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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지역아동센터 ‘파랑새’의 수학 시험을 위한 좌충우돌 이야기(2)

#680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1.09.15

1. 새삼 다시 보기

 

시험을 보았다. 그것도 2번이나 보았다. 하지만 우리 공교육 체계에서 시험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생각한다면 파랑새에서 본 것은 그런 의미를 담을만한 그런 그럴듯한 시험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시험이라고 나름은 부담을 느끼며 보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것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시험을 보는 과정에서 몇몇 아이들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우선은 ‘이 아이가 어째 이렇지?’하고 당혹스러웠던 경우이다. 이번 시험은 오로지 수학에 관련되어 그것도 도형을 제외하고 수의 연산과 관련된 부분만 다룬 것이라, 사실 기초 연산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과 너무도 다른 결과를 낸 아이들이 있어 이를 어쩌나 고민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되었는데, 파고들어가 보니 두 자리 수와 한 자리수의 덧셈조차 능숙하게 하지 못하고 있었다. 10진법을 이해하고 수를 모으고 가르는 기초적인 활동조차 능숙하게 하지 못해 손가락을 동원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수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없지 않아서 어떤 아이들은 이미 그럴 줄 잘 알고 있었는데, 이 아이조차 그럴 줄은 차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왜 이렇지? 아이가 이런 지경이라는 것에 놀라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센터에는 아이들의 기초학습을 지원해주기 위해 시에서 지원해주신 돌봄 선생님이 계신데 혹시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알까 싶어 의논을 드렸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들으신 후 미안한 표정을 하시며 “기초학습 시간이 되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OO이는 전혀 수학학습을 하려고 하질 않았어요,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통 듣지 않고 문제집도 가져오지 않으니 저도 어쩔 수가 없었네요.”하고 미안한 듯 말씀을 하신다.

 

그러고 보니 차차 떠오르는 모습이 있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가 개학을 하고부터 아이는 센터를 결석하는 일이 잦았다. 좋은 말로 이르면 조금 잠잠하다 금방 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안 오겠다는 아이를 강제로 데려 올 방법이 없으니 어느덧 아이는 오는 것 반, 오지 않는 것 반인 그런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아이의 부모님은 가게 일로 바쁘셔서 아이들에게 세심히 신경을 쓰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아예 기초학습을 하는 시간을 피해서 오는 날도 적지 않았고, 방학 동안 다 같이 공부를 할 때도 수학은 알아서 빼고 그저 저하고 싶었던 것만 조금 보고 말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사실 누가 뭐랄 수 있겠는가? 여기는 학교도 아니고 지역아동센터에 불과한 것을 말이다.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곱씹다 보니 맥이 탁 풀린다. 그러고 보면 학교에서도 학습부진 때문에 기초학력 증진을 위한 지원을 받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상세한 아이의 상황을 채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아이가 이런 줄 알고 있겠지… 잘 알고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 미안한 마음에 학교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러면서 ‘일이 그랬으면 진작 이야기를 좀 해주시지. 이 지경이 되도록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니….’하고 슬그머니 원망을 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그런 줄 나도 통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늘 손이 가야 하는 아이들과 잡다한 일처리를 핑계로 고집 센 그 아이를 결국은 어떻게 하지 못했다. 한 번 부아가 나면 난리가 나지만, 그래도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않으면 재잘재잘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잘 지내는 아이를 보면서 순간순간 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참혹한 결과가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2. 시험을 보긴 하지만…

 

두 번째 경우는 이런 건 아예 제대로 안 해버리겠다는 아이들이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인지 귀찮아서 안 하는 것인지 구분이 어려운 아이들이다. 아는 것도 귀찮고, 모르는데 어쩔 테냐는 아이들이다. 난 다 귀찮으니 어떻게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고 두 손, 두 발을 다 놔버린 아이들이다.

 

이 아이는 앞의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학습능력이 없지는 않지만, 동기가 부족한 아이들이라 할 수 있다. 못 하는 게 아니고,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공부를 해봤자 또 시킬 건데 뭐하러 스스로 그 고생을 사서 하겠냐는 식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학습능력이 점차 저절로 저하되면서, 결국은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수준이 되기 쉽다. 시험 아니라 천하 없는 것도 무성의하게 대충 해버리거나, 안 해버리는 것으로 일관하니 참 답답한 사례다.

