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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를 보고

#519 서은재, 학부모 2020.03.02

<칼럼 : 서은재의 미국 교육 이야기>

 

새해 EBS 에서 10부작으로 방송한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는 이 시대 학교 교육의 의미를 탐구하며 세계 교육계의 현재 이슈를 다룬 프로그램이었다. ‘제1부 가르치지 않는 학교’ (2020년 1월 6일 방송) 와 ‘제2부 교사의 고백’ (2020년 1월 7일 방송) 을 통해 시청자에게 공교육의 역할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이것은 한국 교육을 성찰하기 위한 질문이나 미국 시카고 지역에 거주하는 필자의 고민거리와 일맥상통 했다. 한국의 대입 선발을 비롯하여 자율 프로젝트의 활성화 등 여러 해에 걸친 교육제도 변화 과정에서 미국의 제도를 참고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에게도 대단히 흥미로운 다큐였다.

 

다큐에서 발견한 우리집

 

세계의 교육 선진국 핀란드. 그곳에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가정을 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EBS 다큐멘터리 <다시, 학교> 에 출연한 핀란드 아다네 집의 고민은 내가 7년 전 미국에 와서 큰애를 초등학교 1학년에 보내며 힘들어 했던 부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아다는 선생님이 설명하고 가르쳐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한 숙제가 아닌, 스스로 찾아보고 연구하는 숙제를 해야 하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생님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기본적으로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숙제를 온전히 혼자서 할 수 없을 땐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 EBS 다큐 ‘다시, 학교’ 의 한 장면 >
<핀란드 학생 아다의 숙제는 종교를 다루는 내용을 스스로 조사해서 빈칸을 채우는 것이다.>

 

아다의 부모님은 자녀의 숙제를 도와주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은 많은 학업이 학교에서 가정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나의 미국 교육 적응기

 

두 아이에게 한국에서 따로 영어를 가르치지 않고 7년 전 미국에 온 나는, 학교 수업의 상당한 시간 동안 선생님의 설명보다 아이들끼리 peer review 를 통해 배우거나 토론 중심의 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집에서 부모로서 확인해 주어야 할 숙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크게 당황했다. 가장 처음 당면한 문제는 Reading Log 를 매일 써야 하는데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던 일이었다. 공공 도서관을 방문하면 학년별 필독서 목록을 받을 수 있으나 그것은 몇 해가 지나면 바뀌는 목록이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또는 핵심지식 (Core Knowledge)’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나이별로 유행하는 책이 있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알기 어려웠다. 분명 이 나라에 누구나 한번쯤 읽는 시와 어린이용 동화책이 있으리라 믿었는데 그 도서 목록을 쉽게 알 수 없었다. 설상가상 영어를 모르는 내 아이들에겐 어떤 책이든 읽기 어려웠기에 무슨 책부터 빌려야 할지 헤맸다.

< 초등학교 1학년 매주 독서기록 (Reading Log)작성 숙제 >
< Reading Log 의 구성을 보면, 읽은 책과 독서 시간을 기록하고 매일 보호자의 싸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목표시간 (당시 목표 약 한달 반 동안 360 분 읽기 목표) 를 달성하여 제출하면 아이는 놀이공원 무료 티켓을 상으로 받았다. 당시 아이는 영어를 읽을 줄 모르고 쓸 줄 몰랐기 때문에 아이는 주로 한국책을 읽고 그 책의 제목을 내가 영어로 바꾸어 기록했다. >

 

체계 없이 배울 때 가장 크게 흔들리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큰애는 교과서의 특정 페이지를 한 두장 뜯어서 집에 가져와서 수학 숙제를 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이였기에 숙제가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풀어야 하는 문제인지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자주 있었다. 간단한 사칙연산의 답을 쓸 때 왜 이 답이 나왔는지 설명을 써야 하는 경우, 미국 수학과 한국 수학의 설명 방식이 달라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숙제는 집에서 풀어올 문제만으로 이루어졌으며 개념 설명 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종이였다.

< 초등 1학년 2학기 수학 숙제>
<보통 교과서나 보조 교재의 특정 페이지를 뜯어서 집에 가져와 숙제로 풀었다.>

 

게다가, 어떤 날엔 1단원을 가르쳤다가 어떤 날엔 4단원을 가르치는 식으로 왔다 갔다 했기에 나는 항상 아이가 제대로 수학을 배우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커리큘럼 구성은 교사의 권한이기에 때문에 배우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가르쳐 달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수학도 수학이지만 과학 과목은 학년별 학습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고 거의 가르치지 않았다. 이 시간을 통해, 어째서 미국이란 나라가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분야에 사람이 필요하고 인력을 수급해야 하는지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물론 여러 뉴스를 살펴보면 미국 사회는 이전보다 훨씬 수학과 과학을 중요하게 여기고 또 이 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등학교, 대학교, 여러 비영리 단체 등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수학과 과학 분야의 공교육은 특히 교수법의 측면에서 아직 문제가 많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좌충우돌 하며 변한 교육관

 

아마 나에게 ‘부모로서 반드시 이것 이것은 가르쳐야 한다’ 고 강제하는 환경에서 살았다면 나는 오히려 자유를 추구하며 ‘왜 꼭 그것을 해야 하는가?’ 반문했을 사람이다. 나 역시 보통의 내 세대의 사람들처럼 ‘건강하게 뛰어 놀고 공부는 필요한 만큼만 하면 괜찮지 뭐.’ 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학교에서 그 누구도 중심을 잡고 가르치는 환경이 아니며 꼭 알아야 할 지식이 무엇인지 불명확 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공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 되어갔다. 갑자기 공부란 무엇인지, 공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나는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밀려왔다. 막상 제대로 된 지식이 전달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일 – 예를 들어, 기본기가 부족한 채로 순발력에 따라 발표하거나, 상식도 잘 알지 못하는 학생들 – 을 볼 때 내 생각도 변해갔다. 그 때 나는 알았다. 내가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 실망하고 있으며 나는 아이들이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며 성장하길 희망하고 있음을.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며 나는 미국에 정착했고 교육 여건에 대해 조금 더 파악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학군이 좋기로 손꼽히는 지역은 대개 부모들의 학력이 높고 또한 개인 과외 등 사교육이 활발한 지역이며 각 가정이 지닌 경제적, 지적 자본의 차이가 아이들의 학력 격차를 직접적으로 초래한다는 것을.

< 집에서 따로 가르치는 것은 사교육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아다의 부모>

 

<다시, 학교>가 남긴 질문

 

EBS 다큐 <다시, 학교> 의 제1편과 2편을 시청하는 동안, 나는 어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율적 지식 탐구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처한 현실이 크게 대비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많은 제약을 겪어온 나의 경험을 돌아보았다.
만일 공교육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그리하여 아이들 사이의 지식의 격차를 줄이는 일 보다) 자유롭게 ‘탐구’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아이들은 그 탐구 대상에 관한 배경지식은 어떻게 습득할 수 있을까? 만일 공교육이 역량과 지식을 함께 키우려고 한다면 지금의 학교 규모로 가능할까? EBS 다큐는 내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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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서은재

미국에서 좌충우돌한 저의 경험이 이제 막 미국에 온 다른 가정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비영리 단체를 통해 만난 난민가정을 약 1년 간 도왔습니다. 또한 한글 학교와 공립 학교의 도서관과 교실, 한국을 소개하는 특별 수업 등 다년간 꾸준히 교육 관련 활동을 해왔습니다.
칼럼을 통해 시카고 지역에서 두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며 느낀 점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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