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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오는 8월말 우리는 여전히 실망하게 된다

#360 강태중,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18.04.26

1.

 

어두운 곳에서 무엇을 잃어버려 놓고 밝은 곳으로 옮겨가 찾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교적 최근 판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한 경찰관이 가로등 아래에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는 취객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 “무엇을 찾으시나요?” “잃어버린 자동차 열쇠를 찾고 있소.” 취객이 대답했다. 경찰관도 함께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래도 열쇠가 보이지 않자 경찰관은 물었다. “이곳에서 잃어버리신 건 확실한가요?” 취객이 대답했다. “아니오. 길 건너 저기 어딘가서 잃어버렸소.” 경찰관이 어이없어 하며 물었다. “아니 그럼 왜 여기서 찾습니까?” 취객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여기가 훨씬 밝지 않소!”

 

이 이야기는, 연원이 13세기 중동의 한 현자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며 다양한 판본이 있다. 오랫동안 널리 인구에 회자돼 온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현실성이 없다 여길 것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아무리 술에 취했을망정, 잃어버린 물건을 밝은 곳이라 해서 엉뚱한 곳에서 찾겠는가 하고 웃을 것이다. 웃기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웃기는 이야기’의 사태가 우리나라 교육정책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다.

 

 

2.

 

지난 4월 11일에 교육부는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바람직한 대학입학전형제도를 앞으로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 밝히고 있는데, 그 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교육부가 위 이야기에 나오는 취객과 다름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교육부 장관은 발표문에서 “지금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기”라고 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대입전형제도를 찾게 될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장관이 발표한 ‘이송안’은 ‘패러다임’을 바꾸기에 이미 틀려버린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대입전형제도의 진정한 변화를 찾아야 할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의 논의 조명이 이루어졌던 곳이기 때문에 ‘밝을’ 뿐인 곳에서 변화를 찾고 있다. 지금 교육부가 찾아보자는 곳에는 바람직한 대입전형제도가 없다. 우리가 찾으려는 제도를 잃어버린 곳은 ‘상식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곳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상식의 가로등’ 아래에서 제도 변화를 찾고 있다.

 

‘이송안’에는 대입전형제도의 이상(理想)에 대한 교육부의 생각이 들어 있다. 그 안에 따른다면, 세 개의 ‘주요 쟁점’에서 타결을 볼 때 그 이상적 제도에 다가가게 된다. 즉,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의 비율이 적정한 점은 어디인지, 수시와 정시 전형은 통합하는 것이 나은지, 그리고 수능점수 양식을 ‘절대평가’나 ‘원점수제’로 바꾸는 것은 어떤지 결정하게 되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수준의 ‘개혁안’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교육회의도 교육부가 이송한 주문에 충실하게 응할 수 있다고 답 했으니, 교육부의 생각은 앞으로 ‘2022학년도 대입제도 안’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곧이 관철될 것이다. 이때 문제는 이송안에 들어 있는 교육부의 계산이 맞느냐는 데 있다. 그르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형국이다. 이 경우에는 8월 말까지 기다려 결과를 보지 않더라도 개혁안이 실망스러우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이런 예상은 빗맞지 않을 듯하다.

 

 

3.

 

교육부 생각의 문제는 이송안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 안의 근본 취지를 구축하는 가치 전제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교육부는 개혁의 핵심 기치로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내걸고 있다. 이런 입장은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채택된 것으로 보이지만, 교육부 장관은 발표문에서 “의견 수렴 결과, 학생·학부모님들께서는 무엇보다 단순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원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어쨌든 교육부가 ‘대입제도라면 모름지기 단순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전제는 교육부가 깊이 궁리해서 구축한 것도 아닌 듯하고, 따져보면 매우 모호한 구호이다.

 

“단순하고 공정한 입시”라고 말할 때 교육부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다. 교육부의 생각을 간접적으로 짐작해볼 수밖에 없는데, 이송안에는 ‘단순화’나 ‘공정성 제고’(강화, 확보)가 이루어지는 사례들을 이곳저곳에서 열거하고 있어서, 그것들에 비추어 교육부가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는 ‘단순’과 ‘공정’의 의미를 추리해볼 수는 있다.

