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아이디어, 교과서 집필에 반드시 반영돼야!
목차
1. 시작말
2. 빅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 설계에서의 ‘이해를 위한 문장’
3. ‘쌍둥이 죄악’ 추방을 위한 ‘빅 아이디어’와 ‘이해’ 중심의 수업설계
4. 교과서 집필지침과 심사기준 제대로 만들어야
가. 역량, 성취기준, 핵심개념(big idea) 간의 유기적 관련성 살려야
나. ‘깊은 이해’를 위한 단원 설계는 반드시 구현되도록 해야
다. 뇌친화적 학습원리를 적극 반영해야
라. 학습내용 적정화를 위해 교과서 분량 획일적으로 통제하지 말아야
5. 맺음말
1. 시작말
2015개정 교육과정이 일정대로 고시됐다. 연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매우 유감스럽다. 향후 우려되는 점이 많다. 하지만 이번 교육과정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개정 과정이 졸속이라 하더라도 담긴 뜻까지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필자가 말하는 깊은 뜻이란 ‘빅 아이디어(≒ 대개념, 핵심원리)’의 도입을 일컫는다. 창의·융합교육을 운운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공허한 정치적 구호에 가깝다. 그러나 빅 아이디어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한 점에 대해서는 교육계가 깊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 빅 아이디어와 함께 도입된 ‘역량’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학교 수업에는 역량교육이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한 역량이 강조되거나 고르게 반영되지 않았을 뿐이다. 또 지식기반교육을 제대로 하면 그 속에 역량교육이 다 녹아져 있어서 큰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다. 이에 비해 빅 아이디어 도입은 그 취지를 잘 살리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적용하기에 적합한 과학과 사회 교과에 시범 도입을 해봤으면 좋았을 것을 여건도 무시하고, 검증도 없이 전 과목에 일괄 도입한 것은 무모했다. 빅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을 일부 과목에서만이라도 제대로만 한다면 이는 수업혁신은 물론 내신 개혁, 수능 개혁, 대입 전형의 개혁의 계기로 활용될 수 있다. 빅 아이디어를 통한 단원 수업설계 방식이 2015개정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에는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2. 빅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 설계에서의 ‘이해를 위한 문장’
빅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설계 기법은 미국에서 20세기 후반부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의 특징은 ‘이해를 위한 학습(Learning for Understanding)’이 핵심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과거에도 ‘이해를 위한 학습’을 해오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2015개정 교육과정의 빅 아이디어 도입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해(understanding)’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해에 대해 편향된 시각이 있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블룸이란 학자의 교육목적 분류표가 크게 기여를 했다. 그는 인지적 학습을 ‘지식, 이해, 적용, 분석, 평가, 종합’처럼 나누었는데 2001년 후배 학자들이 이를 ‘알다, 이해하다, 적용하다, 분석하다, 평가하다, 창조하다’로 개정했다. 암튼 이 교육목표에는 ‘이해(하다)’가 포함되어 있고 이는 활용이나 전이(transfer)를 포함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이해하다’란 것은 ‘무슨 뜻인지 아는 것’ 정도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이해’는 이와 차원이 다르다. 이는 전통적인 이해는 물론 수행능력과 수행의 전이(transfer)까지 포함한다. 참고로 빅 아이디어 이론의 틀에서는 ‘이해’뿐만 아니라 ‘학습’이란 의미도 기존의 상식과 다르다.
