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망치는 세균(GERM), 이를 박멸할 해독제는 무엇인가?
개혁의 원리로 경쟁·비교·선택 등을 통한 시장주의, 교육의 표준화, 표준화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징벌적 책무성 정책 등을 쓰게 되면 이는 시험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므로 교육은 그 본질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개혁의 원리가 핀란드를 비롯한 극히 소수의 나라를 제외하면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스웨덴, 네덜란드, 칠레,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교육개혁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세계적 현상은 세균의 감염처럼 전파력이 강하고 그 폐해 역시 매우 커서 이를 최근 ‘GERM’(Global Educational Reform Movement의 줄임말로 ‘세균’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 신조어(新造語)는 핀란드 교육부 산하 국제 이동 및 협력을 위한 국립센터(CIMO) 소장이자, 교육 정책 및 개혁 분야 전문가인 Pasi Sahlberg 박사가 핀란드 교육의 성공에 대해서 쓴 자신의 최근 저서(Finnish Lessons, 2012)에서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의 저서 Finnish Lessons가 세계적 명성을 얻으면서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고, 이어서 보스턴 대학의 Andy Hargreaves 및 Dennis Shirley 교수가 캐나다 교사연맹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한 보고서(The Far Side of Educational Reform, 2011)와, 교육개혁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자신들의 최근 저서 The Global Fourth Way(2012)에서 GERM에 대해 자세히 다루자 이 용어는 더욱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교육사회학자 Diane Ravitch, 캐나다의 교육개혁컨설턴트 Michael Fullan 등 세계의 저명한 교육개혁 전문가들 역시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서 소개하거나 GERM이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또 Pasi Sahlberg가 작년 6월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 「GERM은 세계의 학교들을 어떻게 전염시키고 있는가?(How GERM is infecting schools around the world)」라는 글을 기고한 것, 그 외에도 Pasi Sahlberg가 TED에서 강의를 한 것(바로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TdgS–9Zg_0), 또 지난 5월에 핀란드에서 개최된 북유럽 비교교육학회 국제 심포지움(NOCIES)에서도 기조강연을 통해 GERM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것 등을 통해 GERM은 분명 세계 교육개혁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GERM을 퇴치하자”는 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많은 나라들이 무분별하게 교육개혁의 세계적 유행(GERM)을 따랐다가 이것이 무서운 세균바이러스처럼 교육의 본질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세균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이의 퇴치를 위한 해독제의 모색에 나섰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7월 6일자 한 국내 조간신문에 보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하기휴가 때 읽을 책으로 소개된 『The Global Fourth Way』도 GERM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해독제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GERM의 감염으로부터 벗어난 6가지 세계의 성공 사례와 이를 관통하는 공통의 개혁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The Global Fourth Way』(2013년 국내 출간 예정)
GERM은 어떤 독성을 지닌 세균 바이러스인가? 우선 GERM이란 세균의 특성부터 살펴보자. Pasi Sahlberg는 자신의 블로그(http://pasisahlberg.com/)에서 GERM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1. 교육의 표준화 (standardization of education)
GERM으로 불리는 교육개혁운동의 첫 번째 특징은 교육을 표준화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결과나 수행기준 교육(outcome-/performance-based education)에 이어 1990년대에는 성취목표기준 교육(standards-based education)이 일반화되기 시작한다. 정책결정자나 교육 개혁가들은 학교, 교사, 학생이 도달해야 할 분명한 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교육을 해나가는 것의 장점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이런 성취목표 중심 교육은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표준화된 시험(standardized tests)을 수반하게 된다.
2. 핵심과목에 집중 (focus on core subjects)
GERM으로 불리는 교육개혁운동의 두 번째 특징은 읽기, 쓰기, 셈하기(수학), 혹은 과학 등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목들에 대한 지식 습득이 교육개혁의 주된 목표가 되고, 그 학습 성과가 교육의 실패와 성공의 주된 잣대가 된다는 것이다. 자연히 집중하지 않는 과목인 사회과목, 예체능 과목 등은 축소되거나 폐지된다.
3. 학습목표 도달을 위해 안전한 방법을 추구 (the search for low-risk ways to reach learning goals)
GERM으로 불리는 교육개혁운동의 세 번째 특징은 소수 핵심과목에 대해 사전에 정해진 성취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에 실험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 최소화되고, 다양한 대안적 교수법 개발도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오직 학생들이 시험에 나오는 과목에 한해 좋은 성적을 올리도록 돕는 것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이런 시험의 부담이 클수록 이런 현상도 비례해서 커진다.
