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전형 논의, 치명적 문제점을 고발한다!
목차
1. 시작말
2. 대입전형 확정 프로세스의 비판적 검토
1) 대입전형 논의에 ‘왜(Why) 바꾸려 하는가’가 빠졌다.
2) 새로운 대입전형 모색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
3)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타당하지 않다.
4) ‘입시 공정성’의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3. 맺음말
1. 시작말
8월 최종 확정할 대입전형 논의가 뜨겁다. 2022학년도 ‘국민참여형 대입개편’ 관련 공론화 절차가 확정되었다. 4~5월에 국가교육회의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13인)(이하 대입특위) 주관으로 국민제안 열린마당, 온라인 의견수렴 등을 통해 공론화 범위를 설정한다. 이어 대입특위가 조사·통계 전문가 등으로 공론화위원회(7인)를 별도로 구성하고, 6~7월 중 공론화 의제설정, 공론화 의제 국민토론(권역별 국민 토론회, 텔레비전 토론회, 온라인 의견 수렴)의 국민참여형 공론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을 대입특위에 제시하면 국가교육회의는 내부 검토를 거쳐 8월 초 2022년 단일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교육부에 전달하고 교육부는 8월 중 최종안을 확정 발표하게 된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표 1> 2022학년도 ’국민참여형 대입개편‘ 관련 공론화 절차(한겨레 2018-4-17)

이런 공론화의 주요 의제는 8월 최종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전형 최종안(수능 포함)을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11일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의 주요 모델’을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발표한 바 있다.
<표 2>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 주요 모델(한겨레 2018-4-12)

한편 문재인 정부는 과거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대입정책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세 가지로 단순화
• 대학입학 전형 수 축소 및 대입전형 명칭 표준화
•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절대평가 추진
•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폐지 검토
• 사교육 유발하는 수시전형 대폭 개선
• 예측 가능한 대입을 위한 대입 법제화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주요 논의사항으로 ‘수능중심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 ‘수능 절대평가 여부’, ‘수시와 정시의 통합 여부’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이에 대한 여론은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런 쟁점에 대한 논의 방법과 문제해결을 위한 접근이 매우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대입전형 확정 프로세스의 비판적 검토
위 <표 1>의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되었다. 여론에 기대어서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느 나라나 더 나은 대입전형 안을 고안하고자 노력한다. 사회 변화에 따른 교육과정의 개정과 이의 반영, 전형의 타당성과 공정성 제고, 대입전형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최소화, 학생 부담의 적정화, 대입전형으로 인한 사교육 증가 억제 등을 위해 기존의 대입 전형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징들이 있다. 가장 먼저 대학이 수직적으로 서열화되어 있고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열망이 매우 커서 고교교육은 입시준비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보니 사교육이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더 잘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한국의 많은 학생들은 하루에 두 개의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닌다. 하나는 공교육 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 학교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학생들의 하루 학습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즐거워서 하는 공부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의 웰빙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빠른 발전이 사회의 전반을 바꾸고 있고, 이로 인한 부의 편중과 사회 불평등의 심화는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통합을 위협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입전형 논의는 상위권 대학에 누가 들어가는가를 결정하는 방법이나 기준 설정에만 매달리고 있다. ‘어떻게 해야 고교에서 EBS 강의를 틀어놓고 수능문제 풀이 기술 습득과 실수 않기 훈련에 매달리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변화의 목적을 잊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오류나 문제점 몇 가지를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1) 대입전형 논의에 ‘왜(Why) 바꾸려 하는가’가 빠졌다.
현재의 대입전형 논의는 ‘어떻게(How) 바꿀 것인가’에만 매몰되어 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육부가 제시한 5가지 유형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란 닫힌 질문에서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고 입시경쟁을 완화하며 공정성을 강화하려면 대입전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란 열린 질문으로 바꾸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학교교육 내실화, 입시경쟁 완화, 공정성 제고”를 대입제도 개선의 최상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문제의 해결능력은 문제의 정의 능력에 달렸다. 문제 해결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나 단체는 문제의 정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대입전형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는 분들은 “내게 문제를 풀 시간이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55분은 문제에 대한 생각에 쓰고 나머지 5분은 문제해결에 쓰겠다.”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지금 긴급히 해야 할 일은 대입전형 논의의 초점을 바꾸는 일이다. 대입전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왜 바꿀 것인가’로 질문의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 그럴 때만 대입 인재 선발에서 공학적 접근을 벗어나 학교교육 내실화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공정한’ 대입전형의 모색이 가능할 것이다.
2) 새로운 대입전형 모색을 위한 ‘원칙과 기준’이 없다.