‘학습’이란 ‘사실적 정보와 기능의 습득(acquisition), 콘텐츠의 의미의 이해와 함의(meaning), 다른 곳에 활용하는 능력(transfer)’을 말한다. 다시 ‘이해’의 의미 파악으로 돌아가면, ‘이해’는 아래 <표 1>의 6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표 1> 이해의 6가지 측면
① 설명하다(explain),
② 해석하다(interpret),
③ 적용·적응하다(apply and adjust),
④ 관점을 가지다(have perspective),
⑤ 공감하다(show empathy),
⑥ 상위인지능력을 갖추다(have self-knowledge)
‘이해’에 대한 이상의 특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이해(를 대표하는 문장)’는 가르칠 수 있는 사실(teachable facts)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는 그 속성상 추상적이고 대부분의 경우에 그 의미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때로는 직관에 반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습자는 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오해도 한다. 교사가 가르치더라도 학습자는 이를 가르치는 대로 이해하지 않게 된다. 예를 들면 ‘헌법과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성문화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표 2>의 ‘내용(일반화된 지식)’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는 이해문(enduring understanding)으로 제시된 것이지만 이는 가르칠 수 있는 사실적 지식에 가까운 것들이 많다. 이는 매 단원 내용을 대표하는 이해문이나 핵심원리(big idea)를 바르게 도출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일임을 보여준다.
<표 2> 통합과학 내용 체계표
| 영역 | 핵심개념 | 내용(일반화된 지식) | 학년(군)별 내용요소 |
| 물질과 규칙성 |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 |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와 지각을 이루는 물질의 기본 단위는 원자이며, 원자 내 전자의 에너지가 변하면 전자기파가 방출되거나 흡수된다. | –보어의 원자모형
–에너지 준위 –전자기파의 스펙트럼 |
| 원소의 주기율 등을 통해 자연의
규칙성을 확인한다. |
–금속과 비금속
–족과 주기 –최외각 전자수 –알칼리금속 –할로젠 |
||
| 원소는 이온결합과 공유결합을 통해 다양한 화합물을 형성한다. | –18족
–옥텟 규칙 –이온결합 –공유결합 –화합물 –화학식 |
위 표의 두 번째 내용 ‘원소의 주기율 등을 통해 자연의 규칙성을 확인한다.’는 활동이지 일반화된 지식도 아니다. 하지만 아래 문학 과목의 ‘일반화된 지식’의 예시는 ‘이해문’에 가깝게 도출되었다고 생각된다.
<표 3> 문학 내용 체계표
| 영역 | 핵심개념 | 내용(일반화된 지식) | 내용요소 |
| 문학의 본질 | 언어,
예술, 언어문화 |
∙문학은 가치 있는 언어문화의 한 양식이다. | ∙문화 양식 |
| 문학의
수용과 생산 |
이해·감상,
비평, 창작 |
∙문학 활동은 다양한 맥락에서 작품을 수용, 생산하는 행위이다. | ∙내용과 형식
∙작가의 개성 ∙공감적, 비판적, 창의적 수용과 소통 ∙재구성 및 창작 ∙다양한 매체 ∙문학과 인접 분야 |
| 한국 문학의
성격과 역사 |
한국어,
문학, 고전 문학, 현대 문학, 문학과 사회, 문학의 역사 |
∙한국 문학은 공동체의 삶과 시대 상황을 담고 있는 민족문화이다. | ∙개념과 범위
∙전통과 특질 ∙시대 상황, 문학과 사회 ∙문학사 ∙지역 문학과 한민족 문학 |
| 문학에 대한
태도 |
자아 성찰,
타자 이해, 소통·연대 |
∙문학은 삶의 다양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활동이다. | ∙내면화
∙삶의 다양성 ∙공동체 ∙문학 활동의 생활화 |
이상의 예시를 통해서 본 ‘깊은 이해’, 즉 ‘디자인에 의한 이해(Understanding by Design: UbD)’은 형식만 갖추었지 이를 읽고 정말 오랜 세월 후까지 오래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지식이나 원리란 느낌을 주지 못한다. 이번 교육과정이 연기되어야 했던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다. 새로운 개념인 만큼 충분히 연구해서 질 높은 것을 도입했어야 했다.
다음에는 ‘이해를 위한 학습(Learning for Understanding)’을 위한 수업설계는 왜 의미가 깊고 기존의 수업 설계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살펴보자.
