 이야기하려면 실질적인 것을 논해야 하는데 반대를 위한 명분만 찾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법이 통과되었으면 교육부·교육청·학교·교원은 대응책을 찾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다. A교원단체가 말하는 것처럼 만 18세 선거권의 도입으로 학교가 정치판이 될까?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예를 들어보면 대학교 1학년들에게는 대개 선거권이 있으나 학교 내에서 선거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문제가 비화된 적이 거의 없다. 학교나 교실이 정치의 장이 되기보다는 교실 밖에서 건강한 소통과 토론의 문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최근 대학교의 미투 운동3(Me Too movement)과 대자보는 정치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창구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아쉽게도 최근 대학가에서는 구직이 힘든 현실 탓에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자도 나오지 않고 정치에는 무관심한 현상도 있다. 만 18세 선거권이 도입되면 교실이 정치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가깝다.

 

만 18세 학생들이 투표권을 갖게 되면서 학교현장이 정치장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촛불청소년연대(시민단체)는 2020년 1월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 18세 학생의 투표권이 보장된 만큼 오히려 이들의 선거운동·정치활동 등 참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고등학생은 “청소년의 투표권에 반대하는 쪽은 학생이 정치에 이용되고 교실을 정치판으로 만들며 학업에 방해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는 학생을 시민으로 존중하지 않고 미성숙한 존재,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명목 하에 권리를 박탈하고 침묵시키는 행위”라고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4

 

역사적으로도 일제 강점기의 3.1 혁명5의 주역 중 한 축은 학생(청소년)들이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관순 열사도 1902년 생으로 이화학당에 재학 중이던 1919년에 나이 만 17세에 불과했다.6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서도 일제에 맞서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며 광복군이 되었고, 6.25 전쟁에서도 수많은 학도병이 공산주의에 맞서 싸웠고, 4.19 혁명은 주역 자체가 학생들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도, 멀지 않은 2017년 국정농단에 맞서는 촛불 혁명에서도, 그 중심에 학생들이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학생이 빠진 적은 거의 없었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이해관계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옳고 그름의 문제에 가장 열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청소년 세대이기 때문이다. 일부 보수 정당이나 단체에서도 이 법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논리만으로 시대 변화의 흐름에 저항하고 있다. 과거 국가 중대사에서 혼신을 다해,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목숨까지 기꺼이 내던졌던 학생(청소년)들은 제도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고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아 그러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 아니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과거를 부정하는 부끄러운 발상이다.

 

선거권과 같은 정책은 역사적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여성 선거권만 봐도 그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얼마나 많은 투쟁과 논쟁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여성 선거권에 대한 논의는 프랑스 혁명 당시 여성의 선거권을 주장7하면서 시작되었다. 19세기 후반, 여러 나라에서 제한적으로 여성의 선거권이 허용되기 시작했고, 미국도 1920년에 와서야 대한민국은 1948년에 와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선거권의 역사는 100년이 채 안 된다. 선거권은 그 자체만의 무게감으로도 과거의 민주주의의 투쟁과 저항의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라 가벼운 의미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고등학생의 선거권은 그 자체로 우리나라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며, 선거권의 획득과 제도적 활용은 별개일 수 있으므로 권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만 18세 선거권 부여에 반대하는 이유는 과연 논리적인 것인가, 역사적인 것인가, 감정적인 것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기성세대 또한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일정 나이가 되어 자연스럽게 선거권을 부여받았다. 때문에 그 가치가 얼마나 절실한지 무게감을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없이, 최근 일부 극우세력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선거권이 일정 나이가 된다고 합리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8 즉 만 19세가 아니라 더 나이 많은 성인이 되었다고 선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준비가 체계적으로 된다고 하는 발상은 근거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이익집단화되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장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들이 불법을 저질러도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니 용서해야 한다는 초법적인 발상을 하기도 하는데, 법치주의(法治主義)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우대를 하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이다.9 오히려 이런 이들은 시민교육을 잘 받지 못한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계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삶, 자유, 명예를 위해 항거하는 이들 중에는 10대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들은 10대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그들의 철없는 행동들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의문부터 가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역사에서도 보듯 10대들도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중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제거당한 채 기계적으로 외워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10에 가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자사고는 그야말로 자립을 하는 학교라는 뜻인데, SKY에 귀속되었으면 되었지 자립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자립의 영역이 방대하지만 특히 학생 자립(자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 국회의원 151명, 즉 과반 이상의 국회의원이 전북교육청의 전북 S고의 자사고 탈락에 반대 성명을 낼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고 전 국민의 관심을 끌었으나, 자사고 출신 학생이 자치 역량이 뛰어나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본 바 없다. 반면에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자치로 학생들의 자율적인 역량을 키운 외국은 다른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2019년 환경운동을 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11는 2019년 기준 16세의 소녀이다. 그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행동 시위를 이끌었고, 유엔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배출가스가 없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하기도 하였다. 수많은 인파가 맨하탄에 모여 그와 함께 “지구를 구하자!”라고 외쳤다. 그는 성인들이 할 수 없는 일을 10대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보여주었다.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10대가 나오는 일들이 과연 가능할까? 2004년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은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라며 1인 시위와 46일간의 단식 투쟁으로 일정 부분 파문은 있었지만 한 개인의 일탈이라는 분위기와 함께 금방 묻히고 말았다. 그 이후 15년의 세월이 더 지났지만 지금까지 대한민국 고등학교의 시계는 보수적인 과거의 시절에 멈춰있다.

