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읽는 교육정책 돋보기(6) – 교육정책과 학교 현장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 현장과 괴리된 교육정책 –
교육정책과 현장의 간극이 크다는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정책을 다루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신뢰한다거나 정책에 만족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여러 조치들이 단기적인 땜질 처방에 그치고, 심지어 일관성도 없으며 태도는 권위적이고, 현장을 괴롭게까지 한다는 지적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각 기관의 특성, 한계 등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할 지점과 대안들을 나누어보고자 한다.

현장에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는 의문을 많이 제기한다. 교육정책은 거시적인 부분부터 지금 당장의 생활과 연결된 세세한 부분까지를 포함한다. 교육부, 교육청은 큰 틀에서 수행해야 할 과제들이 정해져 있다. 교육부는 행정부의 한 곳으로 대통령의 임기 5년간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 국정과제로 대표되는 정책들은 대통령의 공약을 기초로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교육청도 주민들의 선택을 받은 교육감의 공약을 4년간 수행할 직무로 규정하고 일을 추진한다. 정책 내용이 좋든 싫든 간에 관계없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교육감의 공약은 교육정책이 되어 교육부와 교육청의 일이 된다. 공약 이행사항은 주요 점검 사항으로 기관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정책은 해당 정책이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며 교육의 질을 보다 높일 것이라는 선의에서 출발한다. 국정과제나 역점 사업이든, 상부의 지시든, 담당자의 아이디어든 학교 현장을 괴롭게 할 마음으로 시작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만 그것이 현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할 때 정책 전반이나 현장에 대한 세심한 이해 없이 학교가 선의로 화답해줄 것이라거나 막연히 잘될 것이라는 생각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결국 이러한 정책이나 사업들이 여러 단계를 거쳐 학교로 갔을 때 철학 없는 껍데기만 남는 경우가 많다.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야 하는데 정책 입안자나 실행자가 현장과 교류하지 않거나, 교육정책 전반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교원 관련 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예산이 있으면 학교에서 수행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을 하면 보기 좋은 실패 사례로 남게 되곤 한다. 교육정책 담당자라면 정책 관련 제너럴리스트이자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고민할 지점은 교육행정기관의 조직이 상당히 경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관은 보통 실, 국, 과, 팀 단위로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조직들은 상당히 분절적이며 소위 말하는 보이지 않는 칸막이 문화가 존재한다. 부서 간 상호 협력으로 일을 추진하는 방식은 말은 쉬울 수 있으나 현실에서는 굉장히 일어나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타 부서의 업무영역은 상호 간에 절대 넘을 수 없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나아가 정부 부처 간에 협력을 한다는 것도 그럴듯한 말이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한 학교 현장의 혼란을 살펴보면, 이러한 조직 특성으로 인한 아쉬움이 크다.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큰 변화를 지원할 수 있는 교육부, 교육청의 역할을 기대하지만 기관의 각 과, 팀들은 자신이 맡은 일을 하고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학사, 원격 수업, 보건 등 특정 부서는 밤낮없이 고생하며 일해도 일손이 부족하고, 학교 입장에서는 지원이 미미하다고 느낀다. 반면에 이 시기에 상대적으로 덜 바쁜 부서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기관 내에서 이를 조율하고, 탄력적으로 정책, 인력,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한 경우 바쁘게 일은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어떤 부서의 일은 이 시국에 불필요한 것을 하고 있다고 현장에서 인식되기도 한다.
정책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에서의 고민 지점은 현장의 다양성이다. 2020년 교육기본통계(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유,초,중,고 교원수는 약 48만 명, 학생 수는 약 600만 명이다. 현장의 의견이라는 것이 통일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학교 현장은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교직원만 해도 그 안에 교장, 교감, 부장교사, 담임교사, 비담임교사, 특수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 상담교사, 일반직, 무기계약직, 공무직 등 각각의 이해 관계자가 존재한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원들은 각자 바라는 것이 다르다. 정책이 아무리 현장에 기반하더라도 누군가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불만을 갖게 되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올해 코로나로 유예된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경우 대다수의 교원들은 이에 찬성하지만, 학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돌봄교실 정책의 경우 교사, 공무직, 학부모의 입장이 서로 다르고, 교사 안에서도 초등교사와 중등교사의 생각이 다르다. 코로나 상황의 학생 평가와 관련해서도 어떤 학부모는 평가를 왜 안보냐고 하고, 다른 학부모는 이 시국에 시험보다 죽으라는 것이냐며 하소연한다.
