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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비전을 만들어요.”

#52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3.12.18

목차

1. 비전이란 무엇인가?
2. 비전은 어떤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나?
3. 한국의 국가수준의 교육비전은 무엇이어야 하나?
4. 미래의 교육과정,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5. 마무리

 

현 정부는 최근 교육과정 개정 논의에 착수했다. 필자는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바 있다. 한국의 학교교육이 지향해야 할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을 탐색하는 자리였다. 세계의 교육과정의 개혁 방향을 소개하면서 교육과정 총론에 ‘핵심가치’와 ‘비전’이 꼭 담기기를 주장하였다. 아울러 주요국의 교육비전의 예를 들며, 비전은 어떤 절차로 어떻게 만드는지를 소개하면서 비전개발이든 교육과정 개혁이든 원칙과 절차를 제대로 만들어 개발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필자의 발제 내용을 일부 수정, 보완하여 이 칼럼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1. 비전이란 무엇인가?

 

비전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한 조직이나 단체의 ‘만들어가고 싶은 바람직한 미래상(an image of the future we seek to create)’이다. 즉 비전이란 ‘꿈(dream)이 담긴 목표(goal)!’인 것이다. 현 정부가 한국의 교육비전을 수립하겠다면 그것은 최소한 10-20년 미래를 내다보면서 만들어야 하는 과제며 앞으로 남은 4년 안에 이루고 싶은 미래상을 의미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4년이란 짧은 기간 안에 이루고자 하는 것은 매우 구체적인 목표(objective)에 해당된다. 교육과정을 제대로 개정하기 위해서는 연구와 준비에 최소한 4-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vision)은 4년이란 단기간에 달성될 수 없는 것들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국가교육의 비전 모색 토론회’에서 필자는 ‘비전은 특정 정권의 통치 기간을 초월한 비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제하고 토론을 시작하였다. 우선, 세계 주요국의 교육비전의 예를 통해 비전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가.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에 맞추어, “Thinking Schools, Learning Nation”이란 국가의 새로운 교육 비전을 1997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이 비전 슬로건은 21세기는 학습 능력이 국가의 부를 결정할 것이란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Thinking School은 학교가 과거처럼 단편적 지식을 전수하는 곳에서 창의력, 고등사고능력, 평생학습의 열정을 키워 개인 및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것이고 한편, Learning Nation은 학습을 국가 문화로 정착시켜서 창의와 혁신이 사회 곳곳에서 활발히 일어나게 하자는 꿈을 담고 있다(Lee et al., 2008).

 

매우 간명하고 임팩트(impact)가 있으며 기억이나 공유하기도 쉽다. 매우 탁월한 비전 슬로건이라고 생각된다.

 

나. 미국

 

‘No Child Left Behind’, 이는 아동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Act)의 앞부분 표현이다. 이를 공식적으로 비전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는 위 싱가포르의 비전과 맞먹는 매우 훌륭한 비전이다. 이를 풀어 쓰면 “미국은 2014년까지 읽기, 쓰기, 산수 과목에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는 공교육 시스템을 만들겠다!”와 같이 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잘 된 비전의 예로 인용되는 “앞으로 10년 이내 미국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것입니다(By the end of the decade, we will put a man on the moon.)”란 캐네디 대통령이 제시한 비전에 필적할 만한 비전문이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하나의 중대한 목표를 비전으로 설정하는 것도 매우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다. 핀란드

 

핀란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교육과정 기본 전략 문서(Learning and Competence, 2020)에서 2020년까지 달성하고자하는 비전을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폭넓은 교육과정 운영, 탁월성 추구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건강하고 행복한 삶, 경제적 경쟁력 확보(Broad-based education and excellence guarantee a sustainable future, well-being and economic competitiveness)’

 

감동적이거나 가슴을 울리는 그런 매력은 없으나 2020년까지 이루고 싶은 미래상을 꾸밈없이 서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 캐나다(연방정부)

 

‘모든 캐나다인들을 위한 21세기형 학습 모델 구현(21st Century models of learning for all Canadians)’

 

이는 2012년 작성된 ‘의식전환(Shifting Minds)’이란 제목의 문서(A 21st Century Vision of Public Education for Canada)에 소개되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보면 매우 괜찮은 내용이다. 하지만 비전선언문 자체로만 보면 싱가포르나 미국의 비전에 비하여 영감을 주거나 구체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마. 캐나다(온타리오 주)

 

온타리오 주는 교육비전을 아래와 같이 두 문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 ‘온타리오 주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공교육 시스템에 소속되어 높은 학업성취도와 참여와 몰입이라는 혜택을 지속 누리게 될 것이다.’

