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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미국 ASCD, AERA 교육학회를 다녀와서(1)

#210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6.06.01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말이 한국보다 더 실감나는 나라도 있을까. 하지만 필자에게는 4월은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푸는 희망의 달이다. 4월은 세계 교육학회라 할 수 있는 AERA(American Educational Research Association)가 열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운 좋게 AERA뿐만 아니라 교수학습과 리더십에 관한 실제적인 내용을 다루는 ASCD 학회까지 참석할 수 있었다. 두 학회가 며칠 사이로 가까운 지역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두 학회는 상호보완적이다. AERA가 연구 중심의 묵직한 주제들과 수많은 SIG(=Special Interest Group)의 운영을 통해 다양한 교육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들(researchers) 중심의 학회임에 반해 ASCD는 교육의 실천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실행자들(practitioners) 중심의 학회라 할 수 있다. 이런 세계적 학회에 참가하면 세계 주요국들이 고민하고 있는 교육의 문제 해결의 트렌드를 읽고 한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중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 좋다. 새로운 지식뿐만 아니라 새로운 책,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학회 참가의 큰 전리품이다. ASCD는 애틀랜타에서 4월 2~4일 사이에, AERA는 워싱턴 DC에서 4월 8~12일 사이에 개최되었다. 먼저 ASCD를 참관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 ASCD

 

○ ASCD 소개: ASCD는 전 세계 148개국에서 (전임)교육감, 교육전문직, 교수, 교사, 교육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 교육혁신 공동체다. “교수학습과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성을 추구(excellence in learning, teaching, and leading)한다”라는 사명을 가지고 활동한다. 회원은 약 125,000명이고 54개의 기관과 제휴를 맺어 활동하고 있다. 교육 분야 세계의 의사결정자들에게 목소리를 내며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자 한다. 지금도 1943년 창립 당시의 이름인 ‘the 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ASCD)’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오늘날은 ‘Learn, Teach, Lead’라는 슬로건처럼 <학습, 지도,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행본 출판도 활발히 하고 있으며 출판하는 책들의 질이 대체로 우수하다. 정기학회에는 보통 200~300개의 세션이 3일에 걸쳐 열리고 참가인원은 약 10,000명 수준이다. 테마별 3일 단위 학회를 전국을 돌며 연중 개최한다.

 

○ 참가 첫날은 다음과 같은 세션을 듣기로 계획을 세웠다.
• The Wisdom of Grant Wiggins
• Lesson Planning for High-quality Curriculum: Keeping the UbD Framework in Mind
• The Power of One(by Manny Scott)
• Engaging Adolescent Brains 3.0
• Keeping your School on the Cutting Edge with Brain Science
• Next Generation Assessment: A Road Map for the Journey
• Excellence through Equity: Five Principles of Courageous Leadership to Guide Achievement for Every Student

 

○ 첫 세션은 오전 8시에 시작된다. 이 시간대에 듣고 싶은 발표가 많아 어떤 것을 들을지 선택이 어려웠다. 고민 끝에 21세기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는 UbD라는 역순 방식 단원설계 모형에 관한 세션인 The Wisdom of Grant Wiggins와 Lesson Planning for High-Quality Curriculum: Keeping the UbD Framework in Mind을 동시에 소화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UbD는 Understanding by Design의 줄임말이다. 이는 교육과정의 단원 설계 모형의 하나로 ‘설계’대로 따라 가면 ‘이해’가 일어나게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UbD의 핵심은 ‘깊은 이해’다. UbD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의 치명적인 단점인 피상적인 학습을 해결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UbD는 핵심개념을 깊이 이해함으로써 전이(transfer)의 단계까지 이르게 하는 것, 나아가 몇 십 년 후에도 머릿속에 남아 유용하게 쓰일 핵심개념이나 핵심원리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의 ‘이해’란 표현은 한국적 통념이나 블룸의 6가지 교육목표 사다리의 ‘이해하다’와 다른 개념이다. UbD에서 말하는 ‘이해’는 <설명하다(explain), 해석하다(interpret), 적용하다(apply), 관점을 바꾸다(shift perspective), 공감하다(empathize), 자기진단을 하다(self-assess)>를 다 포괄하는 개념이다.