 

어쩌면 학교는 일제강점기에 체계가 갖춰진 이후로 개혁의 바람이 불지 못한 무풍지대(無風地帶)이다. 여전히 학생은 학생다워야 함을 강요당하고 있고, 이제 만 18세 선거권이라는 권리가 주어졌지만, 보수적인 어른들은 통제 장치를 더욱 공고히 하려고 한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외부기관(YMCA전국연맹·징검다리교육공동체)에 위탁해 진행하려던 ‘초·중·고 모의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정치 편향을 우려하여 제동을 걸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시내 초·중·고 40곳을 대상으로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실시하려는 것이었다. 해당 교육은 총선 출마자 공약을 분석하고 모의투표까지 진행하는 방식이었는데 선관위에서 선거법 위반 가능성과 정치 편향성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다.12 학생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어른들끼리 ‘된다’, ‘안 된다’를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 내 여러 문제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통제 위주의 관점을 가지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기회비용은 상당하다. 미래세대의 주역이라고 이야기하고, 학교자치의 주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성인들의 이해관계와 얽히는 순간 감언이설(甘言利說)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갈등비용이 큰 국가이다. 2013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밝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사회갈등의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국 가운데 2번째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최대 246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13 더 이상 갈등이 심각해지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시민교육이나 정치교육을 함으로써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은 모두 정치로 귀결된다.

 

지금까지 만 18세 학생들은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고, 세금도 납부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권리인 선거권이 없었다. 이제 와서 온전한 권리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재학 중인 학교 정책에 대해 평가하고 심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갖게 된 것이다. 이것의 상징성은 크다. 아쉽게도 일부 보수적인 단체에서 여러 가지 이의를 제기해 선관위가 대책14을 내놓았는데,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는 미지수다. 구체적으로 교육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교육현장에 맞춘 운용 기준과 사례 중심의 선거법 안내자료 작성·제공, 교육기관·학부모 단체와 연계한 입체적 안내·예방, 정당·후보자 대상 선거운동 안내자료 제공 등을 대책으로 발표했다. 또한 만 18세 유권자와의 소통을 위해 인플루언서 등과 협업한 공감 콘텐츠 전파 및 랩(Rap), 웹툰 등을 활용한 선거정보 제공, 선거 교육을 위해 교재 제작·배부 및 전담인력 양성, 학교를 찾아가는 선거교육 실시와 포스터·현수막 및 가정통신문 활용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선관위는 ‘학교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 교육상 특수 관계·지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 관여 행위 고발조치 등 엄정 대응, 신고·제보 네트워크 구축 및 전담 신고·제보센터 운영, 학생의 경미한 위법행위는 학교 인계, 훈방 또는 현지 시정조치(반복 시 엄중 조치), 불가피한 위법행위 발견 시 학생의 학습권 및 인권 최대 보장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학생이나 학교를 잠정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마저 보이고 있다. 분위기가 조성되기 이전에 불법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며 학생과 교사에게 엄포를 놓는 것 같다. 이런 식이라면 결과적으로 교사들이 위축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학생의 만 18세 선거권은 선거권 자체에 의미가 있다기보다 선거권을 통한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데 의의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15과 같은 형태의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교사들의 손과 발을 언제까지 구시대적인 ‘공무원의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형틀에 묶어둘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공무원과 다르게 교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18세 선거권을 계기로 시민교육과 연관 지어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한 예로 학교에서 교사들은 종교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지만 종교를 포교(布敎)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상식이기도 하고, 지켜지지 않을 때에는 공무원의 품위 유지의무 위반16으로도 징계나 처벌이 가능하다. 교사들과 공교육을 못 믿는 불신시대에서 벗어나야지만 시민교육의 새로운 틀이 시작될 것이고, 학생들의 선거권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에게 일정 부분의 권리를 주는 것,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다는 것을 꼭 우리 스스로 갈등을 통해서 표출해야만 하는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이러한 사회적인 갈등과 혼란의 상황은 독일과 같이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했더라면 변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1·2차 세계대전의 전범 국가였던 독일은 전후 재건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면서 과거에 대한 반성17을 통해 철저하게 시민교육을 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재정이 튼튼한 나라라고 알려진 것 외에도 시민교육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 이후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사태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했고, 현재까지 여러 논란이 있지만 사회적으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는 이유를 시민의식의 부재, 합의를 할 수 있는 제도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비단 성인의 문제로만 국한시켜 생각해 볼 수 없다. 우리나라 학교문화와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합의나 절차, 권리를 주지 않은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정치는 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모두 정치이다. 학생들 간의 관계나 진로 등 삶의 곳곳에 정치적 판단이 관여될 것이다. 성인들만이 국가 중대사를 논할 수 있다면 성인 자격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일정 연령이 되었다고 그 자격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주요 선진국처럼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교실이 정치판이 될까봐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교실이 정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판단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 학생 때부터 충분한 논의의 장(흔히 말하는 정치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학생에게 참정권이라는 의미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모의실습을 해보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20세기를 살면서 19세기 유교적인 사고방식에 머물고 있는 성인들에게 과연 학생들은 어떤 말들을 할지 궁금하다. 우리의 삶은 정치로 귀결된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정치적인 판단을 끊임없이 해 온 투쟁의 결과 지금의 자리에 왔다.