 

– ‘성공적인 학습의 결과, 모든 학생들은 삶에 필요한 기능, 지식의 습득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가지며 나아가 평생학습자가 되어 사회의 번영과 통합에 기여하는 사람이 된다.

 

(출처: http://www.edu.gov.on.ca/eng/about/excellent.html)

 

온티리오 주의 교육비전은 간명하지는 못해도 미래에 도달하고 싶은 바람직한 모습은 충실하게 그리고 있다. 이를 한 마디로 압축을 하여 ‘모든 아동들에게 꿈‧활력‧힘을 불어 넣는 시스템(a system that “energizes” everyone)’이라고 밝히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관련 문서가 슬로건으로 사용하고 있는 ‘Support Every Child, Reach Every Student’만으로도 훌륭한 비전문이라고 생각된다.

 

바. 세계 주요 비영리 단체의 비전 예

 

사명과 목표가 비교적 단순한 비영리 공익단체의 비전 몇 가지를 소개한다. 간명하고 울림이 크며, 매력적인 것들이 많다.

 

Oxfam ‘빈곤이 없는 정의로운 세상(A just world without poverty)’
Human Rights Campaign ‘만인의 평등(Equality for everyone)’
Habitat for Humanity ‘누구나 괜찮은 수준의 살 집이 있는 세상(A world where everyone has a decent place to live)’
Teach for America ‘언젠가 이 나라의 모든 어린이들이 저마다 최고 수준의 교육적 성과를 달성하는 날이 올 것이다(One day, all children in this nation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attain an excellent education)’
Save the Children ‘우리의 비전은 이 세상의 모든 아동들이 생존, 보호, 발달, 참여라는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Our vision is a world in which every child attains the right to survival, protection, development and participation.)’

 

이상에서 비전이 무엇인지 정의와 비전문의 예를 살펴보았다. 다음에는 비전은 어떤 절차로 만드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비전은 어떤 절차를 통해 만들어지나?

 

‘국가 교육비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의 답을 구하는 것이 당시 토론회의 주요 목적이었지만 필자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전은 어떤 절차를 통해 만들어져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전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국가 구성원 모두의 꿈을 담기 위한 충분한 노력과 적합한 절차를 통하여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특정 정권이나 이념을 가진 그룹이 만드는 목표나 비전은 국가 전체의 목표나 비전은 되지 못한다. 비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제된 그룹에게 그 비전은 ‘그들의 꿈이 담긴 미래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교육비전이 어떤 절차를 통해서 만들어지는가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비전은 대개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만들어 진다.

 


비전수립 팀 구성 → 환경분석과 미래사회 조망 → 비전작성 학습과 연습 → 이해당사자들 인터뷰 및 설문조사 → 복수의 비전초안 작성 → 비전 평가기준표 작성 → 이해당사자들에게 초안 검토/평가 의뢰 → 피드백 반영하여 최종수정안 작성 → 이해당사자의 Consensus 확보 → 비전 확정


 

필자는 토론회에서 비전 개발 절차로 [표1]과 같은 모델을 제안하였다.

 

[표1] 비전수립 절차

이렇게 절차를 밟아 비전을 개발하면 이를 평가‧분석하는 기준을 만들어 내외부 평가단을 통해 평가해보는 것이 좋다. 효과적인 비전 선언문(Vision Statement)은 아래와 같이 4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평가기준을 설정하면 된다.

 

▷ 효과적인 비전 선언문(Vision Statement)의 4가지 특징


가. 교육의 선명한 미래상
미래에는 한국의 교육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그림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나.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호소력
교육비전은 이해관계자인 학생, 학부모, 교원, 정부기관, 기업체, 대학, 기타 관련기관 모두의 기대와 열망을 담아야하고 또, 끌림이 있어야 한다.

 

다. 간결성, 명료성, 공유 용이성
교육의 이해당사자들이 비전을 기본으로 의사결정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간단하고 기억에 남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별도의 설명이 없이도 쉽게 이해, 전파,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라. 실행가능성
현재 당장은 달성이 쉽지 않지만 변화와 혁신을 통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목표이어야 한다.


 

[표2] 비전 선언문 평가의 예(Vision & Strategy Re-setting, 2002)

이렇게 만들어진 교육비전은 국가전체의 비전을 포함하여 이와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과 정합(alignment)되도록 해야 한다.

