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는 교육에도 희망을 주는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오갔으면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지난 10년 동안의 교육의 변화를 뒤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10년 후의 교육을 잠깐 상상해 볼까요. 어떤 미래가 떠오르시나요? 지난 10년과 비슷한가요, 더 나쁜 모습인가요, 아니면 조금은 나아진 모습인가요? 정부의 강한 통제, 교육개혁의 질, 교육시스템, 학교시스템, 학교문화, 입시제도, 교육 불평등 등에서 전반적으로 의미 있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제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10년 후 한국의 학교교육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학교교실 상황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일상적으로 많은 아동들이 배움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대부분이 가난한 가정 출신이고 이런 학교 상황을 이대로 유지하면 이는 향후 계층 양극화, 소득 양극화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은 평생을 가난하게 혹은 불행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학교교실의 붕괴현상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지도,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미봉책만 쓰며 이런 상황을 결과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심각한 무능이고, 무책임이며, 비도덕적,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요한 갈퉁의 표현을 빌면 사회적 폭력입니다.
모든 아동들이 매일 학교에서 진정한 배움에 참여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새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한들 교육이 바뀌겠어?”라는 패배주의나 냉소주의에 젖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렇게 된 원인을 정부는 ‘교사 탓이 크다’라 하고, 교사는 ‘정부 탓이 크다’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책임이 크지만 일차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것은 역대 정부들이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은 그 외의 이해당사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새해 우리 모두 결연한 각오로 새 출발을 했으면 합니다.
모두가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10년 후에도 학교교육은 어떤 모습으로든 존재하겠지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큰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를 내맡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인가?’.
학교교육과 관련해서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학교교육의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아래 두 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학교가 모든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 공간이 된다.
학생들의 뇌는 학교에 오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래 3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나는 선생님들로부터 인정받고 동료사회에 수용될 수 있을까?[관계와 소속감]”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이 내게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저걸 내가 왜 배워야 할까?[의미]”
“나는 과제를 해낼 수 있을까(=수업을 따라 갈 수 있을까)?[이해]”
이상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긍정일 때만 학습자의 뇌 속에 학습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은 50%가 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오늘날 교실 붕괴의 원인에 대해서는 가정배경부터, 인터넷의 부정적 영향까지 다양한 분석이 있습니다. 가정배경, 인터넷 모두 학교교육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모든 아동들이 긍정적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이 이루어진다면 가정배경과 인터넷의 부정적 영향의 많은 부분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Jensen, 2013). 따라서 교실붕괴의 진짜 원인은 학교가 위 3가지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을 제공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교사의 동기가 충만한 학교가 된다.
오늘날의 교직은 점점 더 아동의 배움과 삶을 돌보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돌보기 위한 직업의 수단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연금을 탈 수 있는 만큼 경력을 채우고 나면 많은 교사들이 명퇴를 생각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교사가 학생 지도를 위해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의미 있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고, 인성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볼 때 교사는 큰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교사들은 말합니다. “변화의 동기가 마련되지 않아요.”, “어떤 정책도 정권만 바뀌면 뒤집히고 바뀌거나 사라질 텐데 누가 하는 척 하는 것 이상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교사는 이런 말도 합니다. “정부는 하라는 것만 끊임없이 밑으로 내려 보내고 교사들의 목소리는 위로 올라가는 통로가 없습니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 전제되지 않고는 어떤 동기도 유발되지 않습니다. 민주적 협의체를 통해 교사가 학교운영에 많은 발언권을 가지는 것은 물론 참여를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방법이 수치화 되면 안 됩니다. 교사는 점수로 평가하면 그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어떤 수치도 만들어 보여줄 수 있습니다.”
모든 학생을 몰입시키고, 모든 학생의 뇌에 매일매일 학습이 일어나게 하는 것,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수업연구에 전념하면서 학생들과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의미 있는 소통을 하는 것, 이를 통해 제자들의 긍정적 변화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를 가능하게 할까요? 아래 10가지가 교육을 바꾸기 위한 핵심 과제며, 핵심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1. 학생의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인 안전한 학교, 존중받는 학교, 교사와의 진정한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고, 학교의 조직구조를 수업중심으로 바꾼다.
2. 모든 학습자가 공통으로 배워야 하는 내용은 최소화하고, 개인의 재능, 흥미, 진로, 수준, 학습 양식, 학습 속도를 최대한 존중할 수 있는 개별화 교육과정을 지향함으로써 한 사람도 수업에서 소외시키지 않는다.
3.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부터 질높은 예방 및 개입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학교의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약 4-5% 집단에 대해서는 심리치료사, 정신과의사, 사회복지사, 상담교사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칭 ‘학교성공팀’을 만들어 가동한다.
4. 국가주도의 모든 표준화시험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최소화한다. Test less, Assess more(교육의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기 위해 수업 중 양질의 피드백과 형성평가의 활성화)을 실현한다.
5. 초등학교 입학 시점에서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누리과정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6. 교사를 수동적 존재로 만들고 전문성 향상을 가로막는 현재의 교육과정 운영방식과 교육행정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재설계한다(예: 핀란드와 같이 국가는 플랫폼 제공자가 되는 운영방식을 통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임).
7. 단위학교에서 최적의 교수학습 환경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혁신할 수 있도록 교원의 양성, 임용, 배치, 진급, 전보에 관한 현재의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다.
8. 모든 학교교육의 개혁에는 정책결정자, 학자(연구자) 외에 교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해 정책의 현장적합성을 높이도록 한다.
9. 학교에 대한 책무성 이행 조치는 장학과 감사, 성적공개를 통한 경쟁 유발 등 외적 통제수단을 통해 이루려는 관행을 중단하고, 학교내 민주적 거버넌스를 정착시키고, 교사에 대한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확대함으로써 집단적 책임감과 자발성, 투명성 강화를 통해 기존의 책무성 제도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도록 한다.
10. 학교 시스템과 자원만으로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고, 붕괴된 교실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학교, 가정, 지역사회가 교육을 공동으로 책임지는 방향으로 학교 시스템을 진화시키고 책무성도 그것에 맞게 진화시킨다.
이제 현재와 같은 교육 시스템과 교육 내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2014년은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를 유지시키는 힘이 무엇인가를 면밀히 살피고 그 힘을 하나씩 해체하거나 줄이기 위해 사회적 힘을 키워야 합니다.
‘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Can Education Change Society?)(Apple, 2013)’라는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교육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사회, 정치, 문화 각 분야에 걸친 근본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물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기존의 중심 질서를 벗어난 통합체(decentered unities)를 구축하고 지킴으로써 집단적 힘(collective strength)을 키울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여정은 매우 길고 험난하다는 점에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사회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들이나 집단이 ‘연대해서 지속적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교육은 물론 사회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력이지만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 모두에게 희망이 있고,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새해도 많은 공감, 격려,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4년 1월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