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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16세 참정권이 국회로 들어갔다

#328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17.12.07

요즘 나는 이것만 떠올리면 얼굴에 미소를 짓게 된다. 16세 참정권 캠페인 얘기다.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단체톡방을 열 때마다 오늘은 어디에서 어떤 캠페인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요 몇 해 동안 수많은 캠페인 단체가 만들어졌지만 여기만큼 헌신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데를 보지 못했다. 전국 시도별로, 나아가서 시군구별로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지부를 결성 중이다. 준비 모임부터 반응이 아주 좋아서 참석자들 모두가 힘을 얻는다. 될성부른 나무는 처음부터 뭐가 달라도 다르다.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각종 홍보판과 손팻말을 들고 하루 종일 길거리 선전에 나서서 시민과 청소년의 서명을 받는다. 입법로비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11월 22일 나는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상임공동대표의 1인으로 국회에 선거연령과 피선거권 연령의 16세 하향을 주요 내용 삼아 청소년참정권관련 입법청원서를 제출했다. 학생 2인과 함께 3인 입법청원인의 하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어서 지난 11월 29일 표창원 의원은 16세 이상 청소년에게 청원권과 주민발안권, 주민소환권을 부여하는 관련 법안을 제출했다. 물론 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와 함께였다.

 

당면 목표는 2018년 지방선거를 청소년 참여로 치를 수 있도록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는 데 있다. 국회입법 전망은 밝지 않다. 자유한국당이 18세 참정권조차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청소년인권단체들이 정성을 다해 노력했으나 자유한국당의 몽니와 바른정당의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18세 선거법 쟁취에 실패했었다. 자유한국당은 그새 바른정당 의원들의 귀환으로 몸집을 불렸기 때문에 어려움은 오히려 가중됐다고 할 수 있다. 18세 선거권의 관건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제압할만한 여론의 힘을 모으는 데 있다. 16세 선거권은 민주당조차 소극적이기 때문에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대선이나 총선보다 선거연령을 한살이라도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라 17세 선거권을 꺼내들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 특히 학교교육과 학생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교육감 선거는 고등학생이 되는 16세부터 실시하라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고등학생들은 이미 유치원부터 10년간의 학교생활을 경험했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 당사자다. 교육감 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약간의 학습과 토론만 거치면 판단 못할 바 아니다. 지금의 16세는 과거의 16세에 비해 훨씬 많은 정보와 자료에 노출되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아주 쉽게 접근할 수 있다. 16세도 시민으로 대접하면 시민으로 행동하지만 18세도 아이로 대접하면 아이처럼 행동한다. 16세 청소년은 선거권을 못 줄만큼 미숙한 게 아니라 선거권을 안 줘서 미숙해보일 뿐이다.

 

16세 참정권은 이미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 몇 나라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독일의 몇 개 주에서도 16세 선거권을 부여한다. 이들 나라에서도 청소년 선거권 확대를 걱정하며 반대하는 사람들이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17세, 16세로 선거연령을 하향조정한 결과 교육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16세 선거권은 청소년을 정치의 주체로 끌어올리고 청소년의 목소리와 이해관계가 정치적으로 반영되게 만든다. 시민주권과 대의민주주의의 영토가 넓어진다. 늦어도 16세부터는 누구든지 국가와 지역의 일에 대해 시민의 일원으로서 관심을 갖고 학습하며 참여하도록 이끈다.

 

선거연령 하향만큼 중요한 것이 정당 가입연령 하향이다. 우리나라에선 정당 가입연령을 선거권연령과 연동시켜 19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그밖에 청원권, 주민발안권, 주민소환권을 행사하려 해도 19세가 되어야 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선진국에선 국가가 정당 가입연령 제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는다. 당원의 자격은 정당이 자체적으로 정하면 될 뿐 국가가 법으로 규제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당 가입요건은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욕구이지 연령일 수 없다. 15살이건 16살이건 자발적 선택으로 정당의 문을 두들길 때 가입을 막을 이유가 조금도 없다. 정당 내부에선 공동선과 공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토론과 논쟁, 조정과 타협이 일어난다. 정당이 최고의 민주주의 교육장이자 리더십 훈련장인 이유이자 정당 가입을 교육적으로 기피하기보다 권장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학교에서 정당과 선거, 정치의 세계는 여전히 포르노처럼 19금 신세를 면치 못한다. 13년의 학교생활에서 정당기피와 정치불신 문화를 잠재적 교육과정의 하나로 체득하고 나면 19살이 넘어서도 좀처럼 정당과 정치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어렵다. 정당정치의 세계는 마치 성인에게도 포르노가 여전히 포르노인 것처럼 성인이 돼서도 멀리할수록 좋고 가까이 가서는 안 될 위험하고 지저분한 무엇으로 인식된다. 이런 부정적 인식과 정서가 지금까지 정치19금법을 지탱해온 가장 큰 요인이다. 정치16금으로 법을 바꿔 청소년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교교육을 바꿔야 한다. 교육의 정치중립성을 명분으로 정치와 정당을 배제해온 학교교육풍토를 정당과 선거, 정치에 대해 친근감을 느끼게 바꿔야 한다.

 

누가 이 일을 할 것인가? 민주사회에서는 정당과 선거,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이른 시기부터 권장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정치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믿음과 정서를 누가 확산시킬 수 있는가? 당연히 교육감들이다. 나아가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등 선출직과 정당이다. 특히 교육감들이 한목소리로 청소년참정권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나는 전국의 모든 교육감들이 조희연 서울교육감이나 김승환 전북교육감처럼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강연을 할 때마다 16세 참정권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기를 기대한다.

 

교육감들이 앞장서서 최소한 교육감 선거만이라도 16세 선거권을 적용하자고 호소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교육감 후보들이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고 역설하기를 바란다. 당장 교육청의 학생활동 지원예산이 대폭 증액될 게 틀림없다고 덧붙이기를 바란다.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모든 고교에서 교육감 후보의 교육정책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수업시간을 제공할 방침을 밝히기 바란다. 한마디로, 나는 교육감협의회가 최소한 17세 지방선거권과 16세 교육감선거권을 국회에 공식 건의하는 날을 기다린다. 촛불혁명도 탄핵도 적폐 청산 요구도 청소년이 함께했다. 2018년 지방선거는 청소년과 함께 치르자. 국회는 16세 참정권에 응답하라.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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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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