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사쟁점해설 2] ‘외고·자사고 폐지 공방’
○ 외고·자사고 폐지 공방
[기사 내용]
전 주에 이어 지난 두 주간의 가장 뜨거운 교육 쟁점도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였다. 산발적으로 제기되었던 폐지 반대 의견은 6월 22일 오전 자사고 교장단과 학부모연합회의 반대 성명, 그리고 당일 저녁 31개 외고 교장단과 학부모회의 반대성명 발표를 계기로 조직적인 반대 운동의 양상을 띠게 되었고 곧 이어 각 외고 총동문회의 폐지 반대 서명운동으로 확산되었다.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열린 자사고 학부모들의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2천여 명이 참여하는 열기를 보여주었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이지만, 이런 와중에서 28일 서울시 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지난 2년간 재지정이 유예되었던 서울지역 외고와 자사고, 국제중 등의 5교에 대한 평가 결과에 따라 2020년까지 재지정한다고 발표하였다. 그 다음 날인 29일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문제를 곧 구성될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하였다. 이러한 발언들은 외견상 거센 반대 여론을 의식하여 후퇴하는 것으로 비쳐졌고, 따라서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을 지지하던 학부모나 교육운동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20여개 교육운동 단체들은 30일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이라는 연대기구를 결성하고 7월 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를 위한 범시민운동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부분의 매체들은 이상과 같은 움직임들을 보도기사로 다루었지만, 경향신문은 10명의 전문가 인터뷰를 통하여 쟁점 분석을 시도하였다. 이 분석 기사는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방식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을 통한 설립 근거 삭제, 5년마다 돌아오는 성과 평가를 통한 교육감의 지정 취소, 전기와 후기로 나뉜 선발방식을 하나로 통합하여 실질적인 폐지 효과 창출이라는 세 가지가 있지만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해설]
외고·자사고 폐지와 관련된 공방은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될 ‘국가교육회의’(위원장 : 대통령)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때까지 꽤 오랜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고와 자사고 제도의 도입 때부터 제기되었던 찬반양론의 대립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상당수에 이른 외고·자사고 졸업생과 학부모가 강력한 옹호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여러 쟁점들 중 언론 보도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몇 가지를 짚어보기로 한다.
① 폐지의 대상과 범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명시적으로 언급된 폐지 대상은 외고와 자사고이다. 그런데,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된 여러 고교 유형들 중 왜 외고와 자사고만을 폐지 대상으로 거론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우선, 특목고의 하나인 외고를 폐지하면서 같은 유형에 속한 과학고를 그대로 두려는 이유가 설명되어야 한다. 외고에 비해 과학고는 비교적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과학고를 그대로 둘 경우 고교 유형을 일반고로 단순화한다는 공약과 배치된다. 국제고의 경우는 동일한 조항(제1항 제6호)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외고와 같이 폐지 대상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국제중학교의 존폐 여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국제중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에 의거하여 특성화중학교의 하나로 설립되었지만, 예체능교육이나 대안교육을 목표로 하여 설립된 다른 특성화중학교와는 달리 외고나 자사고처럼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우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원과 운영 방식이 서로 다른 자사고의 두 유형을 동일하게 취급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현행 49교의 자사고 중 10교는 전국단위 모집 학교이고 나머지는 시·도 지역단위 모집 학교이다. 전자는 학교 운영비의 20%를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데 비해 후자는 3~5%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 유형 중 5교(민사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는 2002~2003년 자립형사립고로 지정되어 시범 운영되다가 2011년 자율형사립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일괄적으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자사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학교의 재정 구조와 운영 방식은 2011년 이후 설립된 자사고들과 상당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이들 5개교의 교장들은 6월 18일 별도로 모여 자사고 폐지의 부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농촌 소재의 특성상 자사고 지정이 취소될 경우 일반고보다는 대안학교 전환을 검토해야 할 형편이라는 이들 중 한 교장의 발언은 지정 취소가 간단치 않은 일임을 시사하고 있다.
② 폐지와 존속 주장의 논거들
외고나 자사고 등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 논거로는 초중학생들에게 과도한 입시 및 성적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 이로 인해 사교육이 늘어난다는 점, 성적 위주 선발이 평준화 체제를 무력화시킨다는 점, 상위 계층 자녀가 독점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분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일반고보다 먼저 우수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대다수 일반고를 황폐화시킨다는 점 등이 제시된다. 반면, 존속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논거로는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다양화한다는 점, 어느 사회나 어느 정도의 수월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 학생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자기주도적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재단이 많은 투자를 통해 양질의 교육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 등이 제시된다.
외견상 양편의 주장들은 나름의 일리를 가지고 있어서 민원해결 방식이나 절충식 접근으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객관적으로 볼 때 선발을 통해 학생 집단을 구성하는 외고와 자사고의 교육 여건이 그렇지 않은 대다수 일반고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해결의 방법으로 선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하향평준화라는 반론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었다. 따라서 향후 이 문제를 다룰 국가교육회의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미래교육의 방향과 원칙을 설정하고 이에 비추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깊이 있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어떤 특성을 지녀야 하며 그것을 기르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무엇인가?
•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미래사회에서 사회통합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구성할 것인가?
• 수월성 교육의 의미는 무엇이며 이것을 기르기 위해 학교교육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 교육의 다양성은 무엇을 말하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고교 체제는 어떻게 편제되어야 하는가?
③ 일반고의 혁신 과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공약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방은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냐 존속이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일면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할 점은 ‘일반고 전환’이 그 대안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것은 현재의 일반고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쟁점을 제기한다. 외고·자사고의 존폐 여부가 공약의 일차적인 쟁점이라면, 일반고의 혁신 여부는 이차적인 쟁점이 되는 셈이다. 만일 일반고의 혁신 전망이 뚜렷하다면 외고·자사고의 폐지에 대한 지지 여론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고 혁신은 현행 고교체제 전반의 혁신과 거의 동의어라고 할 만큼 광범위하여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시야를 외고·자사고의 폐지 대안이라는 점에 국한시켜본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의 답을 고교 체제 혁신의 주된 과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 일반고 체제 안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며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 개별 학교는 학생들의 관심과 지적 능력의 현격한 차이를 어떤 방식으로 고려하여 각자의 교육적 만족도를 높일 것인가?
• 개별 학교가 학생의 요구와 지역적 여건에 맞는 교육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현행 교육 운영체제(거버넌스)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
• 정부는 한정된 교육재정을 어떻게 재분배하여 낙후된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조속한 시일 안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인가?
④ 전망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국민 여론은 상당히 우호적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60% 안팎의 찬성과 그 절반 정도의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현재의 외고와 자사고가 부당한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특권의 요체는 평준화 체제에서 일반 학생 납입금의 3배를 부담하는 대신 성적 우수자를 선발하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러한 경쟁 대열에 참여할 수 없는 부모나 학생은 심한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단칼에 외고·자사고를 폐지할 수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당사자들의 강한 반대도 문제지만,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반대자들을 무마하기 위한 절충이나 타협안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더 이상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여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만드는 제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지나친 성적경쟁 대신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는 결론이 아니라 새로운 교육을 향해 가는 출발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한울고등학교 교장, 이우학교 초대 이사장,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연구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 외에 '사회정책 제3의 길(2008), 대안교육 이해하기(2007), 현대사회와 교육의 이해(2004), 고등학교 교육학(2002)'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