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지방직화의 쟁점과 과제
| * 본 내용은 학교자치2(2019, 테크빌) 내용 중 일부를 수정한 것임. |

교원지방직화에 대한 끝없는 논란
코로나19 상황에서 교육격차 문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학급당 학생 수 문제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 수 문제는 중요하지만 교육격차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기에 코로나19 상황에서 단기 정책의 우선순위에 놓일 만한 아젠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공립학교 기준으로 교원은 국가직 공무원이다. 사립학교 교원은 사립학교 직원이지만, 국가에서 재정 지원을 받는 준 공무원의 성격이다. 2021년 8월 사립학교 교사 채용 업무를 시·도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만들어졌다. 그만큼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고, 사립학교도 준 공적인 영역으로 여긴다는 인식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강력한 국가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교원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중앙부처에서 교육과 교원정책을 총괄하다 보니 교육 전반이 관료적으로 흘러가는 단점도 있다. 특히 교원정책 같은 경우는 유연성이 매우 떨어진다.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나 교원단체에서 교원정책의 획기적인 변화(임용, 승진, 양성 등)를 요구해 오고 있지만 현실화를 막는 가장 큰 장벽은 국가차원에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별 재량을 두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모든 정책은 법률(또는 법령)로 통제되고 있다. 정원, 예산, 직제 어느 하나 시·도교육청에서 권한을 가지기 어렵다. 한 편에서는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하나, 그 논리를 깨기 위해 교육자치를 시행했던 것과는 이율배반적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잠시 주춤하기도 하였지만 교육의 중앙집권적 성격 때문에 상당 부분 폐해가 발생하여 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교육자치 강화와 지방분권, 지역화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따라서 그 중심에 있는 교육과정과 교원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가 없다. 본 칼럼에서는 교원지방직화의 문제, 쟁점, 과제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지방직 공무원은 대체 무엇이길래?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은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직 공무원 시험은 인사혁신처가 주관하며 발령 지역은 전국이다. 응시 지역과 상관없이 합격하면 전국 어디로든 발령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지방직 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 포함) 소속이며 지자체 내에 속해 있는 기관으로 발령이 난다. 예를 들어 군인, 판·검사, 경찰 등은 국가직 공무원이며 임용과 동시에 전국으로 발령이 난다. 광역인사권제이기 때문에 거주지와 먼 곳으로 발령이 나면 이사를 하기도 한다. 이것이 국가직 공무원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다.
타 국가직 공무원과 달리 교원은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부 있다. 교원은 지방직 공무원과 같이 특정 시·도를 정하여 시험에 응시하고 합격 후에는 응시한 지역 내에서만 발령이 나기 때문이다. 이미 17개 시·도교육청이 별도 선발을 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지방직으로 전환되어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임에도 국가직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국가교육정책과 지역 균형발전을 들고 있다. 국가가 표준화된 교육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질 좋은 교원들이 전국 곳곳에 확산되어 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모순점이 있다. 국가직 공무원인데 시·도교육청에서 선발하고 임용 배치하고 있어 시·도 내에서만 순환 근무(전출·전입)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국가 수준의 표준적인 교육정책 실현을 위해 우수 교원을 순환 근무 시킨다는 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닌가?1 더군다나 문재인 정부는 지방정부를 선언했고 경찰 공무원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하였다. 이제 중앙 집권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해 모든 지역 내 자원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정책은 표준화되어야 하고 지역 발전을 시켜야 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발상이다. 당사자인 교원의 이해 관계를 떠나 현재의 정책은 일관성이 없고, 앞뒤가 안 맞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만약 국가직 공무원을 유지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이유로 든다면 검사·판사·군인과 같은 발령 형태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는 교육부의 행정편의로 인해 시·도교육청에 임용의 일정 부분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가직 공무원을 유지해야 하는 논리와 흐름이 이미 소멸했다는 의미이다.
