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 이런 교사만 생존한다
1. 시작말
2030년 교실 수업은 어떤 모습일까? 그때가 되면 지금의 교사 중심 지식 전달식 수업은 대부분 사라지고 지식의 활용이나 창조를 위한 교육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의미 있고 개인의 재능과 강점에 기반을 둔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거나 수업을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사회의 교육은 개인의 흥미와 재능을 살리는 개별화 교육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개별화 교육을 위해서 또 학습자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차세대 ICT나 첨단 기술의 활용도 보편화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개념이 지역사회로,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한편 미래사회에는 학교 밖에서 비공식적으로 배우는 내용도 학력으로 인정되는 것이 지금보다 흔할 것이다. 이는 교육 생태계와 수업방식의 대변화를 의미한다. 이런 변화에 조응해 학교 교사의 역할과 존재방식도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30 미래학교에서 교사의 존재 형태와 역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또 미래에는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교사가 되어야 하는지, 교사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두루 살펴보기로 한다.
2. 교사의 역할을 바꿀 주요 동인(動因)
교사의 존재 방식과 역할 변화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 의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 교육 생태계(educational ecosystem)의 변화
21세기 들어 교육 생태계, 엄격히 말하면 학습 생태계(learning ecosystem)가 많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혁신학교 운동을 기점으로 학교에는 민주적 의사결정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또한 미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어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선택의 여지를 넓혀가려는 노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교육계획을 짤 때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 곳곳에서는 ‘학생이 설계하는 학교 운동(create-your-own-school movement)’이 시도되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는 학교의 존재 형태와 운영방식도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에도 좋은 예가 있다. 의정부에 있는 ‘꿈이룸 학교’란 대안적 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는 민관학이 함께 참여하는 무학년제 학교로서 여러 측면에서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한 주에 500명 이상의 학생이 다양한 배움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앞으로는 큰 학교 안에 작은 학교들이 여러개 존재하고 각 작은 학교 안에는 15-20 단위의 학습동아리들이 특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 학교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고 교육과정도 학생들이 참여하여 교사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은 필수가 될 것이다. 이런 학교들은 한결같이 학생의 만족도가 높고 학교 폭력이 대폭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앞으로는 또 학습자를 지식의 수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창조자로 인식하고 대우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다. 또한 갈수록 체험학습이 강조될 것이며 팀을 이루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매우 흔하게 될 것이다. 이제 교육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단위학교를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지원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직접 나서서 무엇을 배우고 이렇게 가르쳐라는 식의 낡은 접근은 대부분 실패할 것이다. 이런 교육/학습 생태계의 변화는 교사의 역할을 안내자, 촉진자, 학습경험 설계자로 변화하게 만들 것이다.
나. 기술의 변화(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부의 집중, 직업의 생멸 주기 단축, 일자리 부족 등의 부정적 영향도 크지만 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개별화 맞춤학습을 촉진시키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사회의 변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Bring Your Own Device (BYOD), 메이커스페이스, 3D 프린팅, 학습자 적응 학습기술(adaptive learning technology), 디지털 배지, 웨어러블 기술 등이 5년 이내에 학교교실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2030년이면 “전 세계 학생 70%가 디지털 아바타에게 수업을 듣는다”라는 뉴스도 접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암튼 2030년이 되면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학교교육은 기술의 활용,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면대면 수업활동이 과목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25년이 되면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 방향, 진행과정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도구가 일반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학교의 교사에게는 기술을 수업에 활용하는 능력, 이를 통한 학습자 주도 개별 맞춤학습 환경의 구현이 크게 요구된다. 이는 잠자는 아이가 없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며, 교사가 잠자는 교실에서 매일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주]
• Bring Your Own Device (BYOD) – 수업에 학습자 자신의 기기(예: 휴대폰, 휴대용 컴퓨터)를 가지고 와 사용하자는 운동
• 메이커스페이스 – 공동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컴퓨터나 기타 기술적 도구들을 이용하여 서로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
• 적응형 학습기술 – 개인의 학습 수준에 따라 학습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학습기술
• 디지털 배지 – 다양한 학습 환경에서 습득한 스킬, 품질 등에 대해 휴대폰을 이용해 인증해주는 시스템
• 웨어러블 –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 헤드셋, 차는 스마트 워치, 끼는 구글 안경 등과 같이 착용 가능한 정보수집 및 분석기기
다. 역량교육의 강화
세계적으로 역량교육에 대한 붐이 일고 있다. 역량에 관한 OECD의 연구에 의하면 ‘역량(competence)’이란 “단순 지식(knowledge)이나 기능(skills)과 다르며, 그 이상의 것이다. 이는 기능뿐만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태도 등의 심리적 자원까지 동원하여 복잡한 요구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예를 들면 언어 사용능력, 정보통신 활용기술, 소통 대상에 대한 심리적 태도 등을 기반으로 효과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역량인 것이다(Rychen & Salganik, 2003)”처럼 정의하고 있다.
