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칼럼6] 2021년 이후 대입전형과 수능시험, 근본적인 변화를 제안한다!
1. 시작말
교육부는 오는 5월 중으로 2021학년도 수능체제 초안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거쳐 7월 중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그래서 수능개편위원회가 구성되었고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2021학년도부터 시행될 새로운 수능에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수능체제와 2015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에는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 교육과정과 수능의 꿰맞추기식 연계가 바로 그것이다. 연계에도 조건과 원칙이 있다. 연계의 결과가 개선(改善)일 때만 연계할 가치가 있다.
교육부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어떤 내용을 2021학년도 수능에 반영하고자 하는가? 2015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주요 개정 내용은 ‘문·이과 공통과목 신설(국어, 수학, 영어,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선택과목의 다양화(진로심화과목), 국영수 비중 적정화’ 등이다. 이에 따라 2021학년도부터는 공통과목을 반영하는 공통수능의 실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수학도 종전과 달리 문·이과 구분 없이 같은 시험을 보게 된다. 공통수능과 관련된 가장 큰 쟁점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 반영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들 두 과목은 지식 전달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 강화, 과정중심평가 등을 통해 탐구중심 교수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서 지필고사 방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통합교과의 도입 취지와 평가방식이 불일치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연구하여 언론에 공개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보면 이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서 지필고사로 평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으며 교육부도 이 연구의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중앙일보, 2017, 2월 13일). 이 점이 매우 우려스럽다.
2021학년도부터 시행할 새로운 수능은 2015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져야 한다. 수능시험이 무엇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학교교육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교육은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미래사회에 바르게 대응·적응할 수 있는 역량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수능이 중장기적으로(2025~2030년)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모습 즉 수능의 미래비전을 도출하는 것이 먼저다. 2021학년도부터 시행될 새로운 수능은 미래비전과의 연계와 2015개정 교육과정의 반영이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수능은 대입전형과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대입전형의 미래방향도 먼저 도출되어야 한다. 만약 2015개정 교육과정을 수능에 도식적으로 반영하는데 급급하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연구하고 최근 언론에 공개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입전형과 2021학년도 수능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고안되어야 할지를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연구하고 최근 언론에 공개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부터 살펴볼 것이다.
2. 한국교육개발원이 제안한 2021학년도 수능 모형의 비판적 검토
한국교육개발원이 연구하여 언론에 공개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중앙일보, 2월 13일자)은 아래 표와 같이 3가지 안을 제시하고 있다.
<표1> 2015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방향

위 도표의 3가지 안의 차이점은 이렇다: 1안은 수학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현행 제도 유지, 2안은 1학년 때 배우는 6과목만 출제하는 공통수능 지향, 3안은 공통수능 외에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2차 시험을 보는 것이 특징이다(수능I, 수능II 체제). KEDI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2안과 3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기사의 내용에 의하면 “입시가 수시 위주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수능의 영향력까지 커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그런 방향으로 가야할 것(서유미, 교육부 대학정책관)”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듯하다. 물론 이 기사는 교육부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KEDI가 한 연구를 한 일간지가 보도하고 그 내용에 대해 교육부의 한 책임자가 개인적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능개편위원회에서도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특히 2, 3안의 경우, 장점도 있지만 결정적인 단점을 지닌다. 2, 3안 공히 공통수능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는데 이 중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반영과 관련된 문제가 자못 심각하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편식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1을 모든 고교생이 1학년 때 배우도록 한 것이 큰 특징이다. KEDI의 이번 연구가 제시한 2, 3안은 이런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포함하여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 등 6과목으로 구성되는 소위 ‘공통수능’을 고교 2학년 말이나 3학년 1학기에 시험을 보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문제다. 만일 공통수능을 고2 말에 본다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1학년 때 배운 것을, 타 과목은 2학년 때까지 배운 것을 범위로 한다는 것이다. 1학년 때 배운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2학년 말이나 3학년 초에 시험을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공통과목(국·영·수+통합사회+통합과학+한국사)과 이를 평가하려는 공통수능을 추구한 2015개정 교육과정 탓이다. 그 중에서도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고1 수준으로 개발한 것이 가장 문제다. 새로운 수능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5월에 발표할 새로운 수능 초안은 2015개정 교육과정과의 연계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차기 수능체제를 논하기 위해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다시 살펴보고 대입전형과 수능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3. 수능 반영 관련 2015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
2015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취지 중 하나는 문·이과 칸막이를 없애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고교 수준에서는 문·이과 공통과목을 신설했다는 점이다. 즉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공통사회, 공통과학, 과학탐구실습 등 7개 과목을 모든 고등학생들이 공통으로 이수하게 했다. 이런 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해 위 6가지 과목(과학탐구실습은 수능 평가서 제외)을 반영하는 문·이과 공통으로 보는 소위 공통수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아래와 같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교과서는 그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적절하게 개발되고 있는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이를 수능에서 객관식 지필고사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면 내신과 논술로 평가해야 하는가?”