3. ‘쌍둥이 죄악’ 추방을 위한 ‘빅 아이디어’와 ‘이해’ 중심의 수업설계
‘빅 아이디어’와 ‘이해’ 중심의 수업설계는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 재구조화에 담긴 깊은 뜻이다. 이런 수업설계를 다룬 이론서가 ‘디자인에 의한 이해(Understanding by Design: UbD)’이다. 이는 우연히 이해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 <표 4>와 같은 역순설계(backward design)란 단원 설계 기법을 동원하여 깊은 이해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표 4> 역순설계(backward design)
학습목표 수립 → (관통개념 도출) → 빅 아이디어 도출 → 핵심질문 도출 → 핵심질문의 답 도출을 위한 수업설계 → 평가
소위 UbD에 의한 단원 수업설계는 ‘쌍둥이 죄악(twin sins)’을 범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경계한다. 죄악의 하나는 단원 설계가 활동 지향의 지도가 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지금까지는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학생을 수업에 몰입시키는 수업활동이 최고의 수업으로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UbD는 이를 죄악으로 규정한다. 지금까지의 경험, 체험 활동(hands-on) 중심의 수업은 물리적 활동에 더 많은 초점이 있어 고등정신능력을 신장시키는 활동(minds-on)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활동 중심 수업은 솜사탕 같은 것이어서 당시는 달콤하지만 먹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장기적으로 일관되고, 초점이 있고, 생명력이 큰 학습이 되려면 단순 활동 지향의 수업을 넘어서야 한다. 활동이라도 단원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원리와 핵심질문에 부합한 활동이어야 한다. 수업활동은 GPS 기기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 지점에 이르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최선의 경로를 택한다.
죄악의 다른 하나는 ‘전체 내용을 다 훑기 위해 빠르게 진도 나가기(content coverage)’다.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두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학교수업은 교사가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설명하고 훑는 것이 중심이었다. 빅 아이디어를 도입한 취지는 바로 이런 수업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빅 아이디어를 활용한 수업은 전통적인 단편적 지식들을 관통하는 핵심 원리를 도출하고 이를 핵심질문과 관련 활동을 통해 깊이 이해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먼 훗날 낱개의 지식은 다 잊더라도 일반화된 지식과 핵심원리는 남는 수업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를 지금까지 교수요목(syllabus)처럼 여기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교과서는 교사가 사용해야 하는 여러 자료(resource)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렇더라도 통합과학과 통합사회 교과에서 선보이고 있는 것과 같이 핵심질문을 단원 맨 앞에 제시하고 이의 답을 탐구하는 수업활동을 설계하고 이를 활용해 수업을 해야 한다. 단원이 끝날 쯤에는 모든 학생들이 단원 맨 앞에 제시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별화 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의 도입도 필수적이다.
곧 교과서 집필지침이 발표될 것이다. 그런 지침 속에는 ‘깊은 이해를 위한 수업설계’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빅 아이디어와 핵심질문 중심의 수업 설계의 예시도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런 것을 소홀히 하고 있다면 이번 교육과정 개정작업에서 빅 아이디어를 도입한 것은 허구란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빅 아이디어를 전 과목에 동시 도입한 그 의지로 보면 이번 교과서 집필에도 이런 역순 방식의 단원 설계를 요구할 것이라 믿는다.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UbD 방식의 단원 설계의 핵심 요소의 하나인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s)’이 제시된 것을 보면 이제 역순설계방식의 단원 설계와 수업은 필연적이다. 이는 지금까지 입시를 위한 단편적 지식의 주입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겠다는 대 선언이다. 이는 교과서 집필, 수업방식, 그리고 수능을 포함한 학생 평가에 대해 혁명적 변화를 요구한다. 역량의 강조와 빅 아이디어 중심의 교육과정 재구조화는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한국의 학교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테제(These)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것이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빅 아이디어와 핵심질문을 중심으로 하는 수업설계 방식을 교과서 집필지침을 통해 어떻게 반영하게 할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4. 교과서 집필지침과 심사기준 제대로 만들어야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에는 역량을 강조하고 빅 아이디어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를 도입한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과서 집필이 매우 중요하다. 교과서 집필지침과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점들이 잘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가. 역량, 성취기준, 핵심개념(big idea) 간의 유기적 관련성 살려야
2015개정 교육과정에는 역량함양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총론에는 범교과역량(6가지)이란 이름으로 리스트로 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성취기준에도 녹아져 있다. 이번 교육과정에는 또 핵심개념 혹은 빅 아이디어(big idea))라고 불리는 것이 도입되었다. 한편,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경우를 보면 빅 아이디어를 핵심질문(essential question) 속에 녹이는 방법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제 단원설계를 할 때 역량, 성취기준, 빅 아이디어를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을까가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교사들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참고로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은 미국의 차세대 과학에서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통합시키고 있는지 좋은 예가 있어서 소개한다.
