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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교육감 1심 판결과 직선제폐지론, 어처구니없다

#144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2015.05.21

서울교육은 또다시 진보교육감의 무덤이 될 것인가. 사법의 이름으로 또다시 서울교육감을 찍은 수백만의 민의가 당선무효 처리되고 말 것인가. 서울교육을 떠도는 악령이 다시 한번 서울교육을 흔드는 데 성공할 것인가. 지난 4월23일 서울중앙법원이 조희연 교육감에게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하여 벌금 5백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이래 대다수 시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이다. 한편 1심 판결에 환호하는 보수언론과 보수단체들은 조희연 교육감의 낙마를 기정사실화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교육감직선제 폐지론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1심판결은 문제투성이로 2심에서 뒤집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직선제폐지론 역시 희망사항일 뿐 논거가 박약하기 그지없다.

 

조희연 재판의 사실관계는 복잡할 것 하나 없이 아주 간단하다. 지난 5월의 선거운동 당시 조희연 후보는 기자회견과 방송인터뷰로 총3회, 고승덕 후보에게 영주권보유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이것이 사실이라면 교육감후보로서 자격이 없으니 고 후보가 적극 해명해줄 것을 촉구한다. 이 사안은 고 후보가 미국비자발급기록 여권사본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단 3일 만에 깨끗하게 정리된다. 당시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의혹에 대해, 통상적인 선거판에서 보기 드물게 점잖은 방식으로 공개적인 해명요구를 했다가 바로 의혹이 해소된 전형적인 후보검증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조 후보가 제3자의 의혹제기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과정도 없이 가정적 표현을 동원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하였다고 판단했다. 즉, 그 의혹제기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 후보는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 확대 재생산 중인 의혹에 대해 의혹당사자에게 직접 그 해명을 요구했을 뿐이므로 엄격하게 볼 때에는 사실관계도 재판부가 본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설령 조 후보가 제3자의 의혹제기를 바탕으로 가정적 표현을 사용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가정해도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미국이민법 전문변호사조차 고 후보의 자녀들이 미국시민권자라는 사실과 고 후보 자신이 미국로펌에서 2년 넘게 일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일반시민들이 고 후보에게 의혹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증언했을 정도다. 더욱이 영주권 보유의혹에 대한 객관적 확인은 미국정부만이 해줄 수 있는 것으로서 검찰도 4개월이 걸려서 가능했을 정도였다.

 

또한 많은 특종기록을 보유한 국내최고의 탐사전문기자가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공하고 그에 대해 수많은 네티즌들이 다양한 추론을 통해 뜨겁게 맞장구치는 상황이었다. 조 후보가 공개기자회견을 하고 고 후보에게 해명요구를 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혹제기가 사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최소한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사안까지 허위사실유포죄로 처벌하라는 것이 선거법의 취지는 아닐 것이다.

 

만약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다른 어떤 경우보다 보장받아야 할 선거과정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거꾸로 심대하게 위축된다. 후보검증과 관련해서도 객관적 확인이 용이하지 않은 의혹제기는 완벽 봉쇄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대법원은 오직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있을 때만 선거과정에서 허위사실유포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한함으로써 검찰권의 자의적 행사로부터 선거과정과 선거민의를 보호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나 후보비방죄는 자칫 권력에 밉보인 당선자를 제멋대로 사후에 기소하고 퇴출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하기 쉽다.

 

항소심 재판부는 “과연 이 정도의 의혹제기와 해명요구로 교육감직을 박탈하며 학교현장을 뒤흔드는 게 말이 되냐”며 울분을 토로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제까지 공직선거법 사건을 마치 일반 형사사건 다루듯 해오던 사법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수백만 유권자의 선택을 무효로 돌리는 당선무효형을 내리는 경우에 법원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특히 비례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헌법과 법해석의 기본원칙인 과잉금지 원칙은 법원에 투표결과로서 나타난 유권자의 신임, 즉 선거결과의 안정성과 상대후보의 피해정도를 제대로 저울에 달아볼 것을 명령한다.

 

실제로는 제1심 재판부가 조 교육감에게 허위사실공표죄의 최저형량인 벌금500만원을 선고하며 내세운 양형사유도 무죄사유에 다름 아니다. 첫째,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고승덕이 낙선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낙선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발언, 그것도 의혹해명요구 발언을 꼬투리 잡아 교육감직 상실형을 선고했다는 자기고해가 아닐 수 없다. 둘째, “교육감 후보자의 영주권 보유 여부는 공적 사항으로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는 선출직의 경우 선거과정에서 적격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희연 후보의 발언 동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헌법과 선거법이 허용하는 정당한 발언 동기를 상대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보고 처벌했다는 뜻이다. 이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정의로운 분별을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더 나아가서 제1심 재판부는 당시 조 후보의 구체적 발언 행위는 “상대후보인 고승덕에게 객관적인 소명자료의 제시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조희연 후보는 “고승덕 후보가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제1심 재판부가 밝힌 바와 같이 조 후보는 일관되게, 공개적으로 제기된 영주권 보유의혹이 있으니 고승덕 후보가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여 의혹을 해소할 것을 촉구하였다. 여기에 어떤 허위사실 공표행위가 있나? 번지수가 틀려도 단단히 틀린 셈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들만으로도 나는 항소심재판부가 1심판결을 시원하게 뒤집어줄 것으로 확신한다. 2심 법원이 구마사가 돼 악령을 쫓아내고 조 교육감이 부활할 날만 남았다.

