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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은 전 능률교육 대표 이찬승 선생님이 주축이 되어 교육개혁 연구와 실천운동을 하는 공익단체(NPO)입니다.

교육개혁 방법론, 어떻게 변해야 하나?

#31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13.06.25

공교육 정상화는 역대 모든 정권들이 세웠던 목표다. 그러나 어떤 정권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유감스럽게도 구호성으로 그치고 말았으며 공교육은 점점 더 정상화로부터 멀어져만 갔다. 이번 새 정부도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공교육정상화촉진법까지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번 새 정부는 좀 나을까?

 

우선 현 정부의 교육관련 국정과제 발표 내용을 보자.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을 위한 ‘과제 개요’를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 학교교육 정상화 과제 개요
“교육 본질에 충실한 교육과정, 인성교육 중심의 수업과 개인 맞춤형 진로교육을 통해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려주는 행복교육으로 전환”

 

▷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4가지 핵심과제
– 협력 학습 강화 등을 통한 인성교육 중심 수업
– 토론, 실습, 체험 중심의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2015년부터 단계적 실시)
– 학업성취도 평가제도 개선(초등 폐지, 중등 축소)
–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개발

 

한 마디로 매우 허술하다. 현 정부의 학교교육 정상화 과제는 대부분 표현만 다르지 역대 정권들에서도 관심을 가졌던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과제들이 현 교육 및 사회 시스템 속에서는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교육 정상화는 이 정권 역시 구호에 그치거나, 실시를 하더라도 기대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분명히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정의부터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제대로 했으면 한다. 공교육 정상화의 의미는 100인에게 물으면 100인이 다 다르게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공교육 정상화’란 ‘교육과정 총론, 각론에서 서술하고 있는 교육의 목적과 목표가 잘 구현되는 학교교육’이며, 학교교육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볼 수 있는 교육 과제이다.

 

공교육의 정상화를 이루려면 우선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학교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에 더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과제로 필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꼽는다.

 

▷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핵심과제 4


1. 교육과정의 정상적 작동과 교육의 질/방법의 개선
– 입시의 영향 속에서도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의 실천
– 입시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 중심 교육의 중단
– 개인의 지적 역량 함양 외에 사회성·감성·인성 역량을 계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민주시민의 자질 계발
– 교육평가를 결과평가 중심에서 교수학습을 위한 과정평가 중심으로 전환
– 지도(teaching)에서 학습(learning) 중심으로 전환
– 교수학습의 개별화(differentiated teaching & learning)

 

2. 교육과정의 정상적 작동을 위한 조건 마련
– 공교육 정상화를 이끄는 대입전형 마련
– 수학능력시험의 개편
–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평가로 전환
– 징벌적 외부 책무성 완화
– 관료주의 완화와 전문가의 자율성/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변화 추구

 

3. 교육 불평등 완화
– 중하위권 학생의 교육 배제 타파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
– 학습부진 예방을 위한 양질의 개입 프로그램 도입
– 국제고, 외고, 자사고를 통한 학업 우수자 분리 교육 중단

 

4. 교실붕괴에 대한 근본적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


 

공교육 정상화를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학교를 만드는 것’으로 정의하면 너무 추상적이므로, ‘학교교육의 역할을 정의하고 학교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할 필요도 있다. 학교교육의 역할을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 적이 있다.

 

▷ 공교육의 역할 9가지

① 출신 환경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
② 학생의 잠재력 발견과 개성 발휘를 유도
③ 미래의 직업에 필요한 지식/기술/(평생학습)역량 향상
④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준비 및 선발
⑤ 사회적 계층이동 촉진
⑥ 책임 있는 민주시민의 소양을 함양(사회화)
⑦ 인류가 발전시킨 지식·문화·기술을 배우고 다음 세대에 전수
⑧ 보육
⑨ 생태계의 보존, 공존 등 사회가 지속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삶의 방식 교육
(이찬승, 2013 재구성)

 

공교육 정상화의 의미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과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정리를 하고, 이번 칼럼의 핵심 주제인 ‘교육개혁(방법론), 어떻게 변해야 하나?’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의 최근 정권에서 사용한, 교육개혁을 위한 변화이론은 ‘시장주의 개혁’, ‘표준화를 통한 개혁’, 그리고 ‘성공사례(best practices) 확장을 통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 ‘교육개혁의 방법론’이라는 제목으로 제시한 변화이론들은 국내외 다양한 교육개혁 사례를 설명할 때 유용하다.

