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지금 제대로 된 피드백을 하고 있는가’ 고민하는 교사라면
교육의 최종 목적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개인을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학생이 자신의 학습활동을 책임지고,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는 학습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교사들이 학생이 주체성을 갖고 자신의 배움에 책임지게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니, 미처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학생활동 수업, 참여형 수업 등 학습자중심 수업이 학교 현장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지만, 막상 교실에서는 여전히 교사가 주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일부 학습자중심 수업 관련 담론에서 교사를 마치 방관자나 단순 조력자로 인식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습자중심 수업은 학생 개개인이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자가 되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 학생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도록 방관하자는 뜻이 아니다. 학생이 자신의 배움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하려면 교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판을 예전보다 더 많이 짜야 하고, 새로운 전략을 통해 효과적인 수업활동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이전과는 다른 교수-학습을 의미하기에, 교사로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치 물 밖에서 보면 우아하지만 사실은 물속에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고 있는 백조처럼.
학습 책임은 교사에서 학생으로 점진적으로 이양해야
이러한 맥락에서 책 <피드백, 이렇게 한다>는 형성평가의 효과적인 기법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학습에 대한 책임을 학생에게 점진적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피드백은 일상적인 수업 상황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일이다. 교사는 피드백을 통해 학생이 잘 모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학생은 다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실제 교실학습 상황에서 피드백이 다시 학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가령,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으로 평가를 한 뒤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고 나면, 그 내용을 다시 수업시간에 가져와 학습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학생이 피드백 내용을 갖고 스스로 다시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건 거의 환상에 가깝다.
특히 현재와 같은 원격수업 상황에서 교사의 피드백은 학생이 제출한 결과물에 대한 평가적 언어에 그치기 마련이다. 게다가 피드백 내용만 놓고 보면 결국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학생 개인의 노력이나 능력 부족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 책임을 학습자에게 떠넘기게 된다. 나 역시 교사로서 학생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학습에 대한 책임은 교사와 학생이 함께 가져가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한 학습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학습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학생에게 짊어지게 하는 피드백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피드백, 이렇게 한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피드백’을 넘어서서 ‘피드업-피드백-피드포워드’라는 일련의 형성평가 시스템을 제안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형성평가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학습에 대한 책임의 점진적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GRR)을 의미한다. 이 수업모델은 ‘집중수업-안내식 지도-생산적 모둠활동-독자적 학습’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교육활동이 그렇듯, 반드시 이 순서대로 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적 모둠활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이 일어난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일견 서로 반대의 지향점을 가진 듯해 보이는 ‘모둠활동’과 ‘독자적 학습’이 모두 이 수업모델에 포함되어 있는 건 협력을 통해 학습과 더불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개인을 길러낸다는 교육의 최종 목적과도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피드백을 넘어서, 피드업-피드백-피드포워드까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형성평가 시스템(피드업-피드백-피드포워드)은 피드백에 대한 기존의 편협한 개념을 확장시키며, 효과적인 피드백의 실천적 노하우를 제안한다. 먼저, 피드업(feed-up)은 교사와 학생이 공통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다루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목표를 설정하는데, 이는 단순히 학업성취도뿐 아니라 학생이 ‘행동과 태도에 대한 자기조절 능력’을 개발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학습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온전하게 성장한 개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이다. 피드업 과정을 통해 자기조절 능력을 기르면, 학업성취도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인간이 되는 데 중요한 역량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피드백(feedback)은 ‘얼마나 잘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교사라면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는 임용 준비를 하면서 많이 접해보았을 것이다. 이 책에 제시되는 피드백의 종류나 방법은 이미 대부분 알고 있는 익숙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내가 하고 있는 피드백이 혹시 ‘피드배드(feedbad)’는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피드백은 궁극적으로 학습에 대한 책임을 되돌리는 일이므로, 반드시 학습자에게 유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피드백은 어쩌면 학습자를 나무라고 좌절시키는 ‘피드배드’였을지도 모른다. 피드백을 제시할 때는 우리가 세운 목표, 혹은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피드백은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선생님이 나를 미워하는 게 아닐까’하는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교사는 무엇을 잘했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한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서 피드백을 주되, 교사는 항상 ‘선생님이 너의 성장을 도와주고 싶다, 네가 배우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피드백일 때 학생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본능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피드포워드(feed-forward)는 ‘다음 단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교사의 피드백이 학생의 배움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후 어떠한 학습활동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학생이 가진 오류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내식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교사가 던질 수 있는 6단계의 빈틈없는 질문을 자세하게 제시하고, 학생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어떤 방식으로 길잡이를 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앞선 두 단계를 거쳐 피드포워드까지 이루어졌을 때 우리는 학생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feed’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기법 그 이상의 총체적 접근
피드백이나 형성평가에 관한 책은 대부분 매우 세세하고 매뉴얼적인 기법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수업활동에서 교사가 다양한 기법을 구사할 수 있는 건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좋은 기법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각 기법이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제각각 행해진다면 노력에 비해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피드백, 이렇게 한다>에는 이미 알고 있었던 기법도 있고 새로운 기법도 있지만, 이 책은 각각의 기법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장에서는 형성평가 시스템의 전체적인 맥락을 제안하고, 그 속에서 각 기법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2, 3, 4, 5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각각의 기법과 전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마지막 6장에서는 이러한 형성평가 맥락 속에서 총체적으로 수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종합적인 내용으로 마무리한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피드백, 이렇게 한다>는 교사로서 그동안 내가 간과하고 있던 지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 이 책은 형성평가 기법이 단순한 전략에 그치지 않고 교육적 고민을 담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해주었다. 각 단계에 다소 많은 전략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전부 다 실행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나의 수업에서 직면하고 있는 가장 주요한 난관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방법을 한 가지씩 실천해보는 것이 좋겠다. 고민과 고민이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조금 더 좋은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춘천 퇴계초중학교 초등교사로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