역량은 분절적으로 가르칠 수 없다. 역량 교육은 맥락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만 함양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역량교육은 실제 삶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는 교수법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필연적으로 학습 촉진자, 학습경험 설계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라. 개인화(personalization) 및 개별화(differentiation) 교육 지향
개인화된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은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따라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이는 배울 내용, 흥미, 수준, 속도(pace) 등을 학생에게 맞추고 이런 결정도 학생 스스로 하도록 교사가 도와주는 방식이다. 이런 개인화는 학습 동기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고, 또 이는 평생학습시대의 주요 특징의 하나이기도 하다. 평생학습시대에는 특정 시기에 자신이 배울 내용, 갖출 전문성을 개인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한편 개별화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는 표준화된 교육과정 아래 교사 주도의 수업으로 개인화와 차이가 있다. 개별화 지도란 학습자가 배우는 내용, 배우는 방법, 배운 내용을 표현하는 양식을 학습자의 준비 수준, 흥미, 선호하는 학습 양식과 일치시키는 과정이다(Tomlinson, 2008). 현재 한국에서 개인별 맞춤학습이란 개별화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아직 교사 중심의 지식 전달식 수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별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학생이 주도하는 개인화(personalized) 학습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학습할 내용과 방법, 수준과 속도 등에 있어서 개인이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중앙정부는 지금의 표준화를 점차적으로 유연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최소한의 프레임만 제공한 뒤 단위학교들에게 큰 폭의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한편 교사는 점진적으로 학습 책임을 학생에게로 이양(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해야 한다. 이를 잘 실현하고 있는 예가 의정부의 ‘꿈이룸 학교(일명 몽실夢實학교)’다.
지금 세계의 주요국들은 산업시대의 학교체제를 개별화 교육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사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개인화된 학습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실현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런 변화를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교사는 교단의 현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학습환경 설계자, 안내자, 촉진자, 동기유발자, 학습기획자, 멘토 등의 역할을 위한 준비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 학습자의 자기 결정권 강화
학습자의 자기 결정권 강화는 학습의 수동적 수용자나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배울 내용, 배우는 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는 능동적 학습자가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학습동기를 강화하기 위한 일이다. 학습자의 학습동기는 ‘목적의식과 의미(purpose & meaning), 학습의 주인의식(ownership of learning), 학습자의 자기 선택(choice), 자기결정(control), 참여(engagement), 자율(autonomy), 도전적 과제(challenge), 완전한 습득(mastery) 등’을 통해 강화된다. 한국은 학교든, 가정이든 학생들에게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기회를 주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다. 이제 한국도 학습자를 존중하는 의미뿐만 아니라 무너진 교실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라도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하다.
• 기획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planners)
•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학생(students as teachers)
• 교사 전문성 개발의 파트너로서의 학생(students as professional development partners)
•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생(students as decision-makers)
• 변화를 위한 작업의 동반자로의 학생(working With not For students)
바로 이 부분이 한국의 학교교육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난제다. 교사가 기존의 관습을 버리고 교단의 현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학습자 곁으로 가서 안내자, 촉진자, 동기유발자, 학습기획자, 멘토 등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금보다 좀 더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의 교사 양성과 임용도 이러한 교사의 새로운 상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3. 미래학교 교사의 역할 변화
미래학교의 교사의 역할 변화는 주로 교수법의 변화로 인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21세기는 뇌과학의 발달,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학교교육은 점점 더 학습자 중심 교육, 개별화 지도와 학습을 지향하게 된다. 아울러 의미 있는 교육이 되기 위해 맥락이 있고 실제의 삶과 관련된 체험을 중시하는 학습이 강조될 전망이다. 이런 교수학습을 대표하는 교수법으로 학습자 중심 학습(learner-centered learning), 능동 학습(active learning), 차별화 지도(individualized instruction).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 자기조직화학습(self-organized learning), 블렌디드 학습(blended learning),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등이 강화될 전망이다.
