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9) – <원리8> 뇌는 부분(parts)과 전체(wholes)를 동시에 처리한다.
학습과학 원리는 ‘뇌에서 학습이 어떻게 일어나는가?’와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습을 어떻게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것들이다. 이러한 원리의 이해와 적용은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만 관련 연구에 따르면 특히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적용할 때 그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칼럼에 이어 이번 칼럼에서도 ‘기억·학습’에 관련된 <원리 8>을 소개하고 이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원리 8> 뇌는 부분(parts)과 전체(wholes)를 동시에 처리한다. |
♣ 핵심질문
• 수업에서 부분과 전체를 어떻게 제공하고 다룰 때 효과적인 이해가 일어나는가?
• 개념의 이해에 있어서 연역적 접근과 귀납적 접근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 단원 역순설계(backward design)는 왜 깊은 이해에 효과적인가?
♣ 설명
<원리 8>의 “뇌는 ‘부분(part)’과 ‘전체(whole)’를 동시에 처리한다.”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처리한다’는 말은 정확히 설명하면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부호화하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제반 과정’을 말하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없다. “뇌는 ‘부분(part)’과 ‘전체(whole)’를 동시에 처리한다.”라는 말은 결국 “어떤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세부사항(details)’뿐만 아니라 ‘큰 그림(big picture)’까지 동시에 필요하다.”라는 뜻이다. 사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부분’과 ‘전체’ 중 어느 한 가지가 결여되면 이해에 실패하게 된다. 예를 들면 ‘book, table, two’라는 고립된 정보(‘부분’에 해당)만으로 이것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I booked a table for two.’처럼 맥락(‘전체’에 해당)이 주어져야 비로소 “나는 2인용 테이블을 예약했다.”처럼 의미가 명확히 드러난다. 즉 부분은 전체를 결정하고 전체는 부분을 결정한다. 이렇게 ‘전체’는 각 부분의 총합이 아니라 각 부분을 결정하는 통일체인 것이다.
<도표 1> 좌뇌와 우뇌의 기능 특성

인간의 뇌는 생존에 유리하기 위해 좌뇌와 우뇌의 분업(→ <도표 1>)과 협업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되어 있다. 게다가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순차적으로 처리하지(serial processing) 않고 병렬적으로 처리할(parallel processing)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은 좌뇌, 우뇌의 분업(좌뇌가 ‘부분’에 주목할 때 우뇌는 ‘전체’에 주목)을 통해 ‘부분’과 ‘전체’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정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런 분업, 협업, 병렬처리 등을 통한 뇌의 총체적 지각(holistic perception) 능력이 없었다면 인류는 일찍이 포식자에게 공격을 당해 지금까지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양손을 동원하듯이 좌뇌와 우뇌는 각기의 주된 역할이 있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한쪽이 하는 일을 다른 한쪽이 돕는다. 수업을 할 때도 ‘부분’과 ‘전체’의 연결은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중시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부분’과 ‘전체’의 동시 처리를 학습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전체’와 ‘부분’이라는 개념을 폭넓게 이해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부분’과 ‘전체’의 예는 문장과 단어의 경우 외에도 매우 많다. 영어 단락의 경우 주제문(topic sentence)은 ‘전체’에 해당되고 그 외의 문장들은 ‘부분’에 해당된다. 영어교과서의 읽기자료의 경우 제목이 ‘전체’이고 세부내용은 ‘부분’이다. 신문 기사의 경우는 기사 제목이 ‘전체’이고 세부내용은 ‘부분’이다. 또 악기를 배우기 전에 연주회에 참가해 연주를 감상하는 것은 ‘전체’이고 특정 악기의 특정한 소리나 신체 움직임에 집중하는 것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 주제, 배경지식, 본보기(model)나 모형, 잘 된 예 같은 것이 ‘전체’라면 이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은 ‘부분’이다. 또한 수업 상황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부분’이라면 학습의 ‘목표(goal)’와 이를 배우는 ‘의미(why)’는 ‘전체’에 해당된다.
