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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정곡을 찌르는 과제가 있는가?

#327 나정, 동국대학교 교수 2017.11.16

요사이 “정곡을 찌른다.”는 말의 뜻을 실감하고 있다.

 

지난해 밀린 논문을 쓰느라 허리가 나빠져서 소속한 대학 부속 한방병원에서 침을 맞고 있는데, 첫날 침을 맞으면서 불현듯 떠 오른 말이 있다. 바로 “정곡을 찌른다.”는 말이다. 담당 의사의 손끝이 닿아 침을 놓은 바로 그 자리가 내가 아픈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침을 맞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상태가 매우 좋아지고 있다.

 

침을 맞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내 분야의 정곡을 알고 있나? 내 분야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정곡을 찌르고 있나? 다시 생각이 이어졌다. 새 정부가 제시한 정책들은 각 분야의 정곡을 찌른 것들인가? 특히 내가 속한 분야인 유아교육보육 과제들은 어떤가?

 

이번 기회에 새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에 포함된 유아교육보육 관련 과제 중에 혹시 정곡을 찌르는 과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졌다. 이를 위해 새 정부의 100대 과제 목록을 살펴서 영유아교육보육 관련 과제를 추려보았다. 먼저 유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지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목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전략: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
50.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학생중심 교육과정 개편: 유아초등학생 적정 학습시간 및 휴식시간 보장 법제화
54. 미래교육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축
▸학교주변환경 개선: ‘18년 아동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시스템 간 연계/ 교육환경보호구역 인근 도박시설에 대한 합리적 구제조치 마련/ 유치원 안전교육 이수 의무화


 

‘책임지는’ 이라는 말이 눈에 띤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진다는 목표 자체는 좀 당혹스럽다. 그러나 이 말은 국민 각 개인의 삶을 위해 국가가 매우 적극적인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또 유아교육과 보육에 대한 국가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어떤 과제가 유아교육보육의 정곡을 찌르는 과제인가? 또 이를 판단하는 준거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첫째는 현재 유아들의 삶을 가장 피폐하게 만드는 현상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려는 정책인가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유아들은 아니 영아들조차도 바로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를 위해 집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뭔가를 배우고 익히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높은 교육열, 이를 반영한 사교육 현상이 유아가 있는 가정과 기관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시켜서 하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또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이야기를 조금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과 엄마가 ‘너를 위해서’라는 신념하에 시키는 것들을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재미있어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시된 과제들을 살펴보면 50.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 “학생중심 교육과정 개편: 유아초등학생 적정 학습시간 및 휴식시간 보장 법제화”에 먼저 눈길이 간다.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은 해당 분야의 교수나 연구자 및 현장 관계자들이 판단한 ‘가르칠 필요’나 ‘배울 필요’에 의해 교육과정이 구성되고 개편되어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국정과제에는 유아와 초등학생 대상 교육과정을 학생 중심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하고, 특히 개편 내용을 더 많이 배우는 학습시간 확대에 무게를 둔 것이 아니라 휴식을 보장하는데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다. 또한 이 내용을 법제화하려고 한다.

 

