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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은 왜 실패하는가?(1)- 잘못된 진단, 잘못된 처방

#293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7.06.22

1. 시작말

 

지난 칼럼에서도 밝혔듯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은 대부분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재 뿌리는 말로 들릴 수 있지만 진심은 실패를 줄이자는 간절한 바람의 말이다. 그렇다면 교육개혁이 실패할 것이란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빈곤, 대학입시, 대학서열화, 괜찮은 일자리 부족…등을 먼저 머릿속에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렇다. 이런 요인들도 새로운 교육정책을 실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지금 말하는 실패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와 정치 지형 속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조차 실패할 것이란 주장이다.

 

대부분의 교육개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크게는 ‘진단 없는 처방’(prescription without diagnosis)과 ‘교육변화의 원리, 스킬 등의 무지’와 관련이 깊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도 철저한 진단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의 학교교육이 걸린 병을 기막히게 진단한 의사가 한 분 있다. 파시 살버그(Pasi Sahlberg)라는 교육개혁 분야 세계적 전문가이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주요국의 학교교육이 ‘GERM’(Global Educational Reform Movement-세계적 교육개혁 운동)이란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의 진단을 들어보면 크게 공감이 간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의 추진 이전에 공약에 담긴 진단과 처방이 정확하고 추진할 가치가 있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선거 때 제시한 공약은 대부분 진단을 생략했거나 부실한 진단에 근거한 처방들이다. 이대로 추진하다가는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 이번 칼럼에서는 파시 살버그의 GERM이란 병의 진단 내용과 해독제까지 살펴보기로 한다.

 

 

2. 학교교육을 망치는 무서운 병 GERM

 

영어의 germ은 ‘세균’이란 뜻이다. 이 용어는 핀란드의 Pasi Sahlberg 박사가 ‘핀란드 교육이 주는 교훈’(Finnish Lessons, 2011)이란 자신의 책에서 소개한 이래 미국의 유력 일간지에 칼럼 게재, TED 강연(바로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TdgS–9Zg_0)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뉴질랜드에서는 ‘Fight the GERM’이란 이름으로 GERM 퇴치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호주에서는 ‘전문가 목소리’(Professional Voice, 2013)란 저널에서 이를 Diane Ravitch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자세히 소개하면서 살버그의 진단에 따라 자국의 기존 교육개혁의 방향을 바꾼 사례도 있다.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들인 『학교교육 제4의 길』(The Global Fourth Way, 2012), 『교육변화의 긴급한 과제들』(The New Imperatives of Educational change, Dennis Shirley, 2017) 등에서도 이 용어를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병은 시장주의 개혁을 추진한 나라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핀란드를 제외한 세계 주요국의 교육이 모두 이 GERM이란 병에 걸렸으며, 이 병에 가장 심하게 걸린 대표적 국가로는 미국, 영국, 한국, 스웨덴, 호주, 일본, 중국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좀처럼 치료가 어렵다. 과거 싱가포르, 캐나다 등도 이 병에 걸렸지만 지금은 상당한 치료가 이루어진 상태다. 우선 GERM의 증상을 살펴보자. GERM 바이러스가 완전히 퍼지면 아래와 같은 5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① 교육과정이 표준화되어 있어 교육이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의미가 있고 나머지 학생들은 배움에서 배제된다. 주된 배제의 대상은 빈곤층 자녀들이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다.
② 교사의 사기가 떨어진다. 교사 스스로 소속 학교 사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창의적으로 가르치고, 교사가 가르친 것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국가가 많은 것을 결정하고 교사는 이를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존재가 되면 교사의 창의성, 자발성, 의욕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교사를 성적을 올려주는 수단쯤으로 여긴다. 상대평가로 학생과 교사 사이에는 대결 구도가 형성된다. 그래서 교사로서의 보람을 느끼기가 매우 어렵다. 하루하루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지쳐 있다.
③ 모든 교수학습은 시험 점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둔다. 진정한 배움이 없고, 진정한 즐거움이나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④ 동료교사들과의 협력, 동료애 등이 약하다. 수업을 공개하고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일도 드물다. 입시중심 교육이라 그럴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⑤ 교수·학습할 내용이 사전에 자세히 결정되어 내려오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성이 개발되지 않는다. 단순한 교육과정 전달자에 가까워 자존심이 상한다.

