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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실습 유감

#368 나정, 동국대학교 교수 2018.05.16

5월은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의 여왕이기도 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는 감사의 달이기도 하지만, 예비교사들이 현장 실습을 하는 달이기도 하다. 지난 주 목요일 실습생으로부터 받은 메일과 토요일 실습생을 지도하고 있는 유치원 원장의 말은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 대학의 예비교사 양성과정과 실제 현장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1. 5월 10일 목요일, 실습생의 메일

 

교구 만들고 일지를 쓰고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지만, 수업을 관찰할 때마다 무기력한 자신이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다른 것에 관심이 있는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을 모두 한 자리에 앉혀 놓고 교사가 계획한 것을 진행할 때마다, 자유롭게 놀이하고 있던 아이들이 교사의 피아노 소리에 놀이를 중단하고 청소 로봇처럼 놀이를 중단하고 교구를 정리할 때마다, 바르게 앉아서 손을 든 친구는 발표를 시켜주겠다는 교사의 말에 손을 들고 교사를 향해 애절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더 먹고 싶은 반찬이 있으면 다른 반찬을 다 먹고 오라는 교사의 말에 뒤돌아서는 아이를 볼 때마다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계획해서 진행하는 활동도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활동도 수업도 아닌 그냥 지루한 시간이 되고 있어서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현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구현해나가는 것에 대해서 같이 실습하는 실습생과 교사들과 이야기를 해 봤더니, 그런 방식은 교사가 너무 힘들고 실현 불가능하며 단지 이론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2. 5월 12일 토요일, 유치원 원장의 말

 

아이들의 놀이로부터 출발하여, 교사의 관찰과 기록, 그리고 지원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해가는 소위 발현적 교육과정을 실행하고 있는 유치원에서 어린이교육문화비평학회가 주관하는 현장세미나가 있었다.

 

참석자들은 각 교실에 나누어 들어가서 담임교사에게 어떤 놀이로부터 출발했으며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교사는 무엇을 지원해주고,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주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참석자들은 지금 진행되는 놀이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없는지, 그 아이들에 대한 지원과 상호작용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또 놀이가 중심이 되는 일과에 대한 부모들의 반응은 어떤지, 부모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실제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들이고 원장들이기에 가능한 매우 실제적인 질문이었다.

 

다시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도 매우 구체적인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무엇을 놀이로 보는지, 놀이를 꼭 교육적 가치와 연계해야 하는지, 기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계획안 작성은 어떻게 하는지 등. 나는 그 현장에서 아이들과 놀이를 교육과정의 중심에 놓고자 하는 원장들을 보았다. 미리 작성한 계획안을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려고 하는 교사들을 보았다. 그날의 열망은 80명으로 등록 마감을 했으나 100명이 참석했으며, 아침부터 비가 오는데도 멀리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는 점이 잘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그 유치원장의 말이었다. 유치원에 나온 실습생이 이런 방식의 교육과정 운영이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대학에서는 그런 교육과정도 있다는 것만 배웠다는 것이다. 그 원장은 대학에서 예비교사들을 왜 그렇게 가르치고 있느냐며 대학이 현장보다 앞서가야지 현장을 따라오지도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웃었다.

 

 

3. 실습, 실천 지식을 체득하는 필수 경험?

 

오래전 이스라엘에 갔을 때, 현장 교사가 자기를 소개하면서 가장 자랑스럽게 강조했던 내용은 자신이 여러 번 인증된 실습 지도교사라는 점이었다. 인근 대학의 교수들이 자신의 수업을 관찰하고 결정하며, 실습 지도교사 수당이 상당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리의 실습제도와 너무나 달라서 인상이 깊었고 그래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바로 실습시간이었다. 1학년부터 현장에 가보는 것이 제도화 되어 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현장에 가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데, 4학년이 되면 주중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 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4학년은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교수와 약속한 시간에 학교에 가서 이야기하는데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라고 했다. 교사의 수업 준비와 실행과정, ‘하루-일주일-한 달-한 학기’에 걸친 교육과정 운영, 학급 운영 등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깨닫고 배워서 몸으로 체득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느꼈다.

 

우리는 어떤가. 1급 자격을 가진 실습지도 교사가 있고 국가의 평가를 거친 기관에 실습생을 부탁하고, 실습반 배정과 지도교사는 해당 기관이 정하는 대로 따른다. 대학에서는 최소한의 실습 지도비를 전달하고 지도교수가 방문하여 실습생을 격려한다. 즉 실습 지도교사의 역량은 국가가 인정한 1급이라는 자격증으로 가름하며, 실습기관의 자격은 평가를 거친 것으로 가름하고 있다. 교사의 수업, 활동 및 경험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 유아를 대상으로 보는지 주체로 보는지, 어떤 교육과정을 지향하는지, 유아들과의 상호작용 방식은 어떤지 등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실습생을 맡긴다.

 

실습 결과는 어떤가. 좋은 교사의 지도 아래 실습을 잘하고 온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길, 교사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꼭 그 기관에 취업하여 실습 지도교사와 함께 근무하고 싶다는 열망을 갖기도 한다. 반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온 학생은 교사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4주의 유치원 실습, 6주의 어린이집 실습은 현장에서 보고 배워서 몸에 익히는 실천지식의 중요성을 반영한 교사되기의 필수과정이다. 각급 학교의 교생 실습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를 보완하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실습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난 것은 인터넷, 학점은행 등의 단기통로를 통해 자격을 취득한 보육교사의 인성교육을 위해 대면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반영한 결정이다.

 

올해도 실습을 보내면서 당부한다. 배운 것을 내세우지 말고 현장의 가르침을 잘 따르라고. 실습을 잘 해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취업도 할 수 있다고.

 

 

4. 실습생, 우리 교사로 채용?

 

유아교육 현장에서 실습생을 받는 것은 바쁜 일과를 거들어 줄 일손이 온다는 개념도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실습생을 지도한다기보다 도움 받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실습지도 매뉴얼을 만들어서 따르도록 권장한다. 매뉴얼에는 관찰, 부분 수업, 종일 수업 등 실제로 수업을 실행해보는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

 

각 기관에서는 대학이나 학생들이 실습을 부탁하면 요건을 갖춘 경우 대체로 수용한다. 그러나 그 대학이나 학생들이 교육과정/보육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공부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지난 토요일에 만난 원장은 그동안 실습생을 교사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서로 친숙해졌고 기관의 교육과정 운영을 익힌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준비된 교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습생이 대학에서 배운 내용과 현장의 교육과정이 이렇게 달라서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누가 앞에서 교육의 실제를 계도해 나갈 것인가? 대학인가 현장인가? 대학에 유아와 교육과정과 놀이의 본질을 고민하는 공부하는 교수가 있고, 유아를 교육의 주체로 보려는 현장이 늘어난다면 서로 계도해 갈 수 있지 않을까.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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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 나정

유아교육 전공으로 한국교육개발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유아교육정책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동국대(경주)에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 OECD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국가조정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유치원교육과정 개정 등에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정책 제안은 유아교육-유치원-교육부, 보육-어린이집-복지부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단일부처로 통합하자는 것이며, 이 안은 지금까지도 미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최근에는 미래를 위한 배우기와 익히기에 쏠려있는 유아기를 아이들이 주도하는 생동하는 놀이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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