 

먼저, 교육부가 ‘단순한’ 대입제도에 대하여 내보이는 단서들을 보자. 이송안에서 대입제도가 ‘단순화’되는 사례로 들고 있는 것들은 이런 것들이다. 이를테면, 수시와 정시를 통합한다면 ‘절차의 단순화’가 이루어진다고 하고, 수시와 정시를 분리한 상태로 두면 ‘전형 준비의 단순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수능점수에 대해서는 ‘절대평가’나 ‘상대평가’ 같은 ‘등급제’보다 ‘원점수제’를 적용하는 게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형 일반에 대해서는 ‘깜깜이’가 되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이와 같은 언급에서 드러나는 대로라면, ‘단순한’ 대입제도에 대한 교육부 인식은 매우 피상적이다. 예컨대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게 전형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짐작컨대 두 개의 절차가 하나의 절차로 줄어들어서 그렇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통합된 조건에서도 실제 전형은 충분히 복잡해질 수 있다. 이를테면, 수능 점수와 학생부 기록을 함께 고려하는 전형들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세부 절차는 결코 지금보다 단순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수시 정시가 분리됐을 때 학생들의 준비가 단순해진다는 판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준비가 단순해지는지 아닌지는 전형 시기의 구분에 달려있기보다는 전형 자체의 성격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시기를 구분해서 각각 따로 준비하게 될 터여서 단순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학생의 준비는 시기가 구분된다고 해서 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도전 가능한 모든 전형에 대해 몇 해를 두고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시기가 구분돼서 준비가 단순해진다는 주장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공정한’ 제도를 이야기하는 맥락에서도 교육부 생각의 피상성은 여전히 드러난다. 예컨대, 이송안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깜깜이’여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규정하며, 그렇게 보기 때문인지, “수시(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 성적 사용으로 공정성 강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보다 수능 전형이 공정하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 점은 “수능 상대평가 현행 유지”하면서 “정시 비율 확대[를] 유도”하는 경우에 공정성이 강화된다고 기술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수능 전형에 관련해서는 ‘절대평가’나 ‘상대평가’가 아닌 ‘원점수제’를 채택할 때 공정성이 “대폭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상의 모든 언급들은 근거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렇게 추정하기에도 무리가 큰 것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비하여 수능 전형이 더 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실증적인 반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상에서도 이를테면 ‘서울 강남’ 지역 고등학교에서 재수생들을 양산하고 있고 그들이 대체로 수능 전형을 통해 재학 대학을 바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사례를 감안하더라도 수능 전형이 더 공정하다는 교육부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점수제가 공정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판단도 자가당착이다. 원점수제가 선택과목 사이에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준점수제와 같은 대안을 채택했던 것인데, 새삼스럽게 원점수제가 매우 공정할 수 있다고 보게 된 근거는 어디에서 왔는지 의아하다.

 

 

4.

 

이송안의 문제는 ‘단순’과 ‘공정’의 의미를 피상적이게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교육부는 ‘단순’과 ‘공정’이라는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그 가치들이 서로, 그리고 다른 여러 가치들과 어떻게 조화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정리해 내놓고 있지 않다. 입장이 있는데 내보이지 않는다기보다는 입장 자체가 준비돼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이송안의 문안에 비추어볼 때, 정책 가치에 대한 교육부의 생각은 일차원적이다. 이를테면, 이송안에서 주장하는 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것도 단순화하는 방안이고 분리된 상태로 두는 것도 단순화하는 방안이라면, 대안적인 이 두 ‘단순화’ 방안의 우열을 가릴 준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립하는 두 안이 모두 단순화 방안이라고 제시만 하고 그만둘 사안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단순’과 ‘공정’의 가치가 부딪치는 경우에도 위계를 결정할 준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역시 이송안을 보면, 수능 ‘원점수제’는 “산정 방식 단순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선택과목간 유·불리 보정[이] 불가”하여 공정성을 해칠 수가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당 대안을 고려할 때 ‘단순’과 ‘공정’ 가운데 어디에 더 비중을 둘지 나름의 ‘가치론’을 정리해 지니고 있어야 할 터이나, 그런 준비가 돼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가치론’의 문제는 ‘단순’과 ‘공정’을 조화시키는 데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더 근원적이고 심각하게 남는다. 교육부도 이송안에서 걱정하고 있듯이, 우리 학교교육은 ‘입시 위주 교육’ 문제를 고질적으로 앓고 있으며, 사교육 문제와도 오랫동안 씨름해왔다. 이런 문제도 이번 개혁을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뜻일 텐데, 이런 뜻은 ‘단순하고 공정한’ 제도를 마련한다는 취지와 얼마나 조화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교육부는 단순하고 공정한 제도가 다른 많은 문제들까지도 함께 해결해주리라고 전제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정책의 과정에서는 그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 이송안에서는 그런 검토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테면, 앞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이송안에서는 수능 전형이 단순하고 공정한 제도의 대안으로 크게 부각되어 있다. 그러나 널리 수긍돼 왔듯이 수능은 ‘입시 위주 교육’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오기도 했다. 이런 갈등 사태에서 수능은 어떻게 처리되어야 할까? 교육부는 이 질문에 답할 가치 준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단순하고 공정하면서도 입시 위주 교육을 조장하지는 않는 수능을 만들어 내면 된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 대입 역사가 입증한다.

