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서두를 일이 아니다

1.고교학점제 현황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대학처럼 고교 3년의 교육과정에서 흥미, 진로, 적성에 맞춰 교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을 성취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교육제도이다. 그 취지를 보면 고교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입시중심 교육을 학생성장 중심으로 바꾸고, 획일적인 교육을 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으로 전환하여 수직으로 서열화된 학교들을 수평적으로 다양화하려고 한다. 또한 고교학점제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문제해결력, 창의력, 융합적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고,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여건의 변화를 미래형 교육 실현을 위한 중요 기회로 활용하는 데 있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해외에서도 미국, 캐나다, 유럽의 주요 국가, 핀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는 전면 시행 중이며 중국·홍콩·일본에서도 시행 중이다.
최근 2021. 8.31. 국회는 초중등교육법 48조를 개정하여 근거 규정을 신설하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고등학교 교육과정 이수를 위하여 학점제를 운영할 수 있으며, 취득 학점 수 등이 일정 기준에 도달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초중등교육법 48조 ⓷). 또한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고교학점제 운영과 지원을 위하여 고교학점제 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48조 ⓸). 고교학점제의 운영 및 졸업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초중등교육법 48조 ⓹).’라고 되어 있다.
교육과정에서 고교학점제는 선택과목 확대, 과목선택형 교육과정, 수업 및 평가 개선으로 드러난다. 교육부 안에 따르면 2023년도부터 특성화고부터 도입하여 2025학년도에 모든 일반계 고교에 전면 도입할 예정이며 총 이수학점은 현행 204단위(교과 180단위, 창체 2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축소된다.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 시행 첫해인 2023년 고교 1학년부터는 3년간 총 수업시간이 기존 2890시간에서 2720시간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모든 학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적용되는 2025년부터는 총 수업시간이 다시 2560시간으로 총 330시간이 줄어든다. 또 공통과목 중 국어·수학·영어에 대해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가 실시되며 학업성취율 40%(E학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을 파악해 최소 학업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보충지도를 함으로 미이수자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자료 = 교육부
고교학점제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미이수’ 제도는 2025년부터 적용한다. ‘미이수’는 학업성취율이 40%가 되지 않고 출석률이 3분의 2가 되지 않으면 그 과목을 한번 더 들어야 하는 제도로서 ‘미이수’ 과목은 ‘보충이수’를 통해 학점(E학점)을 다시 취득해야 한다. 모든 선택과목에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2025년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된다. 단계적 이행 기간인 2022~2024년에는 지금처럼 진로선택과목에서만 성취평가제를 적용해 석차 9등급을 산출하지 않는다. 고교학점제를 중심에 둔 ‘2022 개정 교육과정’도 2025년 고교 1학년부터 적용되며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자료 = 교육부
현재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의 일반계고 참여율은 55.9%로, 내년에는 84%까지 확대한 뒤 2023년까지 전국 모든 일반고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시도별 연구·선도학교 현황을 보면 2022년에는 부산, 경기, 충북, 전남, 경북지역의 모든 일반고가 연구·선도학교로 지정된다. 2023년에는 대구 등 8개 시·도가 동참하고 2024년에는 서울, 인천, 울산, 전북이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이를 1년 앞당겨 2023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2. 고교학점제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점
1) 교사 수가 부족하다
교육부는 교교학점제를 서둘러 시행하면서 교사 수 부족에 대해 한시적으로 기간제 교원을 활용하라고 하고, 국가교육회의는 교원자격증이 없는 기간제 교원을 한시적으로 활용할 시에는 임용 기준이나 질 관리 방항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교사의 지도과목 수와 업무를 분석해 교원 수급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교수학습이 가능하도록 학교 공간을 혁신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이는 일선 학교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하자 본격적으로 정규직 교원을 줄이고 기간제 교원을 확충하는 정책을 써 왔다. 정규직 교원은 2016년에 38만 6,937명에서 2019년 38만 4,294명으로 6.8%인 2,643명이 줄었지만, 기간제 교사는 1만 9,695명에서 2만 2,058명으로 2,363명인 12%가 늘었다. 또한 교원수급계획을 보더라도 기재부는 학령인구감소 탓에 정규직 교사를 늘리지 않고, 급여 외에 연금 등 부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 기간제 교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 정규교사에서도 학교 고정교사 비중을 줄이고 순회교사 비중을 늘리고 있다.
