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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학교급의 특성화를 위한 사고 실험

#73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수 2014.06.02

오늘날 중학교 학생들이 소위 질풍노도의 정체성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연령대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중학교라는 학교급의 정체성 혼란이 그를 더욱 부채질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초등학교는 경험중심의 교육과정과 돌봄을 위한 학급담임제 등을, 그리고 고등학교는 심화 선택된 지식 교과와 대입 준비를 그 고유한 정체성으로 정착시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분리된 20세기 초중반 이래로 교육과정 및 그 운영 면에 있어서 고등학교의 하위 학교급 쯤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 결과, 작금의 중학교 연령대 학생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은 청소년 시기의 정체성 혼란과 더불어 학교급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중학교 구조적 문제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 말은 분명 보다 그 나이 대에 걸맞은 교육과정과 문화를 개척해서 정착시킬 수 있다면 오늘날 중학교 아이들이 겪는 병폐 현상들이 좀 더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불거진 자유학기제가 중학교급에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즉 초등학교나 고등학교와 차별된 중학교 학교급만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도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초등학교급과 고등학교급과는 차별된 정체성, 즉 중학교만의 고유한 교육과정과 문화를 어떻게 바로 세워 나갈 수 있을지 하는 방안이다. 자유학기제의 시도와 과제가 특정 정부의 일시적인 정책이 내놓은 단기적 처방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탐색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점에서 재음미해보아야 한다. 여기서, 마침 최근에 불거져온 아젠다, 즉 경험과 지식을 다른 의미에서 포괄하고자 하는 역량, 이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의 논리와 방안들은 그래서 더욱 중학교급에서 탐색하고 시도해볼만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학기제와 역량기반 교육과정에서 핵심 사안인 진로교육에 대해서 보다 원론적인 수준으로 돌아가 재검토해야 한다. 계기교육1화되는 진로교육 행사성 프로그램이 되는 체험활동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 교과 시간이나 학교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는 여지를 넓혀 나가야 한다. 삶의 무늬로서 문화를 갖도록 하는 것, 그 학교만의 문화, 그 학급만의 문화, 그 동아리만의 문화 또한 한 가지 고려해볼만한 방안이다. 한창 정체성 전환기에 놓여 있는 아이들에게 삶의 무늬를 스스로 이루며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자신을 추슬러 나갈 수 있는 힘과 정서를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의 진로! 즉, 나다움을 경험하고 탐색해가는 시간과 경험은 항상 직업 정보의 탐색과 연관되어 있을까? 설령 진로의 의미가 그런 좁은 의미만을 뜻하는 것이어도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활해 나가는 가운데 언제 어디서 진로의 의미를 깨닫게 될까 하는 것은 예단할 수 없다. 그것은 ‘어떤’ 주지교과 시간에 느낄 수도 있고 선생님과 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어느 수학교과 전문가는 어렵고 지루한 수학이라도 학생들이 제대로 경험한다면 정서적 감수성을 맛보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해주기도 하였다.

 

나다움은 탐색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회복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교사 또는 동료 학우들 간 정서적 유대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인격적 존재 가치와 자기애를 맛보게 된다. 물론 그러한 정서적 유대는 생활 지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교과 내용을 다루면서 지적인 호기심을 공유하는 가운데 긴밀하고 끈끈한 유대감과 자신을 느낄 수도 있다. 어느 심리학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일에 몰입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오늘의 진도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얼마나 지적인 호기심을 조장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지만 말이다.

 

예컨대 자유학기제를 시도해 보려고 하는 학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기에 앞서 몇 가지 질문을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내가 이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 시간에 참여하고 있구나’ 라고 하는 정서적 동기를 학생들은 가지고 있는가? 참된 지식에 대한 배움이라면 그것은 항상 실천으로서, 실천과 함께, 실천으로 공유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천으로 공유되는 이상 정체성 경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이 나다움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과정과 특별한 교육방법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한다고 해도 그리고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아무리 많아도, 여전히 학생 개개인이 그 시간 동안에 자신의 성장이 주변으로부터 돌보아지고 있다는 정서적 경험을 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한 정서적 경험의 기획은 아마도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교급이 그 연령대에 맞는 아이들에게 더욱 맞는 ‘인격체’로 거듭 나기 위해서 중학교는 중학교다워져야 한다. 고등학교를 모델로 한 현행 중학교 교육과정과 문화는 초등학교급의 교육과정과 문화를 변용 이식함으로써 새로운 혼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좀 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육과정다워져야 한다.

 

우선, 초등학교에서 교육과정상에 명시하고 있는 교과와 비교과 구분은 폐기시킴으로써 초등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의 특성, 즉 전인적 통합과 경험이라는 특성을 보다 가시화해야 한다. 교육과정 기준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과와 비교과 구분은 교육과정적인 의미에서가 아닌 공급자 편의주의 그리고 학교조직의 관료화에서 비롯된 것이며, 학교 현장에서 전인적 경험과 활동을 교육에서 소홀하게 만드는 기능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오용되어 왔다. 실제로 비교과 교육은 관리나 기획 그리고 운영 면에서 교과 교육에 비해 학교 측의 비용과 수고를 훨씬 많이 요구한다. 그러나 수요자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비교과 활동에 대한 경험은 교과 수업에서의 경험만큼이나 귀중하다. 그리고 교과든 비교과든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학교에서 하는 다 같은 교육과정일 뿐 그 구분은 무의미하다. 예컨대 비교과 시간에 경험한 사회에 관한 이해는 비교과 경험의 산물이고, 사회 교과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사회 체험은 교과 지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실지로 일일이 확인해 보아야 할 사안이기는 하지만 국가 교육과정에 교과와 비교과의 구분이 명시되어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교과와 비교과의 구분 폐기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이 교과 기준이 아닌 학습 기준으로 재구성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나아가 고등학교는 중학교 흔적을 지워내고 준 고등교육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사교육과 자격증 검토가 재고되어야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사는 그 양성체제를 분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교사는 일반 교과로 편입된 전문 교과까지 섭렵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인 역량을 고양시켜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교사 수준에서의 교육과정 재구성은 결국 해당 영역에 대한 섭렵 정도에 의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섭렵의 정도가 깊어진다면 지적인 능력의 운용의 폭이 넓어지게 되며 따라서 상투적인 진도 나가기를 통한 전달식 설명과 문제풀이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고등학교 교직 수준에서는 단선형 양성과 임용의 현행 체제를 벗어나 지금보다 훨씬 다양화된 진입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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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계기교육은 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되지 않은 특정 주제에 대해 이루어지는 교육이다. 특정 기념일 또는 시사적인 의미를 가진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삼일절을 맞아 삼일절에 대해 선생님이 수업하는 것, 한국전쟁 기념일을 맞이하여 한국전쟁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 등이 대표적인 계기교육이다. (위키백과)
인하대학교 교수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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