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 새패러다임 탐색(3): 교육개혁 목표
지금까지 살펴본 우리 교육개혁 실패의 교훈,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과 대응, 하그리브스와 셜리가 제시한 ‘제4의 길’이 주는 시사점 등을 토대로 교육개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 글에서는 교육개혁의 새패러다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교육개혁의 목표, 즉 개혁을 통해 궁극적으로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개혁 목표1
학습열(學習悅)과 교육열(敎育悅) 부흥을 통한 홍익인간(세계시민) 되기
1. 교육 르네상스를 향하여: 홍익인간(세계시민)의 재발견
경제성장 시기의 우리 교육은 우선 필요한 산업인력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실용적인 인재 육성에 바빠 교육기본법 2조에 명기된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교육이념과 ‘1) 인격 도야(陶冶), 2)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 함양을 통한 인간다운 삶 영위, 3)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 실현’이라는 교육목적을 법전에 담아 케비넷에 넣어 두었다. 홍익인간의 이념을 망각한 채 지내온 경제성장기의 우리 교육은 고통스러운 암흑기를 거쳐 왔다. 수단으로서의 가치에 전도된 교육 안에서는 누구나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 마련한 물질적 기반을 토대로 이제는 ‘홍익인간’ 이념을 법전에서 끄집어내어 우리교육의 진정한 이념으로 부활시킬 때가 되었다.
르네상스는 오래된 미래를 부활시켜 다가올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세계는 우리가 겪고 있는 교육과 관련된 고통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을 바라보며 미래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피렌체가 르네상스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새롭게 열었듯이 한국 교육은 홍익인간 이념의 재발견과 부흥을 통해 세계교육의 미래를 밝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교육르네상스 운동은 한국 교육뿐만 아니라 세계교육의 나아갈 길을 밝히는 북극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홍익인간의 이념을 발전시켜 향후 15년간 세계를 이끌어갈 좌표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을 주창하여 채택되었다. 우리교육에게는 홍익인간의 이념의 재해석과 적용 및 발전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방향을 제시해야 할 임무가 부여되었다.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2, 서양의 시민의식(citizenship), 그리고 우리의 홍익인간은 지향점이 같은 삶과 교육의 이념이자 지침이다.
홍익인간 육성이 아니라 ‘되기’를 교육개혁 목표로 제시한 이유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구분 짓는 방식의 교육과 학습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가르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교육개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장 아름다운 스승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이다. 배움을 중단한 교사, 배움의 기쁨을 잊은 교사는 가르침의 길목을 지키기 어렵다. 홍익인간 ‘되기’를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의 배움과 가르침의 기쁨을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학생만 홍익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을 통해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홍익인간으로 변화되어 가야 함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교육개혁 에너지원으로서의 학습열(學習悅)과 교육열(敎育悅)
목표가 뚜렷해지면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교육의 수단적 가치에만 초점을 둔 암흑기에 우리 교육 에너지원은 국가와 사회, 학교, 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교육열(敎育熱)3과 학생의 학습열(學習熱)이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원의 과열, 그리고 이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 결여로 인해 교육열을 안고 살아가는 주체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통을 겪어왔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통해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敎育熱)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실패했다. 5.31 교육개혁안에서는 교육열이 교육과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하며 바람직한 발현 기제를 만들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교육개혁의 영원한 화두는 어찌하면 이 교육열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휘되도록 유도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핵이 일시에 폭발하면 엄청난 재앙이 되지만 핵을 제어하여 생산적으로 활용하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육열과 학습열 또한 잘 제어하고, 제대로 발현되도록 유도하면 우리사회가 교육개혁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강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추진 에너지를 부정적인 에너지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킴으로 가능하다. 에너지 전환의 열쇠는 오래된 미래에 있다. 이는 다름 아닌 공자가 말한 학습열(學習悅)과 맹자가 말한 교육열(敎育悅)이다.
공자가 말한 인생삼락4은 『논어』 「학이」(學而)편에 나오는 것으로 그 첫 번째는 배움의 기쁨 즉, 학습열(學習悅)5이다.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6은 그 세 번째가 교육의 기쁨(敎育樂) 즉, 교육열(敎育悅)이다.7 이처럼 동양에서 교육의 기쁨보다 먼저 이야기된 것은 바로 배움의 기쁨이다. 그동안 경제적으로 풍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과도한 가르침의 열기인 교육열(敎育熱)과 배움의 열기인 학습열(學習熱)이라는 에너지원을 사용해왔으나 그 열기가 주는 고통이 너무 크다. 이제는 유교 전통을 이어받은 우리 안에 살아 숨쉬던 배움의 기쁨(學習悅)과 가르침의 기쁨(敎育悅)을 부활시켜 그 자리를 대신하게 할 때가 되었다.
