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 확정’에 대한 논평
오늘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공론화 의제를 4가지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이와 함께 위원회는 이 의제들을 대상으로 하여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에 참여할 시민 참여단(2만 명)을 구성하기 위해 내일(6월 21일)부터 전화를 통한 대국민조사를 실시한다. 이들 중 최종 선정된 400명의 참가자들은 7월 말까지 학습과 토론, 그리고 국민대토론회 등을 거쳐 공론화 결과를 도출하고, 위원회가 그 내용을 대입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특별위원회는 이 방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출하고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확정하여 8월 초 교육부에 권고안으로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3일 우리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보낸 ‘이송안’에 대하여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 확보보다 위기에 빠진 학교교육의 내실화를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공론화 의제들 역시 학교교육의 개선을 위한 고민을 담고 있지 않아 최종 결론이 어떻게 나든 우리 교육의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심하게 말해서 하나마나 한 결론을 위해 이처럼 국가적인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마저 든다.
우선, 사용된 언어부터 문제다. 위원회는 4가지의 ‘의제’를 제시하였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이것들은 의제가 아니다. 의제란 ‘토의할 주제’라는 뜻을 가지며, 따라서 4가지 의제라고 하면 토의해야 할 주제가 4가지여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가 제시한 ‘의제’는 토의해야 할 주제들이 아니라 4개의 선택지일 뿐이다. 굳이 의제라고 한다면 ‘구체적인 대입제도 방안 마련’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가 제시한 것은 한 개의 4지선다형 문제일 뿐이다.
이제 내용을 뜯어보자. 공론화 의제와 관련하여 시민참여단이 고민해야 할 주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즉, ‘학생부위주 전형과 수능위주 전형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수능 평가를 상대평가로 할 것인가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그것이다(이 세 가지 질문을 의제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첫째 질문에 대한 경우의 수는 크게 수능위주 전형 확대냐 대학자율(현행)이냐의 두 가지로서 4가지 ‘의제’ 중 각각 2가지씩 분배되어 있다. 반면 수능 평가 방법은 상대평가가 3가지인 반면 절대평가는 1가지이다. 수능최저학력 기준 활용 여부는 현행과 같이 대학 자율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내용 구성으로 볼 때 위원회가 제시한 공론화 의제는 은연 중 세간에서 예상하듯이 ‘수능정시 확대와 학종 축소, 그리고 상대평가 기조 유지’라는 방향을 유도하고 있다는 선입견을 지우기 어렵다. 이 점은 교육부의 ‘이송안’ 구성에서부터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공론화위원회, 구체적으로 말해서 시민참여단은 여기 제시된 4가지 ‘의제’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역할만 하는가 아니면 위에서 말한 세 가지 질문들을 새롭게 조합하여 제3의 결론을 낼 수도 있는가? 만일 후자라면 어느 정도 의미가 있는 공론화 과정일 수 있겠지만, 전자라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식의 국민 기만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이번 6·13 선거에서 당선된 13명의 교육감들이 모여서 수능 정시 확대 반대와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일선 학교 현장의 상황을 알고 있는 교육감들의 목소리라는 점에서 교육부나 국가교육회의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18년 6월 20일
교육을바꾸는사람들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한울고등학교 교장, 이우학교 초대 이사장,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연구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 외에 '사회정책 제3의 길(2008), 대안교육 이해하기(2007), 현대사회와 교육의 이해(2004), 고등학교 교육학(2002)'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