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바꾸는사람들

칼럼 검색
칼럼 모아보기
ERICK squareal Research & Innovation Center of Korea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 네비게이터 101 – “수퍼맨, 우리 아이를 구해줘!”

#211 이재경,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석좌교수 2016.06.15

지난 번 칼럼 “바보야, 문제는 GPS야!”에서 한국교육의 문제는 병목현상이고 해결의 열쇠는 GPA(학교성적)가 아니라 GPS(길라잡이)라는 주장을 했다. 목적지에 가는 길이 막혀 있으니, 목적지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 고장난 교육의 길라잡이, 즉 네비게이터를 바르게 작동하게 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두말할 것 없이 비전과 전략이다. 올바른 비전과 전략을 만들고 실현하는 것이 리더십이다. 만약에 정말로 수퍼맨이 있다면 꽉막힌 도로에서 번쩍 차를 들어 올려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날라다 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교육에서 수퍼맨은 누구인가?

 

미국의 공교육 문제를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수퍼맨을 기다리며”(Waiting for Superman)에서는 열악한 교육환경의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가 차터스쿨(charter school)을 애타게 찾는 모습이 나온다. 차터스쿨(헌장학교)은 자율형 공립학교의 형태로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만 계약에 따라 권한을 위탁받은 비영리 조직이나 영리기업 등에 의해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사립학교와 달리 학비부담이 없으면서 대학진학을 기약하는 차터스쿨은 그래서 인기가 있고, 보통 추첨에 의해서 입학을 결정하기 때문에 당첨운을 기다리는 것이다. 특히 대도시 빈곤층 소수민족 학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지역 학교에서 제공되는 불충분한 교육기회와 교사의 질에 대한 불만의 탈출구를 찾는다.

 

그러나 영화에서 멋지게 포장한 차터스쿨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상 일반 공립학교와 학업성과면에서 평균적으로 별 차이가 없고, 물론 우수한 차터스쿨도 있지만 이는 우수한 공립학교가 있는 것처럼 소수일 뿐이다. 한 명의 수퍼맨이 모든 사람을 다 동시에 구해 줄 수 없듯이, 소수의 정예학교들이 모든 학생들을 구제할 수는 없다. 모든 학교가 대입준비 차터스쿨의 상징인 키프(KIPP: Knowledge is Power Program) 처럼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모든 대학이 아이비 리그의 상징인 하바드 처럼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교육 리더십의 역할은 획일적인 100점 만점의 1등 학교 혹은 대학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와 혁신을 통해 독창적인 학교와 대학을 창조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성장모형이 밴치마킹을 통한 일등 따라잡기였는데, 이제는 디지털 시대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거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혁신과 특화 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부패하고 권위주의적인 사회풍토에서 혁신의 싹은 자라지 않는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선공후사와 공리민복의 리더십이다. 아마도 세월호 사건은 리더십 실종의 극단적 폐해를 드러낸 한 사례일 것이다. 그럼에도 특정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리더를 만들어낸 사회 전체의 구조적 비리와 병폐이다. 한국사회의 오랜 전통 때문에 제왕적 일인 지도자가 만능 문제해결사인 것으로 착각한다. 물론 비전을 가진 최고 지도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각 전문영역의 리더가 되어 팀웍을 하는 협치, 즉 분산된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이 학교나 대학과 같은 전문화된 조직의 성공에 필수적이다.

 

한국에서의 교육감 직선제 혹은 대학총장 직선제와 같은 리더 선발을 둘러싼 논쟁을 보면, 민주주의가 왜곡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아이러니하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교육행정 직선제가 없다. 교육감은 주민들이 선출한 교육위원회에서 공모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역량을 가진 교육감을 선발하여 임명한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총장은 대학 이사회에서 세계적인 공모를 통해 엄선된 지원자들 중에서 최고경영자를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만 선택의 방점은 검증된 리더십이다. 직선제는 장점이 있지만 교육과 같은 전문영역에서는 부작용이 크다.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후보자가 선택되어 장기적인 투자와 역량개발 보다는 전시행정과 인센티브(상벌) 위주의 정책을 추구할 위험이 있다.

 

“국가가 당신을 위해서 무엇을 할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라.” 미국 전직 대통령 존 에프 케네디가 미국 국민들을 향해서 한 말이다. 그는 전세계 시민들을 향해서도 말했다. “미국이 당신의 나라를 위해서 무엇을 할지를 묻지 말고, 우리가 함께 전 인류의 자유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물어라.” 이것이 바로 솔선수범의 리더십이다. 결국 교육의 수퍼맨은 대통령도, 교육부 장관도, 교육감도, 그리고 대학총장도 아니다.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키면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가르치시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진정한 수퍼맨이 아닐까. 우리는 그러한 수퍼맨을 아주 많이 필요로 한다. 오늘도 한국 입시지옥에서 학부모들의 함성이 들린다. “수퍼맨, 우리 아이를 구해줘!”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 인쇄(Print)하기

뉴욕주립대 버팔로 교육대학 석좌교수 이재경

연세대 졸업(교육학 학사와 석사) 후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으로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뉴욕주립대 버팔로(University at Buffalo, SUNY) 교육대학 석좌교수(UB Distinguished Professor)로 재직 중이며, 또한 미국 교육학회 펠로우, 스탠포드대 행동과학연구센터 펠로우, 콜로라도대 교육정책센터 펠로우이다. 주요 저서인 "학력격차의 해부"(The Anatomy of Achievement Gaps)를 통해 미국 교육의 수월성, 형평성, 그리고 책무성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였고, 한국과의 국제비교를 통해 새로운 교육개혁 방안을 제시하였다(옥스포드 대학 출판사 발간). 특히 미국의 낙제학생방지법의 효과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 등을 통해 모든 인종 및 사회집단 간의 학력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의 평가와 논의에 기여해왔다.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전글 미국 ASCD, AERA 교육학회를 다녀와서(1) 다음글 학교혁신, 먼저 ‘다홍치마주의’ 극복에서 시작하자
칼럼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