 

[표3] 국가 교육비전의 정합(alignment)

그리고 비전개발과 함께 비전달성을 위한 핵심목표를 도출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이를 소홀히 하면 비전은 그냥 전시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비전은 결국 하위 목표들의 달성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3가지 핵심목표 달성을 통해서 비전 달성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주는 도표다.

 

[표4] 비전 달성을 위한 하위 전략적 목표의 예

비전달성을 위해서는 핵심목표 도출 외에 핵심성공요인(CSF: Critical Success Factor)의 추출도 매우 중요하다. 비전과 목표를 정한다고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어떤 전략으로(HOW) 달성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축구 감독이 시합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은 핀란드의 핵심성공요인이다. 핀란드는 ‘폭넓은 교육과정 운영, 탁월성 추구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 건강하고 행복한 삶, 경제적 경쟁력 확보(Broad-based education and excellence guarantee a sustainable future, well-being and economic competitiveness)’란 교육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4가지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표5] 비전달성을 위한 핵심성공요인(핀란드)

국가에 따라 비전의 실현을 위한 핵심성공요인을 도출하지 않고 대신 최우선 핵심과제(Core Priorities)를 몇 개 선정하기도 한다. 다음은 온타리오 주가 비전달성을 위해 선정한 최우선 핵심과제 3가지다.

 

•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도(Higher levels of student achievement)
• 학업 성취도 격차 완화(Reduced gaps in student achievement)
• 공교육에 대한 대중의 신뢰 향상(Increased public confidence in publicly funded education)

 

온타리오 주는 이와 함께 비전 달성을 위한 7가지 전략(How We Will Get There)까지 세웠다.

 

• 질 높은 영유아 보육
• 학부모의 참여
• 학교 시설의 현대화
•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로 감축
• 좋은 인성 함양과 서로 존중하는 문화
• 창의‧혁신‧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위한 예술 교육 강화
• 안전한 학교와 질 높은 급식
(출처: http://www.michaelfullan.ca/media/13437642320.html)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국가 수준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성공요인과 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는 한국이 어떤 비전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특정 비전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마도 <질 높은 조기교육, 진정한 학교자치를 통한 교사의 전문성 및 자발성 향상, 학습자 중심의 진정한 배움, 평가의 선발기능축소, 배제 없는 수업(Learning for ALL)과 격차완화> 등과 같은 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비전 관련 제반 요소들이 어떻게 연계되는지를 총합적으로 보여주는 틀로서 뉴질랜드 교육과정의 개념도를 소개한다.

 

[표6] 뉴질랜드 교육과정 개념도

뉴질랜드 교육과정은 ‘비전, 가치, 원칙 그리고 핵심역량이 전 교과에 녹아 있도록 연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3. 한국의 국가수준의 교육비전은 무엇이어야 하나?

 

한국 공교육의 미래 비전은 이해당사자에 따라 입장 차이가 날 수 있다. 우선 국가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수월성을 중시하는 교육비전을 만들려고 할 것이고,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면 공정성, 평등성을 중시하는 비전을 만들고 싶을 것이다. 사회 계층에 따라서도 또 고등교육과 평생학습까지 포함하느냐에 따라 비전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을 만들 때는 한국의 공교육(여기서는 편의상 공교육으로 한함)이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지키고 싶은 가치와 이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합의를 하는 과정이 개발 프로세스에 포함되어야 한다.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의 바탕도 없이 비전을 만드는 경우는 없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가치가 공존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가치나 이념의 절충과 균형 잡힌 반영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그 정권의 입맛에 맞는 비전을 설정한다면 이는 얼마나 위험하고 타당하지 않은 일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비전은 어떤 정권이 만들더라도 각 계층별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각계각층의 열망과 꿈을 담아야 하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든 비전은 달성 가능성도 지극히 낮은 것은 물론 그냥 그 정권의 희망사항이나 정치적 구호에 가까울 뿐이다. 국가 수준의 비전을 이렇게 소홀히 다루고 의미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교육비전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필자가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교육비전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 교육 이해당사자들의 불만과 바람이 무엇인지, 자세히 조사해봐야 한다. 다음은 관련 선행연구 등을 참조해서 교육 이해당사자들의 불만과 바람을 토론자가 정리해본 것이다.