 

▷ 교육개혁의 방법론 (theories of educational change)


1. 시장주의 개혁
경쟁, 비교, 적자생존, 학부모의 선택 폭 확장, 교원성과급(외적 보상과 경쟁 심리를 통한 동기부여)을 변화의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

 

2. 표준화를 통한 개혁
국가수준의 표준화된 성취목표와 교육과정, 고부담 표준화 시험과 더불어 현장교사들이 표준적 지침을 충실히 따를 수 있도록 하는 내부 메커니즘 유지를 주요 전략으로 삼는다.

 

3. 성공사례(best practices) 확장을 통한 개혁
시범학교 지정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든다. 대개 형식적 절차일 때가 많으며 비록 시범학교 운영의 성과가 의미 있게 나온다 하더라도 확장하는 순간 실망스런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 현장 혁신을 통한 개혁
국가는 자원제공과 지원을 위한 시스템(platform)을 만들고, 현장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사를 채용하고, 자체 교사연수 체제를 갖춘다.

 

5. 학교, 가정, 지역사회의 상호 긴밀한 협력 체제를 통한 개혁
공교육의 과제를 학교 혼자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치 아래, 학교·가정·지역사회의 협업을 교육의 필수 요소로 삼는다.


 

한국은 위 5가지 변화 이론 중 주로 1, 2, 3을 써 왔다. 하지만 대부분 기대하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자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일부 학교들은 이제야 위 4, 5의 방법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닫고 이 방법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 미국, 영국 등 심각한 공교육 위기에 맞닥뜨린 나라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학교 변화에 있어서 위 변화원리 1, 2, 3을 사용했던 것이다. 이런 방법이 어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제 이들은 깨닫고 있으며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국가의 관료주의는 여전히 1, 2, 3의 방법을 선호한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그렇게 했고, 한국도 그런 방식에 너무 익숙해진 탓으로 보인다. 다른 대안(4, 5의 방법)은 일부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으며 초기 단계에 있다. 4, 5의 방법은 바람직한 방법이고 한국도 반드시 지향해야 하는 방법이기는 하지만 견고한 국가주도의 획일적 관료주의 체제 속에서 이 방법이 작동되기란 매우 힘들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변화의 방법부터 제대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교육의 변화를 위해 써 왔던 방식들, 즉 국가성취기준을 설정하여 이를 하향식으로 모든 학교에 일률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이나 표준화 시험에 의해 징벌적 책무성을 부과하는 방식, 경쟁과 효율에 바탕을 둔 시장주의 교육 개혁 방식은 이제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런 변화의 원리로 인하여 공교육 학교가 대입시험 준비를 위한 문제풀이 훈련기관이 되었고, 동시에 이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낙오자를 양산해 내는 대규모 공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는 변화의 원리를 바꾸어야 한다. ‘시장주의 개혁’, ‘표준화를 통한 개혁’, ‘성공사례(best practices) 확장을 통한 개혁’의 문제점을 인식해야 하며, 국가는 교육의 플랫폼(platform)을 제공하는 데에 그 역할을 한정하여 현장 교사들이 이 플랫폼 속에서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짜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사를 채용하며 자체 교사연수 체제 또한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학교 홀로 감당하기엔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 교육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한국 교육의 미래는 국가가 지금까지의 낡은 변화의 원리를 얼마나 신속히 버리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희망의 변화원리를 얼마나 과감히 수용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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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이찬승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짧은 직장 생활을 경험한 후 지금의 능률교육(NE능률)을 창립하여 30년을 경영하면서 영어교과서와 참고서 등 다양한 저술활동을 했다. 2009년 회사를 매각하고,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이란 비영리 공익단체를 설립하여, 현재 이 단체 대표직을 맡고 있다. 국가 교육시스템 재 디자인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동, 청소년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개혁에 특히 관심이 많다. 수업혁신과 교육격차 완화를 위해 학습과학의 연구와 전파, 그리고 교원 연수에도 힘쓰고 있다.

  • 이메일 : eduinnovator@21eric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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