4. 시장주의에 기반한 기업체 경영방식의 차용 (use of corporate management models)
GERM으로 불리는 교육개혁운동의 네 번째 특징은 경쟁, 비교, 선택, 인센티브 등 시장주의에 입각한 기업체 경영방식을 널리 차용한다는 점이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법은 표준화시험 성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 잘 맞기 때문이다. 이를 국내에서는 신자유주의 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5. 시험성적에 의한 책무성 정책 도입 (adopting test-based accountability policies)
GERM으로 불리는 교육개혁 운동의 다섯 번째 특징은 표준화된 시험 성적으로 책무성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학습자의 학업성적을 얼마나 올렸는지, 혹은 외부서 강제적으로 요구하는 교사평가의 결과가 얼마나 높은지를 책무성의 가늠자로 삼아 학교나 교사에 대한 상벌을 부과한다.
그렇다면 이런 교육개혁의 방법들은 왜 문제가 되는가? 먼저 Andy Hargreaves 교수와 Dennis Shirley 교수가 쓴 보고서 「The Far Side of Educational Reform(2011)」에서 정리된 ‘GERM의 6가지 폐해’를 먼저 살펴보고, 한국의 상황을 비추어 보자.
1. 표준화된 교육과정은 21세기 교육환경에서 효과를 내기 어렵다.
교육의 목표를 표준화하는 접근법은 출신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이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하나, 한국은 양극화 심화(학업성취도와 출신 가정의 경제적 수입 수준과 비례), 해체된 가정과 다문화 가정의 증가, 출발선의 큰 격차, 과다한 학급당 학생 수, 누적된 학습 결손 등으로 인해, 모든 학생이 동일한 성취기준(학습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표준화 교육의 타당성이 크게 결여되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학년이 같을지라도 각 개인의 배우는 방법, 배우는 속도, 현재의 능력과 지식의 수준 등이 다 다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개별화된 학습 목표와 방법을 제공해야 할 21세기에 획일적인(one-size-fits-all) 교육목표를 제시하고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교육의 표준화 방식은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국내외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도 지금의 방식 대신 핀란드처럼 현장적합성을 높이고, 교사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혁신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운영방식을 프레임워크(framework)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2. 표준화된 교육목표를 측정하기 위한 표준화된 시험 제도로 인해 학교교육이 소수과목의 시험성적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21세기 사회는 협력과 창의성이 중시된다. 학습자 주도로 지식을 탐구하고 구성하는 사회적 구성주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정답 찾기를 중시하는 표준화 시험은 위험이나 실패를 무릅쓰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것을 기피하게 만든다. 또, 표준화 시험은 비판적 사고능력,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으며, 과목의 경계가 분명한 표준화 시험은 범교과적 수업을 기피하게 만든다.
3. 교사의 사기가 저하된다.
교사 스스로 소속 학교 사정에 맞게 교육과정을 제구성하고, 창의적으로 가르치고, 교사가 가르친 것에 대해 평가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국가가 많은 것을 결정하고 교사는 이를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존재가 되면 교사의 창의성, 자발성, 의욕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4. 우수교사의 유입이 줄고, 기회만 되면 이직하려 한다.
지금 제대로 교육을 하려는 교사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맞고 있다. 관료주의 최말단에서 교사는 너무 지쳐있다. 학교 폭력, 학교 부적응, 잠자는 교실, 사교육 선행학습 등 최악의 공교육 상황 속에서 학생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지낼 수 있는 교사는 매우 소수일 것이다. 병가를 내고 싶은 교사와 다른 대안만 있으면 교직을 떠나고 싶은 교사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일 정부가 현재와 같은 교육시스템을 고집할 경우, 교단에는 점점 더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만 남고, 교육적 사명과 열정을 가지고 진정한 스승이 되고자 하는 교사는 줄어들게 될 것이다.
5. 동료교사들과의 협력/협업이 일어나기 어렵다.
관료제도 속의 하향식 거버넌스 속에서는 교사가 각종 행정일로 바쁘고, 자신의 시간 사용이 예측가능하지 않은 측면이 많다. 그래서 동료들과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혁신을 추진하기에는 여유와 의욕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수업 연구와 준비에 전념할 수 있기 위해 행정전담 요원을 두는 현재의 접근은 미봉책이다. 아예 관료주의 자체를 개선시키고 현장 교사의 자율성과 집단 책임감을 향상시켜 교무행정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른 방향일 것이다.
6. 교수학습이 즐겁지 못하다.
배우고 가르쳐야 할 내용이 사전에 획일적으로 결정되어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주어진다면 이런 교수학습이 즐거울 리가 없다.