문제를 해결할 때 원칙과 기준이 없으면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의 주장만 난무하게 된다. 이런 것이 없으면 수많은 개인과 단체들은 자기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이익에 더 부합하는 전형을 주장하게 마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일수록 의사결정의 원칙과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대입전형을 모색함에 있어서 원칙과 기준이 될 대표적인 예로 아래와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원칙1 – 교육 비전(vision) 및 목표(goal) 설정과 대입전형과의 연계
• 원칙2 – 분절적 개혁 지양 & 시스템 전반에 걸친 개혁 지향
• 원칙3 – 입시경쟁을 크게 완화할 수 있는 전형 지향
• 원칙4 – 고교교육 내실화를 가능하게 하는 전형 지향
• 원칙5 – 타당하고 공정한(equitable) 전형 지향
• 원칙6 – 통합적·다면적(holistic) 평가 지향
• 원칙7 – 대학의 학생 구성 다양성 중시
• 원칙8 – 대학의 공공적 책무성 우선
이상과 같은 원칙과 기준에 반대할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원칙을 가지고 논의하면 대입전형 변경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어떻게(how)’ 속에 ‘왜(why)’가 실종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 이견을 조정하고 정리해 낼 수 있다. 이런 원칙은 법에 비유하면 헌법에 해당된다. 다양한 견해나 가치가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할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원칙이 없는 논의에서는 목소리 높고 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이 더 비중 있게 반영되기 쉽다. 유감스럽게도 국가교육회의는 원칙과 기준을 통한 논의를 피하고 국민 여론에 맡기는 비상식적인 길을 택했다.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도 치명적이고 클 것이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북(true north)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3)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타당하지 않다.
문제해결의 질은 문제해결의 프로세스가 얼마나 우수한가와 깊은 관련이 있다. 여론에 의한 결정 방식을 중단하고 연구자, 실행자(교사)로 구성된 전문가 팀이 질 높은 리서치 결과와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받은 제안을 기초로 초안을 만든 후 국민의 의견을 듣고 공감을 얻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전문가의 전문성 활용과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방식이다.
교육에 관한 문제는 고도의 복잡계를 이루고 있어 다른 분야의 문제들보다 더 해결이 난해한 편이다. 교육열이 강하고 국민 모두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교육문제를 대중의 다수결로 결정하려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때 널리 활용되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과 시스템 씽킹(Systems Thinking)과 같은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대입전형 안의 도출에 맞게 조정해 활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또한 모든 정책을 리서치에 의존할 수는 없지만 수능과 학종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 등의 연구를 했어야 한다. 그런 연구 결과를 가지고 문제해결을 접근했어야 했다. 이런 것을 다 생략하고 여론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1세기 문제해결 프로세스로 디자인 씽킹과 시스템 씽킹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각각을 간단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디자인 씽킹은 관찰·공감을 통해 인간(end user)을 이해한 뒤 협력(collaboration) 을 통해 다양한 대안을 찾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다수의 해결책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의 반복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디자인 씽킹은 새롭고 더 나은 방식이 존재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표 3> 디자인 씽킹 문제해결 5단계

http://web.stanford.edu/group/cilab/cgi-bin/redesigningtheater/the-design-thinking-process/
위 디자인 씽킹 문제해결 5단계는 매우 단순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프로세스이다. 교육부는 ‘공감하다’의 과정에서 수능과 학종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요인을 면밀히 조사했어야 했다. 그 다음 ‘과제를 정의하다’에서는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고 입시경쟁을 완화하며 공정성을 강화하려면 대입전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란 열린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부는 정답이 없는 선택지 5가지를 만들어 냈다. 한편 ‘시안을 만들다’는 열린 질문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도출한 유력한 안들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과정이다. 문제해결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 시스템 씽킹(Systems Thinking)
시스템 씽킹은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소개하겠다.
“시스템 씽킹(Systems Thinking)이란 시스템을 이해하고 규명하며, 작용과 반응을 예측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시스템을 수정·변경하는 역량을 말한다. 시스템 씽킹은 결합되었을 때 부분의 합보다 더 큰 상승효과를 내기 위한 일련의 분석적 스킬로서 이러한 스킬들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함께 작동된다.” (Stevens Institute, 2015)
시스템적 사고는 아래와 같은 능력을 말한다.
• 다양한 관점을 수용한다.
• 문제의 경계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공간에서 논의한다.
• 시스템이 작동되는 맥락은 매우 다양하다는 점을 이해한다.
• 시스템 내 혹은 시스템 간의 상호 연결성·의존성을 규명한다.
• 문제가 복잡계이며 이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유념한다.
• 변화의 영향이 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도를 높인다.
<그림 1> 전통적 사고와 시스템적 사고

https://medium.com/@PeterSchulte/why-and-how-systems-thinking-can-save-us-8d8cf5cae54b
다음은 시스템적 사고 프레임의 대표적인 예이다.
<표 4> 시스템 사고 프레임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1877050915002860
이번 대입전형 체제 고안과 관련해 시스템 씽킹 프로세스를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만약 프로세스 중에서 ‘시스템 내 혹은 시스템 간의 상호 연결성·의존성을 규명한다.’에만이라도 주목했더라면 ‘학교교육 내실화, 대입경쟁의 완화, 대입전형 절차의 단순화, 전형 공정성 제고, 수능의 절대평가와 상대평가의 영향, 수시·정시의 통합, 원점수의 제공, 고교 학점제 도입’ 등이 상호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떤 상호작용을 할지에 대해 좀 더 면밀한 상관도 맵을 그려보면서 판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치적, 직관적 판단은 대부분 기대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문제해결 프로세스가 우수해야 하는 것이다.
