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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 재검토

#145 윤여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2015.06.03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문제를 전제한다. 즉, 문제가 되는 부문이나 부분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과 방식으로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개혁이다. 여기서 어떤 것을 문제로 보는 것은 문제의식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개혁에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사람이 나서게 된다. 따라서 문제의식의 타당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과 방식의 적합성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이 글에서는 교육개혁 자체에 대해 재검토하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1. 교육과 제도교육

 

교육개혁을 한다고 할 때 개혁하는 ‘교육’은, 정확히 말하면, ‘제도교육’이다. ‘제도교육’은 제도에 의해 작동되는 교육, 그래서 제도화된 교육이다. 학교교육이 그 대표적인 예다. 따라서 제도교육은 제도화되지 않은 교육과 구분된다. 교육학에서는 제도화되었든 제도화되지 않았든 모든 교육에 주목한다면, 법은 그 중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규율할 수 있는 교육에 주목한다. 법에 근거하여 규율하는 것이 제도이며, 교육의 일부 또한 제도에 의해 포섭될 수 있다.

 

제도에 의해 포섭된 교육은 제도적 틀을 벗어나는 것 자체에 대해 제한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제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제도는 엄정한 법에 의해 규율되지만 그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특정한 제도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이에 따른 다양한 실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위법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제도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제도교육인 학교교육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한 양태가 벌어지며, 제도에 초점을 맞추는 한 그것이 얼마나 교육적인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제도교육은 제도화되기 이전의 교육을 전제한다. 제도화되기 이전의 교육은 일상적인 생활사태 속에서 진행되는 교육이며, 여기에는 경우에 따라서 교육학의 교육 개념에 의해서만 포착될 수 있는 교육도 존재한다. 즉, 자신이 하는 활동을 교육이라고 의식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을 제도화하게 되면 교육에 대해 좀 더 의식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된다. 제도화는 특정 개인이 주도할 수는 있지만 국가의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가시화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제도화되지 않은 교육 중 국가가 관심을 갖는 교육에 대해 제도화가 진행되고, 그 결과 제도교육이 형성되는 것이다.

 

제도교육은 국가가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법에 의해 규율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을 갖는다. 국가에서는 제도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과 제도교육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도교육이 적법하게 운영되는 것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건이나 상황이 변하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다양한 해석과 실천에 따라 변이가 생기게 된다. 이 중에는 국정의 기조에 부합하는 것도 있지만 부합하지 않는 것도 있다.

 

교육개혁은 국정의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교육의 양태를 문제 삼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다. 5.31 교육개혁에서는 당시를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를 맞이하여 이에 대처해야 할 적절한 시점으로 파악하고,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 평생학습사회를 구현한다는 기조 아래 그것이 가능하도록, 달리 말하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에 이어 평생교육을 좀 더 제도화하였고, 이전의 사회교육 단계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을 해결하는 데 주목하였다.

 

 

2. 교육개혁에서 개혁안 마련의 주체

 

5.31 교육개혁을 주도한 것은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이하 “교개위”)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개혁안을 교개위에서 마련하고, 대통령 보고 이후 이것을 교육부에서 집행하는 방식으로 교육개혁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교개위에는 관련 부처의 장관과 대학 교수를 포함하여 전문가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연구소의 연구원과 현장 실무에 밝은 전문가가 전문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위원회에 올리는 안건을 전문위원이 작성한다는 점에서 전문위원의 역할이 크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전문위원이 마련한 초안을 점검하는 상임위원과 위원장의 역할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임위원이 위원장에게 보고하면서 조율하고, 전문위원과 함께 작업하면서 모든 상황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상임위원의 역할이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상임위원이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이것을 전문위원으로 꾸려지는 작업팀과 얼마나 공유하는지에 따라 교육개혁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함의한다.