가. 교사의 역할 변화 모델1
다음은 미래학교의 한 모형으로 거론되는 ‘학습공원’(learning park)에서의 교사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는 교사의 역할 변화를 학습촉진자·프로젝트 관리자·코치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학교로 ‘학습공원’을 소개하는 것은 한국의 학교교육이 2030년에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서가 아니라 바람직한 미래학교의 한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공원이란 미래학교는 조직 운영자들이 팀으로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2030년 미래 사회의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시민의 모임이 아니라 전문가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네트워크를 이루고 자신의 전문성, 지혜, 사랑, 경험 등을 나눔으로써 공헌한다.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팀은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이 팀의 도움을 받으면서 협력하며 학습한다. 학습공원 개념의 학교에서는 아동·청소년의 학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와주는 것이 교수진이다. 이들의 역할은 학습촉진자, 프로젝트 관리자 겸 코치다.
[주] ‘학습공원 – 벨기에의 ‘학습 및 재설계 연구소(The Learning and Redesign Lab)’가 2014년에 공개한 “2030년 미래학교: 어떻게 학습과 연구를 더 매력적이게 만들 수 있을까?(The New School in 2030: How can we make learning and working attractive?)”란 연구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2030 학교교육, 어떻게 재설계해야 하나?”란 주제의 연구에서 인용한 것이다.
▶ 학습 촉진자(facilitators)로서의 교사
학습 촉진자로서의 교사는 수업을 구조화하고, 이끌고 안내한다. 가장 대표적인 역할은 학생들이 일간, 월간, 연간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돕는 일이다. 팀으로 존재하는 교사들은 추가적으로 ‘공식적인 교육과정(formal curriculum)’에 대해 책임을 진다. 미래학교에서의 ‘공식적 교육과정’은 그 비중이나 중요성이 지금보다 많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팀은 책임지고 학습자들이 숙달해야 할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팀은 ‘학습가족(learning family)’이란 단위를 통해서 이런 책임을 수행하는데 이는 무학년제로 운영된다. 이는 작은 학교 내 작은 학습공동체이며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빌면 ‘학습 동아리’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된다. 교사팀은 학습촉진자로서 각 아동의 진전도와 활동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주] ‘학습가족(learning family)’ – 아주 큰 학습공원의 경우, 한 학습공원 내에 작은 학교인 ‘학습 아카데미’가 복수로 존재하고 다시 각 아카데미 내에는 10~15명 규모의 ‘학습가족’ 단위로 특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교사들은 학습공원의 다른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주에 몇 개의 수업활동을 담당할지에 대해 계약을 맺는다. 수업은 오전, 오후, 저녁 반이 있다. 교사들은 약 40%의 시간을 그룹을 단위로 하는 수업에 사용한다. 교사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을 경우 학습공원 내의 다양한 학습공동체를 서로 연결해주는 특별한 임무도 지닌다. 또한 교사들은 학습이 학생의 책임이며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해야 하는 것이란 의식(ownership of learning)을 학생은 물론 가족과 다른 이해당사들이 함께 갖도록 하는 의무도 지닌다. 아울러 교사들은 학부모 및 공동체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 관리자로서 주간 및 야간의 학습활동을 조직하고 조정한다.
▶ 프로젝트 관리자로서의 교사
프로젝트 관리자들은 출신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학습공원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지에 대해 아동들과 협의한다. 학습은 경험 축적을 중시하는 개별화 학습, 현실 세상의 문제 다루기,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의 함양 등이 강조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학습자를 도와 학습자 스스로 자신의 진전 정도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점점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습자들은 각 프로젝트마다 학습일지를 쓴다. 프로젝트 관리자와 학생들은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에는 어떤 종류의 것을 할지 서로 상의하여 결정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또 필요한 경우 학교와 기업 간의 가교 역할을 한다. 이런 프로젝트의 수행에는 동료 코칭이 적극 활용된다.
