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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교무기획 전담교사제 도입에 관하여

#638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2021.05.18
이 글은 교사불신(2018, 테크빌 출판사)의 내용을 수정함.

 

교직의 급격한 환경 변화를 맞이하며

 

교사와 학교에 대한 불만이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은 공교육과 사교육을 비교하면서 왜 공교육이 사교육만큼 해내지 못하는지 질타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은 스타 강사들의 언변, 족집게 풀이, 교육에 대한 이해도, 온라인 수업 능력, 심지어 외모까지 비교하며 불만을 표출한다. 이처럼 공교육 불만의 욕받이 역할을 교원들이 한다. 원인이야 다양하지만, 교육정책을 수행하는 최전선은 학교이므로 정책에 잘못이 있어도 결국 지탄받는 것은 교사다. 2000년대 이전에는 그렇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최근 들어 언론에서도 교사들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들을 쏟아낸다. 사립학교를 포함하면 약 5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을 감안하지 않고, 특정 사례가 발생하면 전체 교원들을 매도하고는 한다. 최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교사를 매도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근거 없는 루머를 넘어 신상털기까지 마녀사냥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식의 언론 기사가 쏟아지고 기사에 달린 댓글은 비판인지 비난인지 조롱인지 읽기 민망할 정도다. 사실에 근거한 내용도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확증편향에 의한 침소봉대에 가깝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학교에는 더 많은 요구들이 쏟아졌다. 최근 프로 배구계에서 학교 폭력문제가 발생하자 유사한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 화살이 학교와 교사를 향하고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그 아픔에도 공감하지만, 그 불똥이 학교와 교사들에게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대체 무엇을 했냐는 물음이 많다. 무엇하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교사와 학교는 정말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피상적인 대처나 원인을 찾기보다 궁극적인 원인을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교직사회에서는 학교나 교사를 ‘하수구’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슨 일이 발생해도 학교나 교사의 탓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예로 들어보자. 수업 중에 학교폭력이 발생했다. 당연히 교사 책임이다. 쉬는 시간도 마찬가지고, 점심시간도 마찬가지고, 방과 후에도 마찬가지이다. 하교 후에도 마찬가지이고, 방학 중에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졸업식 이후에 발생하는 학생들 간 폭력도 학교와 교사 책임이다. 이렇게 24시간 주·야간 발생하는 모든 일을 학교와 교사가 책임져야 하니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많은 이들이 자신이 아는 교사들은 다 대충 하면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들이 겪은 교사들을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교사가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폄훼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마냥 부인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학교에 교육복지와 사업들이 늘어나는 관계로 학교는 교육과정 운영뿐 아니라 교육과정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은 곳이 되었다. 학부모와 국민들은 당연히 그것을 바라고 있고, 교원들은 이것은 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저항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교육과 학교의 여러 기능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기능, 학교 돌봄에 대한 기능, 교육격차에 대한 대응, 교육복지에 대한 기능, 각종 상담과 정서적 지원에 대한 기능, 원격수업과 에듀테크에 대한 기능 등이다. 이러한 사업과 기능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 ‘교육’을 위한 것이라며 모두 교사에게 할당됐지만 이 모든 것을 교사가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해,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에서 언급한 각종 기능들은 대부분 법과 제도를 통해, 때로는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지침으로 학교에 선택권 없이 들어오고 있다. 업무의 총량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또한 이러한 기능들은 제대로 못 한다고 욕을 먹으면 먹었지, 제대로 대처했다고 칭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잘해야 본전인 것이다.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본연의 업무인 수업은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한다는 조건 하에 이런 것들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무원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니냐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한 두 가지 전문성을 가진 이들도 찾기 어려운데 이 모든 것을 다 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문건상에만 존재하는 허구에 가깝다.