휴식이 있을 때 아이들은(우리 어른들도) 몸과 마음이 자유롭고, 그래서 안하던 생각도 하고, 스스로 놀 거리를 찾아 놀고, 진짜 쉬고, 진짜 하고 싶은 것도 해보려고 한다. 어릴 때 어떤 과정을 거쳐야 현재는 물론 미래의 삶에 더 가치 있는 창의성과 주도성이 발달하고, 배려가 담긴 관계 형성이 몸에 습득될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익히 알고 있는 것을 잘 실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법제화라도 해서 실행해 내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국적이고 정곡을 찌르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는 54. 미래교육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축 “학교 주변 환경 개선: ‘18년 아동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시스템 간 연계/ 교육환경보호구역 인근 도박시설에 대한 합리적 구제조치 마련/ 유치원 안전교육 이수 의무화”가 정곡을 찌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는 부모들에 의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에 의해, 초등학교에서는 친구들에 의한 학대가 급속하게 늘어나 아이들의 삶이 날로 피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CCTV 설치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교사 자격취득을 강화하고 인성함양 연수를 실시하고, 유치원도 CCTV를 설치한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학대는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자신의 상황에 대한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에 대한 가정폭력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시스템 연계도 필요하지만,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키운다는 어른들 대상의 시민사회의식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에게는 나 자신과 친구에 대한 권리, 나와 나 아닌 친구에 대한 배려 등을 몸에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일상을 통해 주어져야 한다. 국가가 나의 삶을 책임지기 전에 내가 나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역량을 어린 시기부터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다른 과제들은 어떠한가? 정곡의 바로 옆을 찔러서 핵심 문제를 치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과제들이 있다. 분명히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49.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유치원과 어린이집 격차 완화(교사·교육프로그램·교육시설 질 균등화); 교사자질 향상과 교사처우 개선/ 전문교육과정 운영/ 자격체계 개편
54. 미래교육환경 조성 및 안전한 학교 구축
▸선진국 수준 교육환경 조성: 교사 1인당 학생수를 OECD평균수준으로 개선/ 비교과교사 확충
84.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문화국가
▸국민문화예술 역량 강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 교육 확대로 ‘22년 문화예술교육 수혜자 수 360만명 달성


 

먼저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간의 격차를 완화한다”는 과제를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 유아교육과 보육환경은 유치원이냐 어린이집이냐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법에 명시된 기준이 다르기도 하지만, 왜 달라야 하는지 도대체 납득할 수 없는 것들조차도 다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각 기관에서 경험하게 되는 환경에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있는 교사 양성과 자격조건이 다르고 처우도 다르다. 동일 연령의 유아가 어디에 다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교육과정을 거치고 신분과 보수의 차이가 있는 교사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을 유아가 알고 스스로 선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부모의 경제생활 여건, 살고 있는 지역, 선호 기관의 접근성 등에 의해 기관 선택의 폭이 제약을 받는다면, 국가는 마땅히 기관 간 격차를 줄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이다. 또 이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공선을 지향하는 정책이다. 어느 기관에 다니던지 간에 개별 유아의 평등한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과제는 우리사회가 다음 단계로 발돋움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며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다음으로 “선진국 수준 교육환경 조성: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평균수준으로 개선/ 비교과교사 확충”을 검토해보자. 교사 대 아동 수를 낮추고 비교과 교사를 늘여서 개별 아동들에게 더 많은 교사의 눈길과 손길이 미치게 하려는 정책이다. 각 가정의 자녀수가 줄고,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고, 발달의 경계선 상에 있는 아동들이 늘면서 교육기관에서도 개별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한 아동이 늘어나고 있다.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평균’ 개념의 접근을 취하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쉽다. 지금 현재도 농어촌 지역 유치원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이미 평균을 밑돌고, 학급 집단규모가 너무 작아서 오히려 교육활동의 제약이 있는 지역도 많다. 초등학교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이 정책을 풀어나갈 때는 아마도 지역이나 각 교육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것으로 생각을 하지만, 넘치는 곳은 덜어내 주고 부족한 곳은 더해주는 방식으로 ‘평균’을 넘어선 좀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애 주기별 문화 예술 교육”은 우리가 선진국 국민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를 국가가 주도하여 추진하려는 의도를 알 수 있는 과제이다. 유아기는 문화 예술적 감수성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매우 민감한 시기이다. 따라서 검증되고 향기가 높은 문화 예술 작품을 온몸으로 즐겁게 경험해보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 다양하게 표현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 교육으로 실적 달성을 위한 일회적인 교육은 적합한 접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매일의 일상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해보는 접근 방식을 취하여 문화예술을 즐기고 자신도 창조해 낼 수 있는 역량이 길러질 것을 기대한다.