공립 중등교원 채용 규모(안)
| 학년도 | 2020 | 2021 | 2022 | 2023 | 2024 |
| 신규채용 교원수 | 4,448 | 4,290∼4,440 | 4,270∼4,410 | 4,000명 내외 | |
| 교사 1인당 학생 수 | 11명 | ||||
| 학급당 학생 수 | 24명 | ||||
출처 = 교육부 보도자료(2020.07.23.)
그러나 202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른 교원수급 관련 연구(연구책임자 허주)’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의 이상적인 모습인 수업시수 12시간, 학급당 학생 수 14명을 기준으로 하면 국어 1만 1,272명, 수학 1만 1,044명, 영어 1만 137명, 과학 1만 3,239명, 사회 1만 2,878명 , 체육 6,933명, 음악 3,582명, 미술 3,092명, 제 2외국어 4,214명, 교육학과 환경 등 기타 767명으로 총 8만 4,634명의 교원이 부족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의 ‘2022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국민 참여 설문 결과’에서 찬성이 51.5%로 반대인 37.2%보다 높다는 것을 근거로 현재는 교원자격증이 없으면 수업을 하더라도 정규교사와 같이 해야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교원자격이 없더라도 외부 전문가에게 단독수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 2025 고교학점제의 본격 시행에 대한 찬성 의견은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초 53.6%, 중 49.1%, 고 48.4%로 낮아졌다. 2021.1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0 교육여론조사 연구(국민 5,000명 대상)를 보면 전체 응답자 가운데 52.1%가 찬성, 반대 30.8%. 잘 모르겠다, 17.0%였지만, 고교생 학부모의 경우에는 찬성 47.7%, 반대 41.4%로 반대율이 찬성에 못지 않았다. 연구진도 찬성이 과반을 넘었지만 정책추진의 당위성을 입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특히 한시적 교원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즉 교사 임용시험의 당위성 및 공정성 문제 등과 연계돼 논란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상향식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불협화음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로 보면 지금 교육부만 서두르는 고교학점제 추진 플랜은 농어촌 학교 교사의 수를 더욱 줄게 하고, 과밀학급 해소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즉 교과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도서 벽지 지역 학교의 교육여건 하락과 도농 간 교육격차의 심화, 이로 인한 지역사회 이탈이라는 악순환은 예고된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또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나 시·도교육청이 지금껏 강조했던 정책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원수급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교육과정과 온라인 수업 실시, 순회교사제나 외부 강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학생 안전, 생활지도 문제, 온라인 강의의 효과성, 교육의 질 담보에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순회교사의 복무, 업무, 수업 질 관리, 향후 인사관리 등 구체적인 내용조차 없는 상황에서 순회교사를 희망하는 교사가 충분히 나올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며 일반 교사를 줄이고 순회교사로 대체하면 기존 교사들의 수업 시수 증가, 담임의 학생지도 및 상담 등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학습을 비롯한 기대하는 교육 효과에도 부정적이다. 기타 현재 담임교사 위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학생의 개별 시간표가 달라질 경우에 그동안 해왔던 학급중심 학교 행정과 지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마치 학습자중심교육에 절대적인 제도처럼 홍보하고 추진 속도만을 내는 것은 관치행정이라고 봐야지 진정으로 교육혁신을 한다고 볼 수 없다.
