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과 교원승진에 대한 필요성과 정책 방향
들어가며1
교육자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주민직선교육감제의 도입 이후에 지역별 역동성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고, 시간이 갈수록 자치와 자율, 분권의 가치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청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교육청의 권한을 학교에 더욱 배분해야 하며, 교육청은 학교를 더욱 잘 지원해야 한다는 이른바 ‘학교자치’에 관한 요구가 숙성되고 있다. 결국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이양하라는 요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데, 권한 이양에는 자율성과 책무성이 필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김성천 외, 2018). 교원인사제도 또한 자율성과 책무성의 가치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인사제도는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강력한 동인이 된다. 자율성과 책무성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인사제도 혁신은 중추적인 수단이 아닐 수 없다(김영인 외, 2016).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인사제도의 핵심은 바로 ‘승진’이다. 승진은 직위 상승과 동시에 권한과 책임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교원에게 승진은 교사가 교감으로, 교감이 교장으로 직위가 상승함으로써 학교 안팎으로 영향력이 증대되며, 그에 따른 책임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또한 승진은 개인과 조직의 목표달성 차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개인 차원에서는 조직 구성원의 인력개발을 유도·촉진하는 유인체계로서의 기능은 물론, 승진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직 구성원이 자신의 기능과 과업수행 능력을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의 자질이 향상된다. 이러한 실천의 과정은 다른 동료의 과업동기를 자극하면서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어낸다.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조직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충원의 수단이 된다. 능력 있는 자를 선발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인적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조직발전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조영표, 2014).
승진을 위한 교원의 개별적 노력이 교원의 대표적 과업인 교수학습과 생활지도 분야뿐만 아니라, 행정업무 분야에서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학교 조직 측면에서는 구성원의 자질 향상을 유인함으로써 조직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역시 의의가 있다. 어찌 보면, 교원승진제도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이들에게 조직 내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관한 방향 제시를 할 수 있고,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이 좋은 정책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교원의 성장과 발전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교원승진제도’는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마련되었다. 구체적으로 교원승진제도는 1953년 교육공무원법이 새로 제정되면서부터 명문화되어 1964년 제정된 이래로 현재의 교장자격기준과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제정 이후 현재까지 중앙정부의 주도하에 40회 이상 개정이 되었다. 나름 정책적 필요에 의해 개정되었지만 기능적 개선 차원에 머물렀을 뿐, 시대의 요구와 변화를 반영한 제도의 변화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교원 인성 평가나, 수업, 생활지도, 교육과정 수행 등 교원의 업무 본질에 대한 전문성 평가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또한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매번 공통가산점, 선택가산점이라는 유인책을 꺼내들었고, 교사들이 그것이 어떤 의미이며 어떤 결과를 낳을지 판단하기도 전에 점수에만 집중하는 본말전도의 현상을 유발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모든 인사제도가 완벽할 수 없고, 시대의 요구에 따라 합리적인 기준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누군가에게는 이익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손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인사제도 중 승진제도가 시대와 직종을 막론하고 긍정적 인센티브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아쉽게도 모든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보완을 통해 수정해 나갈 수밖에 없다. 초등교사 양성을 위해 과거 양성소나 방송통신대학교 과정을 유지하던 때도 있었고, 2년제 대학교 과정을 유지하기도 했지만, 발전 과정을 거쳐 현재의 시스템에 이르렀다. 1999년과 2000년에는 한 때 중초교사를 받기도 했고, 2000년대 중반까지 교대 편입 시스템을 유지하기도 하였다. 그 과정에서 부적응자가 있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잘 정착 내지 동화되어 이들 중 교육전문직원이나 교감·교장이 나오고 있다. 교육제도가 기형적인 것은 시대 환경의 탓이 크다. 사람보다 제도에 집중해서 논의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이 논의는 초·중등 교원들에게는 상당한 논란이 될 것이다. 교육정책을 10년 이상 연구해 온 바로는 오늘 논의가 부당한 요구거나 이해관계에 상충되는 요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교과 교사 승진제도(이하 비교과 승진)는 민감하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논의이기도 하다.
비교과 승진제도의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소견
「초·중등 교육법」에는 교원의 자격을 아래와 같이 명시하고 있다.