당사자인 교원의 입장에서 국가직 공무원과 지방직 공무원을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국가직 공무원을 선택할 것이다. 신분 불안에 대한 요인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특히 소방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상황이 교원들에게까지 전이될 것을 우려하여 지방직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소방직 공무원의 경우 17개 시·도 간 복지 혜택 등에서의 차이가 커 일부에서는 개인 복장(방화복 등)을 사비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론에서 종종 다루기도 했다. 이는 소방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심의할 때 기관대표가 없어 대변인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크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순위로 소방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정 지방직종 하나의 경우가 지방직 공무원 전체가 열악하다는 것을 상징할 수는 없다. 실제로 국가직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지방직 공무원들도 많고, 현재 교원들은 교육자치의 보장으로 기관대표를 맡고 있는 시·도교육감이 별도로 존재한다. 이들의 위치는 법적으로 볼 때 차관급이나2 임명직 교육부 장관보다 더 많은 인사권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원이 국가직공무원이라서 누리는 혜택?
가끔 강의를 할 때 교원들에게 국가직공무원을 유지하는 것이 교원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묻는다. 대부분 명확하게 답을 안 하지만 주된 공통적인 답변은 국가직이기에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고, 지방직공무원인 소방직처럼 열악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현재 장학사·장학관·교육연구사·교육연구관(교육전문직원)은 이미 지방직이라는 것이다. 2011년부터 시·도교육감 소속의 지방직으로 바뀌었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교육전문직은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고, 급여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장학관) 시험은 교원들 사이에서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3 이는 지방직이라고 모두의 처우가 열악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공무원의 급여는 호봉제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매년 초 중앙부처인 인사혁신처에서 공무원 봉급표를 발표한다. 이 봉급표의 기준이 되는 액수는 지방직·국가직 공무원 모두에게 해당된다. 국가직이라고 기본 호봉을 더 쳐주거나 지방직이라고 기본 호봉을 낮게 책정할 수는 없다. 이는 법으로 보장된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전국 30만 명의 수험생들은 국가직·지방직을 구분해서 준비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가직과 지방직을 동시에 준비하거나 지역적 특성이나 연고지를 반영하는 지방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국가직과 지방직 간에 임금 차이가 있고, 복지가 열악하다는 등의 이유로 선택지에서 제외되거나 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특별시의 25개 기초 지자체 내 공무원들은 모두 지방직 공무원이며, 서울·경기를 포함한 17개 광역 지자체도 모두 지방직 공무원이다. 수십만 명에 해당하는 지방직 공무원들이 월급과 복지 걱정을 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교육전문직원은 지방직으로 바뀌어서 더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다. 특히 각종 수당이나 복지(특별휴가, 연수) 측면에서 그렇다. 국가직 공무원들은 국가직 공무원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타 직종들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제도가 유연하지 않은 반면, 지방직 공무원은 각 지역 특수성을 이유로 조례를 만들어서 제도를 융통성 있게 바꾸기도 한다. 교육전문직원의 경우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되어서 장기 재직휴가(특별휴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 소속 지방공무원(교육전문직원 포함)은 장기 재직휴가를 사용한다. 국가직 공무원인 교원에게는 없는 혜택이다.4 이와 더불어 국가직 공무원과 다른 별도의 특별휴가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만 4세 이하의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연 5일의 범위에서 ‘부모휴가’를 부여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별로 지방직공무원의 복무와 관련하여 각 지자체 및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공무원 복무 조례를 만들어서 시행하고 있다. 대개는 국가직 공무원에 준해서 만들지만, 국가직 공무원보다 복지가 덜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추가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5
한편 국가직을 유지한 채 이러한 혜택을 받으면 어떠냐고 얘기할 수 있는 교원들도 있다. 그러나 국가직 공무원은 다른 국가직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추가적인 권리나 혜택을 누리기 힘들다. 사실상 교원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 타 공무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표준화된 기준을 설정하고 그 이상의 혜택은 주어지지 않는다.6 대표적인 예가 공무원 성과급이다. 현재 학교 체제와 맞지 않지만 다른 공무원이 성과급이 있기 때문에 교원 성과급도 등급제(S, A, B)로 유지하고 있다. 모든 교원단체가 반대7해도 이를 담당하고 있는 중앙정부 부처인 인사혁신처에서 교원단체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원들은 지방직이 된다는 데에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반대만 하고 있다. 모 교원단체는 지방직을 막겠다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실제 2017년 모 단체에서 실시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10명 중 9명이 교원 지방직화를 반대했다.8 이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데 지방직이 되면 정리해고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느끼는 상황이다. 이처럼 교원 지방직화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으로, 구조조정의 전 단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면 학령인구 감소의 상황에서 국가직이니까 안심하고 있고 나 몰라라 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2021년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경기와 세종을 제외하고 모든 시·도의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10년 내 위기가 찾아온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가 현실로 닥친다면 교원은 국가직이니까 절대 정리해고 위험 없이 안심할 수 있다며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볼 수 있을까.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지역사회의 소멸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다시 소제목의 질문으로 돌아가 교원이 국가직 공무원이라서 누리는 이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러한 고민을 담은 연구가 없었다. 일부 정치권에서 고민한 적이 있지만 기계적인 판단뿐이었다. 교원이 국가직 공무원이어서 누리는 혜택이 있었다면 시·도교육청 내에서만 인사가 가능한 사실뿐이었다. 오히려 단점이 많았다고 본다.