 


• 사회적 계층 이동을 돕는 역할
[불만]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야 하나 지금 한국의 교육은 그와 정반대로 부의 대물림과 계층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바람] 하위 계층 아동들에게도 교육이 희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격차의 예방과 보정 시스템
[불만] 가정 배경이 좋지 않은 아동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이면 이미 가정 배경이 좋은 아동들과 인지능력, 사회성감성 지능 등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학교가 그 이후 갭(gap)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아동들은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낙오자로 변하고 있다.
[바람] 질 높은 조기 개입 프로그램과 예방프로그램이 도입되어 모든 아동들이 자신의 잠재력만큼이라도 배우게 하고 성장케 하고 싶다.

 

•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교육
[불만] 한국의 개인의 성공, 개인의 자기실현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공동체 구성원들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개인의 이기심이 지나친 면이 있다. 또, 민주주의의 절차를 배우고 실천하는 아동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바람]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기여하는 것이 임무임을 알고 아울러 민주시민의식을 잘 갖추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 진정한 학교자치 실현
[불만] 아동의 학습과 성장은 교육내용과 방법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의 열정, 전문성 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국가가 주도하는 교육과정의 내용을 그저 전달하는 수동적 존재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교사들의 자발성은 죽고 새로운 혁신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많은 교사들은 교과서의 진도를 의무적으로 나갈 뿐이며 실제 대부분의 학습자의 뇌 속에 기대하는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바람] 진정한 학교 자치실현을 통해 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살려야 한다. 교육과정의 편성, 평가권을 가지고 각 학교의 상황에 맞는 교육을 통해 적응하지 못하는 아동 수와 격차를 줄여야 한다.

 

• 학습자 중심 교육
[불만] 한국은 오랫동안 교사 중심의 획일적인 지식 전달식 수업을 해왔다. 배우는 내용과 수준, 가르치는 방법, 속도 등이 획일적이기 때문에 이에 적응할 수 없는 아동들이 많다. 이해할 수도,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수업 내용을 들어야 하는 아동들은 공교육 제도는 자신들에게 맞지 않다는 점을 깨닫고 학교 중단을 생각하며, 부정적 자아상을 강화해 간다. 이것이 교실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바람] 미래 교육은 개별화를 넘어 개인화를 지향해서 한 사람도 수업에서 배제되지 않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내용을 자신에게 적합한 수준과 방식으로 원하는 시기에 자기주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맞춤 학습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교육현실을 감안하면 국가 수준의 미래 교육비전은 아래와 같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 “모든 개인의 꿈과 잠재력 실현을 돕고, 미래의 질 높은 삶, 정의로운 민주사회를 준비하는 교육 실현”
• “모든 아동을 몰입시키고, 모든 아동에게 학습이 일어나게 하며, 이를 통해 공정성과 탁월성을 실현한다! (Engage ALL the students Create Learning for ALL Achieve equity & excellence)”
• “개별화된 접근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학습을 책임지는 교육 (Learning for ALL with Differentiated Approaches)”
• “모든 학생의 타고난 탁월성을 책임지고 키워주는 교육 (Education Ensuring Personal Excellence for All students)”


 

앞에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매력적인 비전 표현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절차와 공감 속에서 이런 비전을 도출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국가든 지자체이든 비전을 이해당사자들의 고른 참여를 통해 상향식(bottom up)과 하향식(top down)의 절충을 통해 개발할 때 첨예한 이념이나 이해관계의 충돌도 자연스럽게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절차에 따라 교육비전 선언문이 만들어 졌다 하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치, 원칙, 교과 내용 및 단기‧중기‧장기 목표들과 연계시켜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다. 특히 비전을 하위 목표들과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목표들 간의 인과관계(因果關係)의 분석이 필수적이다. 마침 복잡하고 다양한 과제들을 4-5개의 관점에서 선행, 후행의 인과관계를 고려하여 정리할 수 있는 성과관리 도구가 있어서 이를 활용해 샘플을 만들어 보았다. 이는 균형성과표(BSC: Balanced Scorecards)라는 불리는 것인데 세계의 주요기업의 50-60%가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효과적인 경영관리도구이다. 미국의 일부 주는 물론 핀란드의 학교들도 이 성과관리도구를 학교경영에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의 주요대학, 교육부, 교육청도 몇 년 전 이 도구를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상의 BSC 균형성과표 도구를 활용하면, 아래와 같은 도표를 도출할 수 있다.