〈표1〉 초·중등 교육법 제 21조
| 제21조(교원의 자격) ① 교장과 교감은 별표 1의 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검정(檢定)·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개정 2013. 3. 23.> ② 교사는 정교사(1급·2급), 준교사, 전문상담교사(1급·2급), 사서교사(1급·2급), 실기교사, 보건교사(1급·2급) 및 영양교사(1급·2급)로 나누되, 별표 2의 자격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검정·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개정 2013. 3. 23.> ③ 수석교사는 제2항의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으로서 15년 이상의 교육경력(「교육공무원법」 제2조제1항제2호 및 제3호에 따른 교육전문직원으로 근무한 경력을 포함한다)을 가지고 교수·연구에 우수한 자질과 능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교육부장관이 정하는 연수 이수 결과를 바탕으로 검정·수여하는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개정 2013. 3. 23.>
[전문개정 2012. 3. 21.] |
별표1에는 교장·교감 자격기준이 제시되어있다. 이는 「초·중등 교육법」 제21조 제1항과 관련된다. 1항과 2항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 2항에는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가 들어가 있지만, 정작 1항의 별표 1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 즉,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는 승진2이 될 수 없는 구조다. 이는 차별적 요소가 다분하며, 헌법적 가치와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보건교사의 경우 2013년 관련 법이 바뀌어서 상위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도록 문구가 삽입되었다. 이는 개별 단체가 움직여 법적인 부분을 이끌어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는 반면, 전체의 흐름을 보지 않고 비교과 중 일부 교과만을 위한 법을 만들어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3
2013년에 보건교사의 승진제도가 만들어지고 난 후 7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금까지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등 비교과 교사들의 승진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출신 교육전문직원들은 상당 수 존재한다. 이들은 근속 기간과 관계없이 상위자격증을 부여받지 못하고 평교사로만 근무한다. 일각에서는 알고 들어가지 않았느냐라는 말이 나오고, 교육전문직원이 승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 글에서 교육전문직원 제도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현재 교육전문직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고, 거기에 있어 다른 교과들과 차별적인 요소가 존재하는지 여부만을 따졌을 때, 차별적인 요소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일부 시·도에서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장학직을 선발하지 않고 파견교사를 받거나, 해당 영역만을 위한 임기제 장학사4를 선발하고 있다. 승진하지 않는 교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나, 그렇다면 왜 다른 교과는 이런 방식으로 전체를 선발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파견교사나 임기제 장학사를 활용하는 지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분야의 정책이 확대되고 있고,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수요는 있는데, 제도적 안정성에 대해서는 책임지기 싫다는 측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볼 때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출신 교육전문직원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을 포함해서 몇 명이 되지 않는다. 최근 10년 동안의 숫자를 파악해봐도 50명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적은 인원에게 상위자격증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들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시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중 극소수의 인원만이 교육전문직원으로 들어와 정책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일반 교과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거치고 들어오는 것이다. 담당 분야와 관련한 전문성도 상당히 쌓을 수 있다. 이러한 전문성을 무시하고, 법적 근거가 없으니 다시 교사로 돌아가라는 것은 차별, 혹은 다수의 폭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5 아마, 동일한 논리를 일반교과 교육전문직원에게 적용하려 한다면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제도적인 기반이 없기에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들의 소진 현상은 눈에 띄게 발생한다. 잘 알다시피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출신 공모교장은 아예 없다. 상위자격을 받을 수 없기에,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수석교사도 수업·컨설팅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비교과 교사들에게는 지원 불가 대상이다. 결국 교감·교장이 될 수 있는 길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들이 무슨 전문성이 있기에 교사로 불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들이 나온다. 일정 부분 의견 개진이 가능한 부분이긴 하나, 보건 교사도 승진제도가 마련된 시점에서 이 논리는 적용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이미 교사로 받아들여졌고, 관련된 임용고사도 동일하게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로 볼 수 없다거나 전문성이 없다는 논리는 근거가 미약하다. 대중들이 일반교과 교사들에게 임용고사로 무슨 전문성을 인정하려고 하느냐, 학원강사가 훨씬 낫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라 볼 수 있다. 교사 제도 자체의 근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면 검토해볼만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논리가 적합하지 않다. 또한,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인 다수의 교사들은 현재 있는 제도의 안정성을 보고 시험에 응한 것이지, 그들을 위한 특혜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는 교육부의 정책이 국회를 통과하여 정당한 입법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제도이기에,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본 제도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는 폐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학교 현장에 들어온 구성원들을 동료로 받아들이고, 그 동료들의 애환을 한 번쯤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일부 학교에서 비교과 교사들이 문제가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나 이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뒷받침할 연구는 불충분하다. 특정 사례를 논하기 시작하면 일반교과에도 문제 있는 구성원들은 어디에나 있다. 일반교과 교사들의 이중적인 인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성과급 논란 속에서 비교과 교사의 차별은 당연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는 성과급 제도의 문제이지, 비교과 교사들의 역량이나 역할 문제로 볼 수 없다.