<표 5> 핵심원리/핵심질문 중심의 학습모듈(module) 예
핵심질문(EQ) : “한 개인이 질병의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핵심 개념(big idea) :
① 개인의 선택이 질병의 전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② 기술의 발전은 국내외 질병과 의약 개발에 주요 영향을 끼친다.
③ 질병과 빈곤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역량 예: SCI. 6.6; ELA. 2.1-3
성취기준 차세대과학: 3-LS4-4; 3-5. ETS1-1, 1-3
단원 활동 개괄 이 활동(module)에서 학습자는 전염병에 영향을 주는 과학적/문화적 상황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관련 서적을 폭넓게 정독한다. (A)란 책을 중심으로 해서 다음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하는 활동을 한다.
“건강은 인간의 권리인가?”
“한 개인은 문화, 종교, 과학, 의술 간의 긴장관계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가?”
추가적으로 학습자들은 일련의 관련 글, 직접 체험한 체험, 보고서, 과학 논문 등을 분석하면서 전염병의 이해를 깊게 한다.
수행평가
1. 읽은 내용 분석을 위한 방향제시 질문: “글쓴이에 의하면 질병의 전염에 관련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탐구할 때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해 복수의 증거를 인용한다. 또 자신의 해석을 뒷받침하기 위해 왜 그 증거를 선택했는지 논리를 밝힌다.
2. 소크라테스식 세미나: 소그룹 토론에 참가해 질병의 전염 원인 3가지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평가한다.
3. 성명서 작성: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에 대해 무관심해도 좋은가?”
https://docs.google.com/document/d/1MAvRMGYWrZes4Xhh5VAhuvFMluQuzelMIv6h0_TWIys/edit
이상의 <표 5>에서 보듯이 하나의 단원 설계 내용에 핵심질문, 핵심개념, 역량, 성취기준이 통합되어 있을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단원 설계 방식은 한 단원에서 배우는 모든 내용이 핵심질문 및 핵심개념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단원 설계 방식과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단원 설계는 왜 그 단원을 배워야 하는지 목표가 명확하여 모든 학습자들에게 의미 있는 수업이 되고 그래서 수업에 집중도도 높아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교과서에는 이런 관점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나. ‘깊은 이해’를 위한 단원 설계는 반드시 구현되도록 해야
빅 아이디어를 도입하면서 수업혁신보다는 내용적정화를 위한 수단을 강조했다. 이는 빅 아이디어 도입의 본래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어서 매우 우려가 되었다. 이제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완해야 한다. 이젠 교과서 단원 설계에 ‘깊은 이해를 위한 학습’, ‘디자인에 의한 이해(UbD)’가 잘 구현된 단원 설계 모형도 과목별로 예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쌍둥이 죄악’에 익숙한 교사들이 이런 죄악에서 벗어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UbD 단원 디자인의 3단계가 가장 잘 반영될 수 있는 단원 설계 모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UbD 단원 디자인의 3단계는 아래와 같다.
1) 주요 학습 목표 설정
“이 단원을 통해 어떤 핵심원리(big idea)를 배울 것인가?”
2) 평가 기준 설정(이해와 전이의 능력을 갖추었다는 준거 결정)
“어떤 평가와 평가 결과를 통해 단원 목표가 달성된 것을 확인할 것인가?”