 

교직환경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구구조의 변화, 그리고 학령인구의 급감이다. 2020년도 출산율은 0.84로 출생아가 30만 명이 안 된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반토막이 난 상황이고 그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2021년도에는 25만 명 선이 붕괴되는 것은 기정사실일 것이고, 23만명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어쩌면 다음 해에는 대한민국 최초로 10만 명 대의 출생아들과 만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없어 학생 수가 줄어들게 되면 폐교는 당연한 수순이다. 1990년 996만 명의 학생 수는 2020년에는 601만 명을 기록했다. 전국 3,832개교의 학교가 폐교하였다. 현재 학생 수 미달 초교 비중은 30%에 달한다. 수도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통폐합 속도가 빠르다.1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학교는 없어지겠지만, 공립학교 기준, 교사는 국가직 공무원이기에 다른 학교로 전출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약 50만 명 정도 되는 교원들은 학교 수에 비례하여 임용되었다. 하지만 급격하게 학교 수가 줄게 되면 교원정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니, 더이상 가르칠 학생이 없다는 것은 학교가 필요 없다는 것, 그리고 교사들의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중등의 경우 순회교사가 기피대상이고, 반발도 심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이것마저 감사하게 생각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하게 되고, 소멸지역이 늘어나게 되면 광역인사권제2의 도입은 초읽기에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이 된다면 교원단체들은 오히려 지금과는 다른 요구를 할 수도 있다. 그만큼 학생 수 감소는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당장 몇 년 후 불어닥칠 상황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과연 교사들이 수업만 하는 환경이 올 수 있을까?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교사들은 교사는 수업만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행정업무는 교사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불합리한 구조라 생각한다. 흔히 외국의 사례를 말한다. 유럽, 미국의 학교 환경을 말하면서 교사는 수업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환경이 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비교 사례가 적당하지 않다. 그러한 환경을 가진 나라들은 대부분 교사가 계약직이거나 공무원이 아니다. 국가직인 군인, 판·검사, 경찰관, 소방관들은 본업과 동시에 행정을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다. 일정 부분 보조 인력이 있지만, 행정 자체를 자신들이 전혀 하지 않는 직종은 없다. 행정과 본업은 순환보직 형태로 역할을 구분하여 맡고 있다. 즉, 동질집단이다. 그 장점을 살려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 국방부 등의 주요 인사들은 본업을 수행했던 이들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의 구조는 약 10% 내외의 인력만이 현장교사를 경험한 이들이다. 그리고 알려졌다시피 교육부가 현장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믿는 교사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다른 집단과 비교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상황이 이러하니 늘 문제가 발생한다. 교원들은 수업 외 업무를 못하겠다고 하고, 정부는 업무를 교원들에게 맡기려 한다. 예를 들어보자.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온종일 돌봄교실’ 확대와 관련 법안을 제시하자 많은 교원단체들이 이에 반발했다. 돌봄이나 방과후학교는 지자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비교 대상으로 하는 외국은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방과후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 외국은 지자체가 곧 교육청인 곳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교육자치와 일반자치가 구분되는 곳이 드물다. 이를 간과하고, 방과후는 지자체, 수업은 교육청이나 학교가 담당해야 한다는 구분 자체가 일반인들이나 학부모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환경과 유사한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교사들도 이제는 수업만을 주장하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 국민이나 학부모들은 그 명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여론이자 현실이다. 시대적 환경이 변했다. 교직도 이제 변해야 한다.

 

교사들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로또 담임’이라는 말이 종종 언급되고 있다. 담임선생님 운이 로또 당첨에 가깝다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있는 반면, 전혀 그렇지 않은 교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고 변호하던 교사들도 직접 자녀를 입학시킨 후에 이에 공감하게 되기도 한다. 비율의 문제일 뿐이지 아예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우리는 무능한 교사나 월급쟁이 교사가 왜 생겨나는지, ‘로또담임’이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아야 한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3의 현황 및 문제점

 

교원행정업무경감이란 말은 과거 70-80년 때부터 등장하였던 단어이고, 대부분의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들이 제시한 의제이다. 그러나 이를 본격화하고 체계화한 시기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 직선제 민선 1기로 당선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전 교육부 장관) 시기이다. 이 시기에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이 체계화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현장의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정치논리로 접근하여 시·도교육감 평가에 있어 진보교육감을 인색하게 평가하던 시절이었다. 경기도는 전체 학생 수의 4분의 1, 전체 교원 수의 5분의 1이 있는 곳이라 모든 사안에 대해서 불리하게 평가요소를 만들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5위 내·외의 평가만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원행정업무경감 영역에서는 경기도에 전국 최우수 평가를 주기도 하였다.