또한 ‘전체’와 ‘부분’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는 점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크게 보면 정보는 ‘전체 = 부분 + 부분 +…’식으로 구성되지만 여기서 ‘부분’은 이를 구성하는 ‘더 작은 부분’의 ‘전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She tried to pay attention to what he was saying.’(그녀는 그가 하는 말에 주의를 기울이려고 애썼다)라는 문장은 ‘전체’이지만 이 속에는 ‘pay attention to’, ‘what he was saying’이라는 ‘부분’이 ‘작은 전체’로 존재하고 이 ‘작은 전체’는 ‘pay, attention, to’와 ‘what, he, was, saying’이라는 ‘작은 부분’으로 구성된다. ‘부분’과 ‘전체’에 대한 다층적 이해가 뒷받침되고 상호작용이 활발한 수업을 할 때 학습자의 정보 이해도 정확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
♣ 수업에 주는 함의
교사가 수업할 때 ‘부분’에 해당되는 내용과 ‘전체’에 해당되는 내용을 어떤 방식, 비율 그리고 순서로 제공하고 설명하는가는 학습자가 학습할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교사는 ‘부분’과 ‘전체’가 잘 연결되고 두 요소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수업을 할 필요가 있다. ‘전체’가 나무의 큰 줄기라면 ‘부분’은 가지다. 줄기가 튼튼할 때 가지도 잘 자랄 수 있다. 줄기와 가지가 하나로 통합될 때 나무로서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뇌의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을 시작할 때 주요 개념(전체)을 “먼저” 설명하고 관련 세부사항(부분)을 이와 “연결시키는” 수업이 바람직하다. 뇌는 ‘전체’와 ‘부분’의 상호 참조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신문기사의 제목을 주지 않고 기사를 읽게 해보라. 제목을 주고 읽게 하는 경우보다 내용 파악이 훨씬 더 어렵다. 글의 주제문을 파악하지 못한 채 글을 읽으려면 예측이 불가능해 글의 내용 파악이 매우 힘들어진다. 수업에서도 세부사항을 배우기 전에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거나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1의 제공을 통해 앞으로 배우게 될 새로운 내용을 이에 연결시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줄 필요가 있다. 나무를 설명하기 전에 숲을 먼저 소개하고 나무와 숲을 끊임없이 연결시키며 하는 수업이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인 수업이다. 새로운 정보(부분)와 배경지식(전체)과의 연결, 또 낱개의 활동과 단원의 핵심개념(big idea)과의 연결은 정보를 이해하는 핵심 과정이다. 역순설계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단원 역순설계 방식에서 단원 맨 앞에서 본질적 질문(essential questions)을 제시하고 이어지는 많은 활동들을 이와 연결시키면서 지도할 때 학생들은 깊은 이해(enduring understanding)에 이를 수 있다. 역순설계는 그 구조 자체가 ‘전체’와 ‘부분’이 잘 통합된 단원 설계 방식이다.
한편 교사나 학생은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나는 ‘전체’와 ‘부분’의 상호작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부분들’이 마음속에 하나로 모아지고 연결될 때 돌연 직관적으로 ‘전체’를 깨닫게 되는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학습자들이 소위 “아하!”하는 깨달음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낱개의 개념을 논리적 순서대로 가르치기보다는 이들 하위 개념 모두를 하나로 녹여서 전체적 개념이 드러나게 가르칠 필요가 있다. “아하!”의 순간은 개념적 이해(conceptual understanding)와 깊은 학습(deeper learning)이 일어났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학습에 있어서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부분’에 대한 숙달의 중요성이다. 학습의 최종 목적이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 ‘부분’에 대한 정보처리가 자동화 수준으로 익숙해져 있지 않으면 ‘부분’으로부터 ‘전체’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 예로 영어 독해를 할 때 독해 지문에 사용된 단어들을 잘 알지 못하거나 어렴풋이 아는 수준이라면 문장과 단락을 읽고도 그것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전체’의 의미 파악을 위해서는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의 자동화 수준의 정보처리(자동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뇌는 ‘부분’과 ‘전체’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일 수는 있으나 ‘부분’에 주의를 너무 많이 할당하면 ‘전체’의 내용 파악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학습에서 기초 사항의 반복 연습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기초학습 부진 지도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 수업에의 적용
무엇을 가르칠 때는 ‘전체’를 ‘부분’보다 먼저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I booked a table for two.’라는 ‘전체’를 먼저 보여주어야 비로소 이를 구성하는 ‘부분’(book, table, two)의 해석(의미부여)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하나 보자. 다음 두 문장 중 어떤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운가?
i)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뇌의 정보 이해 방식이다.”