 

 

학생들에게 익숙하지만 어른들에게만 낮선 학교 내 자치·선거

 

지금까지 학생이 학교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일정 동아리에 참여하고,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정도에 그쳤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학생회장 선출이다. 학생회장 선거는 초등학교 때부터 무척 민감하게 작동한다. 과거와 다르게 후보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지역마다 편차는 있다. 복수 후보가 나오게 되면 선거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선관위에서 투표소를 빌려서 모의투표도 해보고 선거교육도 실시한다. 이는 성인들이 하고 있는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도 할 줄 모르고, 해본 적도 없고,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든다고 하는 말 자체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반증한다. 이미 학생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자신의 손으로 학교 대표를 뽑아왔다.

 

다만, 학교 대표인 학생회 임원들을 학교운영에 참여시키지는 않았다. 허울 좋게 ‘학생대표’는 만들었지만, 정작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실현하고자 만든 학교운영위원회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기구다. 여기에는 학부모 위원과 교원위원, 지역사회위원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18 학생들은 애초부터 참가 범위에 있지 않다. 일부 시·도교육청과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개정 움직임이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놀라운 것은 가장 보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이 교사들이라는 점이다. 학생들과 학교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교사들 또한 ‘학생들은 아직은 어려’라는 말로 일축하고는 한다.

 

우리는 과거 학생인권조례가 확산되면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를 알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에 확산되었다. 아직도 일부 시·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추락시키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말로 그 의미를 폄훼하고 있다.19 일부 교사들은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학생 일탈의 모든 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돌리기도 하였다.20 교권이 추락한 것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교권추락의 원인은 시대의 흐름에 따른 교사에 대한 시각 변화, SNS의 발달, 고학력자의 증가,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한 자녀의 증가, 교원의 행정업무 증가, 학교의 역할 변화 등 여러 가지를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민주적으로 학교운영을 하고 있는 일부 혁신학교에서 학교축제·체험학습 기획을 학생들에게 맡겼다고는 하지만 아쉽게도 중요한 결정은 대부분 교사들이 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의 학교 구조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구조적으로 제도적으로 그런 상황이다. 학생들은 교원에 대한 평가를 하는 유일한 수단인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도 큰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 일부 교원단체에서는 그마저도 ‘개인적인 감정으로 악평을 남기는 일부 학생들 때문에 서술식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권리를 주어봤자 감정에 치우친 무의미한 평가가 이루어질 뿐이라는 의견이 교육계에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다.