학교자치가 가능하려면 교원 TO의 자율권이 있어야
다음의 내용은 교육자치를 넘어서 학교자치가 실현된다는 전제를 가정하고 말하려 한다. 우리 사회는 중앙정부 의존도가 무척 높았다. 중앙정부에서 모든 예산을 내려 보내고,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공무원의 인원 배분도 담당하였다. 모든 것이 국가 중심이었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도 없었다.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달라고 요구하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그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기도 하였고 지방 소도시 소외현상도 있었다. 교육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실제 국가직 공무원인 교원들9 수급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아닌 기획재정부10(이하 기재부)에서 공무원의 총 TO를 계산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공무원들과의 형평성과 균형을 중심으로 계산하고, 시·도교육청이 요구한 수만큼의 교원을 배치해주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원 외 기간제 교사가 늘어나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기간제 교원의 수가 1만 5000명 이상 되기도 한다. 정규교사 배치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특수교사의 경우에는 정규교사보다 기간제교사가 더 많은 상황이다. 학교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수업은 해야 하니 기간제 교사든 정규직 교사든 배치할 수밖에 없다. 기재부에서는 학령인구 수 감소를 이유로 10여 년 전부터 신규교사들의 정원을 동결에 가깝도록 유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심각한 문제로 향후 몇 년 내에 교원임용절벽11의 상황이 예측되고 있어 신규 발령자 정원은 늘지 않고 있다. 십 년 내로 신규 교사를 아예 안 뽑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령인구 감소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10년 뒤에는 청소년 수가 지금보다 180만 명 감소한다는 예측도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올해 청소년(9∼24세) 인구는 876만 5000명이다. 청소년 인구는 1982년 1420만 9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줄고 있다. 올해 총인구(5170만 9000명)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17.0%다. 하지만 2060년이 되면 청소년 인구 비중은 10.4%(445만 8000명)까지 줄어든다.12 지금과 비교해 23%의 학생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더욱 암울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21년 8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저출산·고령화로 대한민국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2117년에는 전체 인구가 1510만 명에 불과할 것이란 충격적 결과가 나오기도 하였다.13
이러한 상황 때문에 중앙정부에서는 국가직 위주로 구성된 교원의 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2021년 5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에 8000억 원을 투자하는데, 정규교원이 아닌 기간제 교사 비용으로 제한하여 배정하였다. 이는 지역별 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평균적인 수치와 기계적 대응의 측면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중앙통제 방식은 지역별 격차를 고려하는 유연성 없이 국가 수준의 총량만 계산하게 된다. 결국 한 지역 내에서도 도심과 농촌 지역의 차이가 발생하고 신도심과 구도심에서의 격차도 발생하게 되는 것을 고려할 때,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상수를 놓고서는 어떠한 변화도 주기 어렵다.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한 수치와 공식, 즉 평균값으로 교원 TO를 계산하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같더라도 학구의 환경에 따라 생활지도나 상담, 학생 복지에 써야 할 에너지의 양은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교원의 TO는 국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14
이로 인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수도권과 광역시는 과밀학급이 많아서 방역으로 인해 전면등교가 어렵고, 강원도·전라도 등에서는 전면등교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구조적인 상황이 다른데,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국가에서는 국가직 공무원인 교원을 무한정 늘이기도 어렵고, 그 특수성을 감안하기도 어렵다.
하필 왜 교원 지방직화에 대한 고민인가?