4) ‘입시 공정성’의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서 ‘수능성적을 평가요소로 반영’하는 것, ‘수능 원점수 제공’을 ‘입시 공정성 강화’로 표현하고 있다. 교육부는 공정성의 의미를 오용하고 있다. 수능성적에 의해 합격 여부를 가리는 것은 공정성이 높다기보다는 투명성·객관성이 높다고 말해야 정확하다. 많은 사람들이 학종을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부모와 학원이 세특, 자소서를 대필하고 교사가 생기부를 과장해 쓰는 것은 ‘불법 행위’이지 ‘불공정 행위’가 아니다. 한편 수능은 점수로 줄 세우기 때문에 학종 같은 불법 행위가 없다는 것이지 이것이 ‘공정성’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교육에 있어서 공정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공정함이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다. 공정함이란 모든 사람들이 성공에 필요한 만큼 (차별적으로)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Fair isn’t everybody getting the same thing. Fair is everybody getting what they need in order to be successful).”
한편 OECD는 교육적 맥락에서 OECD의 ‘공정(equity)’ 개념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① 공정(fairness) – 개인의 성, 사회경제적 지위, 인종 등의 개인적 사회적 상황이 교육에서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
② 공동체 구성원으로의 포용(inclusion) – 모든 사람들이 읽고, 쓰고, 셈할 수 있는 기초 능력을 갖추도록 도와줌으로써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한다.
이상과 같은 공정성의 개념을 전제로 대입전형과 관련한 공정성 논의는 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주 의제가 된다.
•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능력(merit)(예: 타당성을 갖춘 표준화된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것이 공정한가, 아니면 능력이 형성된 배경(context)까지 고려한 선발이 공정한가?
• 성적(academic achievements)으로만 선발하는 것과 성적과 잠재력(potential)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한가?
• 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쿼터제, 유자격자 중 추첨(존 롤즈의 무지의 베일 조건 적용) 등의 적용은 공정한가, 불공정한가?
대학이 사회의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빈곤층 출신의 학생, 농어촌 출신의 학생, 지방 출신의 학생, 다문화 가정 출신의 학생, 학업이 우수한 학생, 학업 이외의 것에 강점이 있는 학생 등을 고르게 선발할 필요가 있다. 대학이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선발할 때 사회 통합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입전형처럼 개인의 장래와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의 양성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국민토론을 통해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안으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지금이라도 철회하는 것이 옳다. 교육과정에서는 21세기 문제해결능력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교육부, 국가교육회의의 구성 멤버들은 최악의 문제해결기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3. 맺음말
8월에 발표할 2022학년도 대입전형 안을 고안하는 작업이 총체적 난국을 맞았다. 원칙도 없이 중요한 교육정책을 여론에 기대어 결정하겠다는 것은 교육부 수장 스스로 리더십 역량, 문제해결 역량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설정한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백지로 돌리고 제대로 된 원칙과 절차에 따라 대입전형 안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5가지 안에는 답이 없다. 이 중의 어떤 안도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고 입시경쟁을 완화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하기 어렵다. 우리의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참학습·참평가와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대입전형은 내신이나 수능 어느 한 가지 만으로 인간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의 주요국들처럼 내신과 수능을 함께 참고해야 한다. 이것이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이 문제는 수능의 영향력을 줄여(예: 5등급 절대평가) 해결하는 방향이 옳다.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학력은 현재의 수능과 같은 객관식 문제로 평가할 수 없다. 또한 객관식 수능 문제 풀이에 뛰어난 사람이 창의적이며 대학의 발전에 기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적합한 사람일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21세기 교육에서 표준화(standardization)와 객관식 시험의 퇴조는 불가피하다. 대신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고, 정의적 역량까지 평가하기 위해 다면적, 종합적 평가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AI와의 공존의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비판적 사고력 같은 고등사고능력을 더욱 필요로 할 것이고 이런 환경은 객관식 표준화 시험의 퇴조와 IB 같은 새로운 시험의 도입을 재촉하게 될 것이다. 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 갈수록 모든 학생들의 잠재력 실현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런 교육생태계의 변화는 주요국들처럼 개인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을 강화하고 이는 다시 표준화된 교육과정, 표준화된 시험의 퇴조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2022학년도 대입전형 고안의 목적부터 새로 설정하고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긴급히 수정·보완해야 한다. 지금의 잘못된 프로세스로 대입전형 유형을 모색하고자 할 때 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교육의 개혁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 신뢰를 크게 잃게 될 것이다. 만약 이런 사태가 온다면 그 이후 어떤 교육개혁도 시도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로 인해 예상되는 국가적 손실과 혼란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더 늦기 전에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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