이상의 두 질문과 관련해서 2015개정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2015개정 교육과정을 기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거나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KEDI가 이번에 제시한 안과는 매우 다른 수능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여러 과목을 골고루 가르치면 창의·융합형 인재가 길러진다는 가설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1) 가설의 오류1
교육부의 2015개정 교육과정이나 KEDI가 연구해 최근 발표한 수능 안이나 모두 “과탐, 사탐을 문·이과 구분 없이 학습하게 하면 창의·융합 인재가 양성될 것이다.”란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과연 이 가설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이 부분은 2015개정 교육과정을 개발할 당시도 많은 논쟁이 있었던 부분이다. 창의·융합적 사고는 한 교과 내에 여러 내용을 포함시켜 가르친다고 개발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창의·융합적 사고는 학습자의 호기심을 바탕으로 이를 가능케 하는 수업 방식이 중요하다. 아울러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고등사고능력은 이와 관련된 기반지식이 탄탄할 때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근거한다면 고1에서는 기반지식을 충실히 다지고 고2 때 이를 활용하는 탐구수업을 하는 것이 바른 학습의 순서다.
창의·융합적 인재란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이는 가장 기본적으로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를 말할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은 가장 높은 수준의 고등사고능력이다. 고등사고능력은 어떻게 발휘되는가? 이를 뇌과학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설명해보고자 한다. 뇌과학에 의하면 학습은 ‘연결(connection)’과 ‘통합(integration)’을 통해서 일어난다. 신정보와 구정보의 연결을 말한다. 교실 수업 상황에서 보면, 학습은 교사의 설명이나 읽고 있는 책의 내용과 관련된 배경지식(background knowledge)과 사전지식(prior knowledge)이 있을 때 효과적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아는 것만큼 들을 수 있다; 아는 것만큼 이해할 수 있다.”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창의력이 발휘되는 원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창의적 문제해결능력과 같은 역량은 사전에 학습된 지식망을 바탕으로 발휘된다. 창의력은 여러 교과를 동시에 배운다고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창의력이 발휘되는 데는 매우 복잡한 뇌의 기능이 관여한다. 암묵적 기억, 확산적 사고와 수렴적 사고, 몰입(flow), 호기심과 질문, 문제제기 등이 핵심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기존의 지식, 아이디어, 개념, 오랜 세월 동안 있었던 지각들의 새로운 연결이나 조합(new combinations)을 통해서 나타난다. 스티브 잡스도 “창의력이란 사물(예: 정보, 기술, 경험)의 연결에서 나온다(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라고 말한 바 있다. 창의적인 연결은 연결할 기초 지식이나 경험이 많을 때 더 잘 일어날 수 있다. 독서 경험이 적고 어휘력이 부족한 사람이 매우 창의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창의력 발휘의 주요 원리다. 따라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통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와 관련된 기반지식(사전지식)이 튼튼해야 한다. 연결할 기초 요소의 수 자체가 적으면 창의력의 발휘는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1에서는 기반지식을 충실히 다지고 고2 때 이를 활용하는 탐구수업을 하는 것이 바른 학습의 순서라는 것도 바로 이런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2) 가설의 오류2
교육부의 2015개정 교육과정이나 KEDI가 연구해 최근 발표한 수능안이나 모두 “수능에 포함시키면 배울 것이다”란 가설을 믿고 있는 듯하다. 수능 시험과목에 포함시키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부담을 느끼고 이 과목에 주의를 더 기울이려는 경향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렇게 마지못해 하는 학습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고등사고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흔히 “수업 파행을 막으려면 수능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매우 문제 있는 생각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이 두 과목은 기본적으로 탐구학습이고 문제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 등이 주를 이룬다. 또한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런 성격의 두 과목을 수능에서 지필고사 형식으로 평가하려 한다면 이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암기과목으로 전락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수능에 포함시키지 않고도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업이 교과서 진도를 나가는 것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수업의 주제도 학습자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학습자의 삶에 꼭 필요하고, 수업이 의미 있고 흥미로우면 학습자는 학습한다. 수능에 포함시켜 교실 수업의 파행을 막기 위한 접근은 가장 낮은 수준의 동기유발 방식이다. 이제 이런 낡은 방식의 접근은 버릴 때가 되었다.