많은 사람들이 교원 지방직화를 반대한다. 그리고 이 단어를 교원의 정리해고와 동일하게 받아들인다.15 그 내용을 보면 일면 타당한 면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많아 보인다. 수많은 지방직 공무원들은 국가직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만을 느끼지 않으며 차별을 당한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오히려 중앙정부의 탑-다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전환되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한 한 공무원은 오히려 지방직이 만족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였다. 물론 몇몇의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우나 지방직이 되면 처우가 안 좋아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렸으면 한다. 정답은 없다.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것이고, 모든 제도와 정책에 완벽한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자치의 흐름이 강화되는 시점에서 정책의 일관성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때는 맞다. 교육자치를 시행함에 있어서 유·불리를 따져가며 선택권을 말하는 것은 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16 이것은 우리에게 유리하니 도입하고, 이것은 귀찮고 힘드니 국가가 해야 한다는 논리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실제 교육자치를 내세우는 17개 시·도교육청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 중 일부는 ‘빛나는 것만 선택적으로 가져가려 한다’는 불만을 이야기하곤 한다.
교육부가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정책을 많이 펼치기도 했는데 그 원인 중 대부분이 교원이 국가직이고, 교육 철학과 방향은 국가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이제 교육자치 심화로 시·도교육청이 감당해 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교원인사 문제는 자신들이 감당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일반자치 내 공무원은 지방직 공무원이다. 현재 교원의 지방직화를 왜 고민해야 하냐고 묻는 것은 현재 시·도교육청 자치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같다.
교원이 지방직으로 전환될 경우 논란이 될 것으로 언급되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 간, 지역 간 격차 심화를 들고 있다. 교원이 지방직 공무원이 되고, 시·도교육감의 권한이 강화되어 학교 간, 지역 간 격차가 매우 커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지금은 격차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지 의문이다. 교원이 국가직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도심지역을 선호하는 이들이 있고, 승진점수를 쌓기에 유리한 농어촌이나 벽지로 가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경우를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상황이 학교 간, 지역 간 격차가 없는 상황이 아닌 것은 대부분이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직이 되면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교원이 지방직 공무원이 되면 차라리 이런 격차가 좀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예전 모 시·도교육청의 인사제도 개편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환경이 열악하여 비선호지역인 특정 지역을 의무적으로 순환근무하게 하는 제도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연구진 중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순환근무제를 한다고 해당 지역에서 교사들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그렇다. 승진점수를 쌓기 위해서든, 의무적으로 복무를 위해 잠시 거쳐가든, 발령지가 그 곳이든 그 지역에 정주하려는 교사들은 거의 없다. 이유는 많은데 일단 그 지역에 대한 애정이 없다. 그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향이 인근이라 그 지역이 익숙하거나, 장기간 거주해야 하는 이유(교육, 근무지, 부모 봉양 등)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의무 복무 기간인 2-3년이 지나면 근무지를 옮긴다. 열악한 지역에 오래 거주하는 교사는 거의 없었다. 물론 복지 혜택이나 경제적 지원 등이 전혀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교사는 국가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특정 열악한 지역에 거주한다 하여 급여나 복지비를 더 주지 못한다. 벽지수당과 농어촌지역수당은 3-5만 원에 그친다.