 

어떤 정책보다 우선순위에 있던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은 전시행정을 일삼던 시·도교육청의 일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의 17개 시·도교육청의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은 당시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을 심화·발전시킨 체제이다. 정책의 성과는 분명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고, 그러한 문제로 인한 불협화음이 지속되었다. 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로 보인다. 일반행정직과 교육전문직 간의 갈등, 행정실무사 문제, 타 부서와의 업무추진 문제, 교사들의 민원, 교장·교감과의 충돌, 교원단체와의 충돌 등 이외에도 많은 부수적인 문제가 있었다. 정작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전문직(장학사, 장학관)들은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에 대해 잘 모르거나 교육청의 방침과 반대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정책을 시행하는 시·도의 본청과 지역교육지원청의 정책 간 괴리도 있었다.

 

‘교원행정업무경감’이 워낙 포괄적인 용어다 보니 교사들은 단순 민원도 지역교육지원청이나 본청에만 의존하려 한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은 장학사 1인이 담당했는데 혼자서는 교원행정업무경감 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구조다. 민원업무를 전담하는 팀이 별도로 없었기 때문에 본청의 담당 장학사는 근무시간에 업무를 못할 정도의 민원을 응대해야 했다. 타 부서의 공문이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유발하는 사안의 경우에는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공문 수정을 요구하여 주무 부서와 타 부서 간에 갈등이 생기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장학관)이 바뀔 때마다 공문 보내는 방식이 다르고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같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즉, 본청의 각 부서나 교육전문직원마다 중요시하는 사안이 따로 있어 통일성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유발 사안을 모두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를 지원하거나 컨설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현장의 불만은 있다. 민원이 지속되는 학교에 컨설팅을 나가기도 하였으나, 교장·교감의 권한을 침해할 수는 없어 무의미한 컨설팅이라는 비판도 있다.

 

교원행정업무를 유발하는 주 요인은 교육부의 업무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공문의 많은 부분이 교육부의 사업이기 때문이다.4 교육부가 사업을 하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공문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고, 교원들은 공문처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총량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교원의 행정업무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그 업무분장으로 인해 갈등이 시작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총량을 20-30% 줄인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교육부나 외부의 사업을 아예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시·도교육청에 있어야 한다. 그러한 권리가 없기 때문에 교육청에서 아무리 교원행정업무를 경감하고자 하여도 근본을 건드릴 수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으로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수 만 명의 행정실무사5를 고용하였지만,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였다는 비판과 역할이 모호하다는 현장교사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업무 총량을 줄이고 행정실이 움직여주어야 교원행정업무 경감이 가능한데, 행정실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교사와 행정실무사 중심의 교원행정업무경감을 추진한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청 내 행정직을 줄여 학교 행정실의 인력을 충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지만 시·도교육감은 선출직6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어 공무원노조의 강한 저항에 늘 좌초되고 있다.7

 

 

관행적인 학교교직문화 문제

 

교원행정업무경감을 방해하는 요인 중에는 학교 안의 관성적인 분위기 탓도 있다. 학교 교직문화와 관행으로 대표되는 것들이다.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정책들도 학교 관행 속에 묻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 힘든 것은 교장·교감이나 교사들의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인, 오해였다. 관리자8가 의지를 가지고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많다. 대표적으로 학교 자체 내에서 하고 있는 관행적인 행정, 보안이나 감사를 대비한 행정, 특별한 근거 없이 시행되고 있는 각종 사안들이다. 관리자의 교원행정업무경감에 대한 오해, 또는 거부로 인해서 각종 민원이 교육청으로 쏟아졌다.

 

세월호 참사 사건 같이 안전문제가 터지면 여지없이 감사에 대비하는 자료들이 폭증한다. 안전사고가 터지면 안전을 위한 조치나 지원체계 등 인프라 구축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면피를 위한 근거 및 증빙서류를 갖추기에 급급하다. 교육적 목적과 효과는 뒤로 한 채 불필요한 행정업무만 증가시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여러 부서에 나타나고 있어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사 스스로가 교원행정업무경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행정실무사가 공문을 기안해도 책임은 교사가 진다는 판단으로, 교사들이 스스로 행정실무사의 지원을 거부하기도 하였다. 문제가 생기면 행정실무사가 아니라, 담당자인 자신이 징계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일부지만 학교에서 5년 이상 장기간 근무한 행정실무사들의 텃세가 교원행정업무경감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터줏대감으로 관리자와 부장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지만, 학교 내 발언권이 적은 새로 전입하는 교사들이나 신규교사들의 행정지원 역할을 거부하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난다. 이들로 인해서 행정실무사가 한 학교에 장기간 근무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있다.9 일부 혁신학교에서 유능한 행정실무사들의 활약으로 변화에 큰 도움을 준 경우도 있지만, 일반화되기 힘든 현실이다.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 문제

