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특수교육의 현황과 발전 방향
1. 들어가는 말
한국 특수교육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관한 담론은 적어도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대상자 선정, 전체 교육 체제 속에서의 특수교육의 위치, 그동안 국내 특수교육이 지향해온 접근 방식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국내 특수교육 현황과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둘째, 특수교육 관련 담론은 특수교육계에만 한정될 수 없다. 특수교육 현황은 교육 제도 전체, 교육 문화 전체와 연관되어 있다. 예컨대, 장애학생 통합교육 관련 고민과 문제 해결 노력의 주체는 특수교육계보다는 일반교육계여야 한다. 또한, 통합교육 실제에는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특수교사 임용과 배치, 교육과정 운영, 일반교사의 관련 전문성, 사회 전반의 장애 및 다양한 학습자에 대한 인식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셋째, 특수교육의 성과와 과제 중 어느 쪽에 더 초점을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발전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에서 후자 쪽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 한국 특수교육의 현황
1) 대상자 선정 – 소수의 발달장애 중심
국내 특수교육은 대상자 선정시 주로 발달장애를 중심으로 진단하고 판별한다. 발달장애란,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를 말하며, 대체로 중증장애로 분류된다. 소수의 중증 발달장애 학생 위주의 선정 방식은 국내 특수교육계의 역할과 일반교육과의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역할 측면에서는 경계선이나 경도 장애 학생이 의도치 않게 특수교육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했고, 그 결과로 일반교육과의 관계도 협력 파트너로서보다는 일반교육이 ‘다루지 않는’ 학생을 교육하는, 별도의 집단 교육으로서 더 많이 인식되어왔다.
통계학에서는 통상 어떤 특성이 전체 사례의 5% 이하에만 나타나면 아주 예외적(exceptional)인 것으로 취급한다. 이를 반영하듯, 대부분의 국가에서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는 대체로 전체 학생의 5~10% 정도이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2017년도 기준 6세~21세 특수교육대상자는 전체 학생의 약 9.2%였다(U.S. Department of Education, 2019). 판별 기준과 제공되는 교육의 성격이 나라마다 다르긴 하지만,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경우에는 초등학생의 17%, 중등학생의 27%가 특수교육(special education support)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도 특수교육대상자 규모는 전체 학생의 1.4%였다. 평균으로부터 -2표준편차 이하를 기준으로 해도 특수교육대상자 사례수는 최소한 전체의 2.5% 정도가 넘을 수밖에 없다. 인간 특성의 분포나 타국의 자료를 고려해봐도 매우 적은 규모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국내 특수교육대상자 유형이다. 미국의 경우, 특수교육대상자 중 가장 규모가 큰 집단은 학습장애로 전체의 38.2%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의사소통장애, 기타 건강장애, 자폐성장애 순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적장애가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의 53.4%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 순으로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지체장애, 발달지체 순이다. 학습장애는 가장 적은 규모로, 전체 특수교육대상자의 1.5%에 그치고 있다(그림 1 참조).
[그림 1] 한국과 미국의 특수교육대상자 유형 분포
물론, 미국의 특수교육 통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또한, 특수교육대상자 수가 많은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무슨 목적으로 특수교육대상자를 진단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예컨대, 경도장애나 경계선급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와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들을 굳이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특수교육대상자로 분류되어야 특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아니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면 그러한 특성을 지닌 학생은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진단하여 판별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특수교육대상자 비율, 특히 학습장애 학생 비율이 국제적으로는 물론, 자연적인 인간 특성의 분포 측면에서도 유독 낮은 현상은 적어도 우리나라 특수교육이 통계적으로 그 숫자가 훨씬 많은 경도장애보다는 발달장애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수교육대상자가 실제보다 적게 진단되고 있는 현실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이들이 제때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받을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특별 지원이 필요했지만, 특수교육대상자로 진단되지 않아 일반학급에 배치되고 그로 인해 필요한 개별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나 위험 요인의 부정적인 결과는 크게 나타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혹자는 낙인효과도 있는데, 굳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진단을 해서 판별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는 애초에 특수교육이 생겨나게 된 배경 자체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2)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분리 – ‘그들만의 리그’인 특수교육?