교육격차 개선을 위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차라리 교사를 지방직으로 전환해서 근무 여건을 개선해주고 복지비용을 더 주는 편이 낫다. 실제 조례만 통과된다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월 30-50만원씩 벽지·농어촌 수당을 더 지급한다면 그 지역에 거주를 희망하는 교사도 일부 있을 것이다. 관사와 기숙사를 제공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할 수 있으려면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가직만을 고집해서는 국가 전체의 평균적인 수준을 고려하는 중앙정부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학교가 사라지면 오래 지나지 않아 마을이 사라진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교원 지방직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그러한 움직임이 없다. 대부분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원의 국가직 공무원을 유지한 채 교육감의 권한만 달라고 하는 상황이다. 임용·승진제도에 있어서 모든 제도가 벽에 가로막히는 것은 국가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그렇다. 교장·교감임용(공모제)등의 확대에 있어서도 걸림돌은 국가직 공무원으로서 교육부가 이미 명문화해놓은 시행령·훈령·규정 등이다. 이것을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바꿀 수가 없다. 교육전문직원은 이미 2012년 지방직 공무원으로 바뀌어서 시·도교육감에게 모든 권한이 있다. TO 증원에서부터 선발·활용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논란은 급여·혜택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직 공무원이나 지방직 공무원이나 급여 차이는 없다. 단일호봉제(40호봉)에 의해 급여를 주고 있고, 동일한 날짜에 발령난 교사들은 교육전문직원으로 전직되더라도 급여의 차이는 없다. 담임수당, 부장수당, 교육전문직원 수당 등에서의 차이는 있다. 교원의 총 급여는 발령일과 근무일을 기준으로 모두 같다는 것도 오해이다. 일부 시·도는 출장비나 복지포인트에 있어 차등을 두고 있다. 모 시·도에서는 재정에 어려움을 겪어 한 때 출장비나 시간 외 수당까지 줄인 적이 있다. 국가직 공무원이라도 시·도 재정이 어려우면 기본 급여 이외의 것들은 손댈 수 있다. 단순히 국가직 공무원이라 모든 것을 보장해 줄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논란이 되는 것이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 통제 기제의 약화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장점도 분명하나, 최근 들어서는 그 부작용과 폐해도 거론된다. 더군다나 교육자치의 보장으로 시·도교육청이 직선제 교육감을 선출·보직하고 있으면서 교육과정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자율성을 거의 인정하고 있지 않다. OECD나 핀란드, 스웨덴 등 타 국가들과는 매우 차이가 크다. 국가 교육과정을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 정도 방향성을 정해놓고 그 범위 내에서 지역적 차이가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지역의 특수성과 고장의 역사, 정서 등을 반영한 교육과정을 해당지역의 교육주체들이 만들어야 한다. 학교자치가 보장된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교원이 지방직 공무원이 된다고 국가가 교육과정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은 억측이며, 과장된 해석이다.
지금까지 왜 교원들이 과도한 행정을 유발하는 국책사업에 동원되었는지를 분석해보면 국가직 공무원인 것에 원인이 있다. 어떤 정책이든 상위 기관에서 만들어 탑-다운 방식으로 하달하고 시행하려면 예산과 추가 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예산과 추가 인력을 주지 않으면서 승진가산점17과 같은 포인트로 모든 것을 대체하려고 하는 행태의 원천적 근원은 국가직 공무원이면 국가정책 사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발상에서 기인한다.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원이 시·도교육감 소속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실제 2011년 이전의 교육전문직원과 2012년 교육자치 이후의 교육전문직원은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이주호 전 교육부장관이 중심이 되어 경기, 광주, 전북 등 시·도 교육감을 상대로 직무이행명령과 고발이 이어졌다. 당시에 시·도 교육전문직원들은 해당 시·도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였다. 물론 국가직이었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는 것이 당사자들의 증언이다. 결국, 수장이 교육부냐 시·도교육감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가 통제기제의 약화가 과연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 있다. 지역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교원들이 노력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이 이익집단처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적 신념과 철학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필요하다. 어디에서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상당히 건강해졌다. 이미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고, 시민들의 성숙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과거처럼 무능하다는 시각으로부터도 이제는 벗어나고 있다.18 교원이 국가직 공무원이기에 지역의 발전에 역할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 자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발전, 학교의 발전이 없으면 우리 지역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