 

이제 유아교육과 보육 관련 남은 과제를 살펴보려고 한다. 남은 과제들은 영유아를 둔 가정의 부모를 위한 과제들인데 국가는 이 과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최대 긴급과제인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부모들의 요구도 수용하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에 해당하는 과제로는 아동수당 지급,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확대, 육아휴직을 위한 활성화 조치, 위기 아동을 위한 지원체계 등이다.

 


48.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
▸보육양육지원 강화: 아동수당 지급(‘18년부터 0-5세 월 10만원)/ ’22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 40%달성
▸일-가정 양립지원 강화: ‘17년부터 첫 3개월 육아휴직급여 2배 인상/ ’18년부터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도 도입 및 육아로 인한 근로시간단축 지원
▸아동보호 종합지원체계 구축: 학대, 입양, 요보호아동 등 지원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컨트롤 타워 기능과 공공성 강화/ ‘17년부터 빅데이터 활용 위기아동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 공공중심의 아동보호 종합 지원체계 구축 및 아동보호 전문기관 기능역할 재정비
49. 유아에서 대학까지 교육의 공공성 강화
▸유아교육 국가 책임 확대: ‘18년 누리과정전액 국고지원/ 국공립유치원취학률 확대 ’22년까지 40%
76. 교육민주주의 회복 및 교육자치 강화
▸단위학교자치 강화: 유치원 포함 학부모회 지원 확대


 

유아교육과 보육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초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제고, 최근에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최선책으로 이용되었다. 국가적 차원의 위기요인이 유아교육과 보육의 기회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 극복에 성공한 국가들이 사용한 전략들은 우리의 것과 유사한 것도 있지만, 좀 다르기도 하다. 즉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곡을 찌르는 정책을 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동을 키우는데 경제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아동수당은 저출산 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많은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오히려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정책 추진의 우선 순위, 즉 재정 투입 순위가 확실하게 정해져야 한다. 애초에 했던 약속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조금 수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충분하다면 더욱 그렇다.

 

저출산 극복 방안에 포함된 과제 중에 “아동보호 종합지원 체계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제는 사실 특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아동을 직접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저출산 극복의 지붕 아래에 두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어떤 맥락에서 이 정책이 저출산과 연계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영유아 및 아동을 위한 정책으로 정곡을 찌르는 또 하나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책에서는 지향점을 공공성 강화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이 정책은 공공선을 지향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대받고 입양된 아이들과 보호가 필요한 위기의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곡을 찌르는 유아교육과 보육 과제로는 어떤 과제가 더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첫째, 영유아와 이 시기를 보는 관점을 달리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유아와 유아기를 무엇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적인 시기로 –인적자원 개발, 저출산 극복, 투자가치가 높은 시기 등- 간주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들의 건강과 안녕, 즐겁고 행복한 지금의 삶에 더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도 더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된다. 이미 포함된 휴식과 함께 놀이를 보장하는 정책이 들어가면 좋았을 것이다. 둘째는 표준보다는 개별성을 지향하고, 공공성을 넘어서 공공선을 지향하며, 시스템보다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사람들의 인식 전환에 무게 중심을 두는 그런 정책과제를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문화 가정, 발달의 경계선 상에 있는 유아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 유아교육과 보육정책은 최대한 개별화 전략으로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공공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접근하려면 어른들의 생각과 태도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공공성 추구도 어려운 난제인데 아직은 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을 땅에 딛고도 가끔은 하늘의 별을 쳐다보면 살아야 내일도 잘 살아낼 수가 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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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교수 나정

유아교육 전공으로 한국교육개발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며 유아교육정책을 연구했으며, 현재는 동국대(경주)에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위원, OECD 유아교육과 보육정책 국가조정관, 교육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유치원교육과정 개정 등에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정책 제안은 유아교육-유치원-교육부, 보육-어린이집-복지부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과 보육체제를 단일부처로 통합하자는 것이며, 이 안은 지금까지도 미완의 가장 뜨거운 이슈이다. 최근에는 미래를 위한 배우기와 익히기에 쏠려있는 유아기를 아이들이 주도하는 생동하는 놀이 중심으로 되돌리는 것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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