3) 학습계획 설계
“어떤 강의, 활동, 경험을 통해 학습 목표에 도달하고 평가에 성공적이게 할 것인가?”
이상과 같은 절차에 따라 단원이 설계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단위학교에서 교사들끼리 모여 위 1)~3)의 과정을 협의하는 협의체가 가동되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면 좋겠다. 또 수행은 물론 이의 전이까지 목표로 하는 깊은 이해는 상대평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교육과정 개정 정신을 살려 제대로 된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만약 이번 빅 아이디어의 도입을 통해 단편적 지식의 일시적 암기에 목표를 두는 교수학습이 중단되고 ‘깊은 이해’와 궁극적으로 전이를 목표로 하는 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면 이는 교사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 이번 교과별 내용 체계표를 보면 높은 기대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 빅 아이디어를 크게 선전해 놓고 빅 아이디어가 보이지 않는 내용 체계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빅 아이디어가 핵심질문과 일반화된 지식에 제대로 녹아들어가 있다면 빅 아이디어가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시안에서 보여준 일반화된 지식은 대개념 혹은 핵심원리(big idea)를 반영한 그것이 아니다. 실제의 교육과정에서는 일반화된 지식이 핵심원리에 준하는 그런 지식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성해야 할 것이다. 빅 아이디어를 도입하는 근본적인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빅 아이디어가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의 ‘핵심질문’의 역할이 매우 크다. 핵심질문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 열린(open-ended) 질문이다.
• 깊이 생각하게 하는(thought-provoking) 것이어야 한다.
•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홍미로운(engaging) 것이어야 한다.
교사들과 학습자들이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빅 아이디어의 도입은 바로 이 핵심질문과 일반화된 지식이다. 이는 매력적으로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는 매우 많은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번처럼 쫓기듯 급하게 만들면 매우 질이 낮은 것이 나올 수밖에 없다. 너무 아쉽다. 졸속으로 교육과정을 개정한 부작용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과서 집필이라는 남은 과정을 통해 최대한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단원 목표 설정 공간에 아래와 같은 것을 제시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 핵심원리나 이를 반영한 일반화된 지식(enduring understanding)의 제시
• 교과 역량 목표 제시
• 핵심질문 제시
• 목표 도달을 확인하는 방법 서술
이상과 같은 요소들이 단원 첫 쪽에 제시되면 교과서 집필도 이를 의식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는 쌍둥이 죄악을 피하게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 뇌친화적 학습원리를 적극 반영해야
이번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빅 아이디어를 도입한 것은 ‘디자인에 의한 이해(Understanding by Design: UbD)’란 단원 설계 모형을 통해 전이까지 가능한 ‘깊은 이해’에 이르게 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그런데 UbD는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How People Learn, 2001)’라는 뇌과학과 인지과학의 연구 결과에 기반하고 있다. ‘How People Learn(줄여서 HPL)’에 대해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 연구진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이번 빅 아이디어의 모델을 제공한 미국의 차세대 과학은 빅 아이디어에 의한 표준개발을 홍보하는 자료에서 아래와 같은 뇌과학적 접근을 소개하고 있다.
<표 6> 학습은 어떻게 일어나는가(How People Learn)에 대한 연구 결과
| 핵심원리 | 핵심발견내용(for 학생) | 핵심발견내용(for 교사) |
| 학습의
원리1 |
학생은 세상에 대한 사전지식을 가진 상태로 수업에 임한다. | 학생들의 사전지식을 이끌어 내 교수학습에 반영한다. |
| 학습의
원리2 |
• 학생은 기초지식을 잘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낱개의 사실을 개념적 큰 틀 속에서 이해한다. |
교사는 단원에서 가르칠 내용은 물론 그 내용의 개념적 틀까지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
| 학습의
원리3 |
학생은 자신의 학습의 진전을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배워야 한다. |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상위인지능력을 가르친다. |
출처: 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 January 2013 Public Review
위의 내용에서 확인되듯이 학습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사전지식과 배경지식이 중요하다. 학습은 새로운 지식과 관련된 사전지식과 연결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함의는 매우 크다. 교과서 집필 지침이나 심사기준에 단원의 배경지식의 평가, 배경지식의 활성화와 배경지식의 명시적 지도를 강조해야 할 것이다. 또, <표 5>의 내용은 낱개의 사실은 큰 개념의 틀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2015개정 교육과정이 도입한 빅 아이디어 중심의 단원 설계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또, <표 5>의 내용은 자기조절학습과 상위인지능력 지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 역시 명시적으로 지도해야 하는 스킬로 최근 뇌과학에서 특히 강조하는 내용이다.