 

교원행정업무경감 연수는 행정실무사의 업무기능 강화 연수, 관리자에 대한 정책 이해 연수, 부장교사나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 등이 지속적으로 있었으나 분절적으로 이루어졌다. 교원행정업무경감의 중심에는 학교 구성원의 유기적인 결합이 있어야 하는데 분절적인 그룹별 연수만 이루어지다 보니 성공한 사례 중심의 연수가 될 뿐이었다. 혁신학교의 성공사례 중심의 연수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혁신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하니 우리 학교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생기는 등의 부작용도 생겼다. 혁신학교에서 교원행정업무경감이 성공한 이유는 교직원들의 유대감 강화 때문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이 크다.

 

또한 교장·교감의 정책에 대한 이해 부족도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자체를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교장·교감이 행정업무를 행정실과 교원들 사이에 적절히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지시에 잘 따르는 교사들에게 주로 몰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장·교감 중에는 본인들이 행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행정실과 갈등을 빚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행정실무사가 무기계약직이 된 후, 행정실무사 노조가 또 하나의 벽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들이 생겨나게 된 이유가 교원행정업무경감 때문이었지만, 무기 계약직이 되자 교사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는 교원들이 많다. 교원행정업무경감이 단위학교의 행정업무 경감인지, 단위학교의 민원을 받아들이는 통로를 만들고자 한 것인지, 소통 안 되는 교장·교감에 대한 제제인지, 교육청의 구조개혁과 업무슬림화인지(전시행정 등 업무총량 축소), 행정실의 지원 강화인지, 행정실과의 협업인지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 노출되고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서로에 대한 이해도 다르다. 일부 교원들은 교원행정업무경감을 행정실로의 업무 이관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행정실(또는 행정직 노조)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교사들의 정책 이해 부족은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학습할 통로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거시적인 정책을 보고, 주변 학교의 상황을 포괄해서 보아야 함에도 우리 학교 일만 해결하면 된다는 관점에서 오는 문제도 일부 있다. 아직까지도 전국 50만 교원 중에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 전문가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소수에 불과하다. 교육정책을 기피한 대가는 결국 교사들에게 ‘행정업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교사 중에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뼈 아픈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정책 온도차

 

교사들은 단위학교의 사례를 주로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 개인이 근무하는 학교가 본인이 아는 교원행정업무경감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1만 3천여 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지만, 이 많은 학교를 모두 경험한 교사는 없다. 교사는 보통 정년까지 10개가 채 안 되는 학교를 경험하기에 본인이 경험한대로 좁은 의미에서 정책을 평가하고 받아들인다. 주로 학교 행정실의 지원이 미비하고, 행정실무사나 행정실은 여유가 있는 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실과 교원의 업무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전국 1만 개가 넘는 학교 중 동일한 상황의 학교는 없다. 1인 행정실장도 많으며, 행정실 상주인력 및 지원인력이 충분하지 못한 곳도 많아 획일적으로 행정사무인지 교무업무인지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교원들이 이에 대해 오인하는 것을 바로잡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교원행정업무경감은 업무 총량을 줄이고, 서로 간 협업 능력을 향상시키고, 교육청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앞서 언급한 교육청과 행정실 간의 인력배분의 문제 뿐 아니라,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형평성 문제도 존재한다. 고등학교 행정실은 관행적으로 5급 사무관이 주로 배치되고, 상주인력도 많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많은 인원이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에는 1인 행정실장도 존재하고, 정규직이라고 해야 2-3명이 대부분이다. 사실 중·고등학교에는 입시업무가 많기는 하지만, 전시행정이나 잡무가 초등학교보다 덜 하다는 의견이 많다. 초등학교에는 자잘한 행정업무가 많은 편이라 초등학교에 행정지원 인력을 더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교원행정업무경감을 바라보는 시각이 초·중등 급별로 다름에도 정책담당자가 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지역교육지원청의 교육전문직원(장학사, 장학관)의 수준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지역교육지원청은 주로 신규장학사들이 배치되는데, 이들은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 때문에 신규장학사가 오히려 현장에 업무폭탄을 안겨주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된다. 열의를 가지고 일한다고 하지만 피해만 양산하게 되는 형국이다. 교육전문직원의 수준에서 오는 정책의 격차는 심각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행정실무사의 개인 역량 차이가 학교별 교원행정업무경감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헌신적으로 일을 하거나 우수한 역량을 가진 행정실무가가 있는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우수하게 평가되기도 한다. 반대인 경우는 교원들이 열심히 하더라도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져 정반대의 상황이 된다. 행정실무사 개인 역량의 차이가 정책의 성패로 평가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일반 행정직과 교사 간 갈등의 구조적 원인