이미 교육전문직원 선발·임용, 신규교사 선발·임용, 교감·교장 추천 등 모든 것에 있어 시·도교육감들이 지방직 공무원에 준하는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교원이 지방직으로 전환되어도 현재 운영체제에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교육자치의 보장이 전제된다면 향후 순차적으로 더욱 발전된 형태의 모델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각종 조례를 통해 조직·인력을 재배치 할 수 있고,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이 증가될 것이다. 이미 우리는 혁신학교에서 이것을 경험하고 있다. 혁신학교에서 교원행정업무경감,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와, 지역사회와의 연계, 혁신교육지구, 마을교육공동체 등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고 발전되는 모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교사들의 자율적이고 헌신적인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더 나아가 교원의 지방직화로 융통성 있는 인사제도와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면 혁신학교의 완성형 체계를 갖출 수 있다. 혁신학교의 많은 교원들이 각종 문제점들에 대해 왜 바뀌지 않느냐는 말을 많이 한다. 특히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바뀌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도교육청에 바꿀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것들이 많아서이다. 특히 교원 인사와 교육과정의 자율권을 얻기 위해서 지방직화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지방직 전환에 대한 상당 수 교사들의 오해로 정책적 도입이 힘들다면, 교육전문직원처럼 교장·교감의 지방직화를 제기하기도 한다.19 이것은 인사제도와 교육과정에 대한 국가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나름의 대안적 타협점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신규 임용되는 교원들을 보면 수도권 출신들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전국 교대 입학생의 70-80%는 수도권 출신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규 교원들이 임용을 위해 17개 시·도로 분산되어 있지만 정작 본인들은 수도권에 집이 있어, 근무 지역에 애정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물론, 본인들이 선택한 개인의 자유이지만, 구조적으로 볼 때 시·도교육청과 지방교육에 있어서 큰 위협 요소이다. 현재 지방직 공무원들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응시 자격이 별도로 부여된 곳이 많다. 경기, 서울을 제외하고 많은 시·도들의 초등 임용 응시자가 미달되는 이유는 수도권 선호현상이 심해서이다. 지방직 공무원으로 전환된다면 이러한 것들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를 시·도교육감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다. 교원인사-양성-승진을 넘어서 교육과정에 대한 권한까지 시·도교육청이 가진다면 지역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부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일부 지역은 지금보다 더 퇴보할 수도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이 문제는 어려운 숙제인데, 결국 시민의식으로 견인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원 지방직화의 과제와 가능성
무엇보다 우리는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지역별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과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길이 중앙 통제식 방식인지, 지역에 특화된 방식인지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놓여 있다. 코로나19가 교육의 민낯을 드러냈고, 국가주도형 교육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교육부와 중앙정부의 대응은 매우 어설펐고, 학교현장의 교육주체들은 상당히 분노하였다. 학생·학부모·교원·지역사회 모두 다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그런데도 계속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똑바로 못한다고 비판만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고 그 중심에는 교원정책이 있다. 교원의 임용·양성·승진·배치 등 다양한 정책적 고민을 하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한 유연성을 가지려면 국가에게만 그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된다. 실제 권한은 국가(교육부)와 국회에 있지만, 실제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아무것도 안한다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여기서 불만, 저렇게 하면 저기서 불만이기에 아무것도 안하는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권한의 분산을 통해 해당 지역의 상황에 맞는 유연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되려면 지방직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예측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하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이미 교육자치가 심화되었기에, 지방직화는 불가피하다는 예측들을 하지만 정작 실행에 옮겨야 할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원단체의 반발이나 책임을 이유로 뒷짐을 지고 있다. 사실 어쩌면 국가직이냐 지방직이냐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인구변화라는 충격적인 상황이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대응을 하려면,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지자체과 도민(시민)이 합심해서 해당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그 유연성을 가지려면 어쩌면 지금과는 다른 제도적인 접근 방안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돌파구가 교원의 지방직에 대한 접근이 아닐까 싶다.