 

학교는 규모는 작지만 하나의 기관이다. 이 기관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고 있는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이 받고 있는 교육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권리일 것이다. 대학생은 대학평가, 교수평가를 자유롭게 하고 교육과정도 스스로 짜고 있다. 총학생회에 참여할 수도 있고, 여러 정치적 견해를 낼 수 있다. 대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은 출생일 외에 차이가 크지 않다. 고등학생은 고등학생답게 입시 준비에만 매진해야 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관점일 뿐이다. 이제 고등학생이 입시에 매진하는 시대는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그들이 더 적극적인 의견을 내려할 때 경청해주는 것이 교원과 학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학교의 역할 변화에 있어 학령인구 감소가 가져오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2019년 고3 학생 수가 50만 명 이상인데, 2019년 출생한 20만 명대의 아이들이 고3이 되는 약 18년 후에는 현재 고등학교 교사의 3분의 2가 사라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심란한 것은 인구 학자들은 20만 명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전체적인 학령인구도 급감하고 있다. 통계청 장래추계인구에 의하면 2017년 272만 명이던 초등학생 숫자는 2030년 180만 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당장 약 10년 후 초등교사 5만 명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21 이러한 상황에서 입시를 핑계로 고등학생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관점은 넌센스에 가깝다.

 

이런 분위기라면 자연스럽게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입 정원은 2019년을 기준으로 고3 학생 수보다 더 많아졌으며, 2024년에는 실제 입학 가능 학생 수보다 대학정원이 12만 명 많아질 것이다. 과거 80%에 육박했던 대학진학률은 계속 하락하는 추세이다. 2015년 OECD 기준으로 대학 진학률은 한국 68%, 일본 37%, 독일 28%, 이탈리아 24%, 평균 41%이다.22 현재는 더 하락추세이다. 이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회 생활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고등학생들에게 시민교육을 해야 하며, 그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충실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독일·프랑스·영국 등에선 ‘정치교양’, ‘시민교육’ 등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여 시민교육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23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교육부는 세부계획도 나오고 있지 않은 채 사회과 수업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선거교육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한다는 계획만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교재나 자료가 없어서 시민교육이 제대로 안 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권리를 학교와 교원들, 특히 학생들에게 주지 않는다면 학교 내 혼란과 불협화음이 가중될 것이다.

 

 

선거권 확대가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주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만 18세 선거권은 ‘겨우 고등학생 14만 명이 선거권을 가졌다’가 아니라 비로소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유권자를 교육하는 학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변화가 이들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학교 교육과정에 있어서도 자신들의 선택권을 주장할 것이고, 이는 정부의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24과도 연관이 된다. 고교학점제의 시작은 교육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교육계의 예상과는 달리 유권자인 고3 학생의 판단이 이를 가르게 될 것이다. 가령, 고교학점제의 확대에 있어 현행 교원자격증 문제, 즉 교사들의 독점적인 자격증 문제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것에 대한 대안으로 많은 정책이 논의될 텐데 거기에 있어 고3 학생들이 현실성 있는 정책 변화를 요구한다면 정치권에서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학 파산 문제와 고교학점제가 결합한다면 어떤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까? 학령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는 대학들이 파산되게 되면 실력 있는 교수들도 피치 못하게 직을 잃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수업을 받고 싶어 하는 학생·학부모의 요구와 고교학점제 제도가 결합된다면 현재 초·중등 교원들의 독점적 자격증 체제는 흔들릴 수 있다. 여기서 교원들의 전문성과 재교육 문제를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2019년 8∼9월 만 19∼74세 전국 성인 남녀 4천 명을 대상으로 2019년 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KEDI POLL)를 진행한 결과 학부모 응답에서 “초중고 교사 능력 신뢰도, 5점 만점에 2.79점”으로 초·중·고 교육에 대한 국민 전반의 평가는 ‘보통(C)’(53.5%) 수준이었다. 학교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깊이 신뢰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낸 것이다. 심지어,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현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초중고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학부모의 56.1%가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25 이는 곧 교원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고등학생들의 성장을 기대한다면 학교교육에서 향후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제 스무 살 이후 성인이 되어야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다. 고등학생들의 제대로 된 선거권 행사를 위해 정치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중학생, 더 나아가 초등학생까지 정치교육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교사의 정치 중립의 의무로 교육적 권한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치교육으로 선거의 무게감을 가르쳐야 할 시기이다. 학생-교사의 대립구도나 수직적인 모습이 아닌 유권자로서의 고3 학생은 비중이 다르다. 이제 교육정책에 대해서 투표하고 의견을 모으고, 의사를 개진할 수 있다. 정당에도 가입할 수 있으며, 정당의 공약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보통 교육정책은 교육계의 모든 것을 움직인다. 교육과정, 교원정책(교원인사정책)도 교육정책 영역 안에 포함된다. 교육정책은 선거에 의해서 그 판이 흔들린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대입정책, 교육개혁, 교육과정이 바뀌거나 없어졌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의 고교학점제의 등장도 대통령 공약이 국정과제화 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공약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지금까지 고등학교에서 교원들이 누렸던 기득권은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26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결합이 적극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혁신교육지구27가 있다. 최근 서울, 오산, 시흥을 비롯한 일반자치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것이 탄력을 받는 이유는 지역 학부모(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요구로 인해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색에 맞는 교육정책을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에 동일하게 요구하고, 더 많은 교육적 투자와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렇듯 유권자는 교육의 방향성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고3 교육 유권자의 각성으로 인해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질 좋은 교육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20년 1월 유치원 3법이 통과되었다. 사립유치원들이 가졌던 기존 여러 기득권의 종말을 예고한다고 봐야 한다.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로 국회 패스트트랙에서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향후 고3 유권자들과 학부모들이 교육계의 개혁(또는 교육자치의 개혁)을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이다. 이제 학생회가 학교의 홍보 수단, 전시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이 아닌 학교운영의 주축이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들의 성장이 학교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거나, 유권자가 학교 내에 있다고 정치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우려는 섣부르다. 대학 교수들은 유권자를 가르친다고 교수방법이나 교수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미성숙하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만큼의 역할을 교사들이 더 해주면 된다. 어쩌면 학교와 교사의 어려움을 적극적인 정치력을 발휘해서 대변해 줄 수 있다. 일부 고등학교의 대토론회에서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에 중재역할을 자처하는 것도 학생들이라고 한다. 동등한 위치에서 상호견제와 균형을 통해 함께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학생자치의 올바른 방향이다.

