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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네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567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2020.09.16

분명히 학교에 가서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할 아이가 갑자기 들어온다. 아이를 보는 순간 깜짝 놀라 이 시간에 왜 센터에 왔는가 물으니 자기도 모른단다. 그냥 아빠가 센터를 가라고 해서 왔다는 것이다. 갑자기 왜 그러셨다니? 아무리 물어도 자기도 모르는 일이란다. 지난 밤 배달 일을 마친 아버지가 아침에 들어오셔서 센터를 가라고 해서 온 것뿐이니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냐는 투다.

 

그런 아이의 말이 그대로 믿을 수만은 없다. 그동안 센터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며 갖가지 씨름을 하다 최근에 어찌어찌해서 학교 컴퓨터실에 가서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된 것이 불과 1주일도 안된 일이다. 벌써 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 센터에 온 것은 아닌지 더럭 걱정스런 맘부터 들었다. 그래도 일단 자초지종은 들어보는 게 좋겠다 싶어 아이 아버님께 계속 전화를 드렸으나 좀체 연결이 되질 않는다.

 

선생님들이야 뭘 하건 자신은 할 말을 했으니 이젠 끝이라는 듯 아이는 벌써 사무실을 나가고 있다. ‘어디 누가 왔나 보자’하고 속 편한 참견이라도 할 작정인 듯하다. 그런 아이를 다시 불러 세워 아버지가 무슨 일로 그러셨는지는 몰라도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니 일단 학교는 다녀오는 게 좋겠다고 설득을 해본다. 하지만 벌써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모양이다. 학교에 가야할 시간도 한참 지났으니 대놓고 안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인터넷 망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한 손에 핸드폰을 든 다른 아이가 사무실을 기웃거린다.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수업을 제대로 보는 건 아무래도 별로일 것 같아 태블릿이나 다른 걸 써보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핸드폰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핸드폰만은 손에서 놓질 않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의 소유자다. 정말 수업을 듣고 있다가 뭐가 잘 안되어 그런 것인지 어쨌든 한쪽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죄 핸드폰 밖으로 새나오고 있고, 아이의 눈길은 사무실 구석구석을 훑고 있다. 아무래도 실랑이를 보탤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오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되면서 이를 지도하는 현장은 난리가 아니다. 특히 기초 학습력이 부족하거나 학습 의욕이 높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지도하기 난감할 때가 많다. 연초 온라인 수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교과서를 펼쳐놓고 학습 기록장에 무언가를 적기도 하고 그랬던 모습을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아이도 생겼다.

 

학습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져가면서 일방적인 온라인 수업의 특성을 보완하고자 이런저런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줄은 알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슨 숨바꼭질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온라인 수업을 틀어주고 두어 번 뒤돌아섰다 보면 벌써 수업을 다 끝냈다는 식이다. 학교에서는 시간만 가면 어찌 되었건 수업이 끝나버리는 것처럼, 온라인 수업도 화면만 흘러가면 끝이라는 식이다. 혼자서 잘 못 넘어가는 것 같은 화면은 내 손가락으로 좀 도와서라도 ‘화면 흘리기’에 열중하는 것으로 몇몇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니 일을 나가기 전, 아침에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철저히 ‘감시’하느라 힘들다는 센터의 어느 어머님의 말씀이 너무 공감된다. 당신이 잠시만 한눈을 팔면 화면이 어느새 유튜브나 게임으로 변해 있어, 수업 장면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어머님은 하소연을 하셨다. 그래도 그렇게 철저히 역할을 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셔서 그 아이는 이 어려운 시기를 그나마 잘 넘기고 있는 것이리라.

 

사실 센터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 모두가 센터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계신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누구의 말마따나 정말 ‘말을 물가에 데려가는 것’에 불과하다. 정작 마음을 내어야 할 사람이 마음을 내지 않으면 옆에서 하는 수고는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뿐이다.

 

온라인 수업에 오래 집중하는 것이 어렵고 자극에 의해 쉽게 산만해지는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 안팎의 작은 자극에 반응하여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옆의 아이와 잡담을 나누기 시작한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집중을 잘 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서로 나누어 수업을 듣게 하거나 혹은 일부러 같은 장소에서 수업을 듣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써보지만, 제각각 장단점이 있어 효과는 그때마다 다르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그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 곁에서 일일이 도와주기도 쉽지 않다. 특히 그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일수록 온라인 수업을 도움을 받아서라도 더 잘 이해해보려는 마음을 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가끔 어떤 날에는 아이가 정말 집중을 못하고 너무 방해가 되는 날이 없지 않다. 어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교사들의 대응이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순간이다. 그런 날에는 결국 찾게 되는 것이 부모님들이다. 부모님께 이 상황을 전달하고 꾸지람을 해달라고 하겠다고 ‘부모님 엄포’를 놓아야 비로소 눈이라도 꿈쩍한다. 대부분의 부모님 엄포는 효과가 있어서 아이들은 ‘알았어요, 알았어’하고 제 할 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백약이 무효인 날도 없진 않다. 그런 날에는 뭐든지 갈고리 노릇을 하는지 이제는 또 부모님을 걸고 협박을 했다고 난리를 부린다. 이제 선생님 때문에 자기만 혼나게 생겼다고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기 시작한다. 온라인 수업은 이제 아예 팽개치고, 계속 불평을 해대며 의자를 찍어대거나 물건을 던지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이럴려고 내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나…’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아이를 진정시켜서 못 다한 온라인 수업을 다 하고 나면 하루치 진이 다 빠져버린 기분이다. 물론 그런 아이들의 수는 많지 않다. 주로 몇 명의 남학생들에게 그런 특징이 보이는데, 학교 수업이 막 어려워지기 시작한 4학년을 전후해서 더욱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를 세심하게 돌보기 어려울 수 있는 부자가정의 아동들도 그런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특히 아버지가 엄격한 방식으로 아이의 훈육을 하시는 경우에 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그런 엄격한 훈육방식에 익숙해져서 엄한 상황에서 말을 잘 듣도록 길들여진 탓에,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절제하기가 보다 쉽지 않은 것이 그 까닭인 것 같다.

 

그런저런 실랑이를 한참 벌이는 중에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다하고 왔다는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점심 무렵에 맞추어 센터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고학년들은 그래도 스스로의 일을 알아서 하는 편이지만 이 역시 모두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다. 또 일찌감치 온라인 수업을 듣기 시작한 아이들도 이미 수업을 끝내고 조금씩 센터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술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집중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안달을 하고 조바심을 내며 더 집중에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근 한 시간여를 달래는 동안 아이의 아버지에게서는 아무런 전화도, 이야기도 없다. 곧 점심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이지만 일단 아이와 함께 조금 거리가 떨어진 학교를 우선 함께 가보기로 했다. 그 전에 집에 들러 교과서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하여 둘이 함께 센터를 나섰다.

 

하지만 골목길 초입에 들어서 한 마디를 한 것이 그만 화근이 되었다. 아버지께서 핸드폰을 뺏어서 돌려주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꺼낸 아이에게 ‘핸드폰은 백해무익한 것 같다’고 내 의견을 말했는데, 그 용감한 한 마디를 한 것이 그만 도화선이 된 것이다. 아…나는 다시 점심을 먹기 전까지 제2차 세계대전을 벌어야 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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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성태숙

(현)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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