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란 무엇인가(What is a child)?’에 대한 질문과 예비유아교사 양성과정에서의 책임 공유

▶ ‘놀이’로 물든 유아교육현장
최근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교육과정이 바뀌었다. 2017년 교육부는 ‘유아가 중심이 되는 놀이 위주의 교육과정’으로 개편 방향을 잡고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였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2019년 비전이 반영된 「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를 집필하였다(이연선, 연희정, 2021). 해설서와 함께 놀이이해자료와 놀이실행자료를 내놓았고 이후 놀이운영사례집, 교사놀이관찰자료, 교사놀이지원자료, 학부모놀이이해자료 등의 현장지원 자료를 개발하여 교육부·보건복지부·육아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아이누리 포털사이트(https://i-nuri.go.kr/main/index.do)에 탑재하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공식적인 유아교육사이트가 놀이로 도배된 것처럼 말 그대로 지금 유아교육현장은 온통 ‘놀이’로 물들어 있다. 놀이가 또 다른 지배담론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패러다임의 변화
이번 유아교육과정 개정은 교육과정 변화 그 이상을 의미한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패러다임이란 ‘세계와 그 세계 속에서 경험을 보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렌즈와 같은 기본적 신념 체계로 세계관 또는 사고방식’(Moss, 2019, p.28)이다. 다른 패러다임에 위치한다는 것은 매우 다른 관점과 교육실천을 생성해 낸다. 패러다임은 존재론(ontology: what is reality?), 인식론(epistemology: how do you know something?), 방법론(methodology: How do you go about finding out?)(Moss, 2019, p.28)과 관련된 세상에 대한 이해방식으로 궁극적으로는 교육실천 행위로 드러난다.
Moss의 패러다임에 대한 질문과 「2019 개정 누리과정」의 주요 골자를 연결하여 보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해볼 수 있다.
• 존재론(ontology) : 아동이란 무엇인가? (what is a child?)
• 인식론(epistemology) : 아동의 배움을 어떻게 아는가? (how do you know children’s learning?)
• 방법론(methodology) :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How do you go about finding out?)
위의 질문들에 대한 상이한 답(혹은 질문조차 하지 않음)은 교육자들이 서로 다른 패러다임에 위치해 있음을(혹은 자신이 어떤 패러다임 속에 위치해 있는지를 의식하지 못함)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유아교사 양성과정의 교재, 수업, 교육과정에서 학문적으로 통용되는 ‘아동’에 대한 정형화되어 있는 특정 개념이 있다. 수업대화에서도 교사발문-유아대답-교사평가로 이어지는 I-R-E(Initiation-Response-Evaluation)의 전형적인 대화패턴이 있는 것처럼(이연선, 2006), 아동을 바라보는 특정 방식이 있다. 그것이 바로 유아의 대상화(objectifying)이다. 내가 지금 현장에서 만나는 이(this) 아이 존재를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이론에서 대상화하여 범주화시켜 놓은 보편적 아동에 대한 특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지금 만나는 이(this) 아동을 이해하는 것이다.
▶ 지금까지 아동이란 무엇이었는가?(What was a child?)
지금까지 유아교사교육을 통해 형성되어온 ‘아동’과 ‘유아교육’에 대한 개념이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말하는 ‘아동’과 ‘교육실천’에 대한 개념과 다를 때 교사는 현장에서 패러다임의 혼란을 경험한다. 이는 유아교사의 유아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나 인식 부족만의 문제가 아니며 지금까지 아동이란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교사양성과정에서도 함께 공유해야 하는 문제다. 즉, 아동을 대상화시켜 놓고 성인기로 잘 진입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교사중심의 역할과 놀이에 유능한 존재와 마주하면서 그들의 놀이하면서 배워가는 다양한 방식을 알고 지원해야 하는 학습자중심의 역할은 목적과 방향성에서 차이가 난다. 패러다임의 차이는 교육실천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연구 사례 하나를 살펴보겠다. 연구자는 2010년에서 2014년 사이 유아 다문화교육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유아교사 면담연구에서 교육을 통해 습득된 ‘개념’이 작동하는 방식의 위험성과 힘을 직시한 적이 있다. 국가기관으로부터 훈련을 받아 다문화가정에 직접 방문하는 교사,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유아를 만나본 경험이 없는 교사, 이태원 지역에서 일상 속에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유아들을 만나는 교사 세 집단을 면담한 결과 유아와 다문화교육을 보는 방식과 접근 방식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다양한 형태의 다문화적 경험을 갖고 있는 이태원 지역의 유아교사들에게 다문화교육이란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고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만의 다문화적 지식이 담긴 각자의 교육방식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른 두 집단의 교사들은 다문화가정이란 용어에 익숙했고 이를 사용했으나 이태원 지역의 유아교사들은 민수, 바두엘, 이례 등 아동의 이름을 부르며 용어 사용 자체를 거부하였다. ‘한국어가 부족한, 소통이 어려운 부모를 가진’으로 지칭되는 보편적이고 공통된 다문화가정의 유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머릿속에는 지금 만나는 민수, 바두엘, 이례 개별존재자들이 있었다.
▶ ‘아동’이란 무엇인가?(What is a child?) 다시 보기, 그 공유된 책임
이제 유아교사는 아이들을 다시 보아야 한다.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롭게 사유하고 실천해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이는 난해하고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며, 그 책무는 교사 양성과정과 나누어 갖는다. 교사를 비난하거나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다. 설령 최근 개정된 「2019 개정 누리과정」의 목적과 방향이 학습자 중심으로,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역량중심으로 개편되어 유아의 놀 권리와 개별 아동의 특성과 역량증진에 중심을 두는 정치-윤리적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교사로서의 정체성과 교육실천에 대해 고민과 질문들은 온전히 교사의 몫이 아니며 이들을 가르쳐온 양성과정과 교수자와 함께 나누어 갖는 것이 마땅하다. 교수자 역시 자기반성 과정, 자발적 불복종과 성찰적 불순종(Ball, 2016)의 과정 속에 스스로를 놓으며 가르치거나 강요하기에 앞서 함께 질문해야 한다.