 

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정되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에 청와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다시 수정되기도 하지만, 결국 교육개혁을 추동하는 문제의식을 갖고 이를 정련시키는 주체는 작업팀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팀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위원들은 작업팀의 문제의식을 정련시키는 데 조력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갖게 되었고, 그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이며, 그 문제의식을 교육개혁안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 관련 국제조직에서 출간한 자료, 세계의 미래 전망과 관련된 자료, 교육부의 정책평가 자료, 연구소에서 출간한 자료, 기타 참조할 만한 자료 등 많은 자료를 검토한다. 그러나 문명사적 전환의 시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기 때문에 실제 작업에서는 이미 이에 대한 대처 경험이 있는 선진 사례에 주목하게 되고, 그 방향으로 가는 토대와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정당화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작업에서 실제로 직면하는 어려움은 선진 사례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할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선진 사례는 바람직하다는 전제 아래 그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교육 현실에는 문제가 있다는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여기서 우리 교육 현실의 문제점은 내적으로 파악된 것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부여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교육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각종 자료로 뒷받침되기는 하지만, 구체화되기보다는 오히려 추상화되고,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 속에서 우리의 교육 현실은 뒤틀린 모습으로 드러난다.

 

제도의 굴레나 속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제도 밖으로 사고하면서 제도 내에서 틈새를 찾아 좀 더 진전된 교육실천을 하려는 노력은 언제나 존재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노력을 하는 사람은 대내‧외적인 영향력이 낮고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이들은 그 필요를 절실하게 인식하고 온몸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간다. 우리나라에서 초기에 ‘열린 교육’을 시도했던 교사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에 열린 교육을 시도한 교사들은 교사의 닫힌 사고를 문제 삼고, 학교의 경직된 관행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5.31 교육개혁안에서 열린 교육사회를 제시하면서 이들의 문제의식은 묻히고 교개위의 문제의식은 부각되었다. 그리고 이들이 교실에서 실천한 방안들은 교개위에 의해 장차 개혁해야 할 안으로 제시되었다. 이렇게 교육개혁의 추진을 위해 실질적인 주체가 되어야 할 사람들은 전면에 부각되지 못하고 교육개혁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배경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3. 교육개혁의 추진 과정

 

교개위에서 5.31 교육개혁안을 마련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교육부가 받아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혁안 중에는 기존의 법률에 근거해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기존의 법률을 개정하거나 새롭게 법률을 제정해야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법률을 개정하고 제정하는 과정은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육 관련 위원회 위원들과 협력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직접 법률의 개정과 제정을 발의하는 경우에는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숙지하게 되지만, 정부의 필요에 의해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경우에는 관련 위원회 국회의원들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여 국회 통과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자해득을 뜻하는 문해에 한정하지 않고 기능문해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문해(literacy)의 개념이 확장되었고, 이것이 국제기구를 통해 일반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 조항의 용어로 문해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평생교육법」에 ‘문자해득’이라는 용어를 쓰게 된 것도 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법률이 개정되거나 제정되면 정부에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제정해야 한다. 이 과정 또한 간단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법률을 개정하거나 제정하는 것만큼 어렵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 겨우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므로 이제 이에 따라 개혁안을 추진하기 위한 각종 행정절차를 따르고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교개위에 교육부 사무관과 서기관이 파견되어 전체 맥락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교육부 전체로 보면 이 맥락을 공유하지 않은 직원이 대다수다. 열린 교육이나 평생학습 또는 평생교육과 같이 교육개혁안 전체를 관통하는 이념 또는 가치 지향은 특히 곧바로 공유되지 않는다. 개혁안마다 담당부서가 배치되고, 해당 부서가 개혁안을 분절된 상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히 이해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적을 위해 최대한 행정적인 절차에 따라 거의 기계적으로 개혁안을 추진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국정 기조에 따라 추진되는 교육개혁안, 그 중에서도 5.31 교육개혁안과 같이 제도교육의 전 범위를 망라하는 교육개혁안은 그 수도 많아서 교육부에서는 이를 추진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에게 보고된 교육개혁안이기 때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추진해야 하고, 그 실적이 보고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교육개혁안이 추진될 때 교육부는 기존에 해오던 일과 새롭게 추가된 일이 혼재되면서 양자가 상승효과를 나타내기보다는 양자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거나 오히려 전자조차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비판의 근거가 되고, 이로 인해 다시 개혁을 이어가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5.31 교육개혁의 경우 개혁안은 교개위에서 마련하였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개혁안에 대한 실행안을 마련하였다. 이 실행안 중에는 교육부 산하 중간조직을 통해 시행하는 것도 있지만 지역의 대학이나 교육 관련 기관과 단체, 그리고 지역교육청을 거쳐 단위학교에서 시행해야 하는 것도 있다. 조금은 길 수도 있는 경로를 거치는 동안 개혁의 취지나 절실함은 흐려지고, 실적 보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실행안을 보고 평소에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음을 경험하면서 좀더 적극적으로 개혁에 동참하는 경우도 나타나게 된다.