ii) “뇌는 정보를 이해할 때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
답은 ii)다. 하나의 문장은 주부(주제=전체)와 술부(설명=세부사항)로 나뉘는데 주제를 나타내는 주부(주어)가 먼저 나올 때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 ‘뇌는 (정보를 이해할 때)’라는 주어가 먼저 나올 때 우리는 ‘아, 뇌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거구나!’하고 이어질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i)의 경우처럼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하는’이라는 표현이 먼저 나오면 ‘무엇에 관한 부분과 전체’를 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해 뇌는 이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끝까지 다 듣거나 읽어봐야 이것이 ‘뇌의 정보의 이해 방식에 관한 얘기’구나 하고 비로소 알 수 있는 구조다.
따라서 수업할 때 뇌의 이런 특성과 관련해 유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교사가 수업 첫 머리에 “이번 시간에는 뇌가 정보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할 것이다”라고 전체 주제(topic)를 먼저 소개하거나 “뇌는 정보를 어떻게 처리할까?”와 같은 본질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가 이렇게 ‘전체’에 해당되는 주제를 먼저 소개하면 학습자는 “아, 이번 시간에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에 대해 배우는구나.”처럼 대충의 감을 잡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이어질 내용을 예측하기 쉬워 학습이 수월해진다. 또 어떤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는 먼저 교사가 시범을 보이거나 예제의 풀이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전체’에 관한 감을 잡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체’를 먼저 제시할 때 학습자의 뇌는 이어지는 ‘부분’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즉 우뇌와 좌뇌의 협업을 통해) 내용을 더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수업할 때 유의할 점으로 다른 하나는 세부사항(부분)을 가르칠 때 중간에 가끔씩 “뇌의 정보처리 방식에 관해 감이 오나요?”나 “지금 우리는 뇌의 정보처리 방식에 대해 학습하고 있어요.”와 같이 현재 우리가 “무엇에 대해” 배우고 있는지 주제와 위치를 확인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할 때 잠깐 졸았거나 수업 중 화장실을 다녀와 흐름을 놓친 학생도 지금 수업하고 있는 내용이 어떤 것에 관한 것인지를 알 수 있어서 금방 다시 수업으로의 복귀가 가능해진다.
‘전체’를 먼저 소개하고 설명하는 수업의 예를 든다면 아래와 같다.
1. 나눗셈
초등 저학년 아동이 4칙연산 중에서 가장 낯설고 어려워하는 것이 나눗셈이다. 나눗셈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살펴본 다음의 원리들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i) 뇌는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한다,
ii) ‘전체’를 ‘부분’보다 먼저 혹은 동시에 제시한다.
iii) 풀이의 예를 보여준다.
iv) 정보를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제시한다.
v) 정보처리의 부담을 좌뇌와 우뇌에 분산한다(<도표 1> 참조).
이상의 5가지 원리는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위한 조건들이다.
<도표 2> 나눗셈 개념(1): ‘공평하게 나누기’
– “귤 10개를 2명에게 공평하게 나눌 때 한 사람의 몫은?”

<도표 3> 나눗셈 개념(2): ‘같은 수의 반복된 뺄셈’
– “귤 10개를 하루에 5개씩 먹는다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을까?”