 

이런 아이를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능력 있는 교사들이 많겠지만, 나는 비는 것 외에 별다른 수를 찾을 수 없었다. 시험을 볼라치면 왜 이 시험을 좀 봐주시면 좋겠는지 잘 말씀드리고, 잘 좀 봐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런 부탁을 사전에 놓치게 되면 대충 앞의 몇 문제에 손을 대기만 할 뿐인 시험지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으로는 무엇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으니 시험은 보나 마나한 일이 되어버릴 뿐이다. 아예 앞의 아이처럼 그 시간에 센터를 오지 않는 것으로 버티기도 한다. 이렇게 철벽을 치는 아이들에게는 시험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 되어버린다. 돕자고 시작한 일이 괴롭히는 것으로 끝이 날 수도 있으니 참 안타깝다. 그래도 성과라면 그런 정도가 심했던 아이가 군말 없이 시험지를 받아들고 몇 문제라도 시험을 쳐주었으니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

 

마지막은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학습을 어려워하면서 짜증을 부리는 아이들이다.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학습 능력이 이에 미치지 못하거나 잘못된 학습 방법을 익힌 탓에 학습 효율이 높지 않은 경우의 아이들이다. 노력하는 만큼 잘 되지 않으니 학습하는 게 재미가 없는지 대부분 학습을 하기까지 부정적 정서에 강하게 지배를 받는다. 아예 도망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학습을 시작하기까지 부단히 에너지가 소모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습 동기가 부족하기로는 두 번째 경우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아직 두 번째 경우처럼 완전히 학습에 등을 돌려 버린 경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부모님이나 교사들의 압력을 강하게 느끼며 이를 뿌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도 하고, 잘하고 싶다는 소망도 가지고 있는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 외부의 압력을 의식하여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외부의 압력이 얼마나 가해지는지를 가늠하고 이를 요령껏 피하려는데 에너지를 많이 쓴다. 그러니 교사나 보호자가 보기엔 공부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공부를 피할 궁리를 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아동들은 학습의 평가로 여겨지는 시험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즉, 학습의 즐거움이나 의미보다는 평가 자체를 중요시하고, 대개 어른들이 용인하는 수준에 자신이 도달했는지를 가늠해보는 것에 마음을 쓴다. 또한 나쁜 결과가 나오면 이에 대해 부정적 자극을 심하게 받기도 하여 그런 정서를 잘 갈무리하며 학습의 의의를 스스로 잘 찾도록 오랫동안 함께 고민을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3. 시험을 어찌해야 할까?

 

두 차례에 걸쳐 본 시험지는 다른 일들에 밀려 상세한 분석을 마치지 못한 채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시험을 본 직후 개학을 하였던 탓에 시험은 생각처럼 그 다음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학교생활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한층 더 바빠지게 되어 그 다음 시험은 엉거주춤 언젠가로 미뤄지게 되었다.

 

시험을 두어 번 보고 나니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다음번에도 만약 시험을 보게 된다면 시험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그런 이야기들을 우선 아이들과 나누어보아야겠다. 일방적으로 시험을 보고, 넌 못 본 애, 넌 잘 본 애, 이렇게 평가만 해서 될 일은 아니란 것을 모두가 잘 아고 있지만, 그 의미를 실제 살리도록 노력하며 시험을 보는 것은 또 어떨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시험이란 것은 어떤 식으로 하든 아예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의미를 나눈다고 과연 아이들이 선선히 그 의미대로 시험을 보자고 할까? 사실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만약 다음번에 시험을 보게 된다면 이번에는 시험 문제도 스스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물론 이런 식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자료를 잘 찾아보는 게 훨씬 더 나은 일일 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시험보기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에 걸맞은 도구를 찾든지 만들든지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보는 전 과정을 천천히 좀 더 관찰하고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보다 적은 수의 아이들이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평가해보는 일을 즐겁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시험보기를 새롭게 고민해볼 수 있을까?

 

결국 아이들의 시험보기가 교사들의 시험보기로 옮아오게 된 듯하다. 시험보기를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 과연 고민할만한 질문일까? 우리는 지금 시험보기를 시험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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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아동센터 ‘파랑새’의 수학 시험을 위한 좌충우돌 이야기(1)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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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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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코로나19로 인해 교육격차가 심화되면서 기초학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선생님 글을 통해 지역아동센터에도 기초학습을 위한 시에서 지원해주는 지도 선생님이 오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친구들은 선생님 말씀처럼 대부분 공부하기를 참 어려워하고 싫어할텐데…그래서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이들을 이해하고, 잘 가르칠 수 있는 전문성이 꼭 담보되어야 겠다란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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