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선 문제가 국가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자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은 우수한 인력이 교직으로 몰리는 매우 드문 나라이다. 2007년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초중등학생들이 희망하는 1순위 직업도 교사이다. 이렇게 교직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부모들도 자녀들이 교사가 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교직이 선호되는 직업이라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매우 높아야 한다. 그러나 OECD의 국제비교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교사들의 교수효능감도 매우 낮다. 게다가 교직에 관한 여러 항목을 국제 비교한 관련 자료(Teacher Status Index 2013, Varkey GEMS Foundation)에 의하면 한국 교사들의 지위는 21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편이고 보수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11%에 불과하다. 조사국 중 최하위이다 ‘교사들이 좋은 교육을 하고 있다고 믿는가’에 대한 긍정적인 응답률도 21개 조사국 중 19위에 그쳤다.
사회적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지만 교사 스스로의 직업 만족도나 효능감도 낮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평가도 매우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입시 위주의 학교 문화, 경쟁적인 학교 풍토, 고립주의적 교사 문화 등 다양한 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질 낮은 교사 교육 프로그램도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우리나라 교원 양성 프로그램의 현주소는 다소 창피한 수준이라는 것이 교육대학교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면서 중등교사 양성과정과 초등교사 양성과정을 지켜본 필자의 판단이다. 특히, 그 중에서 더 심각한 쪽은 중등교사 양성과정이다. 우리나라 중등교사 양성과정은 초기의 공급 위주의 교원양성정책 후유증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과공급을 축소시키기 위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등교사 임용고시 경쟁률은 여전히 10대 1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교사가 될 가능성도 높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 교육을 알차게 실시하기가 기본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많은 중등교사 양성기관들이 인문대나 자연대와 크게 구분되지 않는 교육 프로그램을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교육 실습의 경우도 외국에서는 길게는 1년이 넘게 교육 실습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중등학교 교사 양성과정은 겨우 4~5주의 교육 실습에 그치고 있다. 그것도 교육 실습 학교를 찾아서 사정을 해야 하는 형편이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수한 교사를 양성할 수 있겠는가?
그 점에서 초등교사 양성과정은 중등교사 양성과정에 비해서는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교사양성기관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교육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강좌를 제공하고 있으며 10주 내외의 교육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초등교사 양성과정이 국제 사회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육대학교의 규모가 영세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가 어렵고 교육과정이 경직되게 운영되는 것도 문제이다.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보고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좋은 교사를 길러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좋은 교사를 양성해 내지 못하면 교사들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평가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교직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갖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기를 열망하며 사회적 공공성에 대한 깊은 감수성을 지닌 교사들을 길러낼 수 있을 때 교직 사회도 변화하고 공교육 혁신도 종국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 혁신에서 교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과거 정부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을 통해서 법조 인력이나 의료 전문가 양성과정에 일대 변혁을 가했듯이 교원양성과정에 대한 변혁도 꼭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직업의 전문화 추세를 반영하여 5~6년제 대학원 과정을 통해서 교원 자격을 얻는 방식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런 교사 양성 체제의 개혁 문제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그 전에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개혁의 조치들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필자는 “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하였다. 교사 양성 체제를 4년으로 할 것이냐 6년으로 할 것이냐, 학부 기반으로 할 것이냐 전문대학원 체제로 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일종의 하드웨어적 논쟁이라면, 양성 체제 논의와는 별개로 양성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질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적 논의도 중요하다. 그리고 양자가 전혀 별개의 문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연동되는 것도 아니라면 우선은 소프트웨어적인 접근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학부나 대학원 수준에서 매우 다양한 형태로 교사가 배출되지만, 미국 정부는 다양한 형태의 양성 체제를 획일적으로 표준화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에 양성 체제 내의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필자는 기회가 있어 몇몇 미국 대학의 교사 양성 과정을 관찰하면서 몇 가지 배울 점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첫째, 어떤 교사를 길러내야 할지에 대한 표준이 매우 명료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캘리포니아 주는 ‘모든 학습자의 학습 참여와 학습을 지원함’, ‘학습자의 학습을 위해서 효과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유지함’, ‘학습자의 학습을 위해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조직하기’, ‘모든 학생들을 위해서 교수 계획을 하고 학습 경험을 디자인하기’, ‘학습을 위해 학생들을 평가하기’, ‘전문적인 교육자로 성장하기’ 의 6가지 교사 전문성 표준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둘째, 이런 표준들이 장식적 기능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실질적으로 규율하는 데, 이와 관련하여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교사 수행 평가(teacher performance assessment)이다.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처럼 임용고시 한 번에 교직 입문이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대학의 교사 양성 과정에서 학습한 내용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교사 자격을 얻게 된다. 예컨대, 내가 참여 관찰을 한 미국의 산타바바라 대학의 경우 예비 교사들은 수업 설계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40주 가까운 교육 실습을 하면서 생성한 수많은 수업 계획안 중 몇 가지를 택하여 그것이 작성된 상황적 맥락과 함께 수업 계획안이 잘 작성되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담은 주석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수업 실행 능력을 평가 받기 위해서는 교육 실습 기간 동안 촬영한 수업 비디오의 일부(clips)을 증빙 자료로 하여 교사 전문성 표준들에 터하여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런 교사 수행 평가 중에서 현재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은 edTPA라는 시험인데 관심 있는 독자들은 http://edtpa.aacte.org 사이트를 참고해 보기 바란다. 셋째, 뚜렷한 전문성 표준과 명료한 수행 평가 제도와 함께 체계적인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타바바라 대학의 경우 40주에 가까운 실습 기간을 운영할 뿐 아니라 대학에서 고용한 장학 담당자를 통해 실습의 전 과정에서 예비 교사들에게 거의 1 대 1에 가까운 지도를 하고 있었다. 이런 내실 있는 지도를 받으면서 예비 교사들은 동료성, 현장성, 전문 학습 공동체 등 학교 혁신에 필요한 기본적 소양을 충실하게 학습하여 현장으로 배출된다.
필자는 이런 프로그램 차원의 개혁이 교사 양성 체제에 대한 논의와 별도로 실행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어쩌면 교사 양성 체제 논의보다 더 중요하고 실용적인 접근이다. 그리고 교원 수급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중등에 비해서 초등교사 양성 과정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 개혁을 비교적 쉽게 착수할 수 있다. 문제는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 것이 지니는 중요성을 정책적으로 깊이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언컨대, 좋은 교사를 길러내는 것은 공교육 변화와 혁신의 주춧돌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선 문제를 국가적 의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교사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문제는 단일 대학의 노력을 넘어서는 좀 더 넓은 차원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필요로 하며 과감한 재정 투자도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에서 수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97년부터 청주교육대학교에서 예비 교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수업 연구가 필생의 연구 주제이며 학교 혁신과 더불어 미래 사회를 위한 교육에 관심이 많다. 수업 연구의 새로운 방법으로 수업 비평이라는 연구 장르를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개척하였으며 다양한 연수와 강연을 통해서 전국의 선생님들을 만나고 있다. <교과교육현상의 질적 연구>,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수업,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한국의 교육생태계> 등을 집필하였으며 수업과 학교 혁신을 위한 새로운 책을 준비 중이다. 모든 학생이 소외되지 않고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교육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앞으로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