 

물론 학교별 또는 지역별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혁신학교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학교는 학생의 선거권 확대를 발판으로 더 많은 발전적인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다. 시대에 뒤떨어진 학교는 도태되고 지탄을 받을 것이다. 자치가 모든 지역의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만큼 자치는 노력이 필요하고, 책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앞서나가는 곳이 있기에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가는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학생자치의 완성은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의 선택권으로 귀결된다.

 

만 18세 선거권의 획득은 학생들의 권리에 대한 자각에서 시작할 것이다. 기존 학생자치가 교사들이 판을 마련해주면 그 범위 내에서 일정 부분 학생들의 역할을 찾는데 그쳤다면, 진정한 학생자치는 학생들이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의 선택권을 갖게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유권자이기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단체를 만들어서 교육자치의 수장인 교육감에게 요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복지도 고려 대상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선택형 교육과정28이나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권리 요구도 생길 수 있다. 이는 학부모의 요구와는 또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다. 학부모의 요구는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되었는데 자녀의 입시·진로문제나 생활지도 문제, 평가 문제나 담임교사에 대한 불만 등의 제한적인 요구로 구분되었고 그것들은 교사 재량권의 영역이라고 상쇄할 수 있는 여지가 일부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과정을 직접 교수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요구는 더욱 구체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민감하게 작동할 것이다. 교사들이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학생 자치로 인해 학생들의 권리요구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자치라는 영역 안에서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전제조건과 안전장치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자치는 학교자치가 전제되어야지만 꽃을 피울 수 있다. 학교자치가 법·제도적으로 전제되지 않는다면 제도화되지도 않을 것이고, 설사 학생자치가 먼저 제도화 되더라도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여 폐기·수정의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학생자치는 균형적인 요소가 완벽히 자리잡은 후 제도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학생자치가 분명 만 18세 선거권의 획득으로부터 시작되게 될 것을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미래는 아무도 가지 않은 불확실로 가득 차 있지만, 불안요소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AI와 경쟁하는 첫 번째 세대인 지금의 학생들에게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으면 한다. 미래의 주인공은 학생이며, 교사들은 기계적인 정량적 평가와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조력자와 동반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미래사회를 살아갈 적응력을 키워주는 예방주사가 될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의 몽실학교29처럼 자신들의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기성세대들이 조금씩 양보하여 길을 열어주면 자연스럽게 실현될 것이다. 학생들은 어른들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헤아릴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고등학생 때 겪었던 학교와 어른들, 교사들에 대한 분노, 좌절, 고민을 돌이켜 본다면 직감적으로 그들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이제 학생을 진정한 교육3주체로 대할 시점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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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https://news.joins.com/article/23651214
  2. 학교민주주의의 개념과 실행조건 연구(2019, 경기도교육연구원)
  3. 2017년 10월 폭로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성폭력 피해자들이 SNS등을 통해 자신의 피해경험을 연달아 고발한 현상. 대한민국에서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침.
  4. 2020.01.20. 뉴스1 기사 참고
  5. 3.1 만세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2019년에 3.1 혁명으로 부르는 움직임이 정부, 시민·민간단체 중심으로 일어났다.