2) 다선택과목 개설이 고교학점제 본질이 아니다
고교학점제의 본질은 다선택과목 개설에 있지 않는데도 현실은 다선택과목에 맞춰져 있다. 보수와 진보진영을 막론하고 다수의 교육학자들은 학생의 과목선택권에만 초점을 맞추는 현재의 고교학점제를 우려한다. 즉 고교학점제의 본질은 다수의 선택과목 개설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홍후조
적은 수의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해야 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고교학점제에 문이과도 없다는 것은 그냥 학점만 채우되, 형편이 되면 선택하여 채우라는 이야기이다. 고교학점제의 맹목성은 학생선택권 확대라는 허울 좋은 명성만 남은 껍데기이다. 현행 단위제와 비교해 선택과목수만 늘어난 것이지 차이가 없다. 진로별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취업과 진학을 고려하여 의미 있는 코스가 되게 하도록 해야 하는 진로별 교육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에듀인 뉴스, 창간기획 고교학점제)
조영달
고교학점제는 허상이다. 대학입시과목과 연계돼지 않은 선택과목 개설의 실효성, 일반과목 비중 하락으로 대입위주 교과목 쏠림 현상으로 이어지거나 도시와 농촌 간 학교 격차 폭이 더욱 커질 것이다. (에듀인 뉴스, 현행 고교학점제 실효성엔 의문)
성열관
현재 논의되는 고교학점제는 성적 우수학생을 위한 제도로, 교과목 선택비율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교사의 책임과 전문성으로 결정하는 고교학점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과목을 많이 개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특히 학생 선택권 강조가 대학입시를 염두에 둔 우수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과개설이라고 해석되는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 과목개설이 많은 교육과정이 아닌 모두의 탁월성을 길러주는 공교육 과정으로 변화해야 한다. 학점제 도입 취지는 진학, 취업에서 삶의 힘과 사고력을 부여해주는 방향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강민정 국회의원 주최, 2022 개정 교육과정, 교육과정 문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중)
3) 다과목 지도의 부담
현재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사회나 과학 탐구 교과의 경우에 학생의 수와 과목 선택 결과에 따라 이미 3∼4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상당히 존재한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본격 도입되면 국어, 영어, 수학 등 기초과목 교사도 마찬가지로 가르쳐야 할 과목 부담이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1학년에 주로 개설되는 공통교과영역은 수능 등 대입과 무관하므로 수업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수준과 진로를 고려하는 교육과정이라면 문해력이 낮아지고 수포자가 늘어나며 저학력 학생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공통교과영역도 수준별로 다양한 과목이 개설되어야 한다. 나아가 다과목을 교수하라고 하면 현실적으로 교사의 교과담당 시수를 낮춰야만 실효적인데 어떠한 조치도 없는 탓에 다과목 교수학습 부담만 늘어나 있다.
4) 이수와 미이수 유급제도에 대한 우려
내신 고사에서 성적 부풀리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교육 문화에서 학부모는 자식의 유급이나 미 졸업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교의 위상이나 학부모의 민원을 피하기 위하여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의 취지를 왜곡하여 점수를 후하게 줄 목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문제로 평가하거나 성취기준에 따른 평가기준을 느슨하게 정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식이 학점만 이수하면 된다는 그릇된 생각에 더욱 학원으로 몰리게 되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는 역선택이 가속화될 위험성이 크다. 이 경우에 사교육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저소득층이나 도서벽지 학교 학생들의 학력 결핍을 해소하기는 어려워지고 도시와 도서벽지 학교 간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교사가 도덕적 해이를 하지 않고 엄격하게 성취수준에 해당되는 문제로 평가를 한다면 도서벽지 학생들의 재이수나 보충이수는 상대적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이처럼 제반 요건을 충분하게 갖추지 않고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는 필연적으로 학부모의 민원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교사는 더욱 쉬운 문제를 출제하여 평가하는 탓에 학력저하의 위험과 악순환은 저소득층과 도서벽지 학생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존에도 심각한 문제였던 수포자,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거나 쓰지 못하는 문해맹,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의 저하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본다.