 

이런 GERM이란 병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이 병을 고칠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이 병의 원인은 아래 다섯 가지라는 것이 정설이다.

 

① 교수학습의 표준화

모든 학생은 각기 다르지만 오늘날의 학교교육은 동일한 내용, 동일한 수준, 동일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평가한다. 그리고 배우는 내용, 방식, 속도 등을 전문가(예: 교육학자)의 도움을 받아 국가가 결정한다. 표준화는 표준화 시험을 필요로 하고 표준화 시험에 의한 책무성 관리는 경쟁을 낳는다. 오늘날의 획일적인 교육, 무너진 교실, 경쟁 교육 등은 교육의 표준화가 주요 원인이다. 이제 탈표준화(post-standardization) 시대를 열어야 한다.

 

② 국영수사과 중심의 교육
학교에서는 입시에서 반영비율이 높은 국영수사과 과목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진다. 지덕체의 고른 발달이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③ 획일적이고 타인에 의해 사전에 결정되는 교육 내용과 목표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모든 아동은 취미, 장래 포부, 학습 유형, 준비도 등이 다 다르다. 따라서 배울 내용을 타인이 사전에 결정하는 방식으로는 학생이 내적 학습 동기를 일으키고 유지키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중고교에서 배울 내용을 누가 결정하는 것이 맞는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임금협상처럼 교사와 학생의 교육과정 협상권도 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④ 시장주의 교육 개혁
시장주의 개혁은 경쟁과 선택을 강화한다. 세계는 다양한 아동들이 함께 어울려 배우고 성장하는 종합학교(comprehensive school-한국의 평준화된 학교도 이에 해당됨)와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을 지향하고 있다. 외고, 자사고 폐지도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⑤ 시험점수 기반 책무성 관리
시험점수를 기반으로 징벌적 책무성 관리를 하면 학교에는 부정이 일게 되고 시험중심 교육을 강화하게 된다. 기존의 징벌적 책무성(punitive accountability) 관리는 협력적이고 집단적 책임감(collective responsibility)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3. GERM의 해독제 개발

 

GERM은 실제 어떤 바이러스 균보다도 전파력이 강하다. 그리고 일단 한 번 걸리고 나면 이 바이러스를 박멸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세계 주요국들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GERM의 해독제를 개발해 치료에 임하고 있다. 해독제의 성분은 아래와 같다.

이런 해독제는 책의 형태로 많이 개발되고 있다. 보스턴 대학의 Andy Hargreaves와 Dennis Shirley 두 교수가 쓴 『학교교육 제4의 길』①②란 제목으로 번역된 『The Fourth Way(2009)』, 『The Global Fourth Way(2012)』, 교육개혁 분야 세계적 대가인 Michael Fullan이 쓴 『교육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핵심원리와 실천매뉴얼(가제)』(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5판. 2016), Pasi Sahlberg가 쓴 『핀란드 교육이 주는 교훈』(Finnish Lessons 2nd edition, 2012), 『개별화수업의 전략과 실천: 자는 아이들이 없어졌어요!』(The Differentiated Classroom: Responding to the Needs of All Learners, 2nd Edition, 2014) 등이 대표적인 예다.