 

교육감직선제 폐지론도 치명적으로 논거가 박약하다. 무엇보다도 직선제 폐지를 제일 목청 높여 주장하는 교총이 본래 교육감직선제는 물론 교육장직선제까지 주창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막상 교육감직선제를 해본 결과 진보교육감의 득세가 분명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보수진영이 내놓은 고육지책이 교육감직선제 폐지론이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모습을 취한다. 하나는 학부모와 교원에게만 투표권을 인정하자는 제한선거제다. 그러나 공교육은 모든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지 지금의 학부모와 교원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공교육이 만들어내는 민주주의의 미래는 모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학부모와 교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시민이 공교육의 주인이라는 점에서 모든 시민이 투표권을 갖는 게 이치에 맞다.

 

시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의 러닝메이트 제도는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갈등소지를 원천 봉쇄하고 긴밀한 협력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일견 장점이 있다. 보수진영의 입장에서는 시도지사를 차지하는 지역에선 교육감도 덩달아 딸려오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첫째, 헌법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령한다. 몇 가지 세부사항에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교육감의 당적보유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만약 당적을 가진 시도지사 후보와 당적이 없는 교육감 후보가 러닝메이트가 돼 한 몸으로 선거를 치른다면 선거운동과정은 물론 당선 후 활동과정에서 교육감이 시도지사의 당파성에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에도, 당적이 없고 공식 러닝메이트가 아니었던 관계로 시도지사나 그 배후 정당에 대해 몹시 당당할 수 있었다. 더욱이 러닝메이트 제도 아래서는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에 대해 선택의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된 러닝메이트 교육감은 독자직선 교육감에 비해 시도지사와 소속정당에 휘둘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러닝메이트 교육감은 지금의 독자직선 교육감보다 시도지사의 당파적인 요구에 따라야 할 경우, 즉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타협해야 할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학계의 다수의견이 러닝메이트 제도에 부정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짐작한다.

 

또 하나의 반대이유로는 러닝메이트 제도의 민의왜곡 효과를 들 수 있다. 2010년과 2014년의 서울교육감 선거결과가 좋은 보기다. 두 번의 동시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서울교육감 단일후보가 거둔 득표율은 유사성향의 서울시장 후보에 비해 10% 정도 낮았다. 이는 시장과 교육감에 대해 다른 선택을 한 유권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교육감 선택기준과 시장 선택기준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이는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의 헌법적 요청과 교육에 대한 현실적 욕구를 감안할 때 얼마든지 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할 수도 있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이러한 차이를 드러내지 못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다. 러닝메이트 제도 아래서는 득표나 실표 원인을 시장과 교육감 중 어느 1인에게 돌리는 게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러닝메이트 제도 아래서는 독립직선제와 달리 매력소재도, 책임소재도 흐려진다. 직선제의 장점은 유권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책임소재를 물을 수 있다는 것인데 러닝메이트 제도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한계를 드러낸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선 해방이후 지금까지 지방자치가 행정자치와 교육자치로 이원화돼 교육자치가 행정자치와 독립적, 자율적으로 운영돼왔다. 전통적으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중시해온 우리나라 고유의 제도적 산물이다. 2006년에 도입된 교육감 독자직선제는 이러한 전통의 최정점에 서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시도지사와 교육감은 철저하게 독립적인 별개기관이었다. 임명직 시절에도 인사와 조직, 재정 운영 등 모든 면에서 교육감은 시도지사에 대해 철저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했다. 양자 모두가 선출직으로 바뀌고 나서도 교육감 후보와 시도지사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어떠한 공식적 연계도 허용되지 않았다. 시도지사 후보의 당적보유에 따른 당파성의 전염 우려로 말미암아 교육감 후보와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 제도는 철저하게 경계의 대상이었다. 나는 지금도 이러한 경계를 풀어야 할 어떠한 특단의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

 

요컨대, 헌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교육감의 독립직선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제도가 지고지선이라는 뜻은 아니다. 교육자치는 광역시도보다는 시군구 단위에서 시행되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본래 자치는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단위에서의 자치라야 더 빛이 난다. 시민참여와 책임추궁이 쉽고 관료제가 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시군구 단위라면 충분히 교육자치와 직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총이 본래의 정신을 회복하여 교육감직선제 폐지 주장을 버리고 교육장직선제를 추가적으로 요구하면 흔쾌하게 함께하고 싶다. 그날이 어서 오길 바란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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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시교육감 곽노현

서울법대와 펜실베니아대 로스쿨에서 수학한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며 노동법, 사회보장법, 공정거래법, 인권법을 가르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과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5.18 시민상을 수상했다. '행복한 교육혁명'을 가치로 2010년 6월 2일 서울교육감으로 선출돼 공교육의 표준 교체와 교육행정 혁신을 시도했다. 대표적 교육정책으로는 체벌금지와 학생인권, 문/예/체 교육과 혁신학교가 꼽힌다. 인사, 사학, 시설, 구매 등 모든 교육행정에서 시민참여와 투명성을 북돋으며 사회적 책임을 불어넣기 위해 애썼다. 701일이라는 짧은 교육감 재임기간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2.0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를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4월부터 펙트TV에서 '곽노현의 나비프로젝트, 훨훨 날아봐'로 진보적 관점의 교육전문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징검다리 교육감> 등이 있다. 본래 강자를 법의 지배 아래, 약자를 법의 보호 아래 두는 법치주의의 전사였으나 이제는 교육계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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