3. 대안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교육과정, 거점학교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교육과정, 한시적 기간제 교원 및 순회교사 확대, 미 이수 등급에 속하는 학생에 대한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한 보충지도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실효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교육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홍후조, 조영달, 성열관의 의견에서 보듯이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교에서 다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것에 있지 않는데도 지금 고교학점제의 핵심이 다선택과목을 허용하자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고교학점제가 흥미, 적성, 진로를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직업을 우선시하는 ‘기능적 교육관’으로 해석되는 듯 보인다. 또한 학생이 고교에서 흥미, 진로, 적성을 따라 교육과정을 선택하도록 하도록 한 것은 사회적 지위, 부, 권력에 보다 많이 접근하는 지식과 기술을 고교부터 배우도록 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학생들이 꿈을 찾도록 교사가 함께 지도해주고 학생이 꿈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자는 데 있다. 그리고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싱가포르, 캐나다 등 외국의 고등학교를 보더라도 학생의 모든 선택수요를 충족하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개설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중심을 보편적 교육과정에 두는 탓이다. 또 다선택과목 개설이 꼭 학생에게 유리한 것도 아니다. 개설된 과목수가 많을 경우에 ‘선택의 역설’이 나타날 수 있다. 학생들이 과도한 과목 중에 완벽한 선택을 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고 최적의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변 식당을 보더라도 식당에서는 메뉴가 많아질 경우에 추천메뉴를 표시한다. 도서관에 가더라도 이달의 책 추천 등이 있다. 그러므로 다과목이 오히려 학생들의 선택을 미루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학생들은 흥미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즉시의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다과목을 개설한다고 해서 학습에 효과적인 것도 아니다. 이미 투표 패러독스에서 보듯이 선택의 한계는 이성의 한계로 입증되었다. 더구나 초·중등교육과정은 보편교육이 중심인 교육과정이다. 그런데도 진로도 아닌 특수한 직업에 가까운 교육과정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기후위기나 팬데믹으로 고통 받는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나아가 학생들의 과목 선택에 따라 상담과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거나 학급이 해체되는 현상이나 교우관계의 어려움이 늘어나는 것이 분명한데도 고교학점제는 서두르기만 할 뿐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 국가교육회의의 ‘2022 개정교육과정을 위한 국민 참여 설문결과’에서 보듯이 교육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개인과 사회 공동의 행복 추구’를, 학교에서 강화돼야 할 최우선 교육영역으로 ‘인성교육과 인문학적 소양교육’을 꼽았다. 즉 보편교육이 절실함을 확인해준 것이다. 특히 현재 수능 중심인 대입제도와 고교학점제 운영 간의 괴리는 서두를수록 학교수업에서 혼란을 늘리기만 하게 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시기인 2025년에 학교에서 최대한 선택교육과정을 늘리도록 권장하는 정책을 우선순위로 두어 추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청은 한 교사가 교과목을 3∼4개 가르치는 교수학습방식을 우수한 모델로 전시 행정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의 학력, 교재도구, 시설, 가정환경 등 여건을 고려하여 개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것을 인정해줘야 한다. 특히 교원자격증이 없는 한시적 기간제 교사는 매우 우려할만한 고교학점제 보완책이다.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는 우수한 능력을 갖춘 기간제 교사로서 박사과정 이수자를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고 비공식적으로 언급하지만 업무처리, 담임 역할 등을 어떻게 정규교사와 배분할지에 대한 로드맵이 없이는 수업 이외의 문제로 갈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정규직 교사를 늘려 교사의 1인당 수업시수를 당장 줄일 수 없다면, 한 교사가 가르치는 과목 수에 상한선을 두도록 하여 과목선택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강력한 대안으로 추진하는 공동교육과정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거의 실현성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주중에 타 학교로 이동했다가 다시 본 학교로 돌아오는 방식은 학생의 안전, 교육과정에서 수업배치표 등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매우 높다. 더구나 주말에 거점학교에 선택 교육과정을 개설할 경우에 교사라면 추가적인 수당이 지급되지 않으므로 자발적 참여를 어렵게 하며, 한시적 기간제 교사에게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부가 당장 이수와 미이수를 시행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도 고교학점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그 속내를 보면 지금 당장 고교학점제를 현실화할 경우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할 때 보충이수가 없다면 평균적인 미이수 학생은 최소 10명 당 4.1명에 달할 정도로 매우 많다.