이상 6가지 GERM의 증상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도 GERM이란 세균에 지독하게 감염된 환자(case)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GERM의 폐해를 줄이기 위한 해독제(antidote, 대응조치)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Finnish Lessons(2011)』, 『The Global Fourth Way(2012)』, 『All Systems go(Michael Fullan, 2010)』와 같은 책들이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책들은 한결같이 세균의 특성에 따른 해독제들을 아래 표와 같이 제안한다.
| 세균
(GERM, 글로벌교육개혁운동) |
해독제
(antidote, 대응수단) |
| 시험을 위한 지도 | 전인적 성장을 위한 지도 |
| 개인의 성공 중시 | 공동체와 지속가능성도 동시에 중시 |
| 표준화된 교수학습(standardization) | 개별화 수업(differentiated learning) |
| 결과의 평가 | 과정의 평가/진단과 활발한 피드백 |
| 서열을 위한 평가 | 교수학습을 위한 평가 |
| 교사의 단편적 지식전달식 수업 | 학습자주도 프로젝트 협동수업 중시 |
| 학부모의 선택(choice) 중시 | 공정성과 평등(fairness and equity) 중시 |
| 경쟁(competition) | 협력(collaboration) |
| 외부로부터의 책무성(accountability) | 투명성, 내부 책임감(responsibility) |
| (자료기반) 외부로부터의 통제 |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교사 전문성 인정 |
사실 한국 사회도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이런 해독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해독제가 효과를 발휘하는 데 장애요인들이 여전히 많다. 국가가 할 일은 이런 현장 중심의 혁신 의지를 꺾지 말고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발목을 잡는 등 거꾸로 가는 예가 적지 않다. 교육에는 이념의 잣대를 함부로 대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개혁의 실패한 방법론으로서 GERM을 살펴보았는데, 최근 교육의 새로운 비전이자, 교육개혁의 방법론이며, GERM의 해독제인 제4의 길(The Fourth Way)을 제시한 두 학자가 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보스턴 대학의 Andy Hargreaves와 Dennis Shirley 두 교수가 장본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쓴 두 책 『The Fourth Way(2009)』, 『The Global Fourth Way(2012)』에서 교육개혁의 방법론을 4가지로 나누어 각 방법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교육의 변화를 위한 4가지 접근법
제1의 길은 1960~1970년대에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증에서 흔히 볼 수 있던 교육의 변화이론이다. 교사와 교육과정의 자율성은 높지만 혁신은 널리 공유되지 못하며, 학교마다 그 혁신의 질과 방법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었다. 즉, 일관성이 부족했다. 즉, 제1의 길은 혁신성은 높지만 일관된 교육의 목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변화 방법론이다. 한편 1970년대 중반에 일어난 1차 오일쇼크 이후 재정에 긴축 운영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시장주의 도입의 계기가 된다. 아울러 성취기준을 제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표준화, 표준화 시험, 책무성이란 개념 도입을 통해 제1의 길이 부족했던 일관성을 보완하고자 했다. 또,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학교 선택제와 경쟁이란 변화 전략을 통해 시장주의를 강화한다. 이것이 제2의 길이 탄생된 배경이다.
불행하게도 이 제2의 길은 폐해가 너무 컸다. 교육목표를 사전에 상세히 기술한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one-size-fits-all) 적용하자 학교들은 시험 준비중심으로 가르치고, 시험에 나오는 과목만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발성까지 죽이게 되어, 하향식 교육개혁의 추진은 거의 다 실패하고 만다. 이명박 정권에서 제2의 길이 정점을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지금 미국, 한국에서는 이렇게 진정한 교육을 죽이는 제2의 길의 방식에 익숙한 정부와 이의 폐해에 분노하는 계층과의 싸움이 한창이다.
제2의 길이 이렇게 단점이 극명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주의와 국가 통제의 장점을 결합한 제3의 길이 1980년대 영미를 중심으로 모색된다. 제3의 길은 전문가의 자율성과 책무성 확보 사이에 균형을 찾으려던 시기의 변화 원리이다.
제3의 길은 아래와 같은 주요 특징을 가지고 있다.
– 교사들이 교육과정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상호작용을 강화
– 데이터 팀을 만들어 학업성취도 격차를 파악하고 개입 프로그램을 도입
– 교사들의 학습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도입
– 새로운 교수법 아이디어 등을 전파하기 위해 학교들을 공동체로 묶거나 네트워크를 형성
– 정부로부터의 높은 수준의 부담과 학교에 대한 지원(high pressure-high support) 유지
그러나 제3의 길은 아래와 같은 단점으로 인해 비난을 받게 된다.
