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시사쟁점해설 1]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과 ‘외고·자사고 폐지’

#294 이종태,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2017.06.22

교육 시사(6월 11일~24일) 쟁점 해설 :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과 ‘외고·자사고 폐지’

 


이번 호부터 ‘교육 시사 쟁점 분석’ 코너를 신설합니다. 저널 발간 주기에 맞추어 해당 기간에 있었던 교육정책이나 사건 관련 뉴스들의 핵심 쟁점과 의미 등을 분석·해설하여 독자님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몇 주간 교육 분야 정책에 대해 관망적인 시각을 견지하던 주요 언론 매체들이 지난 11일 문 대통령이 교육부 장관 후보로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지명하면서 일제히 비판적 기사들을 내보내기 시작하였다. 이번 주의 핵심 쟁점은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과 ‘외고·자사고 폐지’였다.

 

 

①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

 

김상곤 후보자는 16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 교육 공약 중 수능절대평가제를 예정대로 현 중3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이미 5월말~6월초에 각 언론사들이 충분히 다룬 탓인지 모르나 크게 쟁점화 되지는 않았다. 다만 매일경제가 인터뷰 기사와 함께 일련의 비판적인 기사들을 게재했는데, 그 내용과 논조를 보면 인터뷰 내용과 무관한 내용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매경은 아직 임명도 되지 않은 김상곤 후보자와의 인터뷰를 근거로 ‘의견수렴과 시간 여유 없이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이해찬 세대’의 재등장이라는 우려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절대평가제 도입의 문제로 내신 비중 확대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진다는 점, 재수생 등의 패자부활 기회가 차단된다는 점, 변별력 약화로 대학별 고사가 부활될 수 있다는 점, 사교육 심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전 주에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제시한 절대평가제 반대 이유들과 같다. 수십 년 간 정부 정책에 의존하여 비교적 손쉽게 성적 서열대로 학생들을 선발해 온 대학들이 변별력 약화를 핑계 삼아 절대평가제 전환을 반대하는 것은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언론기관이라면 한 쪽의 입장만을 반영하기보다는 절대평가제 도입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그것의 교육적 의의 등도 균형 있게 다루어 독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기사를 게재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많은 교육자들은 과도한 성적 경쟁을 유발하는 기존의 수능 상대평가제가 학생들의 정신적 신체적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 왔다는 점 때문에 절대평가제 도입에 우호적이라는 점도 함께 언급했어야 할 것이다.

 

김상곤 후보자의 발언대로라면 수능 절대평가제는 앞으로 3년 후에 실시될 것이다. 이 기간이라면 정부가 미래 교육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정책 전환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누구에게 유·불리한 시험방식인가가 아니라 미래 세대와 미래 한국사회를 위해 어떤 시험방식이 필요한가일 것이다.

 

 

② 외고·자사고 폐지

 

6월 초순까지 언론사들의 논조는 대체로 여론조사에서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다는 점을 인정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13일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외고·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이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이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이 문제는 순식간에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태 추이를 관망하면서 언론 매체를 통해 간간이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외고·자사고 당사자들이 직접 정부와의 일전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첫 번째 포문은 18일 자사고 일세대인 민사고, 광양제철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대표들이 열었다. 이들은 보도자료에서 사교육비 유발, 입시 준비교 등을 이유로 한 자사고 폐지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하면서 수월성 교육을 위해 자사고의 존치가 필요함을 역설하였다.

 

21일에 있었던 서울자사고연합회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정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할 정도의 강경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자사고 폐지가 ‘진영논리에 입각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생략한 채 이를 강행하는 것은 마치 박근혜 정부가 국사 국정교과서를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과 같은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였다. 나아가 이들은 ‘교육 다양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제도적 법적 노력을 다해 맞설 것’임을 천명하였다. 언론사들은 이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하면서 ‘강남 전월세 폭등’(헤럴드경제)과 같은 근거 없는 협박성 기사까지 곁들였고, 사설에서 노골적으로 ‘공론화 이후 판단하라’(세계일보)고 요구하거나 논설 주간의 입을 통해 ‘교육독재’ 또는 ‘혁명적’이라는 말(동아일보)로 맹비난하였다.

 

다수의 교사들이나 국민이 찬성하고 있는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한 반응이 순식간에 이처럼 격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사자인 외고·자사고 관계자들이 지금과 같은 정책 기조라면 학교의 존속이 더 이상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가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이들 학교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참여정부 시절에도 있었지만, 정부 차원에서 폐지가 거론되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배수의 진을 칠 만큼 절박한 입장이다. 언론사들의 비판적인 논조는 두 가지 배경에서 비롯된다. 하나는 교육 분야 정책의 경우 대개의 언론사가 우리 사회 기득권층(또는 중산층)의 시각을 반영해 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동일한 이유에서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 전반에 대하여 강하게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고·자사고 폐지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단지 법적인 절차로 말한다면, 2019~2020년에 돌아오는 외고·자사고 재지정 시점에서 교육감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재지정을 하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보수층 반발이 간단치 않아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몇 년 전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좀 더 강력한 방안은 교육부가 근거법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특목고)와 제91조의3(자사고)을 개정 또는 폐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유일한 대안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에서 국민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 첫째,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 핵심은 일반고를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이나 진로계획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 다양성을 외고, 자사고수준으로 높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학점제도 그 중의 한 대안일 수 있다. 하지만 선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다. 요즘 제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으면서도 교육에 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과 행태는 여전히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외고·자사고에 대한 집착이나 입시경쟁은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일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의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사회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입시경쟁의 근본 원인은 학력과 학벌에 따른 임금격차이다. 유럽 선진국들처럼 어떤 일을 하든지 모두가 인간답게 살 만한 수입이 보장된다면 지금과 같은 살인적 입시경쟁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단기간에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확고한 신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 인쇄(Print)하기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이종태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한울고등학교 교장, 이우학교 초대 이사장,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연구소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 외에 '사회정책 제3의 길(2008), 대안교육 이해하기(2007), 현대사회와 교육의 이해(2004), 고등학교 교육학(2002)'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교육개혁은 왜 실패하는가?(1)- 잘못된 진단, 잘못된 처방 다음글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논란의 역사적 맥락과 해결 방안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