 

 

5.

 

다양하고 서로 충돌하는 대안 가운데서 어떤 것을 채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에서, 교육부에게 남아있는 출구는 ‘여론 수렴’의 길뿐일 것이다. 학교 교육에 대한 나름의 시각과 가치관을 갖추지 못했고 또 그것을 새롭게 구축할 수도 없는 마당에, 의지할 곳은 여론이 지지해주는 방향으로 간다는 전략 외에 달리 없을 듯하다. 이 점에서 교육부 장관이 이송안 발표문을 “국민의 뜻을 모아주시기를 … 간곡하게 부탁”하는 말로 끝맺은 것은 피할 수 없는 귀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최종적인 결정은 여론에 위임되어 있는 셈이다. 현재 이송안에는 교육부가 바람직한 대입제도를 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판단하는 선택지들을 ‘평면적’으로 나열해 놓고 있다. 그 선택지 가운데 어떤 것을 채택하여 어떤 ‘입체’의 대입제도를 만들지는 국가교육회의가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여론에 의존한 개혁이 어떤 운명을 지니는지는 우리의 대입제도 ‘개혁사’가 말해준다. 그 역사는 조삼모사니 조변석개니 하는 사자성어로 빈정거려졌고, 문제 해결의 묘책이 없다는 자포자기의 근거가 됐으며, 제발 바꾸지만 말아달라는 원성을 만들기도 했다. 이번의 개혁 시도가 이런 역사와 다른 길을 가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별난 요소는 없어 보인다. 여론은 흔들리는 것이다. 특정한 가치체계로 방향을 잡지 않는다면, 여론의 결정은 시대를 따라 시계추처럼 흔들릴 뿐이다. 교육부 이송안에는 방향을 인도할 가치체계가 없다. 8월 말까지 여론은 어디론가 몰려 모종의 결정을 내려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몇 해 못가서 다시 여론의 이름으로 와해될 것이다.

 

 

6.

 

수명이 길지 않을 개혁안이라고 하더라도, 새롭게 채택될 방안이 조금의 개선이나마 가져올 수 있다면 큰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마저도 품기가 저어된다. 이송안에 담겨 있는 선택지들이 이미 개선의 여지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장관은 이송안을 발표하면서 ‘열린 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송안의 내용은 ‘개혁’의 구도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미 강압하고 있다. 그런 방향의 구속 안에서 더 나은 제도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송안이 내장하고 있는 구속을 확인하려면 이송안의 중추를 형성하는 논리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 논리는 이런 것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교육부가 판단하기에 이상적인(아니면, 2022학년도에 적용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대입전형제도를 구안하는 과정에 남아있는 핵심 과제는 세 개이다. ①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적정 비율”을 결정하고, ② 수시와 정시를 통합할지 말지 결정하며, ③ ‘수능 평가 방법’을 이른바 절대평가나 원점수제로 바꿀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전제 아래 교육부는 예상할 수 있는 개혁안 ‘모형’ 다섯 개를 예시하고 있다. 수시 정시를 통합할지 여부(과제 ②, 두 가지 경우)와 ‘수능 평가 방법’에서 가능한 세 가지 대안(과제 ③, 현행 유지 아니면 ‘절대평가’ 또는 ‘원점수제’ 채택)을 조합한다면 계산상(2×3) 여섯 가지 모형을 그려볼 수 있는데, 수시 정시를 분리한 상태에서 수능 원점수제를 채택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모형이라고 보고 배제하고는, 나머지 다섯 개 모형을 이송안에 담고 있다. 부연하면, 수시 정시를 통합한 조건에서 ‘수능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세 가지 모형이 생겨나고, 수시 정시를 분리한 조건에서 수능의 ‘절대 평가’를 택하느냐 ‘상대평가’를 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모형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교육부 모형 예시에서 부연하고 있지는 않지만, 수능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과제 ①), 이 다섯 개 모형은 더 구체적이게 조형될 것이다. 어쨌거나 교육부 이송안은 앞의 다섯 개 모형의 얼개 안에서 개혁안이 나와야 한다고 엄연히 규제하고 있다. 이런 규제 아래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개혁이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다.