– 협소한 교육과정의 운영(문해력, 산수 과목 등 시험에 관련된 과목만 학습하는 경향)
– 성취목표를 사전에 규정하고 이를 하향식으로 부여함
– 데이터 및 기술주의 맹신주의
– 교사들의 자발성 상실과 표준화된 교육과정의 전달에 급급함
– 성과가 향상된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스템의 악용
(이미 독자 여러분께서 눈치 채셨겠지만, 제2, 3의 길의 특성과 단점이 바로 GERM이다. GERM에 감염된 나라의 교육개혁은 대부분 실패한다. 미국, 영국, 한국의 공교육이 대표적인 예다. 핀란드는 이런 세계적 유행에 빠져들지 않았고, 싱가포르는 최근 10년 동안 이 세균을 훌륭하게 퇴치하고 있다. 경기도 등의 혁신학교들이 하고 있는 노력도 이 GERM이란 바이러스를 퇴치하고, 해독제를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그녀의 낙제(경험)는 그녀 개인적 특성 때문이 아니야. 오히려 점점 더 위력을 더해가는 ‘세균(GERM)’ 감염의 결과일 뿐이야” “글로벌 교육개혁 운동”
(기사 보기: http://truth-out.org/art/item/9391-the-disaster-capitalism-curriculum-the-high-price-of-education-reform-episode-i)
이렇게 제2의 길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모색된 제3의 길이 여전히 제2의 길의 단점인 GERM의 독소를 완전히 퇴치하지 못하자, 싱가포르와 캐나다 일부 주(예: 온타리오 주),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 등은 GERM에 감염되지 않은 핀란드 교육개혁의 성공원리를 기반으로 제4의 길 모색에 나선다.
제4의 길은 기존의 정부주도의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학업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그런 것과는 사뭇 다른 교육목표를 추구한다. 고무적이고 도덕적으로도 건강한 교육 목적/목표(moral purpose)를 지향한다. 또, 경제적 활력, 사회통합, 민주적 삶의 방식을 모두 고려한 지속가능한 길을 추구한다. 이는 교사의 전문성과 신뢰에 기반하고, 대중의 참여(engagement)가 활발히 일어나는 방법이다.
다음은 필자가 『The Fourth Way(2009)』, 『Finnish Lessons(2011)』, 『The Global Fourth Way(2012)』 및 관련 글을 참고하여 ‘제1~4의 길’의 정의와 특징을 다시 한번 정리한 것이다.
▶ 제1~4의 길에 대한 정의 (『The Fourth Way, 2009』)

현재 한국 정부가 적용하고 있는 변화의 원리는 전형적인 제2의 길이다. 이 길은 교육을 죽이는 세균(GERM)이 득실거리는 죽음의 길이다. GERM이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것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GERM이란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없는 사회적 기반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교사의 전문성과 교장의 뛰어난 리더십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며, 도덕적으로 매우 건강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먼저 세우는 일이다. 핀란드가 GERM에 전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리와 똑같다.
한국도 GERM으로부터 벗어나 제4의 길을 걷기 위한 범사회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개혁의 절차와 전략부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것이 지금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여전히 제2의 길에 머물며 조금씩 수선하면서 가려 한다면 이는 수업에서 배제되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수많은 청소년들과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고, 한국의 공교육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교육 개혁의 세계적 유행을 따라다니지 말고, 한국의 고유한 실정에 맞는 한국다운 제4의 길을 열어 가야 한다.
다음은 지금 한국교육이 걷고 있는 제2의 길과 나아가야 할 제4의 길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교수학습의 범위’, ‘교육과정의 운영’, ‘교육개혁의 추진 동력’, ‘책무성의 작동 방식’이라는 5가지 관점에서 비교해 본 것이다. 미래 한국 공교육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교육과정의 성취기준

▶교수학습의 범위

▶교육과정의 운영

▶교육개혁의 추진 동력

▶책무성의 작동 방식

(출처: 『한국 공교육 미래방향 제안』, 2013, 이찬승 외)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가성취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하향식으로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 표준화 시험에 의한 징벌적 책무성 부과, 경쟁과 효율에 바탕을 둔 시장주의 교육 개혁은 이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제2의 길의 변화 원리는 공교육 학교가 대입시험 준비를 위해 문제풀이를 하는 훈련기관이 되는 것을 도왔고, 또한 학교를 낙오자를 양산하는 대규모 공장처럼 변화시켰다.
이제 국가는 변화의 원리를 바꾸어야 한다. ‘시장주의 개혁’, ‘표준화를 통한 개혁’, ‘성공사례(best practices) 확장을 통한 개혁’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본 칼럼 1회 참조), 앞으로는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교육목적 아래, 대중의 참여(engagement)와 교사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시적으로 현장에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고, 학교·가정·지역사회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변화방식인 제4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독자들에게 구하는 조언/아이디어
(아래의 질문에 대해 댓글로 좋은 의견 많이 올려주세요.)
Q1. 한국 교육이 제2의 길의 변화원리(시장주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징벌적 외부 책무성 등)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Q2. 한국의 공교육이 현재의 제2, 3의 길(GERM)을 벗어나 제4의 길로 나아가고자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그 걸림돌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가? 걸림돌 제거를 위한 기간과 절차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Q3. 한국 교육이 제2의 길을 벗어나 제4의 길을 향하기 위해,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