[표1]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추이
(단위: %)
|
연도 측정 방식 |
중학교 | 고등학교 | |||||
| 국어 | 수학 | 영어 | 국어 | 수학 | 영어 | ||
| 표집 | 03 | 6.0 | 11.5 | 5.2 | 8.7 | 10.0 | 6.6 |
| 04 | 6.1 | 8.7 | 3.5 | 6.4 | 9.3 | 5.0 | |
| 05 | 4.4 | 3.6 | 3.6 | 4.0 | 8.2 | 2.7 | |
| 06 | 7.4 | 6.9 | 4.9 | 4.3 | 10.4 | 4.9 | |
| 07 | 5.8 | 7.2 | 3.6 | 5.7 | 7.1 | 3.2 | |
| 전수 | 08 | 9.0 | 12.9 | 6.6 | 5.5 | 8.9 | 6.1 |
| 09 | 4.6 | 10.9 | 5.0 | 2.3 | 6.1 | 3.7 | |
| 10 | 3.2 | 6.1 | 3.9 | 4.0 | 4.3 | 3.7 | |
| 11 | 1.4 | 4.0 | 1.3 | 2.0 | 4.4 | 3.6 | |
| 12 | 1.0 | 3.5 | 2.1 | 2.1 | 4.3 | 2.6 | |
| 13 | 1.3 | 5.2 | 3.4 | 2.9 | 4.5 | 2.8 | |
| 14 | 2.0 | 5.7 | 3.3 | 1.3 | 5.4 | 5.9 | |
| 15 | 2.6 | 4.6 | 3.4 | 2.7 | 5.6 | 4.5 | |
| 16 | 2.0 | 4.9 | 4.0 | 3.3 | 5.3 | 5.2 | |
| 표집 | 17 | 2.6
(0.17) |
7.1
(0.32) |
3.2
(0.22) |
5.0
(0.47) |
9.9
(0.70) |
4.1
(0.37) |
| 18 | 4.4
(0.26) |
11.1
(0.41) |
5.3
(0.29) |
3.4
(0.35) |
10.4
(0.66) |
6.2
(0.51) |
|
| 19 | 4.1
(0.28) |
11.8
(0.44) |
3.3
(0.24) |
4.0
(0.40) |
9.0
(0.59) |
3.6
(0.35) |
|
| 20 | 6.4
(0.4) |
13.4
(0.59) |
7.1
(0.43) |
6.8
(0.52) |
13.5
(0.75) |
8.6
(0.64) |
|
1. 2015∼2020년 고등학교 결과분석에 특수목적고 제외
2. 통계적 유의도는 95% 신뢰구간(표본의 통계치±1.96*표준오차)을 활용함. 괄호 안은 표준오차
자료 = 교육부,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표2] ‘17년, ’18년, ’19년 지역 규모별, 학교 급별 성취기준 추이
(단위 : %)
| 연도 | 구분 | 중3 | 고2 | ||||||||||
| 국어 | 수학 | 영어 | 국어 | 수학 | 영어 | ||||||||
| 대도시 | 읍면 | 대도시 | 읍면 | 대도시 | 읍면 | 대도시 | 읍면 | 대도시 | 읍면 | 대도시 | 읍면 | ||
| 2017 | 보통학력
이상 |
86.2 | 81.5 | 71.9 | 57.8 | 76.4 | 64.2 | 77.2 | 68.7 | 78.4 | 70.4 | 83.9 | 75.3 |
| 기초학력 | 11.1 | 15.3 | 21.6 | 34.5 | 20.7 | 32 | 17.7 | 24.2 | 12.6 | 16.4 | 12.4 | 18.4 | |
| 기초학력
미달 |
2.7 | 3.2 | 6.5 | 7.7 | 2.9 | 3.8 | 5.1 | 7.1 | 9.0 | 13.2 | 3.7 | 6.3 | |
| 보통학력
미달 |
13.8 | 18.5 | 28.1 | 42.2 | 23.6 | 35.8 | 22.8 | 31.3 | 21.6 | 29.6 | 16.1 | 24.7 | |
| 2018 | 보통학력
이상 |
82.4 | 79.6 | 66.8 | 55.7 | 70.1 | 60.4 | 82.6 | 78.8 | 73.4 | 64.4 | 83.6 | 74.2 |
| 기초학력 | 13.2 | 16.1 | 22.9 | 31.6 | 24.6 | 34.4 | 13.4 | 18.0 | 17.2 | 23.1 | 10.9 | 19.0
|
|
| 기초학력
미달 |
4.4 | 4.3 | 10.3 | 12.7 | 5.3 | 5.2 | 4.0 | 3.2 | 9.4 | 12.5 | 5.5 | 6.8 | |
| 보통학력 미달 | 17.6 | 20.4 | 33.2 | 44.3 | 29.9 | 39.6 | 17.4 | 21.2 | 26.6 | 35.6 | 16.4 | 25.8 | |
| 2019 | 보통학력 이상 | 84.9 | 79.6 | 64.9 | 51.8 | 75.4 | 65.9 | 77.7 | 74.9 | 68.2 | 61.1 | 80.0 | 75.4 |
| 기초학력 | 11.3 | 15.5 | 24.8 | 33.0 | 21.2 | 30.5 | 18.4 | 22.0 | 24.2 | 29.6 | 16.4 | 21.6 | |
| 기초학력 미달 | 3.8 | 4.9 | 10.3 | 15.2 | 3.4 | 3.6 | 3.9 | 3.1 | 7.6 | 9.3 | 3.6 | 3.0 | |
| 보통학력 미달 | 15.1 | 20.4 | 35.1 | 48.2 | 24.6 | 34.1 | 22.3 | 25.1 | 31.8 | 38.9 | 20 | 24.6 | |
| 보통
학력 미달 증감 (전년 대비) |
2018 | 3.8 | 1.9 | 5.1 | 2.1 | 6.3 | 3.8 | -5.4 | -10.1 | 5.0 | 6.0 | 0.3 | 1.1 |
| 2019 | -2.5 | 0 | 1.9 | 3.9 | -5.3 | -5.5 | 4.9 | 3.9 | 5.2 | 3.3 | 3.6 | -1.2 | |
1. 2020 지역규모별· 학교 급별 성취수준 비율은 미공개