승진제도가 만능은 아니고, 실제 승진제도에 관심 있는 교사들도 10∼20%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출신 승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일반교과 교사들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반발만 할 상황은 아니다. 중등은 소수교과6 교사의 승진도 보장되어 있고 소수교과 출신이라고 교감·교장 승진에 있어 제도적으로 차단되어 있지는 않다. 그들도 그 위치에 가기까지 치열한 노력을 한 이들일 것이다.
비교과 승진제도의 정책 방향 모색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비교과 교사들에게도 보건교과와 같이 상위자격증 취득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형평성 차원에서 「초·중등 교육법」 제 21조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의 항목을 보건교과와 같이 개정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본 법률안이 개정되더라도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과 시·도교육청들의 판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교과의 경우 2013년 법 개정 이후 보건교사 출신 교감들이 10여 명 남짓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해당 교과 구성원들의 몫이며, 인식과 평가는 행동과 역량에 비례하여 나타난다. 법 개정은 국회 몫이지만, 활용에 대한 부분은 교육부가 아닌 시·도교육청에 그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특정 비율을 할당해 달라든지, 관련한 승진가산점을 만들어달라는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실적이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 일반교과와 동일하게 승진가산점 방식으로 풀어가려면 10∼20년이 걸릴 것이고,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도 승진자가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다른 대체제의 방식으로 정책적 효과를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이야기해보면, 일단 교육전문직원 트랙이 가능할 것이다. 장학사, 장학관(박사학위 소지자 등)을 공모 방식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영역에서 선발해 활용하는 것이 의미는 있으나,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최근에 논의되는 교육전문직원 역량 강화 방안에서는 교육전문직을 교과나 특성에 따라 선발하지 않고 통합체제로 뽑는 안이 제안되기도 하였다.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들도 역량에 따라 TO를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 일반교과들과 동일하게 경쟁을 거쳐 선발되는 구조도 필요할 것이라 본다. TO의 무분별한 확대도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은 업무 폭주에 시달리게 되는 것을 감안하길 바란다. 또한, 고교학점제의 활성화 측면에서 다과목 지도가 불가피하므로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들 중 역량이 되고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타 교과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도 열릴 것이다. 이러한 기회가 생기면 적극 활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승진제도 개선이 초점은 아니며, 정책 방향 전환의 기조에 맞춰 젊은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중 교육전문직원·교감·교장이 나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소진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상징적으로 장학사·장학관·교감·교장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정책적 효과가 파급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반 교사들의 사기와 처우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전제된다면 현재 경기도교육청에서 연구하여 교육부와 국회에 제안 중인 선임교사 제도, 그리고 행정교사(교무학사전담교사)제도에 주목했으면 한다. 이 제도가 개선된다면 비교과 교사들도 참여할 수 있게 제도화되어야 한다.