특수교육 서비스 연계성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 환경에서 각 학습자에게 맞는 교육 지원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그림 2의 왼쪽). 따라서, 특수교육은 장소의 개념이 아닌, 지원 요구별 맞춤형 대응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국내 특수교육은 교육계 내에서 비교적 고립되어 있다.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특수교육 또한 장소가 아닌 개별 학습자의 요구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거의 전적으로 장소를 기준으로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이 분리되어 있다(그림 2의 오른쪽).

[그림 2] 특수교육과 일반교육 간 관계 유형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이 분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자면, 첫째, 교육과정 개정과 운영 방식이다. 교육과정 개정 작업은 2015개정 전까지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각기 따로 했었다. 일반교육과정이 개정되고 나면 이를 특수교육계가 참고하여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형식이었다. 자연히 특수교육 개정 교육과정은 일반교육과정보다 1년 늦게 적용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2015개정부터는 동시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개정 작업을 따로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교육과정 개정 뿐만 아니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과서 개발, 교육과정 관련 연수 등도 모두 별도의 재원과 트랙으로 이루어진다.
둘째, ‘장애학생=특수교육 소관’, ‘장애 없는 학생=일반교육 소관’이라는 관념이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다.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70% 이상이 일반학교에 배치되어 있지만, 여전히 일반예비교사들의 특수교육 관련 교육은 특수교육개론 1개 과목, 2학점으로 고정되어 있다. 심지어 법령에서조차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의 분리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초·중등 교육법」 제28조 ‘학습부진아 등에 대한 교육’ 법령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에 속하는 학습장애 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습장애 학생은 일반학급에 배치되어 있다.
셋째, 교육청이나 교육부 내 행정조직상 특수교육 교육행정은 일반교육 교육행정 업무의 하위 조직으로 수행되지만, 그 안에서는 일반교육이 하는 교육행정 업무는 모두 수행해야 하는 기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예컨대, 특수교육 내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개발은 특수교육 행정 업무로 별도 분리된다. 교육청 업무 배분 측면에서는 특수교육 부서가 여러 부서 중 하나로 있지만, 그 담당자는 일반교육의 모든 업무를 특수교육계 안에서 수행해야 한다.
넷째, 최근 난독증 학생 지원 업무를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서로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하면서 갈등을 빚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 특수교육 영역의 제한성과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분리된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섯째, 국가교육통계 사이트(https://kess.kedi.re.kr/index)의 주제별 통계자료에는 학년별 학급 수 및 학생 수, 정규교원 및 기간제 교원, 직위별 교원 수, 학생변동 상황, 학업중단 현황, 졸업 후 상황, 다문화학생, 유학생 현황, 시설 현황 등의 자료는 포함되어 있지만, 특수교육대상자 관련 통계 자료는 없다. 별도의 검색을 더 해야 한다.
3) ‘education for all’ 철학이 아닌 장애, 결함 기반 개입 패러다임
한국의 특수교육은 공식적으로는 학습자가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즉, 특수교육 서비스 제공은 전적으로 해당 학습자가 특수교육대상자인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국내에서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려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10가지 장애유형(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지체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장애, 의사소통장애, 학습장애, 건강장애, 발달지체)에 해당되면서 교육청의 진단 및 판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통의 경우 학교나 학부모가 의뢰를 하면 교육청 내 특수교육운영위원회에서 1개월 이내에 진단, 판별한다. 그러니까 어떤 학생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진단, 판별되기까지는 학교나 학부모의 의뢰, 학부모의 동의, 운영위원회의 결정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이 중 하나만 누락되어도 특수교육대상자로 판별될 수 없고, 따라서 특수교육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진단 및 판별 절차를 기반으로 하는 특수교육 밑바탕에 깔려 있는 철학이다. 이러한 특수교육은 시작 전부터 ‘차이’나 ‘다름’이 아닌, 철저하게 장애, 결함 기반 패러다임 위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제시된 특수교육 정의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법에서는 특수교육을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제2호에 따른 특수교육 관련서비스 제공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을 말한다.”(제2조 정의 2호)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 장애인교육법(IDEA)에서는 특수교육을 “Specially designed instruction, at no cost to parents, to meet the unique needs of a child with a disability”로 정의하고 있어, 적어도 선언적으로는 특수교육의 정체성을 독특한 요구(unique needs)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특별한 설계(specially designed)에 두고 있다.