 

정부 사업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교육부는 자체 평가를 실시하며, 국무조정실을 통해 평가를 받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평가는 단위사업별 평가방식을 취하게 된다. 그래서 단위사업들이 서로 맞물려 전체적으로 어떤 상승효과를 창출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단위사업들이 다른 단위사업들과 어떻게 연계되어야 하는지에 주목하여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러한 평가를 거치면서 모든 교육개혁 작업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건이 된다. 하나의 사업에 대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 과정을 추적하면서 평가 결과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좀더 진전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사람도(빈번한 인사이동 때문에), 부서도(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조직되기 때문에) 없다보니 이러이러한 교육개혁을 추진했다는 식으로 양적으로 나열되는 양태가 반복된다.

 

특정 교육개혁안과 관련하여 전체적인 흐름을 꿰차고 있는 직원도 거의 없고, 마찬가지로 특정 교육개혁안과 관련하여 현장에 기초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연구결과를 토대로 그 개혁안으로 표현된 주제에 대한 학술적 논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학자도 거의 없어 빈약한 연구기반의 정책 현실 또한 반복된다. 요컨대,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보여주고 있는 전체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며, 이러한 자화상에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일조하고 있다.

 

 

4. 향후 교육개혁의 과제

 

교육개혁에서 개혁하는 것은 제도교육이고, 이 제도교육은 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은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개혁과 관련하여 법의 개정이나 제정 자체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에서 교육 관련 법은 상황적 필요에 의해 계속 새롭게 제정되어 왔고, 그렇게 제정된 법은 다시 상황적 변화에 따라 계속 개정되어 왔다. 여기서 단일 법 안에서의 일관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법 간의 일관성과 체계성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5.31 교육개혁 조치의 하나로 기존의 「교육법」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으로 구체화되었다. 「교육기본법」 제9조 제1항에서는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아교육을 위해 둔 학교가 유치원이며, 초등교육과 중등교육 그리고 고등교육을 위해 둔 학교는 매우 다양하다. 「초‧중등교육법」 제4장 학교에는 제4절부터 초등학교, 공민학교, 중학교, 방송통신중학교, 고등공민학교, 고등학교, 방송통신고등학교, 근로청소년을 위한 특별학급, 고등기술학교, 특수학교, 특수학급, 전공과, 각종학교, 외국인학교, 대안학교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초‧중등교육을 시행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학교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초‧중등교육법」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을 다루는 법이 아니다. 「고등교육법」 제3장 학교에는 제2절부터 대학(대학원, 대학원대학 포함), 산업대학, 교육대학(사범대학, 종합교원양성대학 포함), 전문대학, 원격대학, 기술대학, 각종학교에 관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다. 고등교육을 시행하는 거의 모든 형태의 학교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고등교육법」은 대학, 전문대학만을 다루는 법이 아니다.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은 초등교육, 중등교육, 고등교육에 주목하고 있으며, 여기서 말하는 초등, 중등, 고등은 교육의 수준이 아니라 다루는 교과내용의 수준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므로 초등, 중등, 고등 수준의 교과내용을 다루는 모든 학교는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평생교육법」에 의해 이 논리는 일관성을 갖기 어렵게 되어 있다. 「평생교육법」 제5장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제29조에서 평생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으로 학교(학교 부설 평생교육시설 포함)를 명시하고 있고, 제31조부터 학교형태의 평생교육시설, 사내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원격대학형태의 평생교육시설, 사업장 부설 평생교육시설, 시민사회단체 부설 평생교육시설, 언론기관 부설 평생교육시설, 지식인력개발 관련 평생교육시설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 어느 기관도 초등, 중등 또는 고등 수준의 교과내용을 다루지 않는 기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 평생교육기관을 「평생교육법」에서 별도로 규율해야 할 명분은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의 학교라는 장에서 이미 다양한 형태의 학교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한다.

