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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해야 하는 이유

#569 이경화, 부경대학교 교수 2020.09.16

올해는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시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 7월 9일 열린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교육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간담회’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교육과정(수업)이 정상 운영되지 않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이후 ‘교원평가’)는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제18조에 따라‘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의 능력을 진단하기 위한 평가’로서 ‘교원 상호 간의 평가 및 학생·학부모의 만족도 조사 등의 방법’으로 시행된다. 「유아교육법」 제2조에 따른 유치원 및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원평가는 「교육공무원법」과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을 근거로 한다. 교원평가는 2005년 일부 초·중등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되었으며, 2010년 3월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전면 시행되었다. 유치원의 경우에는 2011년 국립유치원의 시범 운영에 이어 2015년부터는 2학급 이상 국·공립유치원에서 의무적으로 실시되었고, 2019년에는 전국 국·공립·사립유치원까지 전면적으로 교원평가가 시행되었다.

 

이러한 교원평가가 시행되기까지 학교 현장과 학계에서는 제도 시행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였고,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교원평가를 지지하는 입장은 주기적 평가를 통해 교원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평가를 반대하는 입장은 교직사회의 경쟁적인 분위기 조성, 평가업무의 부담 증가, 교원의 사기 저하 등을 들어 지속적으로 교원평가의 개선 및 폐지를 제안해 왔다. 2020년 교원평가 유예 결정에 대해서도 이러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교사들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교원평가에 대한 부담 없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는 환영의 목소리가 있는 한편(‘말 많던 교원능력평가 결국 유예키로’, 한라일보, 2020. 07. 10.), 부실 수업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를 들어 평가 유예 결정을 교육부의 퇴행이라고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성실한 교육 뒷받침하는 교원평가 건너뛸 일 아니다’, 문화일보, 2020. 08. 03.).

 

영유아교사의 전·현직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교원평가, 특히 유치원 교원 대상의 현행 평가에 반대한다. 그동안 유치원 현장과 학계에서는 교원평가가 유치원 교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실시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필자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 때문에 교원평가를 유예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리고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차원을 넘어 교원평가 제도 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 질문 속에 있다.

 

첫째, 유치원교원의 능력을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이 발간한 『유치원 교원능력개발평가 매뉴얼』(2020)에 따르면, 유치원교원평가의 목적은 ‘교원 전문성 신장을 통한 유치원 신뢰 제고’라고 명시되어 있다. 유치원 교원을 평가함으로써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함으로써 유치원 교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평가의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교원의 전문성이 신장되면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는 인과논리에 필자 또한 일부 동의한다. 교원은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함양해 가야 하는 전문직 종사자이자 교원의 전문성이 유아교육의 필수조건이란 점에서 그 연결고리가 이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원평가에서 교원의 ‘능력’과 ‘전문성’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해도 되는지, 유치원이 누구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는 것인지, 교원평가 시행 이후 교사의 전문성이 신장되었는지, 또 그 누군가로부터 유치원의 신뢰가 높아졌는지 등등 따져볼 사안이 많다. 수많은 논거를 들어야 할 문제들이니 그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접어두고, 평가의 목적과 내용의 정합성에만 초점을 맞추어 생각을 이야기해야겠다.

 

교원평가에서 말하는 유치원교원의 능력(전문성)은 무엇인가? 교원평가를 통해 스스로가 진단하고 개발해야 할 유치원교원의 전문성(능력)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교원평가의 목적에서 지시하는 유치원교원의 능력은 교원의 무엇을 평가하는지, 즉 평가내용(영역, 요소, 지표, 문항)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유치원교사의 경우,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능력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 학습지도 능력은 수업준비(예. 수업 목표가 활동 내용과 일치하고 구체적이다), 수업실행(예. 수업 내용을 분명한 어조와 발음으로 전달한다), 평가 및 활용(예. 적절한 평가내용과 방법으로 학습 목표의 도달 여부를 확인한다)에 대한 문항으로써 평가된다. 생활지도 능력은 상담 및 정보제공(예. 유아의 문제 파악을 위해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을 한다), 문제행동 예방 및 지도(예. 유치원 생활 규칙을 준수하도록 지도한다), 생활습관 및 인성지도(예. 유아가 바른 인성을 지니도록 반복하여 지도한다) 문항으로 평가된다. 다시 말해, 교원평가에서는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능력과 교사 주도적 ‘생활지도’ 능력을 유치원교사의 능력 또는 전문성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유치원교원평가의 내용은 교과수업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초·중등학교의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수행동 위주로 구성된 평가항목을 그대로 답습한 형태다.

 

국가 유아교육과정은 유아의 권리를 존중하고 유아의 참여를 추구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 유아의 놀이가 중심이 되고 놀이를 통한 배움을 지향하는 교육과정, 미리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아니라 유아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 유아교육과정에서는 ‘자율성을 기반으로 유아가 놀이하며 배운다는 가치를 믿고 유아가 중심이 되고 놀이가 살아나는 교육과정을 유아와 함께 실천하는(2019 개정 누리과정 해설서, p.14)’ 것을 유아교사의 전문성이라고 풀이한다. 교과단위 편제의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유치원의 놀이중심 교육과정, 그리고 교과별 교수내용지식과 교수법이 강조되는 초·중등학교 교사 전문성과 유아의 삶(일상, 놀이, 활동)과 배움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유치원 교사의 전문성 간에는 그 차이가 상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내용 어디에도 유아의 ‘놀이’라는 단어 한 번 들어가 있지 않고 교사의 ‘수업’ 행위에 초점이 맞추어진 그러한 평가를 유치원교원의 전문성을 진단하고 개발하기 위한 평가라고, 유치원을 신뢰하기 위해 실시하는 평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유아교육(과정)의 현실이나 지향과 다르고 유아교사의 전문성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현행 유치원교원평가는 정당하지 않다.