4) 특수학급, 통합학급 운영 관련 지침 부재
현재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 운영은 거의 전적으로 담당 특수교사 1인에게 위임되어 있는 상황이다. 교육과정 운영 측면에서는 일반교육과정을 근간으로 해야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특수교육 교육과정을 병행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통합교육 측면에서는 다수의 일반학급 담당 일반교사와 협력해야 하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고 고립되어 있거나 인근 특수학급끼리 연합하여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체제의 일부로 특수학급 제도를 도입했던 의도와 매우 다른 모습이다.
통합학급의 사정도 특수학급과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에 대한 지원 부재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에서는 특수교육지원센터 내의 특수교육 순회교사를 통해 통합학급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이들 순회교사는 특수학급이 없는 일반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에 특수교육대상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가 통합교육을 지원하기 어려운 경우, 이 학교에서의 순회 특수교사에 의한 통합교육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5) 다양한 학습자들에 대한 특수교육의 역할 부재
통합교육이 가장 절실한 곳은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된 일반학급이다. 일반학급에는 장애학생은 물론, 학습부진학생, 다문화학생, 경제적 빈곤층 학생, 경계선급 지능학생, 정서·행동 문제학생, 기타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등 매우 다양한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교육이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으로 양분되고, 경쟁과 수월성 중심의 입시위주의 교육이 지속되는 동안 전체 학생의 약 20~30%에 이르는 다양한 학습자들은 거의 방치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상적으로는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이 학습자들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지만, 양쪽 모두 전문성과 의지, 양성 교육과정의 한계로 제 역할을 담당할 준비가 아직은 덜 되어 있다.
일반학교의 특수교사 배치는 특수학급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특수학급 소속 특수교사는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학급 때문에 일반학급 배치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 특수교육 예산은 특수학급에 집중되어 있고, 일반학급 배치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특수교육 예산은 없는 셈이다. 법적으로는 특수교육지원센터 소속 특수교사나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가 이들 완전통합 특수교육대상자를 지원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특수학급 담당 특수교사는 불가능하고, 지원센터 소속 특수교사는 파견이나 순회 성격의 업무라서 내실 있는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 한국 특수교육의 발전 방향
아래 발전 방향들은 특수교육계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1) 장애학생 교육이 아닌 ‘특별지원 교육’으로의 재개념화 필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통합교육을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정의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만이 특수교육과 통합교육 대상자이다. 하지만, 특수교육이나 통합교육 대상자를 10가지 유형의 특수교육대상자만으로 한정해서는 안된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학습자 모두가 통합교육 대상자여야 한다.
특별한 지원요구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맞게 지원하는 소위 ‘상시 특별지원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특수교육을 장애학생 교육에서 특별지원 교육으로 그 성격과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 이제는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특별지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학습자는 특수교육의 대상자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통합교육을 위해 서로 협력할 때 특수교육은 교육과정과 학급 운영 방식 다양화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국내 특수교육은 지금까지도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 확보와 맞춤형 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그에 걸맞는 상당한 성과를 달성해왔다. 하지만, 특수교육계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 유지와 발휘를 통해 특별지원 요구학생 교육의 성공사례를 지속적으로 누적해 가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서 그러한 전문성 발휘가 시급해진 영역은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교육과정 운영,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학업지원, 정서·행동상의 지원요구에의 효과적인 대응, 특수교육대상자에게 미래 역량 형성, 정보통신공학의 활용 등이다. 한편, 정책과 제도 측면에서는 일반학급 내 특수교육대상자 통합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실천 모델이 마련되어야 한다.