3) 수능 2, 3안의 문제점
우선 2안은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수능을 고2 2학기나 고3 1학기 때 본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학교 현장의 학생들도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수능이란 지적을 하고 있다. 고1에서 배운 것을 고2 때 시험 본다는 것 등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수능은 수능의 성격을 이도저도 아닌 매우 모호한 것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한편 3안에 대해서 학생들은 시험을 두 번 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 수능I의 시험을 망친 학생은 고3 때 수능I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줄 것인가 등의 문제를 지적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2, 3안 모두 문제가 많다. 이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1학년 필수로 하고 이를 수능에 무리하게 반영하려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렇다면 2015개정 교육과정이 확정 발표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4. 대입전형과 수능의 미래방향
대부분의 나라들은 국가수준의 대입전형을 자주 변경하지 않는다. 많은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월 달에 초안을 발표하겠다는 교육부는 적어도 앞으로 5~10년 후 도입할 제대로 된 대입전형과 수능의 모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런 대입전형과 수능은 아래와 같은 조건을 갖춘 것이어야 할 것이다.
▶ 대입전형/수능/내신 설계를 위한 기본원칙 20
<대입전형>
①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한다(계층별, 지역별, 출신 고교별, 출신 나라별).
② 소득불평등, 사회 양극화를 고려해서 빈곤층의 대학진학에 긍정적 차별 전형을 실시한다.
③ 대학 진학자의 다양한 개별 특성을 고려하여 열린 전형을 실시한다(예: 복수의 트랙 제공).
④ 너무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
⑤ 전형요소가 상호보완적이되 요소 간 중복 평가를 최소화한다.
⑥ 각 전형 방식의 장단점을 고려해 수시와 정시가 균형을 이루게 한다. 중장기적으로 내신의 반영 비율을 점차적으로 높여간다.
<수학능력시험>
⑦ 평가의 성격을 명확히 한다(대학수학능력; 고교 졸업자격 등).
⑧ 타당성, 공정성, 신뢰성이 높은 시험이 되도록 한다.
⑨ 고등사고능력도 측정할 수 있도록 한다(서술형 혹은 공통논술 도입).
⑩ 표준화된 교육에서 개별화 교육으로 이동하는 21세기 교육의 추세를 적극 수용한다.
⑪ 내신의 신뢰도 향상에 비례해서 수능의 비중/영향력을 낮춘다.
⑫ 교육적 가치가 높은 절대평가를 지향한다.
<내신>
⑬ 내신 절대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한다(예: 수업의 질 향상, 교사별 절대평가 정착, 학생부 기록의 공정성, 고교체제 개선).
⑭ 상대평가를 위해 비교육적으로 비꼬아 내는 출제를 금한다.
⑮ 학종 몰아주기 등의 부도덕, 비교육적, 불공정한 행위를 엄금한다.
⑯ 학생부 기록은 학습이 부진한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한 목적을 강화한다.
<공통>
⑰ 학습부담, 준비부담이 지나지게 크지 않도록 설계한다.
⑱ 경쟁완화 등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도록 설계한다.
⑲ 사교육 부담을 과도하게 증가시키지 않도록 설계한다.
⑳ 예측가능성을 높여 학생, 학부모의 불안감을 최소화한다.
이상과 같은 원칙을 반영한 대입전형(수학능력시험 포함)으로 아래와 같은 것을 제안한다.