2. 보통학력 미달= 기초학력+기초학력 미달
자료 = 교육부, 미래교육의 불편한 진실
표에서 보듯이 보통학력 이상인 학생들이 지금보다 높아져야만 보충 이수를 하든 재이수를 하든 진급이나 진학의 문제에서 공정성 논란을 벗어날 수 있다.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이수와 미이수를 분명하게 하고 엄격하게 시행하며 국민들 또한 유급제를 받아들인다. 실제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70%를 교육과정 성취수준으로 정해 관리하고 이에 이르지 못하면 진급이나 졸업을 시키지 않아 고교 중퇴율이 20~30%에 달한다. 싱가포르도 초등 성취기준을 50%로 잡고 있으며, 수능 영어절대평가도 50점 이상을 5등급으로 하고 있다. 독일은 국가교육과정이 없어 각 주가 주관하는 논술식 아비투어 시험에서 300점 만점에 최저 150점을 받아야 대학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진급에서 실질적으로 이수와 미이수를 시행하고 있다. 즉 상당수가 보통학력 이상의 학력수준이 되었을 때에 선택교육과정으로서의 취지를 살리며 사회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표3] 고교학점제 해외 사례

출처 = 한겨레 신문, ‘17.12.08.
교육부는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 활성화’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학부모의 학교교육 참여와 고교학점제는 별 관련성이 없다. 오히려 학부모가 고교학점제 운영에 대해 과목 선택에 개입하거나 학부모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고 설문조사 등의 방법으로 교육과정을 계획한다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학부모 간의 갈등도 피할 수 없다. 또 실제로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국가들은 학부모 참여로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린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간의 임금격차, 다시 말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에서 임금 수준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더라도 대기업의 70∼75% 정도 되었을 때에 선택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릴 수 있었다. 통계청이 2021년 2월에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를 보면 대-중소기업 직원 월평균 소득 차이는 270만 원으로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 직원의 월평균 소득이 대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기업은 월 250만∼350만 원을 받는 근로자 비중이 14.6%로 가장 높았고, 중소기업은 150만∼250만 원을 받는 근로자가 33.6%로 가장 많았다. 즉 학교 급에 따른 사회적 임금격차의 축소 없이는 고교학점제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교학점제는 교육부의 서두름과는 다르게 지금 한국의 교육적 여건에서는 장밋빛으로 화사하지 않다. 2015 개정교육과정만 하더라도 구성의 중점사항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 등 선택교육과정을 강화하였으므로 교과에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 수는 매우 많고, 오히려 학교가 교사의 부재로 개설하지 못하는 과목이 많아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고교학점제에서는 새로운 군으로 융합선택과목이 들어온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단위학교 교육과정 기획을 담당할 교육과정 설계 전문가를 2022년까지 학교당 1명 이상 핵심교원으로 양성하여, 모든 고교의 교원 및 교육전문직 등이 고교학점제를 심층 이해하고 운영 역량을 갖추도록 교육청과 함께 연수를 확대‧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교원 업무경감 대책도 마련하며 내년에는 학교별 학점제 전담 교사를 총 452명 배정하며, 2023년부터 적용될 교원수급계획에 개설과목 증가, 학업설계, 미이수 지도 등 고교학점제 교원 수요를 반영한 새로운 교원 수급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새로운 교원수급전망모델은 2022년 교원수급계획(2023~2027) 수립 시부터 적용된다고 하면서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지원을 위해 정규시간 내 운영, 온라인 활용 등 공동교육과정 내실화를 통해 농어촌 등 여건이 열악한 학교의 과목 개설을 지원하고, 농어촌‧소규모 학교에서도 일정 규모의 학교(예: 학생수 300명)만큼 과목선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 소속 교과 순회교사, 중‧고 교원 겸임 활용 등을 포함한 교원 추가 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고교학점제 추진 속도에 비해 학교 현실을 보면 전혀 미덥지 않다. 