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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사들의 훌륭한 원격수업 대응과 수업혁신 가능성

#534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05.06

지난달 9일 중3, 고3을 시작으로 초중고 전학년에 걸쳐 전면 실시된 원격수업에 대한 평가가 등교개학을 앞두고 활발하다. 지난 2~3주 동안의 원격수업은 비교적 짧은 기간의 경험이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다.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경험, 기회, 자유로움, 학교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과 같은 긍정적 반응과 <별로임, 접속지연, 어쩔 수 없는 선택, 힘듦, 불안한 방학>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공존한다. 한편 교사들에게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꾼 큰 사건,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 위기 상황에서 ICT를 활용한 수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경험하고 확인하는 시간> 등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다. 평소 여러 가지 제약들 때문에 실행이 어려웠던 일들을 교사와 학생의 상호 필요성에 의해 일거에 이뤄내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앞으로 당분간은 등교수업과 온라인 개학이 병행되겠지만 향후는 등교수업 위주가 될 것이다. 학력저하(특히 초등 저학년, 성적 하위권 중고생들), 격차의 심화(디지털 격차, 수업자료 난이도 적합성 차이 등으로 인한), 사교육 의존도 증가 등에 대한 우려가 등교수업을 더욱 재촉한다. 하지만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이 최근 실시한 설문에 응답한 교사 467명 중 57%가 넘는 이들이 등교수업을 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이전보다 더 많이 접목하고 싶어 한다. 이는 향후 교실 수업이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을 지향할 것을 예고한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원격수업: 새로운 도전, 자신감, 변화·협업의 기회

 

그동안 교사가 변하지 않는다고 사회나 교육청, 교육부는 불만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모든 교사들이 매우 짧은 기간에 ICT를 활용하는 기술과 수업 방법을 배우게 하는 놀라운 계기를 마련하였다. 심지어 어떤 선생님은 설문에서 “교사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교사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면서 새로운 수업방식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경험한 것이다. ICT를 활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해볼 수 있었던 것은 힘들었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현장과의 제대로 된 소통도 없이 하향식으로 온라인 개학을 도입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의 교사들은 학습력과 적응력이 탁월한 것이 분명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많은 교사들은 설문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이 변화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한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시작된 원격수업이라서 교사들에게는 많이 당황스런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단톡방을 통해 혹은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지식의 공유와 협업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섬처럼 고립된 존재로 살아가면서 팽배했던 교직사회의 개인주의가 허물어지는 모습도 목도할 수 있었다. 수업의 나눔을 그토록 강조했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들은 교실은 자신만의 공간이라며 문을 걸어 잠그고 수업해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원격수업을 통해 모든 교사들은 수업을 공개하게 되었고 이런 공유를 통해 다른 선생님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서로 나누며 이것의 유익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원격수업이 보여준 개인별 맞춤 수업의 가능성

 

이번 원격수업의 큰 수확 중의 하나는 개인별 맞춤 수업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동안 면대면 교실 상황에서의 개별 맞춤 수업을 모두가 간절히 원했지만 실제 실행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가장 큰 장애요인은 학급당 학생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한정된 시간에 수업 진도를 나가면서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대응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력교사나 더불어교사 제도를 도입한 학교도 있다. 하지만 원격수업은 다르다. 원격 수업의 경우 실시간 양방향 강의가 아닌 경우는 학생마다 학습 시간, 과제 제출 시간, 질문시간이 조금씩 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마음먹기에 따라 학생들이 수행한 과제에 대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피드백을 줄 수 있다. 실제 이렇게 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다.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 못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피드백을 받는 것은 그 자체로 학습에 도움이 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겪는 학습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선생님이 나를 존중하고 특별히 대우해준다고 느끼게 된다. 이는 학습에 주는 도움을 넘어 학생과 교사 간의 관계를 좋게 만든다. ‘원격수업에서 크게 깨달은 점들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교사들의 답변에서도 아래와 같이 개인별 맞춤 수업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도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할 수 있어요.”

 

“힘들긴 하지만 잘만 정착이 되면 개별 맞춤학습이 가능하겠다.”

 

“원격수업에서 교실수업보다 학생 수준별 수업이 더 잘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을 잘하면 보충 및 심화 수업, 자료 제공이 시공간적 한계가 있는 교실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오히려 원격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찾아보고 발견하는 학습, 자기주도 학습의 습관을 만들 수 있고, 다양한 ICT를 활용해서 학교 안에서 할 수 없었던 학습을 하도록 사고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만 원격수업의 경우 잘 디자인하지 않을 경우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개인별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고 이것이 자기주도학습 습관과 학습 동기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학습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 다음은 모든 수준의 학생들에게 학습이 성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위한 수업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점진적 책임 이양 모델(Gradual Release of Responsibility: GRR)’이 대표적인 예다. 이 모델은 교사의 시범보이기(modeling), 학습자의 현재 수준보다 한 단계 위로 올라가기 위한 발판 마련하기(scaffolding), 적절한 안내, 코칭, 형성학습(formative learning)을 위한 피드백 제공하기를 요구한다. GRR에 대한 더 자세한 것은 다른 칼럼에서 설명하겠다.

 

개인별 맞춤 학습이 발전하려면 교사의 역할 변화가 필요하다. 시범을 보이고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는 직접 교수법(direct instruction)이 유용하지만 그 외에는 열심히 지식을 전수하는 교단의 현자 자리에서 내려와 학습 환경을 디자인하고 안내자, 피드백 제공자, 격려자, 조력자로 역할을 바꾸어야 한다. 교사가 학습자 옆으로 빠져줄 때 학습자가 학습의 주연이 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맺음말

 

혁신은 원래 의외의 순간에 의외의 방식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학교가 변할 수 있는가? 교사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등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변화는 다양한 불안과 불확실성을 내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하거나 저항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변화에 대한 많은 고민을 불식시켜주었다. 교사가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많은 교사들이 몸소 보여주었다. 변화의 계기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제공했지만 변화를 의미 있게 만들고 이를 스스로 감당함으로써 성공적 경험을 해본 것은 교사들이다. 그동안 교사들이 변하지 않는다고 그토록 비난했던 분들은 이번 변화를 계기로 머쓱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제대로 주지 않았는데도 교사들은 나름 응급처치를 훌륭하게 해냈다. 이는 세계 주요국들이 부러워하고 경탄할만한 일이다. 누구에게도 변화는 어렵다. 변화가 의미 있다고 생각되고, 작더라도 성공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면 누구나 변화에 앞장설 수 있다. 변화의 원리를 깨달은 것, 그리고 개인별 맞춤 학습의 가능성을 본 것이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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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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