▶ 코치로서의 교사
코치로서의 역할은 상담심리학 분야를 공부하고 실무 경험을 가진 교사가 할 수 있다. 코칭을 맡은 교사는 아동들에게 개별적으로 각종 피드백을 제공하고 개인의 학습경로에 맞게 안내를 한다. 코치들은 지도를 담당하는 교사팀에게 학습심리에 관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수도 있다.
▶ 코디네이터(coordinator)로서의 교장·교감
학습공원의 관리와 조정을 맡는 사람을 코디네이터라 부른다. 미래학교에서는 전통적인 학교의 교장·교감이란 명칭이 사라지고 ‘학습공원 코디네이터’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학습공원 내에는 여러 개의 작은 학교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 학습공원 내 작은 학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업무를 조정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학교는 ‘지역기반 협력 공동체’이고 민주적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현재와 같은 교장·교감의 명칭이나 기능은 어울리지 않는다.
학습공원 관리자들(=코디네이터)은 목표를 공유하는 타 학습공원들과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학습공원을 경영한다. 학습공원 관리자들은 관련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선발된다. 이들은 학습공원 관리자 전국 위원회를 조직하여 전략적 교육 의제들에 대해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자문 의견을 낸다.
나. 교사의 역할 변화 모델2
다음은 예상되는 미래 고교의 형태 중 하나이다. 하나의 큰 캠퍼스 내에 복수의 학습공동체가 존재한다. 이는 학교 안 작은 학교들이 모여 큰 학교를 이루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각 학습공동체마다 주간 일정표의 운영 방식이 다양하다. 학생이 스스로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선택하고, 직접 지식을 구성하며 학습을 스스로 책임지는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모형이다. 교사의 역할은 1:1 수업, 팀 수업, 팀 프로젝트, 독립된 학습 등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를 것이다.
[표1] 다양한 학습공동체 모델의 주간 일정표

(출처: Kelly, F. S., McCain, T. & Jukes, I. (2009). Teaching the digital generation; No more Cookie-cutter High Schools. California: Corwin Press, p237.)
이상과 같은 학교의 실험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고교 모델은 인문계, 실업계의 통합을 지향하게 될 것이다. 한편 교사는 학교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팀으로 존재하면서 안내자, 멘토의 역할이 주가 될 것이다.
다. 교사의 역할 변화 모델3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 2007)는 자신의 ‘교육의 미래’(The Future of Education, 2007)란 글에서 교사의 새로운 역할을 아래와 같이 제안하고 있다. 매우 혁신적인 아이디어다. 교사들이 자신의 강점, 관심이 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기여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사의 역할과 성장 트랙이 다양화된다. 교육자치가 실현되면 이런 혁신적인 학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과 같은 하향식 접근을 거두고 과감한 상향식 접근으로 다양한 혁신 생태계(innovation ecology)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 학교에 남아 가이드, 코치, 튜터의 역할을 하는 교사
• 경험학습과 이벤트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교사
• 특색 있는 캠프를 기획(학교 안 작은 학교, 학습 동아리)하고 운영하는 교사
• 위험과 실패를 감수하고 혁신에 도전하는 모험정신 함양을 담당하는 교사
• 코스웨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교사
이상과 같은 교사의 새로운 역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여건의 마련이 중요하다. 이런 여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재량권을 대폭 학교에 이양하고 학교수업을 모든 학생에게 의미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 학생 중심 개별화 학습을 실현하는 일이다. 지금의 학교교육 시스템은 소수에게만 의미가 있으며 나머지는 소외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의 규모가 지금보다 대폭 줄어야 하며 교사당 학생 수 역시 15명 이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에는 학교 내 다양한 작은 학습공동체의 운영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교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복수전공 도입도 필수적이다. 한편 농산어촌처럼 학교 규모가 너무 작은 경우에는 여러 학교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 공동교장, 공동 수업, 공동 행사, 자원의 공유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4. 2030년 미래교육을 담당할 교사의 자질
다음 표는 21세기 교사가 갖출 자질을 나타낸다. 21세기 교사는 학습자이며 스스로 삶의 모델이 되어 주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지식을 전수하는 사람에서 벗어나 학습의 책임과 결정권, 주도권을 학생에게 이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표2] 21세기 학교교사가 갖출 자질

출처: http://edorigami.wikispaces.com/21st+Century+Teacher
2030 학교교육을 이끌어갈 교사는 아래와 같은 자질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가.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
교사가 아동의 삶과 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하고 높은 도덕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이때의 높은 도덕성이란 일차적으로 “모든 아동들은 성공적으로 배울 수 있다”라는 높은 기대, 성장 마인드, 신념뿐만 아니라 아울러 “격차를 줄인다”란 사명감 역시 갖춘 사람이다. 이런 신념과 철학이 부족하면 “쟤는 아무리 해도 안 돼”라고 포기하거나 공부를 못 따라오는 학생은 학생 탓이라며 상위권 위주로 수업을 하게 된다. 학교교육의 기능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나. 사회성, 감성 지능이 높고 소통능력이 우수한 사람