나가며
우리 사회에서는 다수자의 요구는 당연시하는 반면, 소수자의 요구는 합리적이어도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왜 그러한 요구를 하는지 귀를 귀울이고 상식적인 기준에 맞는지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자의 입장에서 오늘 이 자리의 요구는 상당히 상식에 부합하며, 합리적인 요구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자들이 누리는 특권도 결국 투쟁과 노력의 산물이다. 비교과 교사들은 학교 내 소수자에 해당한다. 비교과 교사들이 바라는 것이 특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교사들이 승진을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도 아니고, 교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승진을 생각해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비교과 교사들에게는 승진을 생각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는 차별이며, 폭력이다. 다수자들의 기준으로 소수자들을 바라보면서, 당신들의 요구가 정당한지 판단해보겠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 그것이 공정이고 정의인지 생각해 볼 때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차이가 곧 차별이 되곤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바로 학교이다. 학교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당연시 된다면, 우리는 교육자로서의 긍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본 논의는 이미 늦은감이 있다. 이제라도 비교과 교사들의 승진제도를 개선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다만,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과 그에 부합하는 역량과 실력을 쌓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한편으로 본 논의가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그 원인을 나름 분석해보자면 학교 내 소수자들이 고충 속의 이해관계로 집단을 대변하기 시작하고, 또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까닭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러하였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또한, 이들 집단을 대변하는 이들이 실제 현장 다수의 입장이 아닐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학교가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대화와 타협 그리고 역지사지의 입장이 필요하다. 이는 다수자, 소수자 모두에게 해당된다. 강력한 주장을 통해 하나를 관철하면, 다른 하나를 잃기도 한다. 때로는 그것이 소탐대실이 되기도 한다. 전체의 흐름 속에서 균형 있게 보는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간은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 속에서 성장한다. 늘 다수의 편에 서기도 어렵고, 다수자와 소수자의 상황을 여러 면에서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늘 주류에 있기도 어렵고, 주류에 있다고 결코 나에게 유리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주류집단 속에서의 연공서열이 특정 개인의 이익에 유리하게만 작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비교과 교사들도 학교 내 교사들이고, 학교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교직원이다. 비교과 교사들의 승진 문제라는 화두를 꺼낸 이가 비교과 교사가 아닌 교육자 한 사람이라는 점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포용력을 갖춘 교직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 본 글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 김성천·신범철·홍섭근(2021).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 혁신. 테크빌
• 법제처 홈페이지(초·중등교육법)
https://www.law.go.kr/LSW/lsBylInfoPLinkR.do?lsNm=%EC%B4%88%E3%86%8D%EC%A4%91%EB%93%B1%EA%B5%90%EC%9C%A1%EB%B2%95&bylEfYd=20170622&bylEfYdYn=Y&lsiSeq=192410&bylBrNo=00&bylCls=BE&bylNo=0001
각주
- 본 장에는 김성천·신범철·홍섭근의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 혁신(2021, 테크빌출판사)의 내용을 일부 발췌 및 수정한 내용이 포함됨.
- 현재는 교직에서 승진은 교감·교장을 말한다. 교육전문직원 전직이나 수석교사 자격은 승진의 범주로 보지 않는다.
- 해당 법에서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내용이 빠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 보통 3년 가량의 시한을 두고, 장학직을 수행하다 교사로 복귀시키는 방식. 시·도교육감의 재량으로 운영되고 있다.
- 물론, 교육전문직원이 왜 상위자격증을 받아야 하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본 논의와는 별개의 문제이고, 특정 교과만 불이익을 받는 논리로서 작동해서는 안된다.
- 예를 들어 제2외국어나 예·체능 교과 교사, 특성화 교과 교사를 말한다. 이들이 다수는 아니지만 승진제도가 보장되어 있으며, 해당교과 출신 교감·교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 않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차별을 없애기 위한 교육을 지향해야 할 학교에서 소수자인 전문상담교사·사서교사·영양교사 등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점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승진에 있어서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혹시 이들이 교감,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힘든 학교 구조라면 이들이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이건 차별이 아닌 차이죠.
교장에게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직분을 맡아야지요.
비교과가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님이 지원해줄건가요?
그리고 이미 역량을 갖춘 교과 교사들이 있는데 굳이?ㅋ
무조건 반대하려고 들어왔는데 보건 역사(?)를 보니 그런 논리면 비교과 승진 열어둘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비교과도 수업 나눠서 해요.
담임도 해야 하고요. 담임의 경우는 진짜 치밀하게 설계를 해야 하겠지만, 당장 수업의 경우는 창체라도 나눠서 들어가야죠. (담임은 상담 교사 특성상 뭐가 어렵다고 하는데, 담임 할 일 중 기본값이 학생 상담입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민감한 사항은 비밀 유지합니다. 교과교사에 담임인 경우는 상담 원칙 파괴하고, 상담교사는 안되나요? 물론 급이 다른 사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담임 찾지 상담교사 찾는 경우 못 봤습니다)
교과교사는 수업,생활지도,행정업무,담임 다 하는데 비교과교사는 높은 확률도 절반밖에 안 하죠.
학교 분위기, 개인의 성향에 따라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담임이 힘들면 수업이라도 제대로 가져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교과교사가 절대다수인(그리고 학생 입장에서도 수업의 비중은 절대적이죠) 학교 관리자를 어떻게 담임 한 번 안 해 본 사람, 수업 안 해 본 사람, 출제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될 수가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교장감은 관리자입니다
본인들 사무실에서 자기들 업무만 하던 사람들이 뭘 알고 관리를 하겠단걸까요
담임이 뭐하는지도 모르며 수업의 어려움도 모르고 본인들 하던 업무 외엔 학교업무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