 

 

둘째,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평가인가?

 

11월이 되면 유치원은 평가 준비에 바빠진다. 교육활동 소개자료를 탑재하고, 학부모 공개수업을 준비해야 하며, 동료교원 평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능력개발계획서를 쓰고, 학부모 만족도 평가를 안내하고, 교원평가관리위원회와 컨설팅단(또는 학부모컨설팅위원)을 구성하는 등 교원평가를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가 많아진다. 교사는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로부터 받을 자신에 대한 평가를 준비하느라 바쁜 11월, 평가 받을 부담감에 무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교육부(2019)는 현행 교원평가가 교원 간 서열화를 통한 경쟁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원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진단을 통해 지속적으로 능력을 개발해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객관적이고 타당한 평가’를 위하여 원장 및 원감과 동료교사, 학부모에 의한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교원평가의 표준모형을 제시하였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전문성을 성찰하고 전문성을 함양해 가도록 하려면 평가, 즉 가치판단의 행위는 누가 해야 하는가? 누가 교원평가의 주체가 되어야 하겠는가? 유치원의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가 교사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합당한가? 이들이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교사의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는가? 아니, 변화무쌍한 유아교육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행위에 ‘객관적’이라는 잣대가 들어맞기는 한 걸까? ‘타당한’ 평가라는 말은 유아교육의 현실과 교원의 전문성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을 평가함으로써 애초에 성립 불가한 것이 아닌가?

 

유아교실의 하루하루는 매우 복잡하고 역동적이다. 이러한 교실에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유아들과 학급의 교육과정을 매일 체험하며 살아가는 것은 학급의 교사이며, 따라서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성찰과 판단은 오롯이 교사 자신의 몫이다. 교사 자신이 주체가 되어 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일시적 또는 단기적 관찰이나 소통만으로 교실의 외부자들이 교사의 전문성을 평정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학부모는 어떠한가? 현행 교원평가에서 학부모는 ‘자녀가 선생님과의 수업을 재미있다고 말하는지’, ‘선생님이 자녀 수준과 발달에 맞게 평가하고 결과를 알려주는지’ 등의 문항에 익명으로 답한다. 이를 ‘학부모 만족도 조사’라고 부르는데, 교원의 능력(전문성)을 학부모의 만족도로써 평가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부모가 만족하지 않으면 교사는 전문성이 부족한 것인가? 교원이 전문성을 함양해야 할 이유가 학부모를 만족시키는데 있어야 하는가? 학부모는 교사 위에 군림하며 교사나 유치원을 감시하고 판단하는 상급자가 아니다. 유아를 위한 교육에 함께 참여해야 할 동등한 위치의 공동체 일원이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전문성을 성찰하고 함양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학부모의 만족이 아니라, 유아의 교육자로서 지녀야 할 윤리에 있지 않겠는가? 신자유주의 경제 패러다임이 교육과 복지 분야까지 사로잡아, 부모를 대동한 평가를 매개로 각급 학교와 교사들, 복지시설과 그 종사자들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도대체 누구(무엇)를 위한 평가이기에 누구에 의해 평가하고 있는 것인지, 유아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린 채 주객이 전도되어 이루어지는 유치원교원평가를 그대로 두어야 하겠는가? 이에 대한 필자의 대답은 앞서 밝혔다.

 

 

교원평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필자의 주장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교원평가를 폐지하면, 유치원교사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필자는 “책무성과 전문성을 평가하는 것, 그 자체가 교원평가의 목적인가요? 책무성과 전문성 함양을 위해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교원평가가 교원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나요? 교원의 책무성과 전문성 함양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가요?”라고 되묻고 싶다.

 

올해로 5주기에 접어드는 ‘유치원평가’(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1217, 2020. 02. 25.)는 외부평가자의 현장평가 없이 유치원자체 평가로 전환하게 되었다. 유치원의 교육 자치와 자율을 전제하면서 교육과정, 교육환경 및 운영관리, 건강·안전, 교직원 영역에 대해 개별 유치원 단위에서 자체 점검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다. 학부모를 포함하여 교육공동체가 유치원의 교육 전반을 자율적으로 점검하고 개선을 도모하는 자체 평가의 과정,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원의 책무성을 평가하는 장치로 충분하지 않는가? 또 교원의 전문성을 지원하기 위해 수많은 종류의 온-오프라인 연수 기회가 마련되어 있으며, 각종 컨설팅이나 학습공동체 운영 등 교원역량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 또한 매해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 식단을 조절하듯, 교직사회의 건강을 위해 과잉 제도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평가하는 목적과 내용, 방식의 명분이 궁색한 유치원교원능력개발평가는 유예가 아니라 폐지되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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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교수 이경화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후 유치원과 보육정보센터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부경대학교에서 전·현직 영유아교사에게 영유아교육과정과 교사론 강의를 하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꿈꾸며, 영유아교육 정책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대안을 찾아가는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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