좋은 교육은 아동의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다. 아동을 잘 이해하고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사회성, 감성 지능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아동의 입장에서 늘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성, 감성 지능이 높아야 동료교사들과의 관계 맺기도 원만할 수 있다. 그리고 교사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기술도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교사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지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교사는 우수한 인지적 학습능력 외에 따뜻한 가슴, 정의적 역량까지 갖추었을 때만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사는 소통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가정과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 내고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 사회 정의(social justice)를 추구하고 수업에서 실천하는 사람
사회 정의란 인간의 존엄성, 권리, 평등과 같은 가치가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것을 말한다. 교사가 될 사람은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실현하는 데 솔선수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교사는 학교교육을 통해 모든 아동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고 수업을 통해 모든 아동들에게 학습과 성장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학업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일은 사회정의 실현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상위권 대학을 갈 아동들 중심으로 학생부를 관리하는 현재의 학교 문화는 사회정의에 정면 어긋나는 일이다. 약자에게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만이 교사가 되어야 한다. 또한 교사는 격차를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매일, 매순간 성실히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교생 실습이나 교사 연수 그리고 교원을 임용할 때는 소외된 지역이나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의 아동, 장애를 가진 아동들을 가르쳐 보도록 한 후 이의 관찰 결과를 임용 기준의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
라. 21세기 아동·청소년 학습자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사람
21세기 아동청소년들은 신인류라 불릴 정도로 이들만의 특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찰적이기보다는 반응적/반사적 언행을 하고, 충동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또한 주의 집중가능 시간이 매우 짧으며, 문자언어보다 비주얼 자료로 소통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 문제행동을 일삼으며 접근이 불가능해 보이는(unreachable) 아동들도 적지 않다. 미래학교에는 ADHD 등 행동장애나 심리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교사는 이런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아래와 같은 질문의 답을 알기 위해 교사 개인은 물론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 아동들의 학교 밖 삶은 어떤 모습인가?
– 그들은 집에서 어떻게 학습하는가?
– 이들은 어떤 동기와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
– 그들의 부모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 그들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충족되고 있지 못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기 위해서 교사는 어떤 스킬과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가?
마. 교실 내 학생의 다양성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
21세기 교실은 아동의 출신 문화, 계층별 문화자본의 차이, 능력, 학습 준비도 등에서 천차만별이다. 이제는 나이 기준으로 학년과 반을 편성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무학년제, 개별화 수업을 통해 학점제로 전환해야 한다. 미래학교에서는 개별화 수업 스킬을 갖추지 않은 교사는 교단에 서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의 성공 여부는 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잘 대처하며 다양한 아동들을 모두 학습에 참여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다(헬싱키디자인연구소, 2011)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다양성에 대한 대처 능력을 갖춘 교사는 통합교육과 포용적 교육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교사 임용과 연수에서도 다양성에 대한 대처 능력을 매우 중시해야 할 것이다.
바. 끊임없이 학습하는 사람
지식과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아동의 생활지도를 위한 전문 지식도 요구된다. 기술의 발달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개별화 수업을 위한 스킬과 보편적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UDL)에 기반한 수업지도 스킬을 지금부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기술 없이 다양성이 급증하는 교실의 아동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성·감성 역량(social and emotional competencies)을 갖추는 것은 물론, 자신의 마음 챙기기(mindfulness),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회복적 생활지도(restorative-justice programs), 뇌친화적 교수학습 원리(brain-friendly teaching and learning) 등에 관한 전문성을 함께 갖추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 수년 내에 교실 수업에 도입될 신기술이 많다. Bring Your Own Device (BYOD), 메이커스페이스, 3D 프린팅, 학습자 적응 학습기술(adaptive learning technology), 디지털 배지, 웨어러블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교사는 날로 발전하는 기술의 활용에도 민감할 필요가 있다.