 

[표7] 비전 달성을 위해 함께 관리해야 하위 과제들의 5가지 관점과 인과관계

<비전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정의적/인지적 교육목표가 달성되어야 하고, 이것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먼저 학습자의 만족이 필수적이다. 학습자의 만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학교 내부의 각종 프로세스가 학습자 만족에 맞춰져야 한다. 또 학교 내 각종 프로세스가 탁월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하는 교사의 전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교사의 전문성이 잘 발휘될 수 있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하며, 분권화를 통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혁신하는 등 시스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인과관계를 볼 때, 교육개혁이 종전처럼 민원처리 식으로 또, 분산적으로 이뤄진다면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세계적 교육개혁의 대가인 마이클 풀런(Michael Fullan)도 시스템차원(system-wide)의 교육개혁을 강조한다(All Systems Go, 2008). 우리 사회는 미래교육의 매력적인 비전을 개발하기 이전에 교육이란 과업이 어떤 복잡계로 구성되어 있고, 이 복잡한 과업들이 어떤 인과관계를 이루고 있는지부터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4. 미래의 교육과정,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교육과정 개발이나 개정방향에 관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마 다음과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 교육과정의 이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교육과정의 이념]
•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인재상; 도구주의, 주지주의, 인본주의, 진보주의 등]
•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학교수준의 교육과정, 학급수준의 교육과정 중 어떤 것을 위주로 할 것인가?[교육과정 운영수준]
• 교육과정을 ‘지식내용으로서의 교육과정(curriculum as content), 과정으로서의 교육과정(curriculum as process), 결과로서의 교육과정(curriculum as product)’ 중 어떤 것을 위주로 운영할 것인가?[교육과정 모델; 지도이론]
• 교육의 최종 결과(outcome)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 [지식, 기능, 역량, 태도 등]
• 교육과정 내용간의 연계와 통합은 어떤 수준이 되어야 하는가?[교육과정 내용간의  연계성]
• 교육과정의 자율화는 어떤 수준이 이상적인가?[자율화 수준]
• 성취목표 설정은 어떤 수준이 적합하며, 어느 정도 상세하게, 어떤 형식으로 서술할 것인가?[적정화, 대강화, 서술방법]
• 교육과정 개정은 몇 년마다 누가 주도하는 것이 좋은가?[개정주기와 주체]
• 교육과정 개정 프로세스는 어떤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개정절차]

 

이상의 요소들 중에서 특히 교육의 목적, 교육과정 개정의 주기와 개정 프로세스, 교육과정의 적정화와 대강화 그리고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관한 단위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의 정도가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된다.

 

개정 프로세스의 경우, 지금처럼 학자들 중심으로 초안을 만들고 하향식으로 실행을 지시하는 방식은 차라리 개정을 하지 않느니만 못할 수 있다. 교육과정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당사자는 교사들이다. 교사들이 현장에서 바람직한 것, 실제 작동될 수 있는가의 여부 등을 가장 잘 안다. 그렇다고 교육과정 개정을 교사들이 주도하도록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자나 연구자가 잘 볼 수 있는 부분, 교사가 잘 볼 수 있는 부분, 또, 정책결정자가 잘 볼 수 있는 부분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연구기획팀은 이 3자를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어떠했는가? 교사는 지금까지 교육과정 전달자 역할에 머무는 수동적 존재였다. 그 결과 어떤 교육과정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다. 오히려 혼란만 키운 경우도 많다. 이젠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한편, 교육과정의 적정화와 대강화 그리고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관한 단위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에 관해서는 먼저 세계적 추세를 살펴보면서 시사점을 얻도록 한다.

 

[표8] 국가교육과정 개발 추세의 공통점(Reinventing the Curriculum, 2013, p142)

위 표의 ‘공통적인 목표’와 ‘공통적인 강조사항’은 모두 공감이 가는 것들로 대부분 한국에서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향후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는 ‘공정성에 기여하는 교육과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위 [표8]의 우측의 공통적인 강조사항 5가지 중 ‘가치(values)’ 부분은 한국의 현 교육과정 총론에 들어있지 않다. 핀란드,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주요국은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될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것이 없다. 이는 교육과정 틀의 큰 결함이다. 차기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총론에서 핵심가치를 포함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핵심가치가 없다는 것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교육과정의 비전이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도 좋다는 의미가 된다. 모든 정책과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될 핵심가치를 타국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예를 통해 살펴보자.