정규 교원 수를 파격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늘어난 선택 교과를 따라잡을 수 없는데 교원 수를 늘릴 것 같지도 않고,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다 선택교과에 있지 않은 것도 망각한 듯하다. 통념적으로 알고 있듯이 잘 되는 음식점은 여러 메뉴를 준비하지 않는다. 서둘러 메뉴를 늘리려고만 하면 반드시 음식 맛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고교학점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이 성공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꼼꼼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보수든 진보든 교육학자들이 흔쾌하게 찬성하지 않으며 교육관이나 교수방법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교사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를 교육부가 잘 살폈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교육과정 변경에 따른 혼란을 무릅쓰고라도 고교학점제의 조속 시행을 강행하는 탓은 교육의 항구적 목표인 시대 변화에 부응하는 전인적 인간의 양성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현장 교사들 90% 이상이 이구동성으로 반대하고, 선도학교에서 경험한 교사는 더욱 반대하는 현실을 아예 무시하면서 속도전을 벌이는 모습은 반교육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국민들이 고교학점제 시행 시기를 앞당겨서까지 진행하는 것에 대해 실상을 알면 그 조기 시행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고 본다. 산토끼를 잡는 것도 좋지만 집토끼를 놓치면 교육혁신이라고 할 수 없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라, 준비도 안 되어 있고 효과도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는 정책과 제도를 강행할 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오래된 금언이다. 그런데 지금 고교학점제 추진 실태를 보면 이 고사성어보다 더 나은 비유를 찾을 수 없다. 많은 교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고교학점제의 졸속 시행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학교를 경시하는 학교 밖 시각을 그대로 수용하고, 고교학점제를 단박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받아들이는 관료적 시각과 부화뇌동하는 학교 밖의 시선을 냉정하게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하여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예탁결제원에서 10년 동안 근무한 뒤 전주 완산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재직 중이다. 전북 교육청 사회문화 집필 위원, KDI 경제교육교재 집필 위원, 중앙일보 공교육 논술자문단, 충남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출제위원, 전북 및 전남 교육연수원 강사, 전북대학교 교사 연수 강사, <새전북신문>, <열린 전북>, <전북교육신문>, 인문 웹진 <아홉시>, 네이버 비즈니즈 블로그 <인터비즈>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의 교육저널인 「교육 제4의 길 」에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 <미래 교육의 불편한 진실, EBS, 2021>, <학교 속 문해력 수업, EBS, 2022>을 출간했다.
저도 고교학점제의 취지, 도입 배경 등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현실 속에서 제대로 풀어내기 위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불안한 마음입니다. 내년 대선, 교육감선거 등을 통해 이 부분이 공론화되어 해당 정책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5 교육과정에 넘쳐나는 선택과목을 두고 더 많은 과목을 제시하는 것이 도대체 학습과 교육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먹을 것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넘쳐나며 사람의 먹는 양은 제한되어 있으며 기왕 먹을 것이면 소화능력을 높여줄 처방을 가지고 와야지 무조건 먹을 것을 더 많이 제시하는 식단이 건강에 좋은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