 

초기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추진할 때 가장 크게 저항한 곳은 행정실이었다. 교사들의 역할을 행정실에 넘긴다며 항의를 곳곳에서 하였고, 행정실 노조에서 별도의 설문을 만들어 시행하기도 하였다. 행정직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당연히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공청회, 토론회를 할 때에도 행정실 노조에서는 집단적으로 항의를 하는 등의 강력한 저항이 있다. 이들이 이런 저항을 하는 근원에는 교육과정과 관련된 행정업무는 교사들이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행정직들의 이러한 저항은 교사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학교의 행정업무를 지원해야 하는 행정실에서 행정업무를 모두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면 행정실 입장에서는 학교 규모에 따라 일이 다르기 때문에 행정실과 교사들의 업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교사들이 맡아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교사와 행정실 간의 갈등의 이유는 업무 총량이 줄어들지 않고 수시로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 생기는 업무를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충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충돌업무는 보건교사의 정수기 관리 문제, CCTV 관리, 배움터 지킴이 담당, 안심 알리미 업무 등이었다. 한쪽에서는 행정업무로 해석하고, 다른 쪽에서는 생활지도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행정실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의 중심에는 지역교육청이나 본청과의 관계도 있다. 본청에서 장학사가 보내는 공문은 대부분 지역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담당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장학사가 보내온 공문을 모두 교사들이 맡게 되는데, 여기에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행정실에서는 행정실무사에게 교육전문직원이 발송한 공문에 대한 업무를 교사(부장)들에게 배분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역교육청이나 본청에서 장학사들이 공문을 보내는 것도 일반행정직과 경쟁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구조상 일반행정직의 숫자가 교육전문직(장학사, 장학관)보다 3-4배 많기 때문에 장학사는 가장 힘이 없는 구조이다. 더군다나 2-3년 이면 부서 이동이나 전직을 하는 상황에서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국·과장(장학관)들도 일반행정직 사무관이나 서기관과 싸워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비교적 대하기 수월한 장학사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장학사들이 공문을 보내게 되고 주로 교사들이 담당하게 되는데, 이러한 교육청의 구조적인 문제가 결국 학교 내 분란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업무분장에 없는, 중간에 떨어지는 애매한 영역도 교사들이 담당하고는 한다.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 요구자료들도 마찬가지이다. 업무분장이 되어있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교육과정과 연관시켜 교사들에게 맡기게 된다. 사실 학교행정업무라는 것이 교육과정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없음에도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이 시행되는 모습을 보면 교육청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고 있다. 즉, 공문량을 축소하거나 사업의 수를 줄이기는 했으나 다른 사업에 결합시켜 유지하거나 공문 한 개에 두 개의 사업을 넣는 등의 관행을 이어가며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나 유관기관의 사업은 매년 새로 생겨나고 있어, 매년 10%씩을 감축하더라도 업무 총량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교육부의 일하는 방식은 사업을 만들기는 하나 사업의 기간을 정해놓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교육부나 중앙정부에서 시작해놓고 없앤 사업은 지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10 특별교부금(이하 특교금)을 주어 시작하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특교금이 없어진다. 그렇게 되면 이후에는 교육청에서 모든 사업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야 했다. 한번 시작하면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없앨 수 없어 이에 대응할 만한 특별한 법령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실 시·도교육감이 의지만 있으면 없앨 수 있으나 공무원들의 시각에서는 중앙부처에서 시작한 사업을 없앴을 경우 감사나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한, 부서의 사업이 없어지면 권한도 사라진다고 인식하여 관행적으로 줄이지 않은 경우도 있다.