 

핵심개념이나 핵심원리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역순 방식 단원 설계 방식인 UbD가 왜 21세기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가? 지식과 정보가 폭발적으로 느는 시대에 그 수많은 지식을 어떻게 다 습득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미래 학습은 각 개별지식을 관통하는 핵심원리를 깊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식의 생멸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지식 자체만을 습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UbD는 21세기 한국의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참고로 최근 하버드 교육대학원은 이를 재음미하면서 관련 연구에서 Teaching for Understanding(TfU)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도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지식으로 인생을 준비해 나가는 게 불가능한 첫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인생이 배우는 시기와 배운 것을 써먹는 시기로 나뉘던 시대는 지났다.”, “2050년대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 자녀 세대가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80~90%는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란 말을 했다. 지금처럼 활동해보기도 전에 수명이 다할지도 모르는 단편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UbD적 접근을 하게 되면 교과서의 구성, 수업의 진행방식 등이 크게 바뀐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린 지식을 금과옥조처럼 여기지만 UbD는 그렇지 않다. 지식 자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열린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 EQ)을 통해 낱개의 지식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이나 핵심원리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UbD 방식의 단원 설계는 <바람직한 교육목표의 설정(desired results) → 목표에 도달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증거 설정(=평가기준)(evidence)  →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학습활동개발(learning plan)>처럼 3단계로 이뤄진다. 바람직한 교육목표의 도출은 보통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과 핵심개념(big idea)으로 구성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이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될까? 관련 책이나 기사를 읽게 하고 다음 질문에 답을 구하는 탐구수업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은 인간의 권리인가?”
“한 개인은 문화, 종교, 과학, 의술 간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

 

UbD적 접근에서 평가는 어떻게 하는가? 가령 “글쓴이에 의하면 질병의 전염에 관련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주고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되 복수의 증거를 인용하게 하고 왜 그런 증거를 채택했는지 논리를 밝히게 하는 식이다.

 

2015개정교육과정의 공통과학과 공통사회가 이런 시도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론과 원리를 제대로 도입하고 공감의 과정을 갖지도 못했다. 매우 아쉽다.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역순설계 방식은 21세기 학교들에게 보편적인 수업설계방식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한국의 학교수업이 지향해야 할 진화방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도입하였고 대부분의 주에서 채택하기로 결정한 공동교육기준(CCSS)과 차세대 과학 교육과정이 바로 이 UbD 접근을 하고 있다. 이는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각종 역량을 습득하는 데 잘 어울리는 수업설계방식이기도 하다. 교육부와 평가원에서 UbD 접근에 대해 관심과 연구가 이어졌으면 한다. 이것은 단편적 지식 전달식 낡은 교수학습 문화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좋은 방식이다. 각 단원을 대표할 핵심질문을 만들고 이를 위한 단원 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함께 깊이 고민하고 의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전문학습공동체의 활성화와 학교문화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bD를 통한 수업설계는 미국의 많은 학교들이 도입하고 있어서 미국 학교들의 실행 경험은 매년 이 학회를 통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도 참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년의 UbD 관련 발표가 벌써 기대된다.

 

○ 첫날 개막 연단에는 The Power of One의 저자 Manny Scott가 올라왔다. 약 8,000명의 관중 앞에서 그는 매우 영감을 주는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여러분들은 사람들이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까?”,
“여러분들은 오늘날 접근이 불가능해 보이는(unreachable)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까?”

그는 공감과 연민 그리고 지원으로부터 소외된 아동, 청소년들 그리고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배제된 아이들에 대해 희망을 만들고 그 원리를 전파한다. 명 연설가다. 그의 연설에 꼭 따라다니는 두 단어는 “unreachable, unteachable”이다.

 

그는 불행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수감되고, 초·중학교를 다닐 때 1년에 60~90일은 결석을 하는 흑인 소년이었다고 한다. 14세 때 학교를 중퇴하고 16세까지 26개 지역을 옮겨 다니며 살았다. 가장 친했던 친구는 잔인하게 살해를 당했고, 그의 삶에도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에 쌓여 공원의 벤치에 앉아 절망에 빠져있었을 때다. 그때 누군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다가와 용기를 내어 그의 옆자리에 앉았고, 그에게 용기를 주고 새로운 삶을 살도록 인도하는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 낯선 이의 도움으로 그는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고 지금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컨설턴트이자 강연자가 되었다. 또한 그는 Ink International. Inc.란 회사를 만들어 수천 명의 중도탈락자, 자살의 위험에 빠진 아동들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빈곤이란 돈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할 때 찾아갈 사람이 없는 것”이란 그의 말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YouTube에도 올라와 있는 그의 강연을 추천 드린다.