한편, Murris는 유아교육 분야에서 지배적인 아동과 아동기에 대한 개념으로부터의 탈식민지화(decolonizing)를 주장한다. Murris의 글은 비판주의와 후기구조주의를 넘어 궁극적으로 사회정의 구현으로 향해 있으며 탈식민지화된 아동의 모습을 ‘포스트휴먼 어린이(posthuman child)’로 새롭게 개념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Murris(2016)의 비판에서처럼 보편적인 순서와 단계를 거치며 성장함을 가정하는 발달심리학의 더 과학적이고 인지적으로 사고하는 방향으로 ‘발달하는 아동’(the scientific, cognitive child-child as ‘i’, p. 78), 시민으로서 성장할 개체화된 아동을 상정하며 성인기 전 단계에서의 ‘권리를 가진 보편적 아동’(the child with human rights-child as ‘I’, p.82), 사회 속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며 성인중심 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역할을 습득하는 사회화가 주목적인 ‘사회적인 아동’(the social child-child as ‘ii’)들은 아동기에 대한 정형화된 특정 개념들을 생산한다. 아동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존재론적으로 타자화되고 대상화된다. 또한 이와 같은 관점들은 지금 현재의 복잡한 교육현장에서 출발하지 않으므로 이미 탈맥락화되어 있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 말하는 유아중심에서의 유아는 타자화되고 대상화된 규범적 아동이 아니라 ‘민수, 바두엘, 이례’를 의미한다. ‘민수, 바두엘, 이례’가 주변의 물질, 자연, 문화와 뒤엉켜 생성해내는 놀이를 살펴보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배움을 이끌어내고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유아가 갖고 있는 특성들을 성인기 전 단계에 나타나는 결핍적 특징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로 이미 유능함을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어찌하여 그 책임을 교사에게 묻는가?
영국의 저명한 교육정책 연구자이자 Contesting Early Childhood Series의 공동편집장이었던 Moss(2019)는 교육전문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중년이 넘어 시작했음을 밝혔다. 유아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에서 ‘최상의 실제를 매우 잘 적용하는 유능한 관리자/숙련된 전문가(Moss, 2019/2021, p.2)’를 양성하는 역할에 대해 반문·저항하며 대안담론과 실천들을 찾고, 그 대안적 내러티브가 갖는 실천의 힘을 직시하여 시리즈로 모아 출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교사 양성과정에 몸담고 있는 교수로서 그 책임을 함께 공유한다. 대안담론과 최근의 사조에 주목을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유능한 학습자입니다’라고 호소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겨진 2020년에 개발된 학부모 놀이이해 자료 중 「놀이연계자료1-우리는 놀면서 배워요」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나의 패러다임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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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Ball, S. (2016). ‘Subjectivity as a site of struggle: Refusing neoliberalism?,’ British Journal of Sociology of Education, 37(8), 1129-1146.
• Moss, P. (2019). Alternative narratives in early childhood: An introduction for students and practitoners. (2021, 출판예정). 유아교육과 대안적 내러티브. 서울: 살림터.
• Murris, K.(2016). The posthuman child. (2021, 출판예정). 포스트휴먼 어린이. 서울: 살림터.
• 교육부 (2020). 「놀이연계자료1-우리는 놀면서 배워요」. 세종: 교육부.
https://i-nuri.go.kr/main/board/index.do?menu_idx=105&manage_idx=59&how_show=each
• 이연선(2006). 교사-유아 간 교실 담론 분석. 열린유아교육연구, 11(3), 23-45.
• 이연선(2014). 유아교사와 희망유아교사의 다문화적 경험에 따른 다문화교육의 의미 탐색. 유아교육학논집 18(2), 247-267,
• 이연선, 연희정 (2021). ‘놀이 중심 교육과정 전환’에 따른 예비유아교사교육에서의 세 가지 쟁점 연구. 학습자중심교과교육연구, 21(2), 1481-1507.
컬럼비아 대학에서 국제교육을 전공했으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에서 연구원으로도 근무했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이름과 뜻을 같이하며 교육을 바꾸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의 교육은 전체적으로 교사중심에서 학습자중심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아동의 경우는 어리고 미숙하다는 생각에 교사가 더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 기대와 함께 아동들이 유능한 학습자이고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존재라고 인정한다면 교사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아동들을 인정하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기 위해 교사들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고, 이러한 교사는 어떻게 양성해야 할 지에 대한 교수님의 고민이 교육현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동이란 무엇(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접근들, 현재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교사 양성과정에서는 아이의 존재를 발달의 대상으로 가르쳐야하는 대상으로 봤다면, 새로운 패러다임(포스트휴머니즘)을 통해 아이들은 유능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게 하는 듯 합니다.
또한 도입부에 ‘놀이가 다시 지배담론이 되어간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패러다임이란 결국, 시대상을 반영하기 마련이며, 현시대는 기술적, 사회적으로 급변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교육분야에서 변화의 패러다임이 과거로의 회기가 아닌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오며, 또한 학부모 놀이 이해자료는 아동학대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는 슬픈 소식들이 전해오는 현재, 여러 측면에서 가장 필요한 자료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