▶ 수능 미래모형1: ‘학업성취도 검사’
• 수능 = 공통수능(국·영·수·사·과) (5등급 절대평가)(고2 말/고3 초) + 공통논술(통합사회/통합과학 중 택1 혹은 택2) (5등급 절대평가)(고2 말/고3 초)
• 대입전형
①공통수능
+②공통논술
+③내신1 (고1-2)(5등급 절대평가)
+④내신2 (고3 기간 중 이수)(2~3등급 절대평가)
+⑤면접
※ 대학에 따라 ①②③④⑤ 요소를 자유롭게 조합한 전형이 가능함.
수능이 고교 과정의 학업성취도검사 및 대학 선발고사 성격을 동시에 갖는 모형으로 수능과 고교 교육과정의 연계성(linking)을 중시한다. 선택과목의 수능을 통해 전공적합성을, 논·서술형을 도입한 수능을 통해 고등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논·서술 도입 대신에 별도 논술도 가능). 수능은 고2 과정을 마친 후 고3 1학기 중 보고 대입전형 역시 수시-정시 구분 없이 고3 1학기에 마치도록 한다. 한편 고3 1, 2학기는 자율학기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 수능 미래모형2: 공통기본학력검사
• 수능 = 읽기(reading)(=사탐, 과탐 관련 비문학(80% 비중) 및 문학(20% 비중) 지문 사용) + 수리(maths) + 에세이(essay;선택 논술) ※ 3~5 등급 절대평가
• 대입전형 = ①수능 + ②내신(+학생부) + ③대학별 고사(구술면접 수준)
※ 대학에 따라 ①②③ 요소를 자유롭게 조합한 전형이 가능함.
이 모형은 현재의 수능을 폐지하고 대학수학에 필요한 공통기본학력만 측정한다. 수능 준비 부담을 줄이고 수능시험이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교사들은 수능시험을 통한 수업 장악력 기대보다는 학생 중심 맞춤 수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이 시험은 형식이나 성격이 미국(SATI), 이스라엘의 대입시험과 유사하다.
※ 성적 부풀리기나 고교 간의 학력 차는 모든 고교의 수능의 읽기, 수리 성적의 누적 평균으로 전국 순위를 산출하고 이를 반영해 교교 내신 성적을 조정한다. 아울러 채점 실명제 등을 통해 채점에서 있을 수 있는 부정을 사전에 예방한다. 아울러 ‘(가칭)내신신뢰도 높이기 3년계획’을 수립해서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4차 산업혁명의 빠른 진행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래서 상위권 대학을 향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할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교육이 나아갈 큰 방향은 표준화에서 개별화를 지향해야 하지만 아직 여건과 준비의 미흡으로 표준화된 교육과정 및 표준화 시험의 유지는 당분간 불가피하다. 그러나 더 장기적으로는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존재한다 하더라도 모두가 공통으로 배워야 할 수준은 현재의 중학교 수준 혹은 그 이하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신 ‘프로젝트 교육과정’, ‘비공식적 교육과정’ 등 삶과 직접 관련이 깊고 개인의 책임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으면서 표준화 교육과 시험은 지금보다 훨씬 더 완화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미래 교육에 대한 선진적 연구들도 이런 예측을 하고 있다. 평가기술의 발전에 힘입고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기술의 발전이 개별화 교육의 필요성과 환경을 가속시킬 것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평가, 기계채점 등이 일반화 될 수 있는 2030년도쯤에는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폐지가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흔한 일이 될 것이다.
5. 2021학년도 수능의 바람직한 모형
지금까지 대입전형(수능 포함)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과 적용될 원칙, 그리고 비전으로 ‘대입전형/수능 설계를 위한 기본원칙 20’과 대입전형 미래모형 1, 2를 살펴보았다. 이를 염두에 두고 2021학년도 수능의 바람직한 모형을 고안해보고자 한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들이 함께 논의하고 다수 시민의 공감을 이끌어내 한국 미래교육에 큰 희망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1) 수시와 정시(수능 중심)의 균형을 추구한다.
수시 전형이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는 심각한 문제가 많다(아래 학생 인터뷰 참조). 특히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종 몰아주기’란 불공정한 행위가 심해서 중하위권 학생들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기회를 크게 제약받는다. 이는 교육의 현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은 학종에 대해 아래와 같은 단점을 고발하고 있다.
-몰아주기가 심함. 학교도 입시 성공 성적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몰아주는 것이 현실임. 최대한 내용을 늘리기 위해 애씀. 교내 대회는 반에서 1,2등 학생만 참여하게 하는 경우도 많고 학생부를 학생에게 써오라는 학교가 대부분임.