 

핀란드는 <평등, 공정, 열린 사고, 신뢰>를, 뉴질랜드는 <탁월성, 혁신, 다양성, 공정성, 공공선 실현을 위한 공동체 정신과 참여, 환경적 지속가능성, 책임감과 윤리의식>을, 싱가포르는 <존중, 책임감, 윤리성과 도덕성, 배려, 회복력, 조화>를 교육의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만일 한국도 교육과정 총론에서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핀란드가 제시하고 있는 4가지 핵심가치 중 ‘평등, 공정’을 포함시키고 있었다면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나 새로운 교육정책을 도입하려고 할 때 ‘평등, 공정’이란 가치에 위배되지 않는지 세심히 살필 것이다. 이런 가치기준이 사전에 설정되어 있었더라면 과거 ‘외고, 자사고’ 등의 정책을 결정할 때 바로 논란이 되었을 것이다. ‘외고, 자사고’와 같은 정책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평등, 공정’이란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들도 비전을 수립할 때는 핵심가치와 사명을 먼저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청사진을 그린다.

 

다음에는 가치에 이어 21세 현 시점에서 세계 교육과정 개정의 주요 트렌드 중에서 아래의 3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 역량이 강조된다(competencies).
• 학습자의 통제 및 자기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강조된다(student agency).
•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 교사의 자율성이 강조된다(reduced prescription).

 

이상의 3가지가 강조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역량이 강조되는 이유는 21세기 지식시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식’만으로는 생존하고 번영할 수 없으며 새로운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역량을 총론에서 어떤 비중으로, 어떤 형식으로 도입하느냐가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가령 역량기반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한다면 교육과정을 최근 가장 모범적으로 개정했다는 평을 받는 스코틀랜드의 것과, 이와 매우 유사한 싱가포르, 뉴질랜드의 인재상과 유사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세 나라 모두 전형적인 역량기반 인재상을 도입하고 있다.

 

▷ 스코틀랜드의 4가지 인재상
① 성공적인 학습자(successful learners)
② 자신감 넘치는 사람(confident individuals)
③ 책임감 있는 시민(responsible citizens)
④ 효과적인 기여자(effective contributors)

 

▷ 싱가포르의 4가지 인재상
① 자기주도적 학습자(self-directed learner)
② 자신감 있는 사람(confident person)
③ 책임감 있는 시민(concerned citizen)
④ 능동적인 기여자(active contributor)

 

▷뉴질랜드 4가지 인재상
① 자신감 넘치는 사람(confident person)
② 연결소통에 능한 사람(connected person)
③ 활발히 참여하는 시민(actively involved citizen)
④ 평생학습자(life-long learner)

 

이는 현재 한국 교육과정 총론에서 서술하고 있는 4가지 인재상인 <자주인, 창의인, 문화인, 세계인>과 대조를 이룬다. 아마 한국도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을 도입하게 되면 현재의 4가지 인재상이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스코틀랜드는 이와 관련된 연구를 무려 5-6년에 걸쳐서 하였고, 5건의 핵심 문서를 연차적으로 발표하였을 정도로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졌다. 스코틀랜드가 교육의 목적을 도출한 후 <학부모, 기업인, 지역사회, 대학>으로부터도 폭넓게 피드백을 받아 이를 확정한 것은 한국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교육과정 내용이 세계 주요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의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판의 중심에 마이클 영(Young, 2008)이란 학자가 있다. 그는 이러한 역량은 경제적 도구주의 성격이 너무 강하며, 전통적인 지식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학교는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시켜 온 지식을 배우고 전수하는 기능을 해야 하고, 또 지금은 지식기반 사회이기 때문에 지식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내의 이홍우 교수도 ‘역량기반교육과정은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진보주의 교육이론이라고 폄하한다’(김재춘, 2012).

 

역량의 도입을 이념적인 면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의 도입은 한국 공교육의 특수상황을 감안할 때 장점이 많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의 장점