교육정책 수립에 현장 구성원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정책 결정 사전점검표에도 정책의 이력, 사전 의견수렴 절차, 정책대상자(이해관계자) 의견, 관계 부처(기관) 의견, 전문가 의견, 정책 소통계획을 점검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그 참여 구성원의 범위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르다. 많은 이들은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내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정책이라고 오해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답이 정해진 참여에 들러리 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교육이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를 생각한다면, 교육부, 교육청이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는 비단 학생자치, 학생회를 담당하는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부서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관련한 학생 자문단, 참여단 등을 활용하여 피드백을 받고 정책의 목적이자 본질인 학생들이 주도하고,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과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학교와 직접 소통하는 교육청에 비해 교육부가 더욱 취약하다.
다음으로 정책에 대한 평가 여부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각종 정책과 사업을 현장에 쏟아내지만, 과연 그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고 있을까? 현재 구조에서 교육부, 교육청에 대한 상향식 평가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미 교원들은 학생, 학부모로부터 평가를 받고 있으며 대통령과 국회의원도 각종 여론조사 및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상향식 평가가 필요하다. 해당 사업별로 학교가 교육청과 교육부를, 교육청이 교육부를 평가할 수 있는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행정기관의 직원 역량 및 승진평가 시 현장 및 외부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조금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해당 정책과 사업이 얼마나 현장에 잘 정착했는지, 현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담당자의 마인드나 태도는 현장을 지원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없다. 그래서 시작은 했으나 끝맺는 사업이 없고, 만족도가 떨어지는데도 매년 지속되고, 담당자가 역량이 부족해도 그 조직 안에서만 생존하면 승승장구하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교육행정기관에서 정책을 담당하는 일반직, 교육전문직에 대한 정기적인 역량 평가, 현장 평가로 교육정책의 만족도를 높일 것을 제안한다. 또한 교육부, 교육청의 사업 담당자들은 정기적으로 현장과 대면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반영하는지를 점검하는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교육부, 교육청의 업무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뀐다. 심지어 6개월마다 자리를 이동한다. 업무에 적응하기도 전에 보직이 바뀌어서는 어찌 현장을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을까? 우리 교육의 산적한 문제의 한 부분인 자신의 업무를 나의 문제로 끌어안고 고민하며 분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교육 혁신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육부, 교육청은 관료 조직 특성상 외부의 목소리보다 내부 상급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이는 임명권자가 누구인지, 인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긴밀히 연결된다. 교육행정기관 입장에서는 현장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카드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은 적어도 현장의 아픔에 공감하고, 현장을 탓하기보다는 좀 더 지원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때론 교육부, 교육청의 실수가 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잘못된 일이고 시정이 필요하다. 기관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근무자가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에 이르는 교육청과 교육부에 대해 일부의 일탈은 안타깝지만 이로 인해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학교 현장의 구성원들도 학생을 최우선에 두고 결정하지 않고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거나, 자신의 편한 길을 찾는 것을 현장의 목소리로 둔갑시키는 것은 아닌지 자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의 현장성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문제 의식을 가진 깨어있는 교사들이 필요하다. 교사의 이익을 넘어서 이것이 학생에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반문하고, 학부모의 의견은 어떠한가 귀 기울이는 균형 잡힌 교사들이 많아져야 한다.
나아가 개인의 목소리는 민원에 불과하다. 치명적인 오류를 발견하거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대단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면 정책의 변경이 가능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어렵다. 국민신문고, 국민제안도 많이 올라오지만 개인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된 사례는 미미하다. 이제 뜻과 힘을 모으자. 고립된 섬에서 벗어나 조직 밖 학습과 연구, 연대를 바탕으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식견을 기르고 자신만의 전문성을 구축하여 교육 혁신을 일구어가자.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학교, 교육청, 교육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과 정책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는 교사이자 연구자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사람을 살리는 위대한 일을 실천하는 교사들, 학교의 주체이자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