2) 발달장애학생 중심의 개별화교육 체제와 특별지원 요구를 가진 모든 학생을 위한 상시 특별지원 체제로의 이원화
국내 특수교육은 전통적인 서비스 영역이었던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내에서의 발달장애학생 중심의 개별화된 교육지원 체제와 일반학교 내 특별지원 요구 학생을 위한 상시 지원체제로 이원화되어야 한다. 전자를 위해서는 치료, 재활 전문성 육성 중심으로 교사를 양성하고 배치해야 한다. 후자를 위해서는 일반학교에 특수교사가 더 많이 배치되고, 시간제 특별지원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운용, 일반교육과의 협력, 기초학력과 정서·행동 지원 요구 충족을 위한 전문성 확보 중심으로 교사를 양성하고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읽기, 쓰기, 기초수학 등 각 분야별 지도 전문가를 풍부하게 양성하여 배치해야 한다. 이를 담당할 교사는 일반교사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특수교육을 부전공, 혹은 심화 전공하게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물론, 현직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 중에서도 자원할 경우 일정한 재교육과정을 거쳐 후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관련 해외사례로는 핀란드의 특수교사 양성 및 배치 체제가 이러한 이원화 모습에 가장 가깝다. 그러한 이유로 핀란드 모델이 일반학급 내에서의 특별지원 요구학생 교육 모델로서 종종 제안되곤 한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교사양성 기간이 기본적으로 5년, 대학원 과정으로 되어 있다는 점, 핀란드 교사들은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하여 매우 높은 수준의 자율성과 재량권,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 내에서의 특별지원 대상자는 단위학교가 자체적으로 선정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3) 장애 영유아 진단 및 지원 체제 보완
장애 영유아의 경우 조기 진단과 조기 개입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는 규정상 유치원 학적이 없으면 특수교육대상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장애 영유아가 유치원 이용자보다 2배 가량 많다. 현재 이들에 대한 특수교육 지원은 극히 미흡한 실정이다. 어린이집에도 특수교사를 배치하면 좋겠지만, 장애 영유아가 적어도 3명이 있어야 한 명의 유아특수교사를 배치할 수 있다. 3명의 장애 영유아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설사 그 요건이 충족되어도 보육시설의 특수교사 대우와 특수학교나 병설유치원의 특수교사 대우가 워낙 차이가 커서 특수교사들이 보육시설에서의 근무를 선호하지 않는다. 「영유아 보육법」의 요건을 갖춘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같은 누리 교육과정으로 교육과정 통합 및 통합교육 지원을 위한 특수교사 배치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은 장애 영유아 어린이집은 의무교육 기관으로서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지 못해 장애아동의 의무교육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장애 영유아 교육은 유아교육과 보육 담당 행정 부처 간의 상호협력 부재, 특수교사 배치와 대우 등의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장애 영유아의 보육·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지원에 관한 차별이 시급히 해소되어야 한다.