• 인지적 학습 능력 중심의 현 학교교육에 참여할 수도, 참여할 의의도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통해 실제 삶에 도움이 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소통능력, 협업능력, 공감능력 등 다양한 소프트 스킬과 사회성, 감성 능력까지 배울 수 있게 된다.
• 지금까지 상급학교 진학 때 주로 인지적 학습의 결과를 선발의 자료로 활용했지만 바람직한 역량 교육이 정착되면 인지적 학습 능력 외에 주요 역량까지 선발의 한 자료로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면서(질높은 역량평가의 도구가 개발되는 것을 전제로) 좀 더 공정한 인재의 사회적 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어떻게든 기존의 교육과정에 역량의 통합을 강화할 텐데,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갈지를 생각하면 우려되는 점도 많다.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의 운영은 우선 국가수준의 성취도평가와 충돌한다. 지금의 이 평가는 역량을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표준화 시험 성적기반 학교 책무성 제도도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 도입과 관련된 또 다른 우려는 ‘학력이란 무엇인가?’와 ‘지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또,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도구가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큰 문제다. 역량개발을 중시하는 수업을 하면서 지금처럼 표준화된 시험으로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역량을 제대로 가르친 학교의 표준화시험 성적은 그렇지 않은 학교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언론이 이를 학력저하로 몰아붙이기라도 한다면 대중은 이에 영향을 받아 역량기반교육과정을 포기하고 다시 이전처럼 지식중심의 교육을 하라고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음은 세계 교육과정 개정의 공통적 트렌드의 하나인 ‘학습자의 통제 및 자기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것(student agency)’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 도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은 교사가 중심이 되지만(teacher-centered). 역량기반[통합]교육은 학습자가 중심의 되고(students-centered), 프로젝트 수업 등을 통해 참여를 중시하며, 학습자 스스로가 지식을 구성하는 사회적 구성주의가 이론적 기반이 된다. 그리고 교육방식과 평가방식도 판이하게 다르다. 전자는 지금처럼 교과서 내용을 중심으로 교사의 지식전달식 강의와 설명이 주를 이루고 지필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역량기반[통합]교육은 수행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와 직접적 경험을 통해 배우는 비중이 높아진다. 그리고 개별화 수업을 지향하고 학생이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 주는 특성을 갖는다.

 

또, 미래 교육과정이 ‘학습자의 통제 및 자기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student agency)’으로 나아가는 것은 학습과학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매우 바람직하다. 21세기 디지털 세대의 뇌는 과거 세대의 뇌에 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 즉각적인 피드백이 없이는 몰입이 어려우며, 만족을 지연시킬 수 있는 역량도 낮다. 게다가 배우는 지식의 소중함도 과거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과거에는 수업시간에 교사가 설명하는 지식이 매우 희귀하고 소중했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의 지식보다 더 질 높은 컨텐츠가 인터넷에 널려 있다. 그리고 학습자의 수준, 욕구, 능력 등이 다양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수준과 내용으로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게 되었다. 이젠 학습자를 수업에 몰입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개별화를 넘어 개인화 수업으로 나아가는 길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학습자의 통제 및 자기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것(student agency)’은 한국의 붕괴된 교실을 다시 바르게 세우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세계 교육과정 개정의 공통적 트렌드의 세 번째 것인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의 강조(reduced prescription)’에 대해 살펴보자.

 

이 역시 앞의 두 가지인 ‘역량의 강조(competencies)’와 ‘학습자의 통제 및 자기결정의 범위를 넓히는 것(student agency)과 깊은 관련이 있다. 교과서의 지식을 획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수업은 그 가치도 많이 떨어졌지만 이런 수업방식을 통해 학습자를 몰입시킬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는 학습자의 실제 삶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등의 프로젝트 수업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학생이 배울 내용, 배우는 방법, 배울 수준을 결정하게 하는 개별화 수업이 일반화되면 국가가 교육과정의 구성과 평가를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teach autonomy, teacher agency)을 높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사의 자율성은 교육과정 문서상으로만 허용한다고 자율성이 살아나는 것이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의 의미 있는 적정화 및 대강화가 이루어지고,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때만 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고부담 표준화 시험의 존재, 표준화 시험 성적의 공개와 비교, 표준화 시험 성적에 의한 책무성 시스템, 학급당 인원수 과다, EBS에서의 출제 70% 등의 조건들을 그대로 둔 채 아무리 멋진 교육비전을 만들고,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하더라도 실제 달라질 것은 거의 없을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일본이 소위 ‘신학력’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할 때 아래와 같이 가르치는 내용과 평가를 정합시킨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도요록의 개정은 평가개혁의 바탕이 된다.