 

교육청의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능한 담당자는 스스로 일을 줄여나가지만, 담당자가 바뀔 경우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행정직과 교육전문직의 칸막이 문화도 서로의 협력을 방해하기 때문에 비슷한 공문을 부서나 과별로 지속적으로 발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교육청 과별 컨트롤 타워 내지 체계적인 모니터링 체제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개인적인 민원이나 불만 요소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학교장의 권한인 사례가 많아 사실 해결해줄 수 없는 민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학교문화와 교원행정업무경감을 연관시켜야 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국 교장·교감이나 행정실 스스로가 행정업무 총량을 줄이고, 교원행정업무경감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업무를 유발하는 교육부와의 관계 설정, 교육부에 대한 제제를 할 수 있는 통로가 없어 아쉽다. 교육부나 중앙부처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언론의 힘을 빌리거나, 국정감사라는 방식을 이용해야 하는 사안인데, 시·도교육청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른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원단체, 시민단체의 힘이 같이 결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의 진화가 필요한 때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은 교사들이 만족할 정책이라는 것에는 큰 이견은 없다. 다만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의 큰 부분을 행정실무사 고용 증가에 기대어 추진했다는 측면에서 미완의 정책이라는 비판은 있다.11 정확히 교원의 업무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교원의 역할을 바꾸거나, 총량을 줄이거나 학교에게 전면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

 

교원의 행정업무를 경감시켜 수업연구와 교육과정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때 비로소 교사들이 발전할 수 있고 이는 정책의 일관성으로 연결된다. 성공한 혁신학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교사들이 행정업무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해 주었기 때문이고, 무늬만 혁신학교가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전시행정을 일삼아 교사가 발전할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교장이나 권한을 가진 교육청 내 간부급들 중에서는 교원행정업무경감으로 인해 교육과정과 수업의 질이 나아졌냐는 질문에 반대 의견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교사들이 교원행정업무경감으로 인해 여유가 생겼지만 수업에 충실하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믿는 것이다. 여유가 생겼지만 수업에 충실하지 않는다는 판단의 기준이 애매하다. 교사들에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꼭 일을 하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유 있는 시간에 사색하다가도, 잡담하다가도 나온다. 교육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들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는 조급함이 교사와 학교 발전의 계기를 빼앗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행정실 개편이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 행정실 및 행정실의 일하는 방식도 개혁이 필요하고, 교사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인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교사들은 잘 알지 못하지만 행정실도 업무가 증가하는 총량에 비해 인원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 구조적 모순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학교 행정실 인력도 순차적으로 늘리고 학교 현장에 근무하는 행정실장에게 사무관 승진의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행정실과 교사직의 비율이 5:5나 7:3인 곳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1인 행정실이 많아 상황이 열악한 곳이 많다. 표준화된 모델과 대학교 사무처 수준의 명확한 역할 분담도 필요하다. 또한, 일반행정직원들의 성장은 학교나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일반행정직도 전문적학습공동체나 다양한 연수제도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혹, 일반행정직들의 다양한 연수제도에 대해 여유롭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교사들이 있는데, 그렇게 바라볼 일은 아니다. 일반행정직들도 함께 동반성장해야 하는 혁신의 축이다. 교사와 일반행정직원과의 갈등은 결국 업무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있는 것이지, 그들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접근방식은 위험하다. 결국 학교조직의 갈등은 학교교육력을 저해한다.

 

 

