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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표준화 시험은 어떻게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369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8.05.16

수능과 내신(중간·기말 고사) 같은 표준화 시험은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은 점수로 줄 세워 뽑기 때문에 공정한 시험이라고 말하지만 이 시험이 공정하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굳이 말하자면, 객관성이 높은 시험이라고 말해야 옳다. 표준화 시험이 공정한 측면은 점수로 줄 세운다는 점(이는 불공정에 가까움)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문제를 풀고 채점에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표준화 시험은 왜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키는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수능과 내신(중간·기말 고사) 모두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험이 표준화되었을 때 사교육에 의존하는 등 부모 효과가 더 커질 우려가 있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는 학종을 ‘금수저 전형’, 미국에서는 SAT 시험을 ‘학생 부유도 평가(Student Affluence Test)’라고 부르기도 한다.

 

둘째, 표준화 시험은 진도빼기 수업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이것이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수능과 내신은 학교에서의 진도 빼기 수업을 강화한다. 시험 범위에 나오는 성취기준을 빠짐없이 다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취기준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 내용을 모두 다루려면 학습할 양이 너무 많기 때문에 깊이 있는 학습이 어렵고 진도 빼기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진도빼기 수업은 선행학습을 했거나 배경지식을 잘 갖춘 학생이 아니면 따라가기 어렵다. 학습동기가 낮은 학생들에게 진도빼기 수업은 더 치명적이다. 이런 학생들은 학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수능과 내신이 똑같이 불평등한 시험이다. 그래서 단원역순설계 이론 주창자인 위긴스와 맥티게(Grant Wiggins and Jay McTighe)는 진도나가기 수업을 교사의 두 가지 죄악(twin sins)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셋째, 표준화된 시험은 교사가 가르친 대로 평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이것이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킨다. 한국 교육은 오래전부터 교사별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것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가 표준화 시험이다. 교사가 가르친 내용과 수준에 맞게 평가하는 것이 교육적이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하고도 실제 평가는 모든 아이들을 동일한 내용과 수준의 시험문제로 평가했다. 내신 상대평가 체제에서 줄을 세우기 위해서이다. 가르친 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고 폭력이며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넷째, 표준화 시험은 주로 인지적 능력만 측정하기 때문에 이것이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사람은 각기 강점이 다 다르다. 어떤 학생은 정의적, 사회적, 실용적, 예체능 지능이 뛰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은 수능 같은 표준화 시험에 반영될 수 없다. 그래서 수능 100% 정시전형은 학생의 능력과 잠재력을 공정하게 측정하는 도구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 미국에서는 SAT, ACT 같은 표준화 시험을 대입전형 요소로 사용하지 않는 대학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지적 능력만 측정하는 한국의 수능은 분석적 지능을 가진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 따라서 이는 불공정한 시험이며 사회 불평등을 증가시킨다. 아래 그림이 표준화된 교육과 표준화된 시험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다섯째, 표준화 시험은 속도시험이어서 불공정하며 교육불평등을 증가시킨다. 달리기 선수 중에도 단거리 선수가 있고 장거리 선수가 따로 있다. 수능시험은 인간의 이런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 심하게 비유를 한다면 위 그림 속 동물들에게 “평가는 공정해야 하니까 동일한 방식으로 능력을 측정하겠습니다. 자 모두들 나무를 오르시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능력 측정 수단으로서의 표준화 시험은 자격시험 등 제한적인 용도로 혹은 보완적 전형도구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수능시험 문제에는 문화적 편향이 존재한다. 기존의 표준화 시험지 속에 사용되고 있는 읽기 자료 내용의 대부분은 그 사회의 주류 문화를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2016년 새로 개정된 미국의 SAT 시험은 문화적 편향성을 줄이기 위해 에세이의 경우도 자신의 주관적, 개인적 생각을 자유롭게 쓰게 하는 것에서 주어진 글을 제3자적 입장에서의 이해와 객관적 분석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상에서는 표준화 시험이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표준화 시험의 장점도 많다. 우선 매우 객관적이고 채점이 투명하다. 또 짧은 시간에 채점이 가능하고 평가 관리가 용이하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그리고 표준화 시험 점수의 예측 타당도도 높은 편이다. 이 점에서 수능을 논·서술형을 포함시켜 고등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으로 발전시켜 간다면 지금과 같이 학종과 수능을 별도의 대입전형 유형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바람직한 것은 수능만으로 고등교육의 기회를 배분하기보다는 내신, 비교과활동 등을 동시에 참고하는 종합적·다면적 평가가 더 타당할 것이다. 지식의 활동과 공감능력 등의 소프트 스킬이 중요한  21세기에 종합적·다면적 평가 전형은 세계적 추세이기도하다.

 

이제 세계교육은 바야흐로 후기 표준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다양성이 날로 증가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개인화 학습과 개별화 지도가 일반화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의 교육도 경직적 표준화 교육시대를 마감하고 유연한 표준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대입전형의 미래방향도 이에 조응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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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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