3. 학습열(學習悅)을 높이는 교육개혁
우리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학생들의 낮은 학습흥미도(學習悅)이다. 반면에 학습열(學習熱) 즉,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공부하고자 하는 열기(熱氣)는 높다. 본 필자는 2008년 한국교육학회의 요청으로 갓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유·초등교육정책을 진단하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때 잡은 논문 제목은 「교육전쟁을 넘어 교육평화로」였고, 이 논문을 통해 주창한 것이 ‘행복교육론’이었다(박남기, 2008). 당시 제시한 행복교육론의 요체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하도록 학생들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배움의 내용에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 “커가는 미래 주역들이 나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회를 꿈꾸고 만들어 가도록 이끄는 교육”, “아이들의 마음 속에, 학부모 마음 속에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사회를 심어주는 교육”이다. 즉 배움의 기쁨(學習悅) 부흥을 통한 행복한 학교 만들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상대평가 상황, 과도한 경쟁 상황에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거의 처절하다 할 정도로 자신과 싸워야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끝없이 반복 학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습의 기쁨을 맛보기가 어렵다. 배움의 기쁨을 높여주기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과도한 경쟁상황이 완화되도록 신실력주의사회를 구축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범위형 대입제도8를 포함하여 보완책을 마련해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속에서도 높은 학습흥미도를 유지하고 있는 학생들을 찾아 그들로부터 해법을 찾는 ‘밝은점 찾기’ 전략도 구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각주
- 이 글은 한국교육정책연구소와 한국교육행정학회가 개최한 「5.31교육개혁과 학교교육의 혁신」 세미나에서 발표한 「학교혁신의 방향과 과제: 교육개혁을 위한 새패러다임 탐색」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 우분투(ubuntu)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헌신에 중점을 둔 윤리 사상이다. 남아프리카의 반투어에서 유래된 말로, 아프리카의 전통적 사상이며 평화운동의 사상적 뿌리이다. 넬슨 만델라가 우분투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이야기 중에 “우분투는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일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러분 주변의 공동체가 더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느냐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다(위키피디아 백과). 우리의 홍익인간의 이념과 맥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분투’는 2015 미주대륙 국제비교교육학회(CIES. Comparative and International Eduction Society)의 핵심 주제였다.
- 박남기(2003)는 「교육전쟁론」에서 학부모만이 아니라 국가, 사회, 기업, 학교, 교사 등도 독자적인 교육열의 주체임을 밝히고 있다.
- 공자의 삼락 중 첫 번째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이다.
- 인생삼락에서 사용한 열(說)자는 기쁠열(悅)의 본자이다.
- 인생삼락에서 사용한 열(說)자는 기쁠열(悅)의 본자이다.
- 참고로 살펴보면 기록에 남아 있는 동양 치맛바람 1호는 맹자 어머니라고 한다. 이는 맹모삼천지교의 고사와 공부하러 다니던 맹자가 잠시 게으름을 피우자 짜던 베를 잘라 훈계한 데서 비롯되었다는 ‘결단(決斷)’이라는 말의 유래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어머니의 영향인지 맹자는 군자삼락을 이야기할 때 그 중의 하나로 교육의 기쁨(敎育悅)을 들고 있다.
- 박남기(2015.05.01)의 「대입 문제 완화를 위한 제안: 범위형 대입제도」 서울신문, 27면 참고.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50501027001&spage=1)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동대학원 교육학과 교육행정학(석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교육행정 정책학과(박사)를 졸업하였다. 1993년부터 광주교대에 근무하면서 학급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을 역임 중이다. 광주교대 총장을 역임(교대총장협의회의장직 수행)하면서 초등교원양성교육 개혁을 위해 노력하였다. 저서로는 교육전쟁론,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등 10여권이 있고,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였다. 한국교육 경험을 통해 세계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결과 마르퀴스 후즈 후 인더월드와 영국 캠브리지 국제인명사전(IBC) 두 곳에 등재되었다. 블로그 <그들이 말하지 않은 우리교육 이야기>(http://ngpark60.blog.me/) 운영 등을 통해 한국교육을 새로운 시각에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제자들과 함께 <교육나눔운동본부>를 설립하여 소외계층 자녀 교육을 위해서도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