위 <도표 2>와 <도표 3>은 뇌가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전체’와 ‘부분’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이다. 각 도표의 상단에는 청색의 제목이 주어져 있다. 이것이 ‘전체’에 관한 대표적인 정보다. 이 제목의 유무는 학습자의 정보처리에(정보 이해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도표 2>의 경우는 구체적인 맥락이 시각적으로 제공되고 있어서 뇌의 정보처리에 부담이 적다. ‘어휘/언어’를 처리하는 좌뇌와 ‘상징/이미지’를 처리하는 우뇌가 정보처리의 부담을 나누기(협업하기) 때문이다. <도표 3>의 경우는 추상적인 언어와 수식뿐이어서 좌뇌의 부담이 너무 크다. “귤 10개를 하루에 5개씩 먹는다면 며칠 동안 먹을 수 있을까?”처럼 구체적인 맥락이 제공될 때 우뇌까지 동원되어 이해는 조금 수월해진다. 이상과 같이 개념을 설명할 때 인지과부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교사가 수학 개념을 가르치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접근이 있다. 하나는 대부분의 교과서와 같은 연역적 접근이고 다른 하나는 귀납적 접근이다. 나눗셈은 어떤 접근으로 가르치는 것이 좋을까? ‘개념을 먼저 이해시키는 연역적 접근이 좋다’ 혹은 ‘나눗셈 연습을 많이 해보면서 원리를 터득하는 귀납적 접근이 좋다’식으로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개인의 학습유형(learning style), 개념의 복잡성, 문제의 특성과 난이도, 학습자의 현재의 준비도(readiness)(사전지식의 보유 정도), 학습자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2용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덧셈, 뺄셈, 곱셈의 개념과 풀이에 완전히 숙달된 아동의 경우, 또 풀이에 필요한 몇 가지 정보를 동시에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작업기억의 용량이 큰 아동의 경우는 연역적 접근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아직 덧셈, 뺄셈, 곱셈이 서툴고 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아동의 경우는 나눗셈의 개념 설명은 가볍게 하고(이해에 이르지 못해도 상관없음) 바로 실제 문제 풀이 연습을 많이 하면서 개념과 원리를 알아가는 귀납적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어느 한 가지의 접근에 경도되지 말고 상황(문제의 특성, 학습자의 준비도 등)에 따라 양자의 접근을 오가며 학습하는 것이 좋다. 실제 대부분의 아동들은 연역적 접근과 귀납적 접근을 오가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나눗셈의 개념과 풀이 스킬을 터득하게 된다.
나눗셈의 개념을 처음 도입할 때는 ‘부분’과 ‘전체’의 동시 제공도 중요하지만 구체물이나 반구체물을 가지고 나눗셈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구체물이나 반구체물의 경우처럼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하면 인지과부하가 추상적 언어나 숫자로 설명할 때보다 훨씬 낮아 작업기억 용량이 작은 아동도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가정법
“문장의 진술에 있어서 ‘사실을 그대로 진술하는 경우’와 ‘가정, 소망, 요구, 제안 등’을 진술하는 경우에 사용하는 동사의 형태가 다르다. ‘가정, 소망, 요구, 제안 등’을 진술할 때 사용하는 동사의 형태를 가정법이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1) ‘전체’에 해당되는 ‘부분’ 정보의 제시
| • If she is rich(그녀가 부자라면) – 실제 부자일 가능성이 있음. 이때의 동사 형태를 ‘직설법’이라 부름. • If she were rich(그녀가 부자라면) – 실제 부자가 아니지만 ‘가정’해서 말하는 경우임. • I wish it were real(그것이 실제면 좋을 텐데) – ‘소망’을 나타내는 경우임.• It is imperative that the game begin at once(반드시 게임은 즉시 시작되어야 합니다) – ‘요구’를 나타내는 경우임. • I propose he work full time(나는 그가 풀타임으로 일할 것을 제안한다) – ‘제안’을 나타내므로 동사로 works가 아니라 work를 사용함. |
이상의 설명은 ‘가정법’이라는 ‘전체(개념과 예)’에 대한 ‘부분’ 정보의 제공 과정이다. 박스 안의 각 영어 문장(예: If she is rich)은 ‘전체’의 ‘부분’이면서 동시에 ‘If, she, is, rich’라는 ‘작은 부분’의 ‘작은 전체’이기도 하다. 학습자는 ‘작은 부분’과 ‘작은 전체’ 간에, 또 ‘작은 전체(예: If she is rich)’와 ‘큰 전체(’가정법‘이라는 개념)’ 간의 상호작용과 총체적 지각(holistic perception)을 통해 가정법이 무엇인지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만으로 가정법을 이해하기에 부족할 때는 아래와 같은 활동을 추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전체‘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2) ‘부분’에 해당되는 정보의 추가 제시
[문제1] 다음 중 옳은 것은?
① 가정법은 동사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② 가정법은 문장의 형태에 관한 것이다.
[문제2] 다음 중 가정법과 함께 자주 쓰이는 동사는 무엇인가?
① demand ② hope ③ think
위 가정법의 경우를 보더라도 ‘전체’에 해당되는 개념의 이해를 통해 ‘부분’에 해당되는 두 문제를 풀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두 문제의 풀이를 통해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던 가정법의 개념이 좀 더 명확히 이해될 수도 있다. 따라서 좋은 수업은 이렇게 ‘부분’과 ‘전체’의 상호작용과 상호참조가 활발한 수업이라 할 수 있다.