 

[표9] 일본 학교교육의 지도요령 (다나카 코오지, 2013)


<2001년 개정 지도요령>     <2010년 개정 지도요령>
‘관심·의욕·태도’     →    ‘관심·의욕·태도’
‘사고·판단’      →    ‘사고·판단·표현’
‘기능·표현’      →    ‘기능’
‘지식·이해’      →    ‘지식·이해’


 

일본이 이미 2001년에 정의적 영역과 기능, 역량을 도입하고 이런 교육의 결과를 절대평가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그 성과를 떠나 놀랍다. 이는 역량기반교육과정이 아니라 역량통합교육과정의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한국도 역량기반교육과정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역량통합교육과정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번 교육과정을 개정함에 앞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교육과정 개발의 대원칙을 먼저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정 개발 원칙과 관련해서 스코틀랜드가 2004년 도입한 ‘탁월성을 위한 교육과정(Curriculum for Excellence: CfE)’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교육과정은 개정할 때 고려해야 할 8가지 원칙 항목을 아래와 같이 정하고 각 항목별로 자세한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① 도전과 즐거움(challenge and enjoyment) ② 폭(breadth)
③학년별 성취목표(progression) ④ 깊이(depth)
⑤ 개인화와 선택(personalization and choice) ⑥ 통합적 연계성(coherence)
⑦ 실제의 삶과의 관련성(relevance) ⑧ 학습을 지원하는 평가(assessment)

 

 

5. 마무리

 

이상과 같이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은 무엇이며 어떤 절차를 통해 개발해야 하는가, 또 개발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관련 요소들과 어떻게 정합시켜야 하는가, 한국의 교육비전은 어떤 내용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미래 교육과정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까지 살펴보았다.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을 개발할 때는 개발 절차를 제대로 따르는 것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성공요인과 최우선 과제의 도출이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교육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선행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다음 단기, 중기, 장기적 접근을 균형 있게 해나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특히 교육과정 총론에서 한국의 교육이 소중히 지켜야 할 핵심가치를 설정하고 이것이 교육과정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교육정책 결정을 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역량기반[통합]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학력이란 무엇인가?’ ‘지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지금부터라도 치열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현재의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핀란드와 같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개정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가치와 철학 그리고 원칙을 중시하는 교육과정 개혁이 이루어지면 졸속개정이 있을 수 없다. 또,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일어나는 현장의 혼란도 줄어들 것이다. 졸속개정을 부추기고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현재의 개정 프로세스와 교육과정의 수시개정 원칙은 근본적으로 재고되어야 한다. 현 정부가 향후 10-20년 앞을 내다보며 국가 수준의 교육비전 설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혁신이나 개정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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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래교육 비전에 담고 싶은 나의 꿈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다.”


 

 

참고문헌

 

• 한국교육과정학회(2012). 교과의 교육적 가치에 대한 성찰과 전망
• 다나카 코오지(2013). 교육평가와 교육실천의 과제. 三學出版.
• 코지마 히로시, 이와타니 토시유키(2010). 새로운 학습 평가의 핵심과 실천(2010년 개정교육 지도요록 준수). 교세이 출판사.
• 호뢰 노부유키, 니시무리 가즈오 편저(2011). 교육에서의 평가와 모럴. 東信堂.
• C21 Canada(2012). Shifting Minds: A 21st Century Vision of Public Education for Canada.
•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2011). Learning and competence 2020 – Strategy of the Finnish National Board of Education(FNBE).
• Fullan, M.(2010). All Systems Go: The Change Imperative for Whole System Reform. Corwin Press.
• Hargreaves A. & Shirley D.(2012). The Global Fourth Way: The Quest for Educational Excellence. Thousand Oaks, California: Corwin.
• Lee, S. K. et al. (eds.)(2008). Toward a Better Future: Education and Training for Economic Development in Singapore since 1965. The World Bank, Washington, DC.
• Mark Priestley & Gert Biesta(2013). Reinventing the Curriculum: New Trends in Curriculum Policy and Practice. Bloomsbury Academic.
• OECD(2010). Strong Performers and Successful Reformers in Education: Lesson from PISA for the United States.
• OECD(2007). Understanding the Brain: The Birth of a NewLearning Science.
• Scottish Government(2004). A Curriculum for Excellence – The Curriculum Review Group.

 

[관련 사이트]

 

http://www.c21canada.org/wp-content/uploads/2012/05/C21-Canada-Shifting-Version-2.0.pdf
http://www.edu.gov.on.ca/eng/about/excellent.html
http://www.oph.fi/download/135542_learning_and_competence_2020.pdf
http://www.moe.gov.sg/education/desired-outcomes/
http://www.specimentemplates.org/mission-statements/educational-vision-statements.htm
http://topnonprofits.com/examples/vision-statements/
http://www.ascd.org/publications/books/107042/chapters/Developing-a-Vision-and-a-Mission.aspx
http://groups.ascd.org/resource/documents/110564-NeuroscienceofLearningPrimer.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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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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