 

 

4. 맺음말

 

지금까지 교육개혁의 실패한 방법론이자 지독한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GERM에 대해 살펴보았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병든 학교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GERM의 치료가 가장 시급하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 방향과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 해독제 표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표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이다. 이를 교육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새로운 주요 담론으로 삼았으면 한다. 21세기 미래 교육생태계의 큰 특징은 교실 다양성의 증가다. 다양성 증가와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경직적 운영은 서로 상충된다. 이제 탈표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수준으로 탈표준화를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운영은 좀 심하게 말하면 중하위권에게는 학습을 통한 성장기회를 빼앗는 기제로 작용한다. 표준화된 교육은 또한 학교의 수동적 문화, 교사의 전문성 부족, 교사의 사기 저하 등과도 직결된다. 또한 현재의 NEIS 체제가 표준화를 강화하는 기제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의 표집전환이나 수능의 절대평가를 통해 표준화 시험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자는 것도 탈표준화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 중앙정부의 권력집중을 문제 삼을 때도 탈표준화 교육에 맞는 거버넌스와 이에 맞는 새로운 책무성 제도 도입을 위한 수단으로 소통되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교육의 탈표준화에 관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분권화와 학교자치 강화 논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교육과 교육과정의 탈표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는 것은 매우 유감이고 시대착오적이기도 하다. 교육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한국의 교육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새로운 질 관리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 학습은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매우 활발히 일어난다. 평생학습 시대에 어울리는 교육, 교육의 질적 평가가 강화되는 시대에 경직된 표준화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중앙정부가 교육의 질 관리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책무성 관리 제도가 필요하다. GERM의 해독제로 새로운 책무성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교육의 질 관리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또한 상부기관의 하위기관 평가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평가지표는 전시행정을 부추기고 교육의 변화를 껍질 수준에서만 이뤄지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교육과정, 평가제도, 책무성 관리, 기관 평가, 교원평가 등은 모두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인프라들이다. 한국이 1970년 경부 고속도로를 개통해서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인프라를 마련했듯이 문재인 정부도 교육의 기본 인프라를 21세기 미래사회 특성에 맞게 건강하고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삼기를 바란다.

 

끝으로 기존의 학교제도가 지속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필자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반대하는 이유의 하나는 이 구상이 기존의 학교제도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도입한 공약이라 하더라도 방향과 내용이 옳지 않으면 그런 교육개혁은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추가적 생산이 될 수 있다. 학교교육의 문제점 진단을 근본적으로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학교에는 대체로 기존의 학교제도에 적응하면서 사적 이익의 실현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아이들이 1/3, 적응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럭저럭 수업을 따라가고 졸업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이 1/3, 기존의 학교제도에 전혀 맞지 않아 학교를 통해 얻는 것은 적고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1/3이라고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 이를 인정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교육개혁 플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다시 짜야 한다. 이런 재검토는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출발만이 2021학년도 수능체제, 외고·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혁신 등의 문제도 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문제를 다룰 때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잘한 정권, 교육변화의 기본 원리와 절차를 충실히 따른 정권, 그래서 실제적인 교육개혁은 이룬 정권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참고자료]

 

• 『학교교육 제4의 길』①(The Fourth Way, 2009)
• 『학교교육 제4의 길』②(The Global Fourth Way, 2012)
• 『교육개혁은 왜 실패하는가?: 교육변화의 핵심원리와 실천매뉴얼(가제)』(The New Meaning of Educational Change 5the edition by Michael Fullan)
• 『핀란드 교육이 주는 교훈』(Finnish Lessons 2nd edition, by Pasi Sahlberg, 2012)
• 『개별화수업의 전략과 실천: 자는 아이들이 없어졌어요!』(The Differentiated Classroom: Responding to the Needs of All Learners, 2nd Edition, 2014)
• THE FAR SIDE OF EDUCATIONAL REFORM(Andy Hargreaves and Dennis Shirley, 2011)
https://www.ctf-fce.ca/Research-Library/Report_EducationReform2012_EN_web.pdf
• The Coming Age of Post-Standardization By  Andy Hargreaves & Dennis Shirley, 2007)
http://www.edweek.org/ew/articles/2007/12/21/17hargreaves_web.h27.html
• The Coming of Post-Standardization in Education: What Role for the German Didaktik Tradition?
https://link.springer.com/chapter/10.1007%2F978-3-531-91775-7_3#
• http://www.youtube.com/watch?v=TdgS—9Zg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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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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