 

「교육기본법」 제9조 제2항에서는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 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를 다루고 있는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서는 평생교육과 관련된 사항을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과 「고등교육법」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교는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 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하는 것이 특별법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그 대표적인 예다.

 

「교육기본법」의 적용을 교육부에서 관할하는 기관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면 타 부처에서 관여하는 교육의 경우에도 제도교육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교육기본법」 제5조 제1항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보장하여야 하며,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은 「평생교육법」 제4장에서 명시하고 있는 평생교육사가 범 부처적으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지역)실정에 맞는 교육을 위해 활용되어야 하는 법적 근거이기도 하다.

 

요컨대, 교육과 관련되어 있는 법은 총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한 시대의 지적 수준이라는 한계는 불가피하지만, 이전 시대부터 제정되고 개정되어 온 교육 관련 법률 전체를 총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법이 제정되고 개정된 역사를 추적하고, 조항들을 세세하게 분석하는 대규모 작업을 해야 하고, 법조계, 학계, 학교교육을 넘어서는 교육계, 그리고 정치계가 공동작업을 해야 한다.

 

교육개혁을 한다고 할 때 분명히 해야 할 점은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정보가 유통되는 세상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수교육에 대해 법제화하기 이전에 이미 특수교육은 존재하였으며, 대안교육에 대해 법제화하기 이전에 이미 대안교육은 존재하였다. 이 점은 모든 제도교육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교육개혁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선진 사례를 참조하면서 마치 우리나라에는 그러한 사례가 전혀 없는 것처럼(우리나라는 선진국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러한 사례가 전혀 없을 수도 있지만, 애써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래야 교육이 진행되는 현실의 세세함에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러한 사례를 찾게 되면 바로 그 사례, 우리나라에서의 사례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제도교육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안을 모색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방식을 취할 수 있다. 현재 제도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아 그의 사례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교육개혁을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처럼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현재의 교육 현실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며, 현재의 교육 현실을 문제로 보는 시각이 다양한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현실에 문제가 있는 것보다 현재의 교육 현실을 문제로 보는 시각에 더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교육 현실을 문제로 보는 시각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개혁을 일상화하는 것은 개혁 피로증을 가져 온다. 그러나 개혁 자체에 대한 메타인식은 교육 현장의 생기를 더욱 살려내면서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개혁을 구상하고, 경우에 따라 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사람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한 가지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기본법」 제3조는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8조 제1항과 제2항에는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하며, 모든 국민은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6년의 초등교육은 초등학교교육으로 한정되지 않고 초등 수준의 교과내용을 다루는 교육을 의미하며, 3년의 중등교육은 중학교교육으로 한정되지 않고 중등초기 수준의 교과내용을 다루는 교육을 의미한다. 그런데 과연 모든 국민이 이 권리를 누리고 있는가? 국민의 권리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무가 수반된다. 「평생교육법」 제6장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해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교육청 포함)가 우선적으로 주목함으로써 「교육기본법」 제8조 제2항에 대한 위법적인 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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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윤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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