사. 현장연구를 기반으로 증거기반 지도를 하는 사람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이 과거 배운 방식대로, 혹은 자신이 선호하는 방식대로 가르친다. 이런 교수방법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수업은 모름지기 학습자의 뇌 속에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진도만 나가면 가르친 것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수업문화며 이런 교수법이 수많은 아동을 낙오자로 만든다.
교사의 현장 연구는 기본적으로 교사의 지도와 학습 사이에 관련성을 연구해서 더 효과적인 교수법을 찾는 과정이다. 이제 교사들은 “나는 오늘 나의 학생들로부터 무엇을 배우게 될까?(What will my students teach me today)?”란 질문을 생활화해야 한다(Dorothy Suskind, 2016). 이것이 교사 현장 연구의 출발점이다.
현장 연구는 동료교사들과 팀을 이루어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학생들과 교사가 한 팀을 이루어 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고 현장 연구라고 해서 주제가 늘 거창할 필요가 없다. 바쁜 일상에 쫓기는 교사들은 아래와 같이 방식으로 현장 연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학생과 상담을 할 때 노트에 기록하고, 활동의 일부는 녹화/녹음하고, 시사점과 관찰 결과를 정기적으로 기록한다. 이를 저녁에 다시 살펴보면서 차기 수업계획에 활용한다.
– 휴대폰을 이용해 학생이 그린 그림, 쓴 글 샘플, 프로젝트 등의 사진을 찍고, 매우 기발한 생각을 했을 때는 인터뷰를 한다. 이를 동료리서치 팀과 공유하기도 하고 발표할 때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 일부 교사들과 리서치 팀을 구성해서 자신의 수업이나 고민에 대해 상의하고, 반응을 들으며, 도움을 받는다.
(Dorothy Suskind, 2016)
5. 맺음말
미래사회 변화와 교사의 새로운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미래사회는 크게 변할 것이고, 머지않아 교사가 교과서 지식을 전수하고 학생은 앉아서 필기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학교교실의 모습은 대부분 모습을 감출 것이다. 미래학교에서는 배울 내용, 배우는 방식, 수준, 속도 등을 학생이 결정하는 일이 점점 더 빈번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들이 학교교육에 활용되면서 개별 맞춤 학습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그리고 학습은 점점 더 실제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고 체험을 통한 학습이 강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프로젝트 수업, 문제해결 수업 등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제 학습자는 더 이상 지식의 수용자가 아니라 지식 생산자로 바뀔 것이다. 이런 추세는 교사의 역할을 크게 바꿀 것이다.
앞으로의 학교교육은 무엇을(what) 어떻게(how) 가르칠까에 관한 것보다는 “학교는 누구를 위해(for whom) 존재하는가?”, “좋은 학교교육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지도법이 학생의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는가?”, “배울 내용과 수준을 앞으로는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우선적으로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학교는 지금부터 이런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교사는 학습의 주도성과 자기결정권을 학생에게 둘려주어야 한다. 아울러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학생을 기획자로서의 학생,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학생, 교사 전문성 개발의 파트너로서의 학생, 의사결정자로서의 학생, 변화를 위한 작업의 동반자로의 학생으로 대우할 때 학교교육은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다.
지금 학교가 처한 상황은 차츰 데워지고 있는 물 항아리 속의 개구리와 같다. 현재에 안주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과감히 점프해서 항아리를 뛰쳐나와야 한다. 교사들은 다가오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에 적응하고 혁신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잠자는 아이들이 없는 교실의 구현은 학생들에게 학습의 주도성을 이양(교육과정 재구성에 참여 시키는 것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사들이 이런 변화를 적극 수용할 때 잠자는 아이들도 줄어들고 더 이상 매일 자괴감과 무력감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의 빠른 적응과 준비를 기대해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교사가 살아남을까? 멀지 않아 개별화 수업의 전문성을 갖추고 교단에서 내려와 학습자 곁에 서서 함께 배우고, 함께 연구하며 학습의 안내자 역할 준비가 된 교사만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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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