라. 학습내용 적정화를 위해 교과서 분량 획일적으로 통제하지 말아야
지금까지 교육과정에서 학습목표를 줄이더라도 교과서에서 양을 줄이지 않아 학습량 적정화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많다. 그리고 이번 교육과정 연구 책임자도 공청회에서 교과서 분량에 대해 끝까지 관심을 가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타당해 보일 수 있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학습량을 성취기준의 물리적 개수로, 또 교과서 쪽수로 통제하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학습량 적정화를 교과서 분량으로 통제하려는 접근은 한국의 경우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현실의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보인다. 이런 문화가 형성된 데는 교사별 평가가 정착되어 있지 않은 것과 관련이 깊다. 서로 다르게 가르칠 경우 다시 말해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학교의 반마다 다 다를 경우, 학교 내신 성적의 비교가 불가능해진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학교는 교과서의 모든 내용을 다 가르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는 교육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학생들마다 또는 학교마다 학습에 대한 준비 상태가 다르다. 교과서 내용에 대한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 만일 교육과정에서의 학습량 적정화 목표 20%를 교과서의 물리적 분량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영어 과목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자. 과거 중고교의 영어 교과서는 10단원이 일반적이었다. 여기에 20% 감축 원칙을 적용한다면 이제는 8단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중에 단위학교에서 흥미 있다고 평가되는 것은 4단원을 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중고교의 경우, 읽기와 쓰기를 강조하려는 교육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교과서는 교수학습을 위한 하나의 주요 자료로 봐야지 하나의 교수요목(syllabus)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영어의 경우, 다양한 읽기 소재를 담을 수 있는 교과서 체제를 고민하고 이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만약 교과서 읽기 소재가 8단원으로 너무 적을 경우, 사교육이 이를 보완해 주려 할 것이다. 학습량 적정화도 교과목별 특성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5. 맺음말
2015개정 교육과정은 실행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수능을 개정하려다 무리하게 단 1년만에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한 것이라 제대로 다듬지 못한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재개정이 필요한 것은 해야 하겠지만 후유증을 최소화할 조치가 필요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조치는 교과서를 통해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 중 긍정적인 것은 잘 살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빅 아이디어(=대개념, 핵심원리)의 도입이라고 생각된다. 교사들이 이의 도입취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실행을 통해 수업혁신을 일어나게 해야 한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교육과정 개정에서 무리수를 둬 가면서 빅 아이디어를 전 과목에 일시 도입을 한 점이 그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생소하다. 그리고 이를 통한 수업설계는 기존의 접근과 많이 다르다. 교사들끼리 함께 협의하고 도출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러나 핵심원리와 핵심질문 중심의 수업설계는 장점이 많아 꼭 현장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 집필지침을 통해 혹은 단원모형 샘플을 제공함으로써 교과서 집필자들이나 교사들이 이를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노파심이지만 교사들의 부담과 반발을 염려해서 예전과 비슷하게 단원의 수업설계가 된다면 이는 매우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도입한 취지의 진정성까지 의심받게 될 것이다. 이번 졸속 개정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개정의 의도를 살리고 이에 대한 공감과 긍정성을 이끌어냄으로써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빅 아이디어 도입취지를 잘 살린 교과서 집필을 통해 기존의 단편적 지식 전달식 수업을 혁신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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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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