설사 이 방향이 맞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교원 지방직화를 위해 제일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교원들의 인식 문제이다. 지방직화 전환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 막연하게 불안해하지 말고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새로운 정책이 도입되면 사실관계에 근거해서 도입 시 장·단점, 자신들의 손익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쉽게도 교원조직은 그러한 단위가 많지 않다. 아니, 현 상황을 기점으로 생각해 보면 지나친 이야기일지 몰라도 아예 없는 것과 같다. 교원단체도 그렇고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도 냉철하고 면밀하게 정책을 고민하는 단위가 없다. 시·도교육청 정책기획 부서나 정책연구소와 같은 단위에서도 큰 그림을 보기보다는 정책연구 과제 수행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나 중앙정부가 치밀한 고민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논란이 되는 정책에 어떻게 접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거나, 학교현장 의견과 반대되는 정책에 찬성표를 던져 학교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시·도교육청 차원의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 없이 단타성 위주의 정책만 도돌이표처럼 시행하는 것도, 시·도에 대한 애정이 적은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이미 교원의 지방직화는 과거 중앙정부 차원에서 몇 번 시도되었다. 정치권에서도 은근히 희망하고 있는 눈치이다. 과거에는 교원단체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좌초되었지만, 교육자치-학교자치가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교원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도록 개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교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정서적인 차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다. 교원단체들도 교원의 지방직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 보다 깊게 고민했으면 한다. 도입되더라도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문제나 교원 TO문제, 교장제도에 대한 문제 등이 엮여 있기 때문이다. 특수한 교원의 지위를 고려해 일부 도입이나 특별법을 통한 도입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학생-학부모들의 학교자치에 대한 무관심도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일부 여론과 학부모들은 교원의 지방직화 이야기가 나오면 국가가 교육을 포기하려 한다고 접근하는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특정 세력들은 색깔론을 꺼내면서 교육이 좌파들에게 지배되었다는 논리까지 펼치고 있다. 현행 체제가 좋다면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는데도 끝까지 현행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관성에 가깝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제도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교육자치의 심화와 학교자치의 흐름 속에 우리 교육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교원 지방직화와 지역화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향후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의 통·폐합 사태가 벌어질 때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만 바라보고 우리는 국가직 공무원이니 해고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로 무심하게 대응할 것인가. 지역의 교육발전은 문화적인 접근과 교원들의 인식개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도가 뒷받침되고 시·도교육청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지역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해야 한다. 특히 주인의식을 가지 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특색에 맞춰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학교교육의 질이 향상되려면 교원의 지방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교원 TO의 유연성이나 교원 역할의 유연성도 기대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현재 교원의 업무와 역할로서는 이 정책을 감당하기 어렵다. 적어도 교원의 TO에 있어 학교 내 교원의 역할 재구조화를 고민해야 한다. 국가직 공무원을 유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미 지방직 공무원들은 예산과 인력을 융통성 있게 활용하고 경우에 따라서 TF를 만들고 활용한 후 정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교원들은 한 번도 그러한 상상을 해보지 못했다. 지방직으로 전환된 교육전문직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준비해도 국가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모든 상상력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에 막힌다면 교육은 지속적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다.
아쉽게도 교원들은 정책적 피로도에 의해 관행에 익숙해져 있다.20 한 번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제도 개혁의 선봉에 선 적이 없다. 늘 정부 주도 사업과 정책에서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할 수밖에 없었으며, 과도한 교원의 책임을 요구하는 일에도 인내만이 가치가 있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과거에는 이것이 올바른 미덕이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가지 않은 길’21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는 것이 위험하고 안 좋은 것인가? 교육자치 시대의 흐름과 학교자치 변화의 요구에 눈을 뜰 필요가 있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매년 시·도간 교류가 있긴 하지만 소수 인원에 그치고 있고, 동수 교환이 원칙임. 이는 국가직, 지방직의 차이가 아니라 모든 공무원이 시·도 교류를 함. 일부에서는 국가직과 지방직 교류를 하기도 함.
- 많은 연구·논문에서 과거 임명제와 같은 형태의 차관급 대우로 인식하고 있음. 법·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차관급이라는 학계의 해석이 많음.
- 물론 교육전문직원 대부분이 국가직(교감, 교장)으로의 재전직이 가능하나, 교육전문직원으로 임기를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음(교육장, 국장 등).
- 41조 연수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초점에서 벗어나기에 언급하지 않음.
-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시기의 차이일 뿐 국가직 공무원의 혜택은 순차적으로 지방직도 모두 누리게 됨.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직이 되었다고 차별 받지 않음.
- 물론 이상의 혜택도, 이하의 혜택도 없이 딱 표준화된 혜택을 국가직 공무원에게 줌. 직업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뜻임.
- 교원 성과금은 모든 교원단체가 반대하고 있음.
- http://hangyo.mediaon.co.kr/news/article.html?no=81838
- 재단 소속인 사립학교 교원을 제외하고 공립 중심으로 말하고자 함.
- 기획재정부는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및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함.(정부조직법 제 27조)
- 교원임용 인원의 급격한 감소가 예측되는 상황
-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502/95343022/1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899526629146992&mediaCodeNo=257
- 학급당 인원 수의 배치 기준은 교육감에게 위임되었으나, 교원들의 총 TO 자체는 기재부에서 담당하므로 큰 의미가 없음. 어차피 연동됨.
- 강의 중에 교원 지방직화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면, 교원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음.