‘교무기획 전담 교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교원행정업무경감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나 예산과 노력에 비해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여러 정책을 도입해 봤지만 교원의 업무와 행정을 완벽하게 분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행정실무사와 행정실 인력을 증원해 보아도 교무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전적으로 업무를 맡기기 힘든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동질 집단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만 유발하고, 결국 다시 교사들에게 업무가 넘어오는 기현상도 연출된다. 총 사업을 줄이고 또 줄이더라도 결국 학교 내에서는 행정업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행정실·행정실무사들을 늘리면 예산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향후에 발생할 학교(급)감축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학교 입장에서 볼 때 교무‧연구부장의 업무 과부하가 심각하여, 해당 반이나 과목은 학생교육에 차질이 생긴다. 외국에는 행정과 교육을 이원화하고 있고, 군인‧소방‧경찰은 같은 직렬 내에서 본업과 행정을 분리하여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일부지만 다년 간 학생지도에서 피로도를 느끼는 이들도 있고, 학교폭력 대처나 교권침해, 악성민원 등으로 인해 수업을 기피하는 교원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과원교사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 10년 내로 올 것이므로 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교직사회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행정만을 전담하는 ‘교무기획 전담 교사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청에서 한 학교당 1-2명씩 교무기획 전담교사를 배치하여 교무행정전담팀(또는 교육행정 센터12)을 이끌도록 한다. 이는 정원외로 배치하여 학교 내에서 발생할 업무·수업시수 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규모별로 지역특성에 따라 각 학교별 1-2명씩만 TO를 늘려주고, 학교 내 구성원들의 판단으로 순환보직 형태로 역할을 맡도록 하며 수업 이외의 행정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당교사는 교무기획 전담교사로 수업을 하지 않고 오로지 교무 기획‧행정만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 내의 다른 교사들은 수업과 교육과정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소규모 학교에 정원 외로 우선 배치하고 일정 규모 이하인 곳부터 순차적으로 배치해 본다. 규모가 있는 학교는 행정업무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교무기획 전담교사를 학부모-학생상담지원·학교폭력지원·정서적지원·원격교육지원·돌봄센터·고교학점제센터·직업계고 도제 센터·공간혁신 센터장 등의 유형으로 활용한다면 의미 있을 것이다. 시·도교육청 별로 다르게 접근하거나 지역교육지원청 별로 다르게 접근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교원의 역할을 다양하게 요구하고 있어, 이를 전담하고 특화된 영역의 전문가로 키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더불어 지역교육청별로 별도의 규정을 둘 수 있게 한다. 학교 측의 책임으로 교무기획 전담교사를 순환 배치할 수 있게 하되, 특혜시비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교사에게는 근평‧승진점수를 부여받지는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13 시범 실시 후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교무기획 전담 교사를 순차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행정실·행정실무사와의 갈등도 줄어들고 순환보직 형태이며 동질집단이기에 이들이 행정업무를 전담한다고 교사와의 갈등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역할을 명확하게 해야 할 필요는 있으나, 학교 특색에 따른 업무분장의 재량권을 주게 되면 학교자치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교무기획 전담교사를 교육전문직원의 필수조건으로 활용하거나 행정트랙의 하나로 활용할 수는 있으나, 일부 부작용은 있을 수 있으므로 실시 후 논의를 통해 연착륙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교사들도 소방·경찰·군인처럼 전면 역할의 분업화가 필요하다. 수업하는 교사와 교무기획을 하는 교사로 이원화하는 것이다. 최종적인 종착지의 대략적 비율은 7:3 정도가 좋을 것 같다. 단순 행정이 아닌 교무기획으로 바라보았으면 한다. 나머지 교사들은 완전히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수업이나 민원에 지친 교사들에게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제도로 정착될 것이다. 행정실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며, 교사가 왜 행정을 하냐고 반대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시행되면 정작 교사들이 더욱 환영할 만한 시스템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연구 차원에서 만나본 40-50대 교사들은 소진현상이 심해져서 이러한 행정적인 역할이 있다면, 그 역할을 더 선호한다는 응답이 상당수 있었다. 여러 교사들을 인터뷰해 보니 수업에 태만한 교사 한 명이 다른 교사들에게 끼치는 악영향이 컸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체력적인 한계나 승진 포기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수업에 열정은 없지만 행정은 잘하는 교사들도 있다. 모두를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상황보다는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새로운 역할을 맡기는 것이 긍정적 해결책이다. 그들에게도 퇴로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제도가 될 것이다. 최근 교장자격연수에서 본 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꺼냈을 때 많은 교장선생님들이 적극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현해 놀란 적이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반응이 회의적이었는데, 몇 년 사이 달라진 분위기를 확연히 느꼈다. 사회가 바뀌고 있다. 그리고, 교사들도, 자격체제도,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결국 학교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고, 가장 효율화된 시스템이 무엇일지 근본적 물음을 가져야 한다. 이제 교육청이나 교육부에만 의존하는 시스템과 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 교육부 등 기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자. 교사들도 교무기획과 행정을 접하고, 행정과 본업의 두 가지를 연결해서 더욱 심화 발전할 필요가 있다. 한 축에서는 학교와 교육과정을 학교 상황에 맞게 기획하고, 다른 한 축에서는 수업과 학생에만 집중하여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의 만족도가 높아진 학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단점을 열거하며 반대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이것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갔으면 한다. 지금처럼 백화점식 역할을 맡아야 하는 선생님들이 처한 고통스러운 환경보다 최소한 한 발자국은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시대는 교직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여론은 교직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교직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교원정책에 있어 킹핀(kingpin)은 무엇인가? 바로 역할 분업을 통한 학교 구조의 변화가 그 시작이라 생각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참고문헌

