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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정체성을 품어야 할 돌봄의 자리

#661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1.07.14

1. 애매한 다문화

 

정말 구로동에서 이렇게 다문화를 경험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때 구로동은 외국인들은커녕 지역주민들조차 일하는 사람 일색일 정도로 다문화와는 거리가 먼 동네였기에 하는 말이다. 저 건너편에 어렴풋이 바라보이는 구로공단 발치의 동네에서는 날마다 왁자하게 삶을 견디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비슷한 분들만 가득했던 곳이다. 그런데 세월이 무심히도 변하더니 지금은 어느덧 다문화 아이들로 가득한 지역아동센터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아이들이 다문화인지의 여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나라에는 이를 판가름하는 법률이 따로 있다. 아동복지법에 근거하여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도 이런 법 규정의 적용을 피할 순 없는 노릇이다. 지역아동센터의 아동 입소 자격판정은 구로구청에서 담당하고 있으므로, 구청은 센터의 모든 아동과 가정의 기초 정보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다문화 여부도 알려주고 있다.

 

지금 파랑새 센터에는 37명의 아동들이 있는데, 그중 공식적으로 12명의 아동들이 다문화 아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아동들이 나머지 다른 아동들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분류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 기준으로 보면 때로 다문화 아동은 12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부모님께서 귀화를 하신 경우처럼 법률적으로는 다문화 아동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동들의 수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다문화 아동들 또한 다양하게 분류해 볼 수 있긴 마찬가지다. 다문화로 분류되는 아동들 중 일부는 아예 외국인인 경우도 있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중국 동포일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아예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중국 한족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들은 외국인 신분으로 우리나라에서 거주하며 잠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 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초기에는 어떤 ‘노력’을 하고자 하였다. 통합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비율을 일정하게 조정해보려고 노력을 해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건 헛된 꿈이었다.

 

지역아동센터는 취약계층 아동들을 위한 돌봄기관이란 사회적 이미지가 내국인 아동들과 보호자들의 외면을 불러오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회적 이미지가 굳어가서 그런 것인지 어느 순간부터 내국인 아동들의 센터 이용률이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우리 지역 혹은 우리 센터만의 특정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내국인 아동과 다문화 아동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야심은 곧 폐기되었다. 아동들이 얼마나 센터를 이용하는가 하는 문제는 어쩌면 센터의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복잡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대부분 그 속에서의 종사자는 한결같이 정신 없는 시간들을 보내지만 그래도 문득 ‘나는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하는 질문들을 불쑥불쑥 마주하게 된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들 아동들이 센터를 찾지 않았다면 파랑새는 이미 존폐를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또 아이들은 세상 어디서나 비슷한 특성을 보이기 마련이어서 개별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아이의 배경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든 이 ‘애매한 다문화’를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문제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2. 정체성을 고민하는 교육과 돌봄

 

그러나 그런 비슷한 고민과 문제의식들을 아이들이 경험하기도 한다. 어느날 문득 ‘과연 나는 누구인가?’하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부모님들 몇 분을 모시고 함께 책을 읽는 센터의 작은 모임에서 바로 이런 고백들이 이어졌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이야기가 나오자 모임의 구성원들은 이 이야기 주제에 뜨겁게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갑자기 넌 한국 사람 아니란 소리를 듣고 크게 속상해하면서 ‘엄마, 나 한국 사람 아니야?’ 라고 묻는데 나도 너무 속상했어요. 아마 애하고 내가 하는 이야기를 그 집 할머니가 들으셨던 적이 있는데, 아마 내 말투를 보고 그 집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아니야, 넌 아빠도 한국 사람이고, 그러니 넌 한국 사람이야. 이렇게 말은 해주었지만… 너무 속상해서 그 집 가서 한판 따질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이는 한 어머니가 3학년이 된 딸아이와 있었던 일을 말씀해 주신 것이다. 센터에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아이들이 받는 충격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 남을 일이다. 또 다른 아이는 구청의 분류법에 의해 ‘다문화 아동’으로 구분이 된 경우인데, 저는 정작 그런 줄도 모르고 중국민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발언을 해서 곤란스러웠던 경우도 있다.

 

물론 어떤 아이들은 아예 자신을 중국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어릴 적 자란 중국을 그리워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을 중심으로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경우이다. 어쨌든 그 어떤 경우에도 그 비율은 제각각이지만 정체성에 일종의 혼란스러움이 섞여 있는 것을 감지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교육과 돌봄은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루어주고 있을까? 많은 노력들이 기울여지고 있겠지만 그런 흐름에서 나는 확실히 뒤처져있다. 최근 계기가 있어 동네 사람들과 작은 모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 모임에서 무엇을 해볼까 고민이 많던 중에 이런 정체성의 문제를 두고 함께 공부도 해보고 이야기도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지,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차분히 듣고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진 근원적 문제를 풀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일상을 함께 보내고 있는 우리들이라도 먼저 생각의 갈래들을 좀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한 아이가 늦은 밤 연락을 해왔다. 배달일을 하시는 아버지에게 작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 때문에 혹시 중국으로 쫓겨가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탓이다. 이렇게 우리들 품으로 파고드는 아이들과 함께 정체성을 고민하는 돌봄의 자리를 마련해보아야 할 것 같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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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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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1. 김태균 수정 삭제

    교육부와 교육청 등 다양한 곳에서 다문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다문화 학생들의 숫자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학교도 이로 인한 어려움이 큰 상황인데, 상대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적은 지역아동센터는 그 어려움을 감히 예측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가정 환경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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