 

다섯 개 모형으로 집약된 개혁 구도에 대해 비관하게 되는 것은, 교육부가 그런 구도에 이르게 된 것이 새로운 개혁안에 필요한 선택지를 ‘밝은’ 곳에서만 찾았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에 “주요 논의 사항”이라고 이송한 세 쟁점(위에서 정리한 ①②③의 과제들)은, 우리 대입제도를 논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나름대로 다뤄보았을, 상식적인 것이다. 학문적인 탐구와 마찬가지로 제도의 개혁 작업도 미지의 영역을 천착해야 마땅하다면, 상식적인 문제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비유컨대 어두운 곳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밝은 곳에서 찾는 것과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그런 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물건(제도의 개선)을 찾길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7.

 

교육부가 표방하는 ‘단순’과 ‘공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가치인지 그리고 정말 추구할 만한지 따지지 않고, 대입전형제도가 단순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교육부 입장을 그냥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런 가치를 제도에 구현할 방도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정곡인 방도를 찾으려면, 먼저 ‘단순’과 ‘공정’이 무엇인지 명료하게 정의하고, 그 의미를 충실하게 함축하는 대입제도가 어떤 것이 될지 그려내야 할 것이다. ‘단순’과 ‘공정’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체적인 대입제도로 번안해내는 작업이 이제까지 시도된 적이 없고, 그래서 그런 작업은 아직 조명되지 않은 ‘어두운’ 상태에 있다 하더라도, 비유컨대, ‘진정한 개혁’이라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면 그 ‘어두운’ 곳을 뒤져야 할 것이다. 여론몰이에 휩쓸리는 많은 일반인들까지도 쉽게 논란에 가담할 수 있을 정도로 ‘조명된’(밝은 곳의) 사안들만을 뒤적이며 개혁안을 모색한다면 진정한 개혁안을 찾아낼 수 없다. 그러나 교육부는 어두운 곳을 피해 밝은 곳의 쟁점들에만 주목했다. 이송안을 작성하면서 교육부는 ‘환하게 드러나 있는’(앞에서 거듭 언급했던) 쟁점들을 먼저 추렸고, 그것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견지하느냐에 따라 ‘단순’과 ‘공정’의 취지가 관철되는 정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단순한 짐작으로 정리하는 데 그쳤다. 예컨대, 두 시기인 전형이 한 시기로 통합되면 ‘단순’해지고, ‘객관적인’ 점수로 변별이 이루어지면 ‘공정’해진다는 식으로 정리하고는, 국가교육회의에게 그 결과를 가지고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넘긴 것이다. 그렇게 정리된 결과(이송안)는 원천적으로 결함을 지니게 되는 바, 그것은 ‘국민의 지혜로운 선택’으로도 고쳐질 리 없다. 취객이 분실물 찾듯 이루어지는 대입제도 개혁 과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8월 말에 여전히 실망하게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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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명예교수 강태중

‘교육사회학’ 선생으로 일했다. 부족했던 점을 성찰하며,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더 공부하고 있다.  한 사회가 교육과 학교에 대해 어떤 신화(상식)를 만들고 품는지, 그리고 그런 신화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인류 역사와 사회의 구분을 따라, 교육의 관습과 제도로 드러나고 또 변전해 온 신화들을 캐며 비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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