4) 특수교육대상자의 진단, 판별, 배치 기준 명료화 및 타당화
타국에 비해 극히 적은 숫자만이 특수교육대상자로 진단, 판별되고 있다는 것은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방법과 기준, 실제 업무 처리과정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경계선이나 경도장애 학생들이 진단, 판별 과정에서 어떠한 이유로 어떻게 누락되고 있는지를 심층 분석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진단, 판별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한다. 예컨대, 현재 학습장애 진단 및 판별은 지역마다, 담당자마다 기준과 방법이 다양하다. 타당도가 높으면서도 보다 간편하게 특수교육 지원 요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특수교육대상자를 발달장애 중심의 고정 불변의 범주로 구분하려는 접근에서 벗어나 특별 지원 존재 여부를 수시로 진단하고, 해당 요구가 충족되면 또 그 범주를 해제하는 유연한 진단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교육환경에 배치할 것인가에 관한 기준 역시 명료화해야 한다. 지금은 주로 당사자의 희망에 따라 배치하고 있고, 원칙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한 교육 지원의 성격과 교육의 성과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특수학급 교사들의 수용 여부,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특수교육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의중에 따라 선정과 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5) 특수교육 교육과정 운영의 획기적인 변화 필요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유치원 교육과정, 공통교육과정, 기본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통교육과정은 감각, 지체 장애를 갖고 있지만 인지능력상 일반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학생들을 위해 국어, 영어, 체육 교과만 이들 학생들을 고려하여 수정한 교육과정을 말한다. 기본교육과정은 초·중등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특수교육 정체성와 특성을 잘 드러내주어야 하는 교육과정이다. 하지만, 현행 기본교육과정은 기본적인 틀과 형식, 내용이 초·중등 교육과정과 동일하게 교과 교육 체제로 되어 있어 중증 발달장애 학생들의 교육요구를 충족시켜주기에는 한계가 많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은 적어도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은 교과별 체제보다는 의사소통능력, 신변처리, 자립생활 등 생활기능 향상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 운영해야 한다. 교과교육 내에서도 이러한 기능들을 다룰 수는 있지만, 현행과 같은 교과별 편제와 운영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활기능이라는 것이 교과별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고 실생활에서는 통합된 기능 형태로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증 발달장애 학생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교과별 편제를 기본으로 하되 50% 내외에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통합된 생활기능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이 시급하다.
둘째, 일반교육과정(초·중등 교육과정)을 조정하면 이수할 수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들을 위해서는 교과별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방법 등의 수준과 제시모드(mode)를 다양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일반학급에서는 교육과정과 교수방법 측면에서 보편적 학습설계(universal design for learning), 맞춤형 수업(differentiated instruction), 다수준포함교수법(multi-level instruction) 등의 아이디어를 적극 구현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육계가 교과교육계와 협력하여 교육목표,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방법 차원에서 특정 장애유형과 정도에 맞게 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며,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를 구체화하여 학교 현장에 보급해야 한다.
4. 나오는 말
지금까지 국내 특수교육은 그동안 소외되었던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또 그에 따른 성과도 상당하다. 이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의 특수교육은 안으로는 교육서비스의 질과 전문성을 높여야 하고, 밖으로는 일반학급 내 점증하고 있는 특별지원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통합교육을 강조하는 시대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중증 장애학생 교육에 집중함으로써 일반교육과 분리된 채 고립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러는 사이에 정작 수시로 특별지원을 받아야 하는 수많은 학생들은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경계에서 버려진 채 제때에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당연히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이 협력해야 하지만, 특수교육은 전문성과 제도 측면에서 일반교육의 협력 파트너로서 인정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일반교육 쪽에서 그 학생들에 대한 접근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수교육은 이제 전통적인 서비스 영역이었던, 상대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의 중도·중복 발달장애학생 위주의 교육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장소와 상관없이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모든 학습자를 위한 교육도 포함하는 특수교육으로 거듭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히 특수교육 외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원래 특수교육이 해야 할 일을 잘 할 때 특수교육 외연 또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특별한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확보해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의 내용과 관련하여 서울 OO초등학교 류경원 선생님, 특수교사이면서 특수교육지원센터에 근무하고 계시는 정가희 선생님이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대학원에서 교육방법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Oregon에서 특수교육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천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에서 교육과정 혹은 기초학력향상 관련 자문위원으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국통합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학습장애학회 학회장(2020년 6월까지)을 맡고 있으며,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특수(통합)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학습 어려움,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할 것인가?: 국내 학습장애 교육 발전을 위한 과제와 방향”, “학습부진 학생 지원 실태에 관한 초등교사들의 인식”, “맞춤형 교수(differentiated instruction)에서의 ‘맞추는 것’의 본질과 성격” 등이 있다. 공저서로는 「통합교육의 이해와 실제」, 「학습장애 아동의 이해와 지도」, 「학습부진학생의 이해와 지도」 등이 있으며, 최근 번역서 「직접교수법에 따른 효과적인 수학 수업」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