-거짓봉사/ 거짓활동으로 채워 넣는 이가 다수이고, 대학에서 어떻게 뽑았는지도 투명하지 않음.
-학생부를 학생이 관리하게 됨. 학생이 자신의 생기부를 자신의 필요에 맞춰 수정하거나 필요한 내용입력을 교사에게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고 수시전형을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생부 관리를 포기하며 결국 상위권 학생들끼리의 출혈경쟁 양상을 띠게 됨.
-어떤 학교선생님을 만나냐에 따라 스펙을 어떻게 얼마나 잘 쌓을 수 있는지가 천차만별이다. 담임선생님에 따라 학생부를 얼마나 신경써주는지가 달라서 친구와 능력이나 자질이 비슷함에도 내 의지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음.
-준비하기가 정말 힘들고 가정형편과의 일정한 연관이 있으며 같은 학교 학생끼리의 지나친 경쟁을 조장함.
-글로 쓰여지는 학생부로써는 한 학생의 성실성과 특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음.
(교육을바꾸는사람들 고교 재학생 심층인터뷰, 2017)
현재 학종이 대세라고 해서 이를 근거로 수능을 자격고사 성격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성급하다. 학종에 대한 이상의 문제점을 고려할 때 70%가 넘는 수시 비중(올해 수시의 경우 12개 상위권 대학의 학종 선발은 수시 전형의 45.9%에 육박함)을 이대로 두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학종의 시행 역사가 짧기 때문에 학종의 장단점과 문제점을 매년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종의 문제점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닌데 이를 이대로 방치하고 2015개정 교육과정 반영이란 명목으로 수능의 쓸모를 갑자기 떨어뜨린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하며 최소한 2년 정도는 더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거나 자격고사의 성격을 강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만 당분간은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2) 수능에 논술(선택)의 도입이나 논·서술형 문제를 포함시킨다.
수능에 논술(선택)의 도입이나 논·서술형 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개인이든 국가든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객관식 문제도 고등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고등사고능력은 그런 수준을 훨씬 더 넘어선다. 수능이 객관식 문제 일변도이면 이것이 교사주도 지식 전달식 수업을 강화하는 강력한 기제(機制)가 된다는 교육뇌과학자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정답만 찾게 하고 실수를 두려워하게 하며 결과만 평가하는 현재와 같은 수능은 역량이 강조되는 2015개정 교육과정의 정신과 정면 배치된다.
둘째, PISA 성적의 상위권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PISA 시험과 같은 표준화 시험의 가치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있다. 필자도 표준화 시험의 부정적 요인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의 사례를 보면 어떤 나라도 PISA 성적의 순위 하락에 의연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호주의 퀸스랜드 주는 대학이 내신 성적만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던 것을 포기해야 했고, 독일은 내년부터 연방 소속 모든 주 공통의 일제고사를 도입한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역시 새로운 일제고사를 도입할 때 PISA 시험 성적을 적극 고려한 바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15 PISA 시험 성적 결과를 보면 여전히 세계 상위권이기는 하지만 과학은 9~14위로 하락했다. 성적 하락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하위권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논·서술형을 수능에 도입할 경우 PISA 시험의 논·서술형 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3)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학생 선택에 맡기는 것도 고려한다.
융·복합 인재 양성을 위해 모든 고등학생들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둘 다를 배우게 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학생들의 목소리도 들을 필요가 있다.
“개인별로 문·이과 성향은 분명히 있다. 개인의 관심 과목도 벅찬데 당장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과목도 공부해야 하나? 장점도 못 키워 주면서 싫고 못하는 과목까지 공부하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교육을바꾸는사람들 고교 재학생 심층인터뷰, 2017).”
무엇이든 획일적인 것은 대개 심각한 문제점을 수반한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학생 선택에 맡기는 것을 고려하자는 제안은 중등 교육과정 운영의 세계적 추세와도 관련이 깊다. 세계 주요국들은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를 지향한다.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더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각 개인이 타고난 장점과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앞으로 학교교육은 중장기적으로 관심이 같은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여 학교를 떠나거나 수업을 다양한 형태로 거부하는 문제는 교육생태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제도와 이에 적응해버린 교육자들 때문이다. 개별화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학교교육을 위해 필수적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다. 모든 학생의 강점을 찾아 학생들의 실제적인 삶과 관련시켜 교육하지 않으면 모든 학생들을 수업에 몰입시키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는 교육뇌과학에 의해 밝혀지고 강조되는 내용이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둘 다 배우든 이 중 한 가지만 배우든 학생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4) 모든 수준의 수능시험 지원자들에게 공정한 시험이 되게 한다.