 

○ 오후에도 모든 참가자가 동시에 참가하는 명사들의 세션이 열렸다. 발표자는 『공정을 통한 탁월성 추구(Excellence Through Equity)』란 책의 저자다. 이 책을 제목을 좀더 자세히 풀이하면  ‘공정한 교육을 통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시키기’란 의미다. 교실에서 일상적으로 수업에서 배제되는 아동, 청소년들이 없이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까? 바로 이책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오늘날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며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 영어의 ‘equity’란 말은 흔히 ‘공정, 형평’이라고 번역하지만 이런 번역만으로는 이 단어의 참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다. 이들은 연설에서 equity란 단어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equity :
– 아동들이 학업과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것을 주는 것
– 모든 아동들은 배우는 방식과 배우는 속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각자에 맞게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것


 

두 저자의 연설은 감동 그 자체였다. 먼저 UCLA 교수인 Pedro Noguera가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주로 사회·경제적 여건이 학교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다. 이어서 공저자인 Alan Blankstein은 그의 연설을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으로 시작했다. 그는 ‘희망재단(HOPE Foundation)’의 창립자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데스몬드 투투를 명예회장으로 앉히고 25년간이나 공익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그는 춤을 시작했다. 60이 훌쩍 넘어 보이는 나이지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들은 교사들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핵심질문을 몇 가지 던졌다.

 

-아동들의 학교 밖 삶은 어떤 모습인가?
-그들은 집에서 어떻게 학습하는가?
-이들은 어떤 동기와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들의 부모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그들의 학습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충족되고 있지 못한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이들이 필요한 것을 줄 수 있기 위해서 교사는 어떤 스킬과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가?

 

이는 교사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이런 질문들을 접하는 순간 핀란드의 한 종합학교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교사는 아이들의 삶을 돌보고 가정과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 내는 사람!!”

 

학교 공부나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아이들의 학교 밖 삶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아동의 학교 밖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아동들이 수업 중에 온전히 학습에 참여할 것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이들의 강연에서 들은 또 한 가지 잊지 못할 내용은 “숙제는 equity의 문제다!”란 말이다. 교사가 숙제를 내줄 때 이것이 ‘공정의 문제(issue of equity)’라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인식이 있다면 집에서 숙제를 도와줄 사람이 없는 아동의 경우, 집에서 사전에 공부를 해오는 것을 전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거꾸로 교실(flipped instruction)’이 불공정한 수업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는 알고 있을까? 그리고 이에 대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미국 공교육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 ‘집 없는 아이(homeless)’ 숫자가 1,258,182명이란 슬라이드 내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아팠다. 한국은 집 없는 아이들의 숫자를 이렇게 정확히 꿰고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얘기로 끝을 맺었다. 저자들은 물었다. “교실 내 증가하는 문화적 다양성은 위기(crisis)인가, 기회(opportunity)인가? 벽(walls)인가, 다리(bridges)인가?”

 

한국은 다문화 사회의 도래를 어떻게 맞고 있는가? 어떤 이민 온 가족 자녀들도 한국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정책은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강연장을 빠져 나왔다.

 

○ 점심을 간단히 먹고 오후 시간에는 Engaging Adolescent Brains 3.0! 세션에 참가했다. 필자는 한국의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교육뇌과학(=MBE 융합과학)을 학교에 전파하는 것이 여생의 큰 목표 중 하나인지라 이 세션에 대한 관심이 컸다. 먼저 남녀의 뇌의 차이 설명이 흥미로웠다. 기억에 관여하는 해마, 정서의 뇌라는 편도체 등의 기관들의 크기나 기능에 대한 남녀 간 차이의 설명이 흥미로웠다. 관련 리서치에 의하면 여성은 ‘말을 위한 신경망(wired for talking)’이, 남성은 ‘행동을 위한 신경망(wired for doing)’이 더 우세하다. 또 여성이 감성이 더 풍부한 근거로 ‘정서 담당 중추가 좌뇌, 우뇌에 동시 존재(emotional center in both hemisphere)하고’ 남성은 ‘정서 담당 중추가 주로 우뇌에 존재(emotional center primarily in the right hemisphere)한다’란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한국도 수능에서 언어 관련 과목은 여학생이 늘 앞선다. 여성은 언어 담당 중추가 양뇌에 존재하지만 남성은 주로 좌뇌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언어 정보를 처리할 때 여성은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하고 남성은 주로 좌뇌만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제 머지않아 고등교육 기회 배분을 할 때 이런 남녀 차이를 어떻게 다룰지 관련 논의가 활발해 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수업을 할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남녀 모두에게 공정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라면 노래 부르고 동작을 하면서 배우게 하는 것 등은 남녀 모두에게 공정한 뇌친화적 교수법이 아닐까.