  6. 1902년에 출생, 일제의 무자비한 고문으로 1920년 18세의 나이로 순국. 1962년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때 5등급 가운데 3등급인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는데 공적과 상징성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2019년 2월 26일 국가 최고 등급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서훈
  7. 니콜라 드 콩도르세후작(Marie Jean An­toine Nicolas de Caritat, Marquis de Condorcet), 올랭프 드 구주(Olympe de Gouges) 등
  8. 시위를 하는 특정지역에서 거의 초법적인 행동들을 하며, 사상이 다른 이들이나 젊은 층들을 폭행하는 것을 권리처럼 생각하기도 함. 시각장애인학교의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묵살하며, 언어적 폭력을 저지르기도 함.
  9. 법의 판단에 있어 나이를 고려하는 경우는 성년인지 미성년인지에 대한 구분만 함.
  10. 2019년 정부에서는 2025년 자사고 시행령을 폐지할 것을 예고함.
  11.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 올해의 인물을 선정한 92년 역사상 가장 최연소의 나이임. 트위터에서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것으로 더 유명해짐.
  12. https://news.v.daum.net/v/20200120103315495
  13. 韓 사회갈등으로 연간 최대 246조원 손실. 머니투데이(2013. 08.21)
  14. 교사 선거 불법 관여 시 고발, 선관위, 18세 유권자 대책 발표. 뉴시스(2020.1.15.) 기사
  15. 학교에서 정치적 상황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켜서 균형 잡힌 정치적인 행위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일종의 수업지침(강제성의 금지, 논쟁성의 유지, 정치성 행위 능력 강화)
  16.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 지방공무원법 제55조(품위 유지의 의무).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
  17. 독일에서는 연구나 교육, 예술 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나치 문양을 사용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됨. 이를 어기는 사람에게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이 선고됨.
  18. 위원 정수 및 구성비율은 학교규모, 지역특성, 학교급별, 계열을 고려하여 해당 학교의 운영규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위원의 정수는 7∼15명, 구성비율은 학부모 40∼50%, 교원 30∼30%, 지역사회 인사 10∼30%로 규정하고 있다.
  19. 학생의 임신으로 인한 학업중단, 성적 취향에 대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특정 단체에 의해 동성애 조장, 문란한 사생활 조장으로까지 확대되었음. 또한 체벌금지조항으로 인해 교사들의 권리를 빼앗겼다는 주장이 한동안 논란이었고, 최근에는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어 학생들의 문제행동이 늘어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음.
  20. 실제 학생 인권조례 이전에도 일부 학생들의 일탈은 끊이지 않았다.
  21. https://news.v.daum.net/v/20191218172903920
  22. OECD 교육지표(2015)
  23. https://news.v.daum.net/v/20200120050606495
  24. 경기도교육청을 포함한 일부 시·도에서는 2022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음.
  25. https://news.v.daum.net/v/20200119070042571
  26. 교육과정, 학교 운영을 포함 교사 중심의 시각에서 누렸던 독점적 권리를 뜻함.
  27.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최초로 만듦. 현재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이며 오산, 시흥지역이 교육자치-일반자치의 연계가 가장 잘 된다고 평가받고 있음.
  28. 고교에서는 고교학점제의 형태지만 이는 교육과정 선택권의 신호탄으로서 초·중학교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29. 2016년 9월 20일 개소한 『몽실 학교』는 마을 교육공동체의 하나로 경기도 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청소년 자치 배움터이자 학생 복합 문화공간. 목공방, 영셰프실 등 다양한 체험·실습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며 학생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학생자치 배움을 지원함.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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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만 18세 선거권 도입으로 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정치를 통한 본인들의 권리 주장도 보다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학생들이 올바른 의식을 갖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학교에서 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결국 어릴 때부터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고 민주시민으로서의 기초를 닦아주는 역할을 학부모는 물론 교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교사는 일반적인 관점을 주입하는 것이 아닌, 토론 등을 통해 문제를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고 스스로 올바른 답을 찾는 학생으로 성장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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