 

경기도교육연구원(2020). 미래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교원연수 및 자격제도 개선방안 연구. 정책연구 2020-08.
홍섭근(2018). 교사불신, 서울: 테크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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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세계일보(2021.03.06.)
  2. 교원을 제외한 모든 국가직 공무원은 광역인사권제로 전국 단위 전보·발령을 내고 있음.
  3. 추후 교원행정업무 정상화라는 표현을 사용함. 일반행정직과의 업무 떠넘기기와 갈등이 주원인이었음.
  4. 교육청 사업의 90%는 교육부에서 기인함.
  5. 교육공무직. 지역마다 명칭이 다름. 과거에는 교무보조라고 불리기도 함.
  6. 4년의 임기 선출보직제.
  7. 사실 일반행정직 내에서도 교육청의 비대한 구조에 대해서 다양한 이견이 존재함.
  8. 교장·교감. 관리자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교사들도 있으나 행정용어로 대부분 쓰임.
  9.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행정실무사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음.
  10. 100대 교육과정 정도가 유일하게 없어진 사례임.
  11. 시·도교육청마다 상황은 다르나 접근 기조는 비슷함.
  12. 고교학점제 센터, 직업계고 도제센터, 공간혁신 센터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음.
  13. 일부 승진을 앞둔 이들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함.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 홍섭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이며, 교육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 및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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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김태균 수정 삭제

    ‘교무기획 전담 교사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합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 너무 많은 영역의 업무를 맡아야 한다면 특화된 영역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됩니다. 또한 생각하신 ‘교무기획 전담 교사제’가 수업하는 교사와 교무기획을 하는 교사 간에 필요에 따라 자리를 옮길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정 기간 수업하는 교사로 재직하다가 학교에 대한 경험을 쌓은 이후에 교무기획을 하는 교사로 영구히 자리를 이동하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는 두 영역의 전문성과도 연결되기에 질문드립니다.

  2. 행복한다둥아빠 수정 삭제

    흥미롭게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학교 내 구성원 간 다층적 갈등들을 현장감 있게 잘 써주셨습니다. 저도 동질집단 내 ‘수업’과 ‘업무’를 분담해서 해야한다는 주장에 무척 공감합니다.

    다만, 이른바 ‘혁신’이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수업’과 ‘업무’를 분리하는 것도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업무를 많이 맡은 분들은 그만큼 학교 행정에서의 의사결정권 지분을 많이 갖게 됩니다. 이런 분들이 수업에 참여는 하지 않으면서 업무에 전담하게 된다면, 학교 행정이 말그대로 편의대로 움직일 위험이 큽니다.

    제가 아는 경북 어떤 학교의 사례입니다. 그 학교 교무부장은 연구, 체육, 생활 업무를 겸했습니다. 본인이 ‘업무전담팀’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그리고 전담실에 스스로를 가두고 혼자 기안문을 상신하고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업무를 많이 했으니 ‘담임 업무 경감’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합니다. 이건 말 그대로 교원업무경감을 교조적으로 해석한 탓이라고 봅니다.

    애초에 교원업무경감, 교무업무지원전담팀 등의 논의가 있었던 이유는 혁신학교의 사례에서 보듯 ‘교육력 제고’였습니다. 그리고 ‘학교 민주주의의 회복’이었습니다. 교원의 업무가 줄어야 좋은 걸까요? 오히려 업무가 수월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떤 업무든지 대부분의 교육 주체들이 함께 직접적 민주주의를 통해 의사결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다소 시간이 걸리고 불편하더라도 말이죠.

    교원업무경감이라는 말에 담긴 ‘행정 편의주의’와 ‘새로운 업무 독재’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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