 

○ 이튿날은 아래와 같은 세션을 참가하기로 목표를 잡았다.
• The Building Block for Personalized Learning
• How to Personalize Learning: Tips and Tricks
• Brain-Based Teaching: What can Teachers Learn from the Research?
• The Journey to a Growth Mindset(책 제목)
• Social-Emotional Learning: from Policy to Practice
• Leading with Focus(책 제목)
• Using an Early Warning System to Improve Student Success
• You can’t Build Capacity Alone: A Model of Shared Instructional Leadership

 

○ 이튿날의 첫 강의는 ‘개별 맞춤학습’에 관한 것이었다. 한국에서 쓰이고 있는 이 용어는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다. 영어권에서는 이와 관련해서 크게 ‘학생주도 개인별 맞춤식 학습(personalized learning: PL)’과 ‘교사주도 차별화된 지도(differentiated instruction: DI)’로 나누어진다. 이 둘의 차이를 표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http://education.ky.gov/school/innov/Documents/BB-KM-Personalizedlearningchart-2012.pdf 의 자료 수정보완

 

‘개별 맞춤학습’을 개인과외 하듯이 교사가 개별 지도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큰 오해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한국의 경우 학교교육의 발전 방향은 교사주도 차별화된 지도(DI)에서 학생주도 개인별 맞춤식 학습(PL)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왜 21세기 들어 ‘학생주도 개인별 맞춤학습(personalized learning)’이 강조될까? 모든 아동들은 장래 희망, 흥미, 발달 수준, 준비도(예: 어휘력, 배경지식 등), 학습 속도, 출신 문화 등이 각기 다르다. 오늘날은 교실 내 이런 다양성은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급증했다. 이들에게 과거와 같이 교사가 한 가지 내용을 동일한 방식과 동일 속도로 수업을 할 경우, 소수의 학생만 따라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 학교 교실이 오늘날처럼 무너진 주요 이유의 하나다. 이를 방치할 경우, 이는 사회의 지속가능성, 민주주의의 발전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들은 차별화된 지도(DI)나 개인별 맞춤학습(PL)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대선 후보는 입시중심 교육과 교사 중심 지식 전달식 교육을 종식시킬 수 있는 안목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 3일째인 마지막 날은 아래와 같은 발표를 듣기로 했다.
• Disrupting Poverty: Creating a Poverty-Literate Culture for Student Success
• Establishing a culture that values 21st Century Professional Learning
• Shifting Focus: From Teaching to Learning
• The Motivated Brain: Improving Student Attention, Engagement, and Perseverance

 

○ 셋째 날 아침에 들을 강의 내용에 대한 기대가 가장 컸다. 설레는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필자는 가정배경으로 인한 출발선 차이, 또 이것이 만들어 낼 각종 격차를 학교교육이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에 대해 답을 찾는 것이 여생의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학교교육은 유감스럽게도 가정배경으로 인한 출발선 차이를 오히려 확대시키고 있다. 강의 주제는 ‘학생 성공을 위해 가난의 부정적 요인 종식시키기: 빈곤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학교문화 구축’(Disrupting Poverty: Creating a Poverty-Literate Culture for Student Success)이었다. 이들은 ‘Turning High-Poverty Schools into High-Performing Schools’이란 책의 저자로 수상까지 하였기 때문에 더욱 기대가 되었다. 최근 뇌과학의 연구가 밝힌 바에 의하면 가난이 주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 사회성, 정서발달, 충동성, 인지적 학습 능력 저하 등.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한글이 서툰 다문화 가정 아동들도 그 수가 늘어가고 있다. 도대체 교사는 이런 아동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매우 궁금했다. 앞자리를 차지하고자 일찍 강의장에 도착했기에 강의가 시작되기 전 강사와 인사를 나누고 교바사를 소개했다. 마침 일본에서 활동한 경력도 있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이들은 나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이들의 강의는 “학교개선을 위한 작업은 생각하는 것, 질문하는 것에 관한 것”이란 인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교사들을 향해 말한다. “빈곤층 가정의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학교가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마땅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사회는 학교를 개선하려 하기 전에 빈곤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질문도 던지면서 이에 “yes”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남탓과 아동들에 대한 낮은 기대를 중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는 가난이 아동의 삶과 학습에 주는 영향을 정확히 이해하는가?
-우리는 가난한 가정의 아동들을 위해 더 공정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는가?

