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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특별칼럼] 중학교 기본학력, 변화의 시작을 기다리다

#599 조윤진, 구의중학교 교사 2021.02.02

 

이번 생은 괜찮아

 

아이들은 가끔 ‘이번 생은 망했어’라는 말을 한다. 사는 동안에 무엇도 해낼 수 없을 것 같고,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자조적인 유행어이다. 학습 부진 학생들의 태도는 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어차피 안 되는데 뭘 해요,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르고 달래도 이렇게 무기력감을 많이 느끼는 학생들을 돕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처음만 해도 교과 보충 수업을 안 듣겠다고 버티거나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간신히 보충 지도를 이끌어가며 일주일, 한 달, 석 달, 일 년이 되니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선생님! 간식 더 주세요!” 하던 학생들에게 “아이고 학교에 먹으러 왔니~”같은 농담들도 자연스럽게 오갔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12월 학교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즐거워하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가 싶다.

 

 

학생들을 진단한 뒤 발견된 점들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는 학생들의 기본학력 보장을 추구한다. 학습 능력이 부진한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지도를 제공하여 그들의 학력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학년 교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최소 수준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과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읽기, 쓰기, 셈하기 능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을 지원한다.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선정하기 위해서, 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진단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공통적인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로 대상 학생들에게서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이 관찰됐고, 이는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것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기질적인 요인 때문에 학업에 집중할 수 없는 학생도 종종 있었다. 예를 들어 ADHD나 우울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워했고, 교우관계에서도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다. 이런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누적되어 온 학습된 무기력과 배움의 누락으로 일반 교과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격려가 필요한 아이들

 

학습된 무기력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어하는 학생도 있었다. 우울감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어 집중 관리를 하며 수업을 지속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개별 맞춤 학습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했다. 그 결과 우리 학교 학습지원 대상자 34명 중 절반 정도가 첫 진단평가보다 마지막 향상도 평가에서 더 나은 결과를 이뤘다. 이들을 대상으로 성적 향상의 요인을 찾아보았다. 학생 개개인의 기질과 각 교사의 교수법이 다르고 강의 시간과 장소가 다르므로 환경적 요인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유일한 공통점은 학생들을 긍정으로 격려한 교사의 지도를 받은 학생이거나, 유난히 교사와의 관계가 돈독한 학생들이라는 점이었다.

 

점수가 향상된 학생들은 담당 교사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특히 학생도, 교사도 열정적이었던 3학년 수학에서 두드러진 성적 향상을 확인했다. 교사는 학생 개개인에게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제공하고 단계별로 성공 경험을 느끼게 했다. 학생들은 잘 포기하지 않았고 조금 더 관심을 두고 학습에 임했다.

 

학생들의 학습된 무기력감이나 낮은 자존감, 불안 요소를 안정시키려 노력했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다소 향상되었다. 물론 모든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거나 학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거나 자존감이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준별 맞춤 지도에 생각보다 잘 따르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기본학력 책임지도제의 현주소

 

결국, 학습 부진이 원활하게 해소되려면 정서적 관리가 꼭 필요하다. 왜냐하면, 정서적 요인으로 누적된 학습 부진은 자신감 하락을 발생시키고 이는 곧 학업의 무기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학생들은 수업 중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른 학생들과 학습 속도를 맞추기 힘들다. 특별한 도움이 없다면, 그 학생들과 다른 학생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교육청은 복잡한 현실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지침을 보낸다. 정서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교사들에게 학습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정확하고 전문적인 안내와 학생을 파악할 시간적 여유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육청의 지침은 단순해서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주요 교과 수업을 보충하게 하거나, 정서적 문제가 있는 학생을 상담 기관, 전문 상담가에게 연계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최선이다.

 

 

기본학력 책임지도제에 필요한 것

 

기본학력 책임지도제가 의미 있는 제도가 되려면 학생들의 정서를 회복시키고 부진한 교과를 보충시키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학교 상황, 지원 예산, 협력 인력 등이다. 특히 이번에 학교는 주요 교과 보충 지원 이외에도 대상 학생들의 정서 지원을 위해 교사, 전문상담사, 지역사회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과 협력하도록 ‘다중지원팀’을 조직했다. 그러나 교육청의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다중지원팀은 효율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내야만 했다.

 

또한, 교사의 상황 고려, 학생들의 동기 등 미시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기본 학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대부분 교사는 각 부서업무, 담임교사로서의 업무 등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개별 지도가 필요한 학생에 대한 심층적인 지원이 어렵다. 그래서 학습부진 학생들의 지도에 노력을 쏟을 시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학력 부진 학생에게는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정서적 문제와 학습된 무기력을 동반한 학생은 학습을 거부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맞춤 학습이 일회성 지도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을 기다리며

 

기본학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다. 그러나 이대로는 학습 부진이 누적된 청소년은 계속 생겨날 것이며 특히 온라인시대로 전환되면서 맞춤 학습 제공이 힘들 경우 학습 부진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시대에 발맞춘 기본학력증진 지원사업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그 과정에는 학교 현장과의 소통이 무조건 필요하다. 또, 전문성을 가진 교사, 협력 교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기본학력 책임지도제에서는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탑을 쌓으려는 느낌을 받는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처럼 시간이 걸려도 학생들의 학습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교수법으로 학생들에게 꾸준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 교사, 학생, 학교 현장 등 많은 요소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게 가장 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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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중학교 교사 조윤진

구의중학교 교사로, 2020년 기초학력업무 담당교사를 하면서 해당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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