“공정한 대입전형, 공정한 수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앞에서 대입전형(수능 포함) 설계를 위한 기본 원칙에서 ‘⑧ 타당성, 공정성, 신뢰성이 높은 시험이 되도록 한다.’를 제시한 바 있다. 공정성(fairness)은 평가내용이나 방법이 수험자에게 편파적이지 않고 공평한 정도를 의미한다. 공정한 평가가 되려면 검사문항이 성과 인종, 문화적 배경에 따라 수험자에게 불공정하게 작용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 작년 new SAT를 도입하면서 계층 편향적(class-biased)인 요소를 걷어내고자 노력한 것은 본받을 만하다. 점수에 가정배경(예: 학종에서 부모의 지원)과 사교육 효과가 포함된 점, 변별력 논의는 늘 상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점, 속도시험이기에 느린 학습자를 고려하지 않는 점, 선천적으로 학습이 느린 학습자도 학습이 빠른 학습자와 동일한 기간에 동일한 과목을 평가하는 점, 수험생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점 등은 불공정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의 대입전형과 수능시험이 얼마나 공정한 시험인가를 좀 더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5) 수능을 이틀에 걸쳐서 본다.
현재와 같이 모든 과목을 하루에 다 보면 관리하기에는 쉽다. 하지만 하루에 시험 보는 시간만 6시간 가령이 되는 것은 무리다. 과탐과 사탐 시험을 다른 시간대에 보고, 에세이 시험까지 도입하려면 2일에 걸쳐서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 과목에 따라 시험 시간을 조금 더 늘려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느린 학습자들에게 불리하지 않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에 시험보는 시간을 4~5시간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
6) 대입전형 준비에 쏟는 기간을 3년에서 2년으로 줄일 필요가 있다.
고교 기간은 어느 나라나 대입시나 취업 준비를 하는 기간의 성격이 강하다. 이를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이런 기간을 3년으로 하는 것은 얼마나 타당할까? 수능을 고3 초에 보도록 하고 고3의 나머지 기간은 시험 점수를 의식하지 않고 각자의 진로, 진학 계획에 따라 다양한 학습과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 대학에 바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고3 초 수능시험 이후 심화과목(만족/불만족 satisfied/unsatisfied으로 평가) 학습에 열중하되 9단계 상대평가와 달리 진정한 전공 준비를 하는 기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나머지 학생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적 갭이어(gap year)로서 지금처럼 고교 3년 내내 문제풀이에 쏟는 것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교육적일 수 있다.
6. 맺음말
금년 7월에 확정할 2021학년도 수능 모형 고안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예: 2025~2030)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입전형과 수능 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 그 후 2021년도의 수능체제는 중장기적 방향에 연계시켜 개발해야 한다. 사탐과 과탐을 문·이과 구분 없이 고1에서 공통으로 배우게 하는 것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 즉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둘 다 이수하든 하나만 이수하든 학생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도입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를 수능에 반영하지 말고 대신 관련된 논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2015개정 교육과정의 공통과목 중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이를 도입한 취지를 고려할 때 수능에 반영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 과목을 직접 점수화하려는 순간 암기과목으로 변질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입시 준비에 쏟는 기간을 현재의 3년에서 2년으로 줄이기 위해 수능을 고2 말이나 고3 초에 보자는 제안도 우리사회가 적극 검토해 봤으면 한다.
아울러 수시전형이 급팽창하는 대입전형의 변화 흐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학종과 관련해 비윤리적이고 불공정한 행태가 너무 많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와 자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과 수시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에서의 성취도 차이도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 정시로 입학한 학생들이 수시 입학 기준에 대해 갖는 불신과 불만도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점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21학년도를 위한 대입전형과 수능체제에 대해 이상과 같은 필자의 문제제기와 새로운 대안의 제안을 계기로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대선 후보자들도 이에 주목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입전형과 수능의 개선은 다른 어떤 교육정책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각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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