♣ 핵심 정리
| • 부분은 전체를 결정하고 전체는 부분을 결정한다. 따라서 어떤 정보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세부사항(details)’과 ‘큰 그림(big picture)’의 동시 참조가 필요하다. ‘부분’과 ‘전체’ 중 어느 한 가지가 결여되면 이해에 실패하게 된다.
• 교사가 수업할 때 ‘부분’에 해당되는 내용과 ‘전체’에 해당되는 내용을 어떤 방식, 비율 그리고 순서로 제공하고 설명하는가는 학습자가 학습할 내용을 이해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 뇌의 이런 정보처리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을 시작할 때 주요 개념(전체)을 ‘먼저’ 설명하고 관련 세부사항(부분)을 이와 ‘연결시키는’ 수업이 효과적이다.
• 전체의 의미 파악이 원활하려면 부분의 이해가 자동화 수준으로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 어떤 새로운 개념을 가르칠 때 연역적 접근이 좋은지 귀납적 접근이 좋은지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개인의 학습유형(learning style), 개념의 복잡성, 문제의 특성과 난이도, 학습자의 현재의 준비도(readiness)(사전지식의 보유 정도), 학습자의 작업기억(working memory) 용량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느 한 가지의 접근에 치우치지 말고 상황에 따라 양자의 접근을 오가며 가르치는 것이 좋다. |
♣ 생각 거리
1. 나의 수업에서 무엇이 ‘부분’이고 무엇이 ‘전체’인가?
2. 나는 ‘세부사항’을 가르칠 때 이것의 ‘전체’에 해당되는 내용을 언급하고 연결시키는 수업을 하는가?
3. 나는 새로운 개념을 맥락과 함께 제공하는가?
| [이전 칼럼]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7) – <원리6> 신경가소성(neural plasticity)에 대한 지도는 학습자의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성장관점을 촉진한다. •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8) – <원리7> 정보처리이론의 적용은 학습이 일어나는 원리의 이해를 돕고 기억과 학습을 촉진한다. |
[참고 문헌]
• 이찬승(2020). 학습부진, 학습과학에서 해결책을 찾다. 미래세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체제의 모색 토론회 자료집.
• 이찬승(2021). 칼럼 #593 ‘학습과학의 이해와 적용(2): <원리1> 새로운 지식의 이해는 사전지식의 참조를 통해 일어난다’
• 12 Brain/Mind Natural Learning Principles Expanded by Renate N. Caine, Ph.D. and Geoffrey Caine, LL.M.
https://www.education.sa.gov.au/sites/default/files/12_brain_mind_natural_learning_principles.pdf?acsf_files_redirect
• Archived content of US Department of State(2009-2017). Chapter 4: Teaching in Inclusive Classrooms.
https://2009-2017.state.gov/m/a/os/43942.htm
• Mr. Bateman’s Grade 3 Classroom! 12 Brain-Based Learning principles.
http://mrbateman.weebly.com/12-principles.html
• Teaching to the Brain
http://www.holisticeducator.com/teachtobrain.htm
• THE BRAIN AS MEANING MAKER OR ORGAN OF THE MIND: ‘BRAIN/MIND’
http://www.holisticeducator.com/brainmind.htm
각주
- 선행조직자(advance organizer) – 새로운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교수자가 새로운 정보를 학습하기 전에 제시하는 추상성, 일반성, 포괄성의 정도가 높은 기본적인 정보나 자료를 지칭하는 용어. 학습자는 이를 새로운 정보에 적용하여 새로운 정보를 의미 있게 조직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된다. KWL 차트가 대표적인 예이며 ‘부분’과 ‘전체’ 중 ‘전체’의 역할을 하게 된다.
- 작업기억(working memory) – New IQ라고도 부르며,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정보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단기기억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감각기억에서 유입된 정보와 장기기억에서 인출된 정보가 일시적으로 유지된다.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정보의 수는 4±1개로 매우 제한적이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대표님 말씀처럼 ‘전체’와 ‘부분’에도 여러 층위가 있기에 가르칠 때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나무가 모여 작은 숲이 되고, 작은 숲들이 모여 중간 숲, 중간 숲이 모여 커다란 숲이 된다고 하면, 최종 단계의 커다란 숲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도달할 수 있도록 나무와 작은 숲부터 차근차근 볼 수 있도록 그 단계를 신경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스캐폴딩의 개념도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이 쌓여 교수법이 발전한다면 기초학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