- 자치의 기본 정신으로 국가 의사로부터의 독립이 가장 핵심임.
- 교원의 승진가산점은 공통가산점과 선택가산점으로 구분되며, 대체적으로 기피업무와 기피지역으로 상징되는 곳에 부여함. 공통가산점은 교육부에 권한이 있고, 선택가산점은 시·도교육감에게 권한이 있음.
- 과거에 특정 건설 비리 등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법·제도 강화, 시민단체나 국민들의 역할 확대 등으로 개선되고 있는 상황임.
-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제기된 내용임.
- 개인의 탓이기보다는 정책과 제도가 교원의 성장을 가로막아 관성·관행에 익숙한 교원들을 만들었음.
- The road nor Taken. 로버트 프로스트(1875-1963)의 시. 존 F. 케네디가 취임사 및 연설문 등에서 자주 인용함.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교사가 아닌 입장에서는 교원의 지방직화, 그냥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는데 교사들에게는 꽤나 민감한 문제인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다만 교사의 급여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만큼 고용 불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이런 구조이기에 변화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물론 시도별로 재정에 차이가 크므로, 기본적인 지원은 중앙정부에서 해주는 것이 맞겠지만 이러한 지원을 통해 교사를 옥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기간제 교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교사의 지방직화를 통해 교원 체제에 바람직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되길 기대합니다.
급여를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것과 고용안정의 문제가 같은 일일까요? 기간제교사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과 지방직화 전환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교사가 아닌 입장에서 ‘그냥 하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수준에 머물러 계신 듯 합니다만.
교원들이 교육정책의 일선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탑다운 방식에 길들여져 책임지지 않는 수동적 태도로 근무하는 관성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원들의 소극적 자세가 ‘교원의 지방직 전환’ 의 원인은 아닌듯합니다.
교원의 지방직화를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육격차’입니다. 지방재정자립도의 편차가 심하므로 수도권과 광역시 쏠림현상이 심화될 것은 불보듯 뻔합니다. 돈으로 보상하고자 하여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자체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비수도권 도교육청들이 우수 교사들을 붙잡을 방안이 있을까요? 승진점수? 그런 유인책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을 뿐더러 바람직한 해결방안도 아닙니다.
‘교원의 양성체제’가 시도별로 달라진다면, 그야말로 공정성 논란이 대두될 것입니다. 지금도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를 위해 정시를 대폭 늘리고 수시를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가 거셉니다. (물론 그 요구가 잘 못 된 것일지라 하더라도 귀기울여야한다고 봅니다만) 시 도별로 교원인사 채용 권한을 준다면, 선발 방안의 다각화에 따른 혼란. 그리고 지역별 산업구조 및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교원 수급의 유연화 부족, 지방교대와 지방 간 의무 근무제도협약(전남-광주교대 사례에서는 위헌 판결이 나옴) 등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교원지위법정주의가 흔들릴 우려도 클 것이고요.
교원의 지방직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육대학교부터 시작하는 목적형교원양성임용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육대학에서의 4년 교육과정이 현장에 얼마나 착근되어 있는지 부터 파악해보셨나요? 교대 교수들의 커리큘럼이 얼마나 학교현장의 변화와 동떨어져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원을 뽑는 경쟁체제에 대한 비판적 반성은요? 현행 임용제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시나요? 그런 문제를 단지 ‘지방직화 전환’으로 퉁치고, 시도교육청에서 알아서 뽑으라고 내버려 두면 문제가 해결되나요?
게다가 교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지방직화로 풀 것이 아니라 ‘지방 균형 발전’논리로 풀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자치를 위해 지방직화가 필요하다고 한 점 일부분은 동의하나, 지역교육청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업무조정하면 해결될 일이 대부분입니다. 굳이 공무원 지위를 바꿀 필요가 있을까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입니다.
어쩌면, 수도권 인근에 근무하는 홍섭근씨 같은 교육관료들이 뭔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교육자치’의 실험과 수행을 위해 비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교원들의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지위’에 대한 열망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라 의심됩니다. 게다가 ‘교육자치’를 위해 ‘지방직화와 같은 새로운 정책적 실험을 하자’라고 제안하는 것도 지방에서 헌신하는 교원들의 사기를 매우 떨어뜨리는 ‘수도권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