 

발표는 한편의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다. 가슴 아픈 장면도 많았지만 빈곤 ‘학포자’가 많은 학교를 성취도가 높은 학교로 바꾸는 전략과 실행도구는 매우 훌륭했다. 이날 바로 도서 전시장에서 이 책을 구입해 밤늦게까지 살펴봤다. 책의 곳곳에 공감의 탄성을 자아내는 구절이 나온다.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학교변화를 위해 갖출 점 2가지: 능력(ability)과 의지(willingness)”
‘한국의 학교들은 능력과 의지가 있는가?’란 질문을 떠올리자 나도 모르게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학교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위해서는 리더들이 사회정의(social justice)란 가치를 지향하는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아동의 학업성취도(academic achievement)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정의라는 것도 존재할 수 없다”
“아~~” 공감과 함께 잘못된 나의 통념이 깨지는 순간을 맞았다.
“사회정의 리더십(social justice leadership)은 아래와 같은 질문에 관심을 가지고 다루어야 한다.”
-공동체의 인적 구성은 지난 수년간 어떻게 변해 왔는가?
-공동체 내의 부와 소득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가?
-누가 가진 자(haves)이고 누가 가지지 못한 자(have-nots)인가?
-어떤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학교는 어떤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가?
-아동의 가족들은 어디 출신인가?
-공동체의 경제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아동의 가족들은 아동의 미래를 위해 어떤 희망과 꿈을 가지고 있는가?
-교육자들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는가?
-공동체 구성원들은 학교교육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학교가 새로운 교사를 채용할 때는 그 교사가 아동들에 대해 높은 기대(expectation)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매우 중요한 얘기이긴 한데 한국의 교사 양성과 선발 때 이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학교 생활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많은 학교의 학급에서 교생실습을 하고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를 관찰하고 이를 통해 교직 적성을 판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장 중요한 리더십 역량은 학습문화, 대화문화, 성찰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시험을 보는 이유는 ‘필요기반 교육과정(need-based curricular)’을 만들고, 자료를 개발하고,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필요기반 교육과정’…한국은 누구의 필요기반 교육과정일까? 아마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것 아닌가? 교과교육과정학자를 위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 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망설임 없이 번역권을 따서 이 책을 출판하기로 결심했다. 제목은 ‘빈곤 학포자까지 다시 깨우는 『학교변화의 새로운 청사진』’으로 가제를 정했다. 이를 메모해두는 순간 이번 학회 참가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ASCD 학회 참가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봤다. 하나는 『Excellence Through Equity』란 책을 만난 것이고 다른 하나는 『Turning High-Poverty Schools into High-Performing Schools』라는 책과 저자를 알게 된 것이라 생각했다. 앞의 책은 ‘모든 아동들(빈곤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받은 아동들 포함)이 학교교육을 통해 패자로 전락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학교와 학습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책은 빈곤층 학생들이 대부분인 학교들을 성취도가 높은 학교로 전환시킨 성공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성공원리를 자세히 설명하는 책이다. OECD가 PISA 성적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문서 이름이 아래와 같이 ‘Excellence through Equity’이기도 하다.

 

『PISA 2012 Results:
Excellence through Equity
Giving Every Student the Chance to Succeed』

 

‘Excellence Through Equity’ – 불과 세 단어밖에 되지 않지만 이 속에 오늘날의 한국 교육을 다시 살릴 답이 들어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한국의 사회 및 교육계의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결국 ‘공정한 교육을 통해 모든 아동의 잠재력을 탁월하게 실현시키기’ 란 목표는 학교 교사가 이에 공감하고 변화의 주체로 나서야 달성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소진(burnout), 무력감, 무너진 교사 공동체 등 학교가 어떻게 ‘Excellence Through Equity’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출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부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스템보다 사람의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이 책의 저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 앞에서 소개한 ‘equity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는 진보든 보수든, 여든 야든 다 동의할 테니까. 위 OECD 문서 제목에 나오는 “모든 학생들이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성공할 수 있는 기회 제공(Giving Every Student the Chance to Succeed)”이 실현되는 날을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알림1] 다음 칼럼에서는 AERA 학회 참관기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알림2] 교바사는 앞으로 ‘공정교육 실현, 교육정의 실현’이란 주제로 매월 1회 학습하고 연구하고, 사회에 의제화하는 모임을 만들까 합니다. 이에 관심 있는 분들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중고생, 대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 교수, 장학사, 일반시민, 교육운동가 등 남녀의 수도 가능한 한